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재계 연말인사 총정리

사람에 흥하고 사람에 망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재계에 연말인사 결과가 속속들이 공개되고 있다. 연말인사에 따라 작게는 기업의 향방이, 크게는 그룹 및 재계의 방향성 달라지곤 한다. 관계자들이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 올해 연말인사 키워드를 선정했다.
 

올해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바야흐로 연말 인사 시즌. 각 그룹사 마다 사정에 따라 시기가 조정되고 있지만 순차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효용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고심이 한창인 모습이다.

이번 연말인사의 주요 키워드는 ‘젊은 피’다. 재계는 젊은 인재를 원했다. 그룹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젊은 경영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경향은 이번 인사를 통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전반적으로 60대 경영진은 뒷선으로 물러나는 모습이다.

차세대 리더
젊은피 등용

최근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임원인사를 살펴보면 60대 임원 전원이 경영일선에 물러나면서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15일 공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윤주화(64) 삼성사회봉사단장, 김종호(60) 글로벌품질혁신팀장, 이인용(60) 커뮤니케이션팀장, 장원기(62) 중국전략협력실장, 정칠희(60) 종합기술원장 등이 퇴진했다.


그 자리는 젊은 경영인으로 대체됐다. 지난달 2일 발표된 사장단 인사에 따르면 사장 승진 대상 7인 모두 50대였다. 이에 앞선 부문장 인사에서 DS부문 김기남 사장, CE부문 김현석 사장, IM부문 고동진 사장도 50대다. 부문장 평균나이는 57세로 이전 63.3세에 비해 무려 6.3년 젊어졌다.

이 같은 기조는 재계에 고스란히 전달되는 모습이다. GS그룹 역시 50대 임원을 대거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8일 GS그룹이 발표한 2018년 임원인사에 따르면 사장 승진 3명, 부사장 승진 1명, 전무 승진 4명, 상무 신규 선임 22명 등 총 30명이 승진 대상에 올랐다.

사장 승진 대상자를 살펴보면 정찬수(55세) (주)GS 부사장과 김형국(55세) GS칼텍스 부사장이 사장으로 진급했다. 엄태진(60세) GS칼텍스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GS스포츠 대표이사를 맡는다. 

부사장으로는 이상기(57세) GS건설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GS파워 한기훈(56세) 상무, 김성민 (50세) GS칼텍스 상무, 소일섭(54세) 상무와 GS건설 김규화(53세) 상무가 각각 전무로 승진한다.

CJ그룹 역시 차세대 50대 경영인을 차세대 리더로 내세웠다. GS그룹과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를 50대로 교체했다. 주력 계열사 CJ제일제당 신임 대표에 신현재(56) 사장을, CJ주식회사 공동대표에 김홍기(52) 총괄부사장을 각각 승진 임명했다.

또 강신호(56)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와 손관수(57) CJ대한통운 공동대표, 허민회(55) CJ오쇼핑 대표를 부사장에서 총괄부사장으로의 진급인사를 단행했다.
 


CJ 관계자는 “주요 경영진 세대교체와 조직 개편, 글로벌 및 전략 기획 등 미래 준비 강화로 ‘2020 그레이트 CJ’를 달성하기 위한 인사”라며 “변화와 혁신을 통해 ‘월드 베스트 CJ’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룹내 승계 후계자들의 진급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4일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정기선 전무의 부사장 진급을 확정했다. 

“인사가 만사” 현안 따라 인력 배치
 연말 승진 통해 신성장동력 모색

정기선 부사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며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으로 후계자로 꼽힌다. 재계에선 정 대표를 현대중공업그룹을 이끌 유력 후보로 꼽았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1982년생인 정 대표는 서울서 태어나 청운중학교, 대일외고를 거쳐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 1월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한 이후 같은 해 8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위해 미국 유학길에 나섰다. 유학 과정을 마친 뒤에는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서 근무했다. 

2013년 6월 다시 현대중공업에 부장으로 입사했다가 약 1년 반이 지난 이후 2014년 10월 기획재무부문장 총괄 상무로 진급했다. 상무에 오른 지 1년 반 만에 또다시 전무로 오르면서 재계에선 승계작업에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내놨다. 

재입사 4년 만에 부장서 부사장으로 직급이 수직 상승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일감 부족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서 경영진 세대교체를 통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보다 적극적으로 돌파해 나가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인사 배경을 밝혔다.

코오롱도 연말인사를 단행하면서 이웅렬 코오롱 회장 장남인 이규호 상무보를 지난달 26일 임원인사에서 상무로 승진 대상에 포함했다. 코오롱 오너 4세인 이 상무는 2012년 입사한 뒤 2014년 코오롱글로벌 부장,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로 쾌속 승진했다. 

역시 금수저
후계자 약진

이번 승진으로 그는 입사 5년만에 상무까지 진급하면서 회사내 입지를 넓혀갔다.


CJ그룹도 후계자들이 대거 승진 대상에 올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맏딸인 이경후(32)씨는 CJ 미주지역본부 통합마케팅담당 상무로, 사위인 정종환(37)씨는 CJ 미주지역본부 공동본부장 상무로 각각 승진했다. 다만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27) CJ주식회사 부장은 이번 승진인사에서 제외됐다.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는 점을 확인한 것도 눈길을 끈다. 재계를 선도하는 삼성전자는 이번 연말인사에서 총 7명의 여성임원을 배출했다. 221명의 승진 대상자를 감안하면 여전히 많은 적은 숫자지만 최근 3년래 최대 수치다. 

여성 임원 승진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도체(DS) 부문서 여성 임원이 많이 배출됐다. 7명 승진 임원 가운데 3명이 DS부문 소속이었다. DS부문 메모리사업부 CS팀의 김승리 신임 상무는 메모리 반도체 고객 품질관리 및 기술지원 전문가로 미주 대형 거래선 만족도 제고를 통한 실적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DS부문 반도체연구소 공정개발실 이금주 신임 상무는 D램(RAM) 공정개발 전문가로 차세대 D램 공정 성능 개선 및 최적화를 통한 초격차 기술 확보에 기여했다. 
 

의 이정자 신임 상무는 가스·배관 등 반도체 생산 인프라 전문가로 친환경 사업장 구축을 통해 사업 경쟁력 제고에 공헌했다. 이밖에 생활가전사업부 2명, 무선사업부 1명, 경영지원실 1명의 신규 여성 임원이 발탁됐다.

최근 여성 임원이 늘고 있는 추세다. 보수적이라 평가받는 유통업계도 이 같은 기조가 확인됐다. 홈플러스는 최근 임일순 사장을 배출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CEO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의 핵심으로 꼽히는 상품부문장과 기업운영의 중심인 인사부문장까지 여성으로 채웠다고 밝혔다. 임 신임 사장이 승진 전 맡았던 직책 또한 기업운영의 핵심부서로 꼽히는 경영지원부문장이다.

홈플러스의 부문장급 임원 중 여성 비율은 약 38%에 달한다. 특히 전무급 이상 고위임원으로만 그 범위를 좁히면 무려 절반(50%)이 여성이다. 

유리천장 깨다
여성파워 과시

지난 13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임 사장은 최근까지 홈플러스 경영지원부문장(COO·부사장)을 맡아왔으며 그 이전에는 재무부문장(CFO)을 역임한 바 있다. 김상현 부회장과 함께 지난해 홈플러스의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여기에 엄승희 홈플러스 상품부문장(부사장)은 1987년 미국 GE에서 경력을 시작한 이래 30여년간 글로벌 유통기업서 마케팅과 상품 관련 경험을 쌓아온 상품 및 유통 전문가다.

특히 2003년부터 최근까지 월마트(Walmart) 미국 본사와 일본 지사서 상품부문 최고임원(Senior Vice President)으로 근무해오며 많은 성공사례를 만들어 온 인물이다. 최영미 홈플러스 인사부문장(전무)은 홈플러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이끌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대형마트 고객의 상당수가 여성인 만큼 고객 입장서 대형마트를 바라보는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며 “홈플러스는 그 동안 주요 요직에 여성 임원을 배치시키는 등 임원 선임에 성별을 가리지 않고 평등한 인사를 진행해왔으며, 향후에도 이 같은 인사방침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업계도 여풍(女風)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금융투자업계 연말 인사에 여풍이 거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캐피탈에 지난달 22일 윤자경·이구범 공동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특히 조직 정비 및 경영 관리를 담당하기로 한 윤 대표는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을 합쳐 주력 계열사의 첫 여성 대표임에 따라 이목을 끌고 있다. 

1970년생 윤 대표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매일경제>서 기자로 일하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2007년 미래에셋증권(현 미래에셋대우)에 입사해 2012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을 거쳐 올해 미래에셋대우에 혁신추진단 상무보로 돌아왔다.

또 지난 23일 미래에셋대우 인사에서는 박숙경 호남충청지역본부장(상무), 김미정 투자금융1본부장(이사대우), 김지숙(46) VIP서비스본부장(이사대우) 등 3명의 40대 여성 본부장 등이 새로 임명됐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이번 그룹사 전체적으로 젊은 여성 발탁 인사가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서도 지난달 20일 이순남 강남선릉센터장이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창사 이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임원이 탄생한 것이다. 

1969년생인 이순남 상무는 1988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30년간 대신증권서 강남역지점장, 강남역삼센터장, 강남선릉센터장을 역임, 강남권역 영업을 10년 넘게 이끌고 있다. 

증권 유관 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도 최초의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지난달 14일 김정미 증권등록부장이 전자증권추진본부장으로 승진, 예탁결제원이 추진하고 있는 전자증권시스템 개발을 이끌 방침이다. 

대대적 물갈이 안정보다 쇄신
살벌한 경제계 경영효율 고심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금융투자업계서 여성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며 “그러나 여전히 다른 산업군에 비해 여성 임원이 비율이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연말 인사서 가장 중요한 성과주의도 빠질 수 없다. 삼성전자는 이번 연말 인사서 실적에 따른 과감한 승진을 단행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반도체부문서 6명의 사장 승진자 가운데 4명이 나온 것은 좋은 방증이다. 
 

이번 임원 인사서도 99명(전체 221명)의 승진자가 반도체부문서 나왔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 역시 성과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그룹은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에 적절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 21조819억 원, 33조707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78.05%, 14.5%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에선 김준 사장이 올해 승진 인사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돈다. 다만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전년에 승진을 했기 때문에 승진 대상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각을 앞둔 대우건설은 조직개편과 연말 인사를 동시에 단행했다. 지난달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11본부 1원 2실 50담당 101팀이던 회사 조직을 8본부 1원 37실 98팀으로 개편했다. 기존의 담당 임원 제도를 없애고 ‘실’ 조직이 크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아파트, 오피스텔 사업을 각각 맡던 주택사업본부와 건축사업본부가 합쳐졌다. 해외 사업의 경우 수주, 시공, 운영 등의 전 과정을 단일 사업본부가 총괄하는 방식으로 단순화됐다. 전략기획본부 산하의 리스크 관리 부서는 리스크관리본부로 독립했다. 

대우건설은 이에 따라 연말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사업총괄 전무 이훈복 ▲기술연구원장 전무 박용규 ▲인사경영지원본부장 전무 서병운 ▲주택건축사업본부장 전무 김창환 ▲품질안전실장 전무 지홍근 ▲전략기획본부장 전무 김상렬 ▲감사실장 전무 조성진 ▲조달본부장 전무 김용철 ▲재무관리본부장 상무 조인환 ▲토목사업본부장 상무 서복남 ▲리스크관리본부장 상무 백정완 ▲플랜트사업본부장 상무 조승일 등이 승진했다.

이달 연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되는 현대차그룹 경우 연말 인사를 통해 조직쇄신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부회장·사장·부사장·법인장급 인사는 연중 수시로 내고 연말 인사에서는 대부분 전무급 이하 임원들의 승진만 발표한다. 조직 쇄신의 흐름은 해외 계열사서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10월30일 현대차는 해외 생산법인장을 대거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비즈니스포스트>에 따르면 김준하 부사장은 북미생산법인(HMMA) 법인장을 맡다가 본사로 복귀했다. 

최동열 전무는 러시아생산법인(HMMR) 법인장서 북미생산법인 법인장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이영택 브라질법인(HMB) 공장장 전무는 최동열 전무의 뒤를 이어 러시아생산법인 법인장으로 이동했다.

이영택 전무를 대신해 미국 앨라바마공장 관리팀장을 맡던 엄태신 상무가 브라질법인 공장장에 임명했다. 

실적이 우선
신상필벌 강화

체코생산법인(HMMC) 법인장은 기존 최동우 전무서 파워트레인생기센터장을 맡던 양동환 전무로 교체됐다. 최동우 전무는 체코생산법인 보다 상위 조직인 유럽관리사업부장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각 기업들은 연말 인사를 통해 조직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이를 다음해의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며 “올해 연말인사에선 주요 그룹들이 정부의 정책기조와 그룹내 현안 간 균형을 맞춰 연말인사를 단행한 점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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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