현대중공업 유증 노림수

숨가쁜 현금 확보 총력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위한 발 빠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이른 시기에 어닝쇼크를 밝히면서까지 현대중공업 1조원대 유상증자와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드러냈다. 현금 확보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한편 궁극적으로 순환고리체제를 해소하겠다는 의중이 담겨있다. 
 

지난 26일 현대중공업은 연결 기준 올해 영업이익이 469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분기 기준으로 8분기 만에 적자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36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4분기에 약 3100억원의 영업손실이 난다는 뜻이다. 당초 증권사들은 올해 현대중공업그룹이 449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봇물 터지듯

현대중공업은 4분기 대규모 영업적자를 예상하면서 그 이유로 수주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 환율하락, 후판 가격 인상 영향 등을 꼽았다. 4분기 별도 기준 현대중공업의 영업손실은 1541억원, 현대삼호중공업은 1255억원, 현대미포조선은 372억원으로 예상됐다. 

현대중공업 측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환율하락과 강재가격 인상에 따른 공사손실충당금 설정이 불가피했으며 매출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반영됐다”고 언급했다.

현대중공업은 내년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매출액은 올해보다 10% 줄어든 13조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증권사가 추정한 예상 실적(매출 15조751억원, 영업이익 2352억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의 수주잔고는 748만CGT(선박 건조 난이도를 감안한 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삼성중공업(284만CGT)보다 2.6배나 많다. 후판 가격 인상분을 반영할 경우 내년도 영업적자 폭이 삼성중공업보다 클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실적 발표는 유상증자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비춰진다. 실적이 나빠지면서 신용등급은 하락하고 금융권은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꺼릴 수 있다는 점을 착안해 곧바로 유상증자를 공표하면서 자금 조달 계획을 피력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총 1조2875억원(1250만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현대중공업이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것은 1999년 이후 18년 만이다. 유상증자 규모는 전체 발행주식수의 22.1%에 달한다. 

어닝쇼크 공개하면서까지…
1조원대 대규모 유상증자

현대중공업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7000억원을 채무 상환에 사용하고 나머지 자금은 R&D투자를 통한 사업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수주절벽의 여파가 내년도 경영실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내년 최악의 일감절벽을 극복하고 업황이 개선될 2019년 수주전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유상증자 규모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실적 악화에 따른 차입금 상환 압력에 대비하기 위한 취지는 공감하나 증자 규모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유상증자로 인해 단기적 주가 하락은 피할 수 없었다. 유상증자의 결과 회사가 발행한 전체 주식수가 늘어나며 동일한 시가총액을 가진 회사의 주식 숫자가 불어나 주가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유상증자를 결심한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이 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실제로 유상증자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유가증권시장서 현대중공업 주가는 빠르게 내려앉았다. 개장 직후 주가는 전일 대비 25% 하락한 9만원 선까지 떨어졌고 현대미포조선도 16.29% 하락한 7만원대서 거래됐다.

아울러 현대로보틱스는 재무건전성 강화와 신사업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91.1%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를 지난달 26일 결정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해 그룹의 전반적인 재무안정성을 높이고,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사업구조 재편 및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1964년 설립된 현대오일뱅크는 석유 정제품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지난 3·4분기까지 매출 11조7000억원, 영업이익 8590억원을 기록했다. 정유·화학 업황 호조 및 비정유 사업 확대 등에 힘입어 올해 영업이익은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상증자와 현대오일뱅크 상장이 완료되면 불어난 현금성 자산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에 힘쏟을 여력이 생긴다. 

지난 4월 현대중공업은 사업분할을 하면서 ▲현대중공업(존속법인·조선·해양·엔진사업)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 4개사 체제로 탈바꿈했다. 

그럼에도 지분구조상 ‘정몽준 이사장→현대로보틱스(지주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다. 만약 유상증자와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해 대거 유입된 현금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투입되면 공정거래법상 지배구조 논란서 한발 비껴날 수 있다.  

진짜 속내는?

한편 지주회사 체제를 이끌 경영진 세대교체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정몽준 현대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맏아들인 정기선 전무는 계열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의 공동대표에 내정돼 경영승계에도 한 발짝 다가섰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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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