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 눈치 보는 공무원연금공단 속사정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18 11:00:40
  • 호수 1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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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소리 못하고 오히려 혼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공무원연금공단은 전‧현직 공무원 및 가족의 생활안정과 노후생활을 보장키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주로 국가기관이 인사명령 처분을 내리면 이를 기초로 적법절차를 거쳐 퇴직금 등을 지급한다. 반대로 타 국가기관 처분이 있을 때까진 독자적으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하지만 연금공단의 무리한 법 해석으로 전직 국정원 요원은 권리행사 어려움에 빠진 상황이다. 

국정원서 퇴직 공작을 당한 A씨. A씨는 기자에게 분통을 터트렸다. “공무원연금공단이 국정원 눈치만 본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이하 연금공단)이 무리하게 법을 해석해 자신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권리행사 방해?

A씨는 2007년 9월5일자로 의원면직(사직서 제출, 본인 의사로 그만둠) 됐다고 믿었다가 4개월 뒤인 2007년 12월26일 국정원 공작에 의해 징계해임을 당한 인물이다. 고등법원까지 가는 해임취소 소송서 A씨는 승소를 했지만 국정원은 2010년 7월로 복직시키지 않고 해임날짜인 ‘12월26일 자로 A씨를 의원면직 시킨다’는 불법적 인사명령을 내렸다. 

A씨는 이 같은 인사명령에 대한 무효소송을 진행했고 법원은 (2012년 2월1일 자로 그 인사명령은) ‘처분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각하를 명령했다. 법원의 판결로 A씨는 전직도 현직도 아닌 붕 떠있는 상태다. 

문제는 법률상 퇴직직원이 아닌 A씨를 공무원연금공단이 퇴직 직원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 있다. 처분이 없음에도 A씨의 연금정보는 관리되고 있었고 등록된 A씨의 퇴직일은 2007년 12월26일이다. 


이는 국정원이 주장하는 A씨의 퇴직일일 뿐 처분이 없다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2007년 12월26일은 퇴직일이 될 수 없다. 
 

2015년 A씨는 연금공단에 퇴직일 수정을 요청하며 급여 재심 청구를 했다. 연금공단은 “A씨에게 퇴직금은 이미 지급했다”며 “법원이 인정한 귀하의 퇴직일은 2007년 9월5일이므로 퇴직급여청구권은 없다”고 답했다.

연금정보에 2007년 12월26일을 퇴직일로 등록해 놓은 연금공단이 2007년 9월5일이 퇴직일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나온 것이다.

연금공단이 주장하는 법원이 인정한 퇴직일이란 A씨가 해임 취소소송서 법원이 판결문에 명시된 한 줄짜리 내용에 불과하다. 인사혁신처에 따른 의원면직 처분이란 ‘사의표시만으로 공무원관계가 소멸되는 것이 아니고, 임용권자에 의한 면직처분이 있을 때까지는 공무원 관계가 존속된다’고 나와 있다. 

퇴직급여지급 두고 엇갈린 해석
양측 외면한 사이 ‘공중에 붕∼’

이에 대해 A씨도 “임면권자인 국정원장의 의원면직 처분이 부존재함을 확인한 상태서도 일방적으로 퇴직일을 2007년 9월5일로 확정하고 시효를 운운했다”며 “퇴직금을 부지급 통보하는 것은 공무원 연금법 관련 법령을 정면 위반하는 월권행위”라고 분노를 표했다. 

이처럼 A씨가 전례없는 상황에 직면한 데는 국정원과 연금공단의 수상한 업무 처리에 있다. 우선 국정원은 2010년 A씨의 해임이 취소된 이후 연금공단 측에 해임처분 취소 통보를 보냈다.


공문 내용에 따르면 국정원은 ‘공무원연금법시행령 제55조에 의거 우리 원 퇴직자의 해임처분 취소를 통보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해임처분 취소 인사명령서 사본을 연금공단에 보냈다. 

공무원연금법시행령 제55조는 ‘형벌 등에 따른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의 감액’에 관한 사항을 다룬다. 국정원은 해임이 취소된 A씨를 마치 형벌을 받아 퇴직수당 감액 대상이 되는 것처럼 연금공단에 공문을 보낸 것이다.
 

A씨가 국정원에 문서의 부당함을 항변하자 그제야 국정원은 부랴부랴 제55조를 42조로 고쳤다. 42조는 ‘퇴직급여청구’를 다룬다. 하지만 이 문서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의원면직 대상자인 A씨의 면직인사명령서 사본과 자필서명이 있는 공단퇴직급여청구서를 공단 측에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국정원의 연금공단 공문시행 문서는 제목과 법조문 내용이 일치 하지 않았다”며 “연금공단은 최초 공문을 받았을 때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연금공단이 국정원에게 혼쭐이 난 사건도 있다.

2012년 3월13일 연금공단은 A씨가 ‘퇴직급여지급 및 청구사유 정정 업무처리’에 대한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자 국정원에 A씨의 정확한 퇴직사유와 퇴직일자를 요청했다. 

국정원은 유선으로 연금공단에 “국정원은 앞서 인사명령을 통보했으므로 더 이상 공단에 인사명령을 통보할 것이 없다”며 “국가기관에서 정당한 인사명령을 시행하였음에도 이를 재차 확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 이상 공문시행 자제 해 달라”고 전해왔다. 

처분이 합당하기 때문에 더 이상 국정원을 보채지 말라는 의사표시였다. 

이에 연금공단은 한 발 물러서 A씨에게 ‘퇴직급여지급 철회에 대해 국정원의 정확한 퇴직사유와 퇴직일자 회신이 오면 그 회신결과와 그에 대한 충분한 법적검토를 거친 후 후속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문을 보냈다. 

국정원 회신은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오지 않았고, A씨는 국정원에 기준으로 2007년 12월26일자 퇴직자로, 연금공단 기준에 따르면 2007년 9월5일 퇴직자로 남아있는 상태다.

A씨는 이미 퇴직 공작과 해임과정서 불법을 저지른 국정원은 차치하더라도 연금공단의 행위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A씨가 국정원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서 연금공단이 처분도 없는 A씨를 마치 처분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협조 요청에 “자제해달라”
다시 공문 보내자 묵묵부답

A씨는 “국정원서 확실하게 처분이 올 때까지 연금공단은 유보적 입장에 있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나를 의원면직으로 해놓는 것은 연금공단이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금공단은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원칙은 연금취급 기관인 국정원의 처분이 있고 난 뒤 연금공단이 연금 정보를 작성해야만 한다. 즉 연금공단은 처분에 대한 행정을 이행할 뿐 자체적으로 퇴직자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기관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연금공단은 처분이 없는 A씨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해임 취소 당시 판결문에 나온 한 줄짜리 내용을 가지고 A씨를 퇴직자로 만들었다. 
 

공무원연금법 제85조에 따르면 공단은 급여를 적정하게 하기 위해 연급취급기관(국정원)에 필요한 사항을 통보하게 하거나 관계서류를 제출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금공단은 국정원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A씨는 공단의 이 같은 행위를 두고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일련의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기자와 A씨는 연금공단을 방문했다. 

A씨가 연금공단 관계자에게 ‘연금정보상 퇴직일과 본인에게 통보한 퇴직일이 다른 이유’ ‘처분이 없음에도 퇴직자로 본 점’ 등에 대해 물었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우리는 힘이 없는 기관이다” 등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A씨가 계속해서 불만을 표하자 공단 측은 “우리가 (국정원 처분이 아닌) 판결문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연금정보를 작성한 부분에 대해 법률가의 자문을 구해보고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법 위반한 월권”

공단 측 반응에 A씨는 “내가 연금공단에 퇴직 처분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나는 해임이 취소됐고 잘못된 인사명령(의원면직)에 대한 소송서 처분이 아니라고 나왔다. 그렇다면 나를 해임이 취소된 사람으로 관리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공단이 국정원과 내 사이에 끼어서 나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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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