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입수> ‘정적 제거 사주설’ 거제시장 무슨 일이…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11 11:09:29
  • 호수 1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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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봐서 돈 줄게…”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거제도가 발칵 뒤집혔다. 조폭이 1인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거제시장이 정적 제거에 나섰다는 자극적인 이야기가 거제에 떠돌았다. 하지만 거제시장은 뚜렷한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법망을 유유히 벗어난 상황이다. <일요시사>는 거제 민주당 정치인들의 고소장을 입수해 ‘거제발 정적 제거’ 스토리를 들여다봤다.    
 

‘거제시장 정적 제거 사주설’이 처음 외부로 표출된 시점은 지난 8월31일이다. 당시 지역 조폭으로 알려진 장명호씨는 ‘거제시장 권민호 조직폭력배 사주해 민주당 핵심세력 제거하라 사주함’이란 피켓을 들고 거제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뒤에 누가?

장씨는 “(유람선 사업자의 요청에 따라) 거제지역 섬들을 오가는 유람선 허가를 부탁하는 과정서 권 시장이 ‘민주당 입당을 반대하는 거제지역 정치인을 제거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치인은 김해연 전 경남도의원, 한기수 거제시의회 부의장, 변광룡 거제시당협위원장 등이다. 

장씨는 이들 3명을 만나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녹취록도 공개해 3명을 압박했다. 녹취록에는 장씨가 세 사람을 만난 술자리서 금품을 전달한 정황이 담겼다. 하지만 민주당 정치인들은 강력하게 부인했고 한 부의장과 김 전 도의원은 장씨를 고소했다. 


이후 지난 9월 검찰은 유람선 허가를 따내는 명목으로 전 거제시의원인 김모씨로부터 로비자금 6000만원을 받은 장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아울러 장씨의 매형으로 알려진 전직 시의회 부의장을 지낸 김두환씨는 김모씨와 장씨를 소개해준 대가로 김모씨로부터 1000만원을 받아 역시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달 28일 김두환씨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장씨와 그의 매형인 김씨는 알선수재 이외에 추가적으로 지난달 말 한 부의장과 김 전 경남도의원에게 고소를 당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한기수(고소인)-김두환(피고소인) 고소장’ ‘김해연(고소인)-장명호·김두환(피고소인) 고소장’은 ‘거제발 정적 제거’ 이야기의 요약본과 같다. 

우선 한 부의장의 고소장부터 살펴보면 한 부의장은 김씨를 공모 또는 교사 형식의 강요죄, 명예훼손죄, 공직선거법 상 선거 자유방해죄 혐의로 고소했다. 한 부의장은 김씨가 장씨와 범죄행위 일체를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첫째, 김씨가 장씨와 매부지간이라는 점. 둘째, 장씨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가 시장과 장씨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점 등이다. 특히, 장씨가 김 전 도의원과 한 부의장을 함정으로 몰아넣기 위해 제공할 돈을 준비해 두고 있다고 말하자 김씨는 “응, 응” “그렇지” 등의 말로 장단을 맞추기도 했다. 

민주당 정치인 추가 고소장 제출
유람선 허가 둘러싸고 조폭 연루 

명예훼손 부분에 있어서는 장씨가 지역신문 기자들에게 푼 녹취록이 김씨와의 기획에 의한 것이란 주장을 펼쳤다. 즉, 금전 수수사실을 적시해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해서는 김씨가 내년 6·13 지방선거에 출마할 본인을 폭력과 협박을 사용해 술집으로 유인했다는 점을 들었다. 

<일요시사>가 고소장 이외에 사건 관련자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권민호 시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알려진다. 사실상 권 시장의 사조직이라 불리는 사단법인 ‘못난 소나무’의 운영자임과 동시에 ‘징검다리’ 등을 관리키도 했다. 

김씨가 권 시장의 최측근 인물인 만큼 이번 사태서 법망을 벗어난 권 시장에 대한 의혹은 커지고 있다. 

다음으로 내년 거제시장 출마를 앞두고 있는 김해연 전 경남도의원의 고소장을 살펴보면 장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에 대해선 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고소했다. 김 전 도의원은 고소장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히 장씨가 주장하는 금전 수수 부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주장의 근거로 김씨와 장씨가 김 전 도의원과의 만남을 논의하는 과정서 ‘서두르지 마라’ ‘어떻게 대응하라’ 등의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김 전 도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의 정적으로 지목된 인사들에 대해 향응 제공 등을 통한 정치적 제거 목적이 있었던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정치적 목적이 권민호 시장과의 암묵적인 협의과정서 이뤄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는 시장의 직접 개입에 관한 근거가 불충분해 본 고소장에선 피고소인들(김씨, 장씨)에게만 우선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전했다. 

김 전 도의원은 고소장을 통해 두 사람이 명예훼손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권 시장이 김씨를 통해 장씨에게 향응 제공을 지시했고, 수집한 자료(녹취록)를 외부에 공개하는 방법을 통해 본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씨와 장씨의 대화를 통해 공모 관계임을 강조했다. 

앞서 장씨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가 장씨에게 “그러니까 나는 니 성질이 급해서”라고 말하자 장씨는 “그래서 분위기 봐서 항상 (김해연에게 줄) 돈은 준비해 가지고 있거든”이라고 말한 내용이 나온다. 위와 같은 취지의 말들은 여러 차례 오간 것으로 알려진다. 

한 부의장과 마찬가지로 김 전 도의원은 두 사람의 행위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김 전 도의원이 사실상 내년 거제시장 출마를 밝히고 있었던 점에 비춰 낙마를 목적으로 유인해 돈을 전달하려 했다는 것이다. 

“악의적 모함”


고소장 말미에 김 전 도의원은 “피고소인들의 악의적인 모함에 따른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명예가 훼손되고 차기 지방선거서 거제시장 후보를 희망하는 입장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있다”며 “엄정한 수사를 통해 이 사건의 모든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권민호-민주당 힘겨루기 

앞서 대선을 한 달여쯤 앞둔 4월 권민호 거제시장은 자유한국당을 전격 탈당했다. 거제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잘 돼야 한다는 바람에서였다. 이후 권 시장은 민주당 입당을 타진했다. 

하지만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의 반발로 권 시장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미 내년 지방선거서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라 집권당에 소속되는 것이 급선무인 권 시장이다. 

최근 권 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직까지 입당 원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내일이라도 내면 된다”며 “일정한 모양새를 갖춘 후 입당할 예정이다. 11∼12월 사이에 입당 문제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권 시장의 바람과 달리 지역 내 민심은 권 시장의 민주당 입당을 적폐로 규정하고 있어 당분간 입당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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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