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쑥 기부 쏙’ 두 얼굴의 기업들

돈 쟁여놓고 슬슬 눈치만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날씨가 추워지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소외계층이다. 기부금을 편취하고 살인까지 저지른 이영학 사건으로 기부금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재계의 분위기는 어떨까.
 

올해 벌어진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은 국민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이영학은 희소병을 앓고 있는 그의 딸을 이용해 기부금을 모집하고 그 돈을 펑펑 썼다. 국민들의 착한 마음을 이용해 그가 모은 확인된 돈만 12억8000만원에 달했다.

각종 구설 눈살
사회적 책무 회피

충격은 기부금 감소로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개인이 기부를 했다는 비중은 2011년 36%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지난해 기준 24%로 떨어졌다. 재계는 최순실 국정 농단에 기업 기부금이 활용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기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매출액 상승에도 기부금을 줄인 기업들이 눈길을 끈다. 동서는 올 한해 기분 좋게 보내고 있지만 기부에는 인색한 모습이었다. 

동서의 올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개별기준)은 3727억원으로 전년동기 3385억원 대비 341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264억원, 1052억원을 각각 24억원, 41억원 오름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사회적인 활동은 소극적이었다. 


3분기 누적 기준 2950만원으로 전년 동기간에 비해 300만원가량 낮았다. 전체 매출액 대비로도 미미한 수준이어서 사회적인 책무에는 둔감한 모습이었다.

반면 오너 일가의 곳간을 채우는 데는 부지런한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7월 동서가 성제개발 인수를 하면서 뒷말이 나왔다.

성제개발은 동서 오너 일가의 지분이 과반을 넘는 기업인데 동서를 통해 올리는 매출비중이 한때 90%를 넘길 만큼 오너 일가 이권 챙겨주는 기업이란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기업이었다. 

배당성향도 역시 90%를 넘어 오너 일가의 곳간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빙그레도 매출 증가에도 기부금 예산을 적게 잡았다. 올 3분기까지의 매출은 67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428억원보다 335억원 증가했다. 반면 기부금은 8700만원으로 전년 3억7300원 대비 2억8600만원 감소했다.

기부금 인식 부정적으로…관심이 절실
재계도 어렵다 이유로 소극적인 모습

빙그레 역시 올 한해 오너 일가 논란이 있었던 기업이라 사회적인 역할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은 올해 초 빙그레 정기 세무조사 과정서 차명주식 200억원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이 적발됐다. 결국 빙그레는 지난 7월 공시를 통해 차명주식 분 2.98%의 존재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관련 세금문제로 시끄러웠다.
 

사조오양도 매출 오름세와는 반대로 기부금은 낮췄다. 3분기까지 올린 매출은 22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60억원 대비 339억원 오름세를 보였지만 기부금은 1074만원으로 전년 2295만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삭감했다.

사조오양의 사조그룹은 올해 편법승계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는 기업이기도 하다. 사조산업은 연 매출 7000억원 규모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주 회장은 사조산업의 지배권을 사조시스템즈란 회사를 통해 넘겼다.

1982년에 설립된 사조시스템즈의 지분은 주 회장의 아들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가 지분율 39.7%로 가장 많은 주식을 쥐고 있다. 2010∼2016년 사이 사조시스템의 매출의 절반 이상은 그룹계열사에서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의 주식을 주 회장으로부터 매입했다. 2015년 8월과 2016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5%(75만주) 규모였다. 2015년 12월에는 사조산업 지분 6.78%를 보유한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하면서 주 상무에게로 지배력이 넘어갔다. 

‘주진우 회장→사조산업→기타 계열사들’의 구조서 ‘주지홍 상무→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기타 계열사들’의 구조가 완성됐다. 주 상무가 주 회장에게 직접적으로 75만주(480억원 추정)를 증여받았다면 해당 부분에 대한 증여세가 부과되지만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증여세를 피했다.

문제는 사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사조시스템즈에도 편법 증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주 사조그룹 상무는 2015년 9월 사조시스템즈의 주식 17만2300주를 국세청에 물납했다.

소비자 중심 기업
소외층은 나 몰라라

2014년 7월 사고로 숨진 동생 주제홍씨로부터 사조시스템즈 주식 53.3%를 상속받으면서 비상장주식을 상속세(30억원)로 물납한 것이다.

그런데 물납한 주식을 사조시스템즈가 매입하면서 자사주로 편입, 주 상무가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증여세를 내지 않고 사조그룹 전체의 오너로 등극한 사실이 드러나 편법 증여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인터파크도 매출 증대에도 기부금을 줄였다. 인터파크는 올 3분기 누적 기준 3132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동기 3019억원에 견줘 112억원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42억원, 114억원으로 전년대비 수익이 확대됐다. 

반면 기부금은 6억2000만원으로 전년 10억3589만원 대비 40%가량 삭감했다. 인터파크는 지난해 고객정보 103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이후 방통통신위원회로부터 44억8000만원의 과징금과 과태료 2억50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국내 1위 제약사 유한양행은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1조 785억원으로 1조원을 넘기면서 전년 9643억원 대비 1142억원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기부금은 3억3889만원을 기록해 전년(8억1307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유한양행은 최근 구설에 오르면서 사회적 기업 이미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영업 사원 위치 추적 논란이 회자되기도 했다. 

지난 10월 영업사원 600여명에게 업무용 태블릿 PC를 지급했는데 개통과정서 개인 위치정보 수집·이용 제공 동의서를 받았다. 동의서에는 정보 유출을 막는 보안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위해 태블릿PC의 고유 식별 주소와 위치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이런 정보는 회사에 제공된다고 명시됐다. 

이에 따라 지나친 사원 감시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유한양행 측은 “회사는 직원들의 위치를 추적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태블릿PC를 잃어버렸을 때 단말기를 찾으려고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안다”며 “개인 위치 정보 수집 동의서도 기기를 개통해준 통신업체가 받았을 뿐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일한 전 유한양행 창업주 때부터 보여준 선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이 아쉽다는 평가다.

롯데하이마트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이 모두 증가했다. 각각 3조1427억원, 1785억원, 1309억원 등을 기록해 전년대비 1829억원, 433억원, 373억원 증가했다.

특히 3분기 실적이 두드러졌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821억원, 809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기준 추정치와 시장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부금은 21억 2673만원으로 전년동기 21억3760만원에서 소폭 줄었다. 특히 시장의 기대치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던 3분기 3억1664만원으로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삭감했다.

롯데하이마트가 현재 사회적인 기업으로 인식돼있는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이른바 경영자의 갑질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는 지난 8월 갑질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다. 

이 대표가 롯데월드 대표이사 시절 롯데월드 조리사로 일하던 강동석씨에게 흰 머리로 염색하라며 폭언을 퍼부었던 내용이 폭로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대표가 피해자에게 금전을 제시하고 보도를 막으려 해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확대되는 듯 했다. 결국 이 대표는 지난 10월 사표를 쓰는 상황까지 오게 됐지만 이사회에서 반대하며 사건은 흐지부지 됐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도 롯데하이마트를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애경그룹의 사위 안용찬 대표가 이끄는 제주항공은 일 잘하는 기업으로 통한다. 이같은 기조는 올해에도 유효하다. 3분기 누적 기준 7347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동기 5569억원 대비 1778억원의 매출 상승을 시현했다. 

수익도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38억원, 642억원으로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업계에선 저가항공 업계 1위를 굳히는 분위기라는 전언. 그러나 기부금은 7419만원으로 전년(8852만원)보다 감소했다.

제주항공이 일 잘하는 기업이란 평가와 동시에 지역사회의 상생 의식 수준이 높은 가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실제 제주항공은 기업의 기반을 닦은 제주도 측과 법적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선 운임료를 올리려는 제주항공측과 내리려는 지자체측이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을 일으키고 있다. 1심은 제주항공이, 2심은 지자체가 각각 승소했다.

매출 올라도 
나눔엔 인색

소송의 발단은 지난 3월에 있었다. 당시 제주항공이 요금인상 안을 강행하자 갈등은 격화됐다. 기업의 항공편 가격 인상에 대해 행정기관이 제동을 건 모습은 시장 자유주의에 제재를 가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까지 했다. 

법원은 1심서 제주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제주도에 항공료 인상 금지 청구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심에선 제주도의 손을 들어주면서 항공료 인상 결정을 철회할 것을 선고했다. 

제주항공이 이를 위반할 시 1일 1000만원을 제주도에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제주항공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무리한 요금 인상이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주항공은 대형 항공사의 높은 요금으로 관광객 유치에 애를 먹던 제주도가 민간 자본과 합작해 만든 회사다. 

합작을 위한 업체 선정에 국내 굵직한 대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제주도가 선택한 그룹은 애경그룹의 지주사 애경홀딩스였다.

돈 내고 욕먹는 것보다
안 내고 욕먹는 게 낫다?

이렇게 탄생한 제주항공은 제주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제주항공의 덩치가 커진 뒤였다. 몇 차례 유상증자 가운데 제주도의 지분이 희석되면서 지자체의 발언권이 약해진 뒤 요금 인상을 두고 제주항공과 제주도가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주도를 기반으로 성장한 제주항공이 무리하게 요금인상을 강행하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반면, 제주도의 제주항공에 대한 요구는 기업의 경영에 지나친 간섭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양측의 팽팽한 긴장 관계가 계속될 전망이다.
 

애경그룹의 애경유화 역시 정유업 호조를 등에 업고 매출 성장을 이뤘지만 기부 예산을 삭감했다. 3분기까지의 매출액은 5769억원으로 전년동기 5243억원 대비 526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나란히 오름세였다.

각각 581억원, 458억원으로 전년대비 38억원, 75억원 늘었다. 반면 기부금은 65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억 185만원에 견줘 크게 감소했다. 이는 정유업계서 가장 큰 삭감 폭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애경유화는 전년대비 99.7%를 삭감했다. 이어 ▲KG케미칼 96.8% ▲금호피앤비화학 91% ▲금호석유화학 81.8% ▲GS칼텍스 81.5% ▲태광산업 81.4% ▲SK루브리컨츠 72.7% ▲SK이노베이션 70.6% ▲SK종합화학 64.9% ▲SK인천석유화학 62.4% ▲SKC 59.4% ▲SK케미칼 54.4% 등의 순이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일시적인 요인으로 기부금 액수가 늘어나면서 기저효과가 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제약사이지만 식음료로 더욱 이름을 알린 광동제약 역시 올해 성장세를 기록했다. 

3분기 누적기준 매출 5281억원으로 전년동기 4816억원보다 464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기부금은 7억8476만원으로 전년동기(9억8122만원)보다 감소했다.

최근 광동제약은 소비자의 기대와는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는 인상이었다. 지난해 광동제약은 비자금 조성의혹이 불거지면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됐다. 광동제약은 2013년부터 2년 6개월간 롯데시네마에 광고를 주는 대신 10억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조작 의혹도 발생했다. 비타500 매출 조작은 이달 초 부산 동래구의 한 약국이 올 상반기 거래장과 거래원장을 대조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약국이 1∼3월 비타500 납품 물량을 살펴보니 실제 입고량보다 많고, 현금으로 결제까지 이뤄져 있었다. 

광동제약 영업사원들은 이런 방식으로 약국용 비타500을 빼돌려 전통시장 등에 싼값을 받고 유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기대와
반대되는 행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 농단 이후 재계서 기부금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며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이 마땅하지만 돈 내고 욕먹는 분위기 때문에 기부 자체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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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