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분당 후폭풍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13 10:44:03
  • 호수 1140호
  • 댓글 0개

남은 11명은 어디로 갈까?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바른정당이 분당을 맞으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보수 정통성 대결서 바른정당이 백기를 든 가운데 바른정당발 정계개편 파장이 여야 전반에 미치는 모양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가능성부터 시작해 한국당 내 권력 암투에 이르기까지 여러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일요시사>는 바른정당이 쏜 정계개편 신호탄으로 향후 정국을 점쳐봤다.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 9명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이날 김영우 의원은 “대한민국 보수가 작은 강물로 나뉘지 않고 큰 바다서 만나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겠다”며 “우리가 보수대통합의 길로 먼저 가겠다”고 말해 탈당을 공식화했다. 

집단 탈당
보수대통합?

이로써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다. 탈당 행렬에는 원내 의원들뿐만 원외 인사들도 동참했다. 바른정당 원외 당협위원장과 기초·광역의원 48명은 지난 8일 동반 탈당을 선언해 바른정당은 사실상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다만 잔류파 의원들의 중도보수 통합 추진 합의를 계기로 바른정당은 안정을 되찾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9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당 대표 후보 연석회의서 권오을 최고위원은 “탈당 사태 이후 조금 혼란스러웠던 당내 분위기가 안정돼 간다”며 “13일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여러분의 기대 이상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해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중도보수통합 추진위 간사를 맡은 유의동 의원은 지난 8일 “당은 중도 플러스 보수대통합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며 “12월 중순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도보수통합 추진은 새 지도구 구성 이후 한 달 내로 추진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통합 방식은 추후 논의를 거쳐 정해질 방침이다. 일단 자강론을 외치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13일 전당댕회서 대표로 선출)이 통합 추진에 한발짝 양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당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9일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 공식적으로 복당했다. 

바른정당 탈당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무성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 직후 “서로 간 생각 차이와 과거 허물을 묻고 따지기에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좌파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한 보수대통합의 대열에 참여하게 된 것을 크게,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을 반겼다. 

홍 대표는 “아직 정치적 앙금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제 그 앙금을 해소하고 좌파정부의 폭주를 막아달라는 국민적 여망으로 우리가 다시 뭉치게 됐다”며 “힘을 합쳐서 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전날 홍 대표는 바른정당 잔류파 의원들의 ‘추가 복당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나머지 바른정당 분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득하기 어렵다”며 “이제 문을 닫고 내부화합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미 탈당을 선언한 바른정당 통합파 9명은 받아들이지만 나머지 11명은 추후 복당을 희망해도 받지 않겠다는 취지다. 

친박 청산 솔솔
친홍-친김 내전

정치권에선 김무성 의원 등 탈당파 의원들의 한국당 복당이 어떤 정치적 시너지를 형성할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한국당은 친박 청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제명이라는 산을 넘었지만 서청원·최경원으로 대표되는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의 제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홍 대표는 연일 친박 진영에 대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잔박(잔류친박)들의 정치생명만 단축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원색 비난했다. 

하지만 두 의원을 비롯한 친박 청산이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높다. 

당내 의원을 제명하려면 의원총회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의총 소집권한이 있는 정 원내대표도 이들 의원을 제명하기 위한 의총 개최에 소극적인 점도 친박 청산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홍 대표가 ‘여론전’을 통해 친박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바른정당서 복당한 의원들은 그의 훌륭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한국당에 복당한 황영철 의원은 TBS라디오에 출연해 ‘이들 의원 제명을 위해 복당파 의원 9명이 노력하겠느냐’는 질문에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 같다. 다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친박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당분간은 기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표적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은 김무성 의원을 겨냥해 “총선 참패, 대통령 탄핵 주도, 탈당으로 인해 대선까지 치렀다”며 “서·최 의원과 김 의원이 다른 것은 홍 대표에게 줄을 서냐, 안 서느냐일 뿐이다. 그래서 홍준표의 사당화를 우려하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일각에선 내달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친 홍준표-친 김무성-친 박근혜’로 조각 난 계파들 사이에 혈전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달 16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의 경우 당내에서는 과거 비박(비 박근혜)계로 김무성 의원의 최 측근으로 거론되는 3선의 김성태 의원, 친박계 홍문종 의원 등의 출마가 거론된다.
 


친박 청산이라는 대의를 이루기 위해 홍 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손을 잡고 김성태 의원을 지원하는 그림도 그려진다. 다만 앞서 한국당을 박차고 나가 바른정당을 세웠던 1등 공신인 김 의원이 한국당에 복당을 했지만 확장성은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9명 한국당 복당으로 정치권 요동
홍-김 연대전선…긴장하는 친박계 

이밖에 홍 대표와 김 의원이 현재는 친박 청산을 기치로 전략적 연대에 나서고 있지만 지방선거 공천권 및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양 계파는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도 높다. 

즉 김 의원의 복당이 당내 권력구도의 변화를 가져와 당이 내분에 휩싸일 것이란 분석이다. 당장 '홍-김' 두 사람이 권력을 놓고 싸우지는 않겠지만 당내 선거부터 시작해 지방선거까지 두 계파는 권력쟁탈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9명 복당으로 일단 한국당은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다. 116명으로 여당인 민주당(121석)과는 단 5석 차이다. 만약 바른정당 의원 중 추가 탈당자가 나오면 한국당은 민주당을 제치고 원내 제1당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특히 120석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국회선진화법의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을 독자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과제 관련 쟁점법안 상정을 사실상 모두 거부할 수 있는 숫자다. 또한 제 1당에 오르면 제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자리도 가져올 수 있다.


한국당 의원이 국회의장에 오르면 국회 운영 주도권도 자연스럽게 한국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관건은 지지율이다. 현재 민주당은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마디로 ‘독주체제’다.

한국당 내부서도 당장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메시지는 좋을지 몰라도 메신저가 좋지 않다”고 말해 에둘러 상황을 표현했다. 즉 홍 대표나 김 의원에 대한 보수층의 부정적 평가가 쉽게 바뀌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잔류파 과연
어디로 갈까?

이번 바른정당 탈당파의 한국당 복당은 국민의당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른정당에 잔류파만 남음으로써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국민의당에선 친안(친 안철수)계를 중심으로 바른정당과 통합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바른정당 잔류파도 국민의당과 통합의 문을 닫지 않았다고 화답했다. 
 

양 당 통합에 대해 안 대표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은 지난 9일 “여전히 (바른정당과의 통합)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오히려 바른정당 창당 정신 또는 개혁 지향성은 여전히 당에 남은 분들한테 정당성, 정통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합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도 두 당 의원들의 국민통합포럼 조찬 모임서 “국민의당과 정책 공조, 선거연대는 이미 하기로 했고, 실행만 하면 되는 것”이라며 “통합의 가능성까지 열어둔 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실질적 대주주인 유승민 의원도 “명분 있는 중도보수 개혁세력 통합은 오래 전부터 일관되게 한다고 얘기했었다”고 말해 통합론에 긍정적 의사를 밝혔다.

두 당 모두 ‘개혁’을 중도개혁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탈당의 재결합보다 통합 명분 싸움서 우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바른정당’의 통합론이 분출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바른정당은 원내 영향력, 국고보조금 문제 등 비교섭단체로 전락한 처지를 극복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안 대표 입장에선 바른정당 잔류파와 통합으로 중도·보수 대표주자로 거듭나고 지지 기반을 전국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

이는 당장의 정계개편이 아니라 차기 총선과 대선까지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보인다. 특히 햇볕정책에 대한 무언급, 대북 강경 기조 등 바른정당과 정책적 교집합을 넓히는 행보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원내 제1당 위협…민주당 플랜은?
국당-바른 잔류파 합당 논의 솔솔 

다만, 당내 반발은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해 넘어야만 할 산이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통합 움직임을 보이는 안 대표에 대해 “바른정당과 통합 추진을 중단키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 박주현 의원은 “사당화와 우경화를 초래한 안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바른정당 분당으로 민주당도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특히 한국당이 원내 1당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민의당에 대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당과)이제는 서로 손을 잡을 때가 됐다. 그래서 당장은 못 해도 물밑에서 대화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지금 121석의 여당으로는 이번 정기국회서도 그냥 빈손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 분당했었던 아픔은 있지만 문 대통령의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정체성이 유사한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 모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국민의당 동교동계가 주축을 이룬 고문단이 민주당과 연대·통합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향후 양당의 결합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민주당 한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 전후로 국민의당 호남계 의원들이 개별적인 이동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긴장
국당은 내홍

모 대학 정치학과교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대해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당대당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아 있는 잔류파하고 무슨 당대당 통합을 하겠느냐”며 “안철수 대표 중심의 국민의당이 정체성을 확보하고 바른정당서 개별적으로 입당하는 것은 받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 앞에 국민의당 중심의 제3 중도 개혁 정당을 내놓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내교섭단체 지위는?

원내교섭단체란 국회서 의원이 의사진행에 관한 중요한 안건을 종합하고 합의해 사전에 교섭하기 위해 일정한 수 이상의 의원들로 구성된 의원단체를 말한다. 소속의원 20인 이상의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 정당 단위가 아니라도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20인 이상의 의원은 따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국회 총무회담에 참여, 국고보조금 지원, 국회 운영 및 의사일정 협의, 위원회 위원 선임 및 개선 요청, 발언자의 수·발언 시간 및 발언 순서 협의 등을 담당한다. 우리나라 교섭단체 구성요건은 국회의원 20인 이상으로 시작해 6∼8대 국회 때 10인으로 완화됐다가 유신체제 이후 국회부터 20인으로 바뀌었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