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업사냥꾼 먹튀 공모 의혹

‘걸리면’ 멀쩡한 회사도 와르르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수백억대 회삿돈 횡령사건으로 옥살이 했던 경제사범이 7년이 흘러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그의 손을 거치는 동안 건실했던 중견기업은 파산에 내몰렸지만 회사 서류상 그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실소유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영위하던 ‘H소프트’는 1999년 상장 후 한때 코스닥 대장주 역할을 할 정도로 주목받던 회사였다. 그러나 2000년 중반을 지나 접어들면서 사세가 위축되더니 적자를 이겨내지 못하고 2009년 4월 투자회사에 매각되기에 이른다. 새 주인을 찾은 이후에도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시름은 더 깊어졌다.

원인 모를 
주가 고공행진

새 주인은 엉뚱하게도 H소프트를 내세워 해외 자원 개발에 열을 올렸다. 원인 모를 주가 고공행진이 거듭됐다. 하지만 모든 게 신기루였다. 2010년 공식 문서상에는 등장하는 않는 ‘실소유주’ L모씨가 연루된 200억대 회삿돈 횡령 사건이 터졌고 회사는 8개월간 주식거래정지를 거쳐 이듬해 3월 상장폐지 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횡령사건에 연루됐던 L씨는 1년6개월 징역을 채우고 재기에 성공했다. 출소 후 L씨의 행적은 H소프트를 주무르던 시절과 유사했다. H소프트가 R사로 바뀌었을 뿐 회삿돈 횡령 및 주가조작 의혹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비슷하다.  

지난 5일 <TV조선>은 L씨가 만든 투자조합이 ‘R사’를 인수할 때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투자자 모집에 기획재정부 공무원과 경찰 간부까지 연루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L씨가 만든 투자조합이 R사를 인수한 건 지난해 4월이다. L씨 측은 계약 후 주가가 크게 뛸 거라며 투자자들을 모아 잔금을 충당했다. 사실상 ‘무자본 M&A’였고 검찰은 이 무렵 주가 조작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가가 이유 없이 뛴 데다 L씨 측이 잔금을 치른 며칠 뒤 대주주 지분 300만여주를 팔아 6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봤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한때 시가총액 500억대 회사였던 R사는 빚더미에 앉았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에 액정 부품을 납품하던 건실한 중견기업은 현재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공교롭게도 R사 부실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L씨의 이름은 H소프트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 공식 문서상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 24일로 공시된 R사 3분기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 최대주주는 전체 지분 가운데 10.18%(283만7523주) 보유한 투자조합이고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임원 명단서도 L씨의 이름은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L씨가 R사의 실소유주라고 언급하고 있다. 심지어 L씨가 실소유자로 추정되는 회사가 더 존재한다. 최악의 경우 H소프트, R사의 사례가 재발하지 말란 보장이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C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뒤에 숨겨진
몸통은 따로

지난 3월22일 C사의 최대주주는 보유주식 230만주를 'CP사(투자컨설팅)'에 매각했다. 총 매각금액은 207억원이었고 잔금 지급일에 지분 전량을 양도하면 이 회사 최대주주가 CP사로 바뀌는 계약이었다. 


CP사는 인수대금을 거의 외부서 차입했다. 계약금으로 20억원을 지급한 뒤 나머지 금액은 개인투자자와 제2금융권서 조달했다. 이 가운데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자본을 끌어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바로 L씨다. 

CP사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CP사 소유권을 두고 투자자 사이서 잠시 분쟁이 벌어졌지만 9월로 접어들면서 L씨 측이 최종 실권을 잡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무렵 L씨 측 인물이 대표로 부임했다. 

또한 C사는 지난 9월7일 경영안정화를 위해 Y씨를 경영지배인에 선임했는데 Y씨 역시 L씨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사람이었다.  

이사진 명단에도 L씨 측 인사들이 속속 자리잡았다. 지난달 23일 C사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 3명(N모씨, P모씨, Y씨), 사외이사 2명(G모시, H모씨), 비상근감사 1명(LJ씨) 등 총 6명이 새롭게 이사진에 합류했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회삿돈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 
차명으로 흔적 없이 치고 빠져

흥미로운 점은 이들 가운데 일부는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R사에서 이사직을 수행했다는 사실이다. 사내이사에 선임된 N씨는 R사에서 사내이사로 활동했고 사외이사에 선임된 G씨는 R사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직을 수행했다. 

비상임감사로 임명된 LJ씨 역시 G씨와 마찬가지로 R사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출신이다. 접점이 없는 R사에서 C사로 이사진이 대거 이동한 셈이다.
 

C사는 이사회 구성원들과 L씨의 연관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C사 관계자는 “복수의 기업서 이사직을 겸직하는 모습은 다른 기업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안”이라며 “경영진에 대한 정보는 공시를 통해 밝힌 게 공식 입장이다. R사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상황서 단지 이사직 겸직을 두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퍼지는 건 매우 불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확인 결과 기존 R사 이사진 일부는 부품 제조사인 K사와  C사의 최대주주인 CP사의 이사진 명단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K사 이사진 내역을 보면 지난달 C사 이사진에 합류한 Y씨와 P씨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상태고 C사 사외이사에 선임된 H씨는 K사 감사로 활동 중이다. 

CP사 사내이사 명단에서는 기존 R사 사내이사였던 CJ씨가 발견되며 P씨 역시 사내이사로 확인된다. Y씨는 CP사 최대주주인 'G사'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C사 인수 당시 CP사 지분율은 K씨와 R씨가 각각 50%였지만 현재는 G가 66.3%를 보유한 상태다. 

더욱 놀라운 건 C사, CP사, K사 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Y씨와 R사에 이어 C사 사외이사에 선임된 G씨가 L의 친인척이란 사실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Y씨는 L씨의 조카, G씨는 L씨의 부인이라고 주저 없이 언급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G씨는 L씨의 부인이 확실하고 Y씨에게 L씨는 삼촌 뻘”이라며 “CP사가 C사를 인수할 때 L씨가 뒤에서 작업을 조율했다는 건 업계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서류상에서 드러나지 않는 L씨가 자신의 친인척을 내세워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L씨가 실소유주라는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다. 

L씨는 항간에 떠도는 실소유주 논란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R사와 C사에서 자신의 역할은 투자자를 모으는 데 도움을 준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친인척의 이사진 합류에 대해서도 문제될 게 없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L씨는 “처음부터 내 역할은 명확했고 단순히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데 도움을 준 것에 지나지 않는데 실소유주로 호명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친인척이 이사진에 올라 있는 게 무슨 문제인지도 모르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친인척 세워
이사진 장악

이런 가운데 CP사가 C사를 인수할 때 자금을 빌려줬던 경위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전 대표로 부터 C사 지분을 인수할 당시 CP사는 자금 대부분을 외부서 충당했고 이 가운데 100억원은 S상호저축은행(64억원)과 G저축은행(36억원)서 끌어왔다. S상호저축은행과 G저축은행은 한 지붕을 공유하는 관계다. 


S·G저축은행이 자금을 빌려줄 당시 CP사 외형과 연혁에서는 특출난 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CP사는 2015년 11월 설립된 유한회사로 C사 인수전에 참여 직전 자본금을 1억원서 2억원으로 늘렸을 뿐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S·G저축은행이 인수자금을 빌려줄 때 주식담보대출이라는 안정장치를 마련했더라도 주식이라는 특성상 위험요소는 언제는 존재하는 법”이라며 “이런 위험요소를 염두한 상태서 대출을 받는 회사의 규모나 사업 지속 기간 등을 면밀히 살펴 대출을 승인하는 게 일반적인데 CP사에 대한 대출은 약간 다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S·G저축은행이 최근 M파트너스라는 회사에 대출을 승인하던 사례와 대입하면 의문부호가 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 8월25일자 S사 전자공시 내용을 보면 S·G저축은행은 S사 최대주주로 올라선 M파트너스에게 주식 1953만4987주를 담보로 142억원을 대출해줬다. S·G저축은행의 대출액수가 각각 70억원, 72억원이다.  

당시에도 M파트너스라는 회사가 과연 이 같은 거액을 대출받을 만한 자격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M파트너스는 자본금 1억7500만원, 자본총액 2억원에 불과한 외형을 지니고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S·G저축은행 측은 개별 저축은행 대출한도(100억원) 내에서 추가 조항을 삽입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무엇보다 M파트너스의 이력 및 전문성을 신뢰했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CP사가 S·G저축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려올 때 L씨가 전면에 나섰다면 S·G저축은행은 도의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대출 승인 절차상 문제가 없더라도 L씨는 H소프트서 회삿돈 횡령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경제사범’으로 낙인찍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의심만 잔뜩
모호한 대출

L씨는 개인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힘을 보탠 건 맞지만 S·G저축은행서 자금을 빌린 내용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S·G저축은행 역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G저축은행 측은 “해당 건에 대한 대출 승인은 충분한 검토 끝에 이뤄진 일”이라며 “공식적인 차원서 모든 일이 처리됐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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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