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VS 박지원 사생결단 승부수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18 10:52:21
  • 호수 1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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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지면 둘 중 한명은 죽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최근 정가의 최대 화두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론이다. 국민의당이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찬성파에는 안철수 대표가 반대파에는 박지원 의원이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당의 운명을 쥔 두 사람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지난 10일 나란히 목포를 방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박지원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행사에서 각각 상대 지지자들로부터 막말과 야유를 들었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 통합 추진을 이유로 “간신배”라는 소리를 들었고, 이를 반대하는 박 의원은 날계란을 맞았다. 

계란 맞고 
욕먹은 박·안

DJ 행사 참석자들은 바른정당 통합 문제를 놓고 둘로 갈라졌다. 반대하는 쪽은 안 대표에게 “안철수 물러가라. 김대중을 그렇게 해놓고” “간신배 같은 안철수”라며 야유를 보냈다. 

안 대표는 표정이 굳어졌지만 곧바로 이어진 축사에서 “인내하고 뛰는 것이 마라톤의 본질”이라며 “묵묵히 참고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목표에 도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반대로 통합 찬성파들은 박 의원에게 계란을 던졌다. 안 대표 지지자로 활동 중인 한 여성은 “영혼과 양심까지 팔아먹지 말라”고 소리쳤다. 박 의원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조용히 손수건을 꺼내 계란을 닦아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맞아서 다행 아닌가”라며 “(안 대표가)목포서 끝까지 아무런 사고 없이 유종의 미를 거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당분간 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 통합파와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반대파로 나뉘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 대표가 통합에 방점을 찍고 있어 이에 반대하는 박 의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박 의원은 호남의원 대다수가 통합에 반대하고 초선 의원들도 통합 반대에 가세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통합 논쟁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그는 “<광주일보> 조사에 따르면 호남 23명 전수조사 시 20명 통합 반대, 찬성 2명, 유보 1명으로 나타났다. 결국 그분들도 지역 정서를 감안한다고 하면 통합 반대로 돌아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의원은 전당대회를 열더라도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으며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 자체도 희박하다고 예상했다. 

박 의원은 “정치라고 하는 것은 세계 어느 정당도 원내 중심으로, 의원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렇게 용이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물론 지역구의 대의원, 대표 당원 이런 것들을 배분하지만 당원의 절대 다수가 호남이기 때문에 그것도 그렇게 용이하지 않다”고 했다.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박 의원은 “우리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더 큰 정책연대에 서명을 했다”며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광주서 목포까지 제2 KTX 노선을 확정했다. 바른정당과 정책연합을 한 것은 민주당하고도 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에는 안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안철수 대표는 명분도 실리도 없는 통합을 중지하고 국민을 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당이 예산정국처럼, 탄핵정국처럼, 개원정국처럼 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명분도 실리도 없는 통합을 중지하고 국민을 위해 국민의당이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합 추진을 중단하면 당은 화합하고 지방선거서 이길 수 있다”며 “호남서 다시 한 번 녹색돌풍을 일으켜 전국을 녹색태풍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외연확대냐 
체제유지냐 

박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호남 방문을 통해 부정적 민심을 접했음에도 통합의 정치적 당위성을 강조·설득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11일 안 대표는 호남 민심 행보를 마무리 짓는 자리서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정치사를 보면 3당은 큰 선거 직전 외연확장에 실패해 모두 사라졌다”며 “당의 승리를 위한 외연확대의 여러 방법 중 대안은 바른정당과 연대 또는 통합”이라고 자신의 결론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그는 “외연확대에 다른 방법이 있다면 대안 위주로 토론하자고 여러 차례 말했고 의견을 청취했다”며 “이제 종합적으로 중앙당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앞선 두 차례 의원총회와 원외위원장 간담회, 호남 민심 행보까지 당 내외 의견을 모두 들은 만큼 조만간 호남 중진들과 통합론을 두고 단판을 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안 대표는 통합론에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바른정당에 대한 호남의 부정적 정서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갔다. 

그는 “호남을 돌아보니 많은 분들이 ‘바른정당은 영남당’이라고 오해하던데, 바른정당은 전체 의원 11명 중 7명이 수도권, 1명이 전북, 3명이 영남인 수도권 정당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고 두 번의 탈당 사태를 겪으면서 반 자유한국당 노선을 분명히 했다”며 “바른정당이 한국당과 절대로 합치지 않을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도 했다. 


‘안방’ 목포서 혼난 친·비안 수장들 
안, 정책연대 넘어 선거연대로

최근 안 대표는 한 달 새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를 네 차례 만나면서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부산서 열린 ‘국민통합포럼’에 참석해 선거연대를 합의키도 했다. 양당의 정책포럼인 국민통합포럼은 지난 9월20일 공식적으로 출범한 뒤 매주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까지 총 12차례의 세미나가 열렸다. 안·유 두 대표는 10월10일 처음 이 행사에 참석한 이후, 지난달 23일 열린 ‘양당 연대·통합 의미와 전망’ 세미나, 이달 7일 열린 ‘양당의 정책연대의 과제와 발전방향’ 세미나에 참석했다. 

특히 유 대표의 제안을 안 대표가 받아들여 양당 대표는 곧 단독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진다.  

14일에 열린 부산서의 포럼은 의미가 남다르다. 양당의 연대 논의가 가장 진척된 곳이기 때문. 앞서 양당 부산시도당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책연대·선거연대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당 배준현 부산시도당 위원장은 “부산 지역 내 양당의 후보가 겹치는 데가 없으면 한쪽으로 밀어주고, 겹치면 경쟁력을 파악한 후 한 사람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당 이후 경남, 충남시도당이 사실상 선거연대를 선언한다. 


안 대표가 유 대표와의 스킨십을 늘려감과 동시에 지역서도 두 당의 연대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는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서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 손을 잡아 외연을 확장하고 지지율을 끌어보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4일 안 대표는 여의도 국회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지방선거 인재 영입 관련 질문에 답하는 과정서 “전국 선거를 4자구도로 치르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며 “전국 선거가 최소 3자 구도로 정리되지 않으면 합류하기 힘들다는 분들이 전국에 걸쳐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바른정당과 선거연대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단계적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당분간은 정책연대에 집중할 생각”이라며 “통합과 관련해 여러 논의가 있지만 절차와 상대가 있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 사퇴론
반발하는 친안계

안 대표가 통합에 서두르는 만큼 반대파의 저항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급기야 안 대표 등 지도부 사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호남출신이자 통합 반대파인 이용주 의원은 지난 12일 “안 대표가 당내 의견을 조율하고 조정할 필요성은 있지만 그게 리더십의 문제로 봉착돼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좀 더 명확한 리더십을 수립할 필요도 있기 때문에 안 대표에 대한 리더십 재신임 문제는 논의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유성엽 의원 등 통합 반대파 진영에서는 안 대표의 리더십 부족 등을 이유로 ‘안대표의 퇴진’ 등을 거론해 우회적으로 당 대표 사퇴를 주문한 바 있다.

실제 유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바른정당과 제대로 통합을 하려했다면 통합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먼저 분명하게 밝히면서 소통했어야 한다”며 “점수가 안 나오면 공부를 열심히 할 생각을 해야지 다른 학교로 전학가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꼬집었다. 

이처럼 호남 및 통합 반대파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는 이유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논의가 연말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호남중진을 중심으로 한 통합 반대파는 평화개혁연대(이하 평개연)를 통해 찬성파에 맞불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평개연은 지난 13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서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평화개혁세력의 진로와 과제’를 주제로 향후 국민의당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천정배, 박지원, 박주선, 정동영, 김동철, 조배숙, 장병완, 이상돈, 최경환, 박주현, 김경진 의원 등 호남지역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최영대 전남대 교수는 발제문서 “안철수 대표가 지난 대선 때 보여준 기대 이하의 토론 성적으로 인해 개혁진영서 더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지만, 그는 정치적 좌표를 중도보수로 수정해 대통령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개연 vs 국민통합포럼 세 대결 국면
바른정당 3당 통합론…술렁이는 정가 

또 “안 대표가 당내 화합을 위해 통합을 유보하더라도, 그의 성향상 내년 지방선거 때 바른정당과 선거연대를 시도할 것”이라며 “이 경우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참패를 면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평개연은 14일 초선 의원 10명의 모임인 ‘구당초(당을 구하는 초선 의원)'와 오찬회동을 가졌다. 애초에 구당초는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에 강력히 반발하면서도 당내 갈등이 분열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며 평개연 활동 참여에 유보적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찬성이냐 반대냐를 놓고 양자택일 상태에 온다면 구당초 의원들의 성향상 자연스럽게 평개연으로 쏠리지 않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안 대표의 통합론에 찬물을 끼얹는 보도가 등장했다.

바른정당이 단계적으로 국민의당과 통합을 마무리 짓고 이어 한국당와 통합 논의에 나설 것이란 내용이다. 바른정당은 유승민 대표 체제 이후 기존의 당의 통합로드맵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당 호남 중진 의원들은 이를 토대로 안 대표에게 통합 논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13일이면 유 대표가 약속했던 한 달인데 열흘 정도 더 말미를 달라고 한 것이지 20일에 통합로드맵을 발표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며 “통합로드맵도 기존의 중도·보수통합 입장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선 국민의당 통합 빼고는 다 오보”라며 “통합 노선 디데이를 결정한 적도 없고 한국당과 통합 추진을 결의한 적도 없다. 오직 국민의당과 통합에 있어서만 반대가 없었다”고 말했다. 

통합로드맵
전당원투표 

통합의 방식은 전당원 투표로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친안(친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장진영 최고위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둘러싼 논쟁이 당내 대립의 핵심”이라며 “이 문제를 전당원 투표로 결정할 것을 정식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박지원 의원이 ‘안 대표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고 말했는데 전당원투표 결과에 따라 안 대표와 최고위원 거취도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지원 계란 투척女 정체는?

지난 10일 박지원 의원은 ‘제1회 김대중 마라톤 대회’ 도중 계란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출발 선상에 서 있던 박 의원은 중년 여성이 던진 계란에 오른쪽 빰을 맞았다. 사건 직후 경찰에 연행된 중년 여성은 “박 전 대표가 국민의당을 해체하려고 해 항의하는 의미에서 계란을 던졌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중년 여성의 정체는 ‘안철수 연대 팬클럽’ 회장 박모씨로 밝혀졌다. 최근에는 그의 과거 SNS 활동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박씨는 과거 단톡방에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모욕하는 합성 사진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합성사진은 페이스북 민주당 당원그룹에도 공개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해당 합성 사진과 메시지는 박모씨와 안 대표가 나란히 찍힌 사진과 함께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기사 속 기사> 국민-바른 통합 키워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 16명은 지난 9월 20일 정책연대를 위한 모임 ‘국민통합포럼’을 공식 출범했다. 이후 양 당은 지난달 3일 국회서 ‘정책협약 발표식’을 열고 ▲방송법 ▲특별감찰관법 ▲지방자치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채용절차 공정화법(부정채용 금지법) 등을 ‘6대 정기국회 중점 처리 법안’으로 발표했다. 

국민통합포럼은 정책연대를 통해 ‘패권정치’를 견제하겠다는 취지서 나왔다.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은 “두 당이 패권정치와 권력 사유화에 저항해 생긴 정당인 만큼 창당 정신을 함께 되살리고 국민을 통합하자는 취지에서 모였다”고 설명했다.

바른정당 정운찬 의원도 “자유한국당도 패권세력 청산이 안 됐지만, 문재인정부도 패권세력 정치로 가능 것 같다”며 “진정한 민주주의 시대 구현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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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