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철수론 풀스토리’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06 10:57:42
  • 호수 11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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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사업가가…동네북 신세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촉망받던 ‘의사’, 성공한 ‘사업가’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는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국민의당을 원내 제3당에 올리면서 다당제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대선 패배 이후 갈 길을 잃은 모습이다. ‘철수’ 정치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대중적 관심을 받기 시작한 순간은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하고 난 직후다. 당시 ‘안철수 편’이 16.6%의 전국 시청률로 그는 안철수란 이름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로부터 1년 뒤 그는 법륜 스님과 함께 ‘청춘콘서트’를 열면서 젊은이들의 ‘멘토’로 거듭났다. 

청년 멘토서 
대선 주자로 

청춘콘서트로 20∼30세대의 지지를 등에 업은 그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여론조사서 그는 지지율 50%를 상회하며 기존 정치권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앞서 정치입문 가능성을 일축했던 그가 출마에 여지를 두면서 대중들의 관심은 폭발했다. 

하지만 그는 당시 지지율 5%에 불과했던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였던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했다. 그의 정치인생 첫 ‘철수’였다. 결국 박 변호사는 정몽준 후보를 꺾고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당시 안 대표는 ‘박 변호사에게 양보해야 하는지’ ‘선거 출마를 위해 서울대 융합대학원장직을 그만둬야 하는지’ ‘정치를 시작한다면 10년은 꾸준히 해야 할 텐데 본인이 그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의 두 번째 ‘철수’는 2012년도에 있었다. 서울시장 불출마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는 각종 대선 여론조사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 2012년 9월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중의 기대감은 폭발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자 가상대결에서 안 후보는 박 후보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달렸고, 박 후보와 양자대결에선 안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선을 약 한 달 앞두고 나서야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역전해 지지율에서 조금씩 앞서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안 후보는 2012년 11월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당시 안 후보의 사퇴를 두고 최 측근들은 만류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안 후보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정치권에선 문 후보와의 양자토론회에서 안 후보가 밀리면서 사퇴 수순을 밟은 것으로 분석했다.  
 

두 번의 철수가 있었지만 정치권서 안철수는 잠재적 대선 후보란 인식이 퍼졌다. 2013년 4월 그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통해 본격적으로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무소속임에도 불구하고 60.5%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2014년 3월 제3지대 창당방식으로 민주당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한 김한길 대표와 함께 새정연 1기 공동대표를 맡아 야권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현실정치의 냉혹함을 공동대표 4개월 만에 알게 됐다. 2014년 7월 재보선서 새정연은 새누리당에 참패했다. 당시 안 공동대표는 “선거결과는 대표들 책임”이라며 “평당원으로 돌아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정치인생 중 세 번째 ‘철수’였다. 


철수 또 철수 
창당 승부수 

평당원으로 머무르면서 반전의 기회를 모색했지만 당시 2015년 2월 당 대표에 오른 문재인 대표와의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이미 당은 ‘친문(친 문재인)계’가 장악하고 있었고 당내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새정연 지도부 구성을 놓고 문 대표와 설전은 계속됐다.

문 대표는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체제로 지도부 구성을 제안했다. ‘협력’을 통해 당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미였으나 안 대표는 해당 제안을 거절했다. 표면상 협력이지만 사실상 ‘문재인 체제’의 연장선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문 대표에 ‘혁신전대’를 역제안했다. 문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문-안 양자대결 전당대회를 통해 승자를 가리자는 의미였다. 당권을 잡아야지만 차기 대선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상황서 안 대표가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문 대표는 거절했고 안 대표는 결국 2015년 12월13일 국회정론관서 새정치연합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 거듭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답은 없었다”며 “그래도 머물러 안주하려는 힘은 너무도 강했고 저의 힘과 능력은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제 허허벌판에 혈혈단신 나선다. 나침반도 지도도 없지만 목표는 확실하다.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고 더 나은 정치, 국민의 삶을 돌보는 정치로 국민께 보답할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세력화를 천명한 셈이다. 네 번째 ‘철수’에 이른 그는 신당 창당으로 재도약을 꿈꿨다.  

TV 출연 인지도↑…서울시장·대선 양보
새정연 이끌고…재보선 참패 책임 ‘철수’

이듬해 2월2일 안 대표는 새정연을 탈당한 김한길, 천정배 등과 함께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안 대표는 당 대표 수락연설서 “지금 이 기회가 어쩌면 제게 주어진,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며 “이번에 바꾸지 못하면 정말 우리에겐 더 이상 꿈도, 희망도, 미래도 없다. 저는 국민의당에, 이번 선거에, 저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안철수 신당으로 불린 국민의당은 창당 이후 두 달 만에 총선을 맞이했다. 당초 새누리당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민주당이 최다 의석을 차지했고, 국민의당은 40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례대표에선 국민의당이 민주당을 누르고 2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안철수의 정치 실험이 통했다고 분석했다. 또, 안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로 통한 ‘오락가락 행보’와 ‘유약한 리더십’에 대한 대중 및 정치권의 의구심을 불식시켰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호사다마’라는 말처럼 안 대표의 봄날은 오래가지 못했다. 리베이트 파문이 터진 것.  
지난해 6월 선관위는 4·13총선 당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을 맡았던 김수민 의원과 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박선숙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관련 기업으로부터 2억182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리베이트 형태로 수수하고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작성한 혐의였다. 당시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이상돈 의원은 “홍보업체의 자금이 국민의당으로 들어온 것은 없다”고 밝혔음에도 여론은 들끓었고 의혹은 점점 커졌다. 
 

결국 안 대표는 리베이트 논란을 책임지는 의미로 대표직서 물러난다. 그의 정치인생 다섯 번째 ‘철수’였다. 그는 사퇴를 언급하면서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막스 베버가 책임 윤리를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라며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매번 책임져야할 일에 대해 책임을 져온 것도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모호한 자강론 
무리한 등판

그는 대표직서 물러나면서 훗날을 도모했다. 당시에는 대선이 1년6개월가량 남아 있었기 때문에 다시 당권을 잡고 대선주자로 나설 기회를 잡기에 시간은 충분했다. 안 대표의 공석은 박지원 전 대표가 채웠다. 박 전 대표는 비대위원장직을 유지하다가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에 올랐다. 박 대표 체제서 안 대표는 다시 몸집을 키웠다. 

이미 사당화 논란을 겪을 정도로 국민의당은 안 대표의 입김은 강력했다.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뒤 손학규 후보와 박주선 후보를 상대로 7차례 전국 순회 경선서 모두 압승하며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대선과정서 안 대표는 국민의당 중심의 집권전략인 ‘자강론’에 집중했다. 자강론은 창당초기부터 시작됐는데 본격적으로 지지율이 오른 것은 올 3월부터였다.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서 줄곧 2위를 차지하던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누르고 10개월 만에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지율이 오르면서 당시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 간 물밑 라인을 통한 중도·보수 통합론도 잦아들었다. 

안 대표는 지난 4월2일 서울 장충체육관서 열린 서울·인천지역 순회 경선서 “정치인에 의한 공학적 연대론은 모두 불살랐다”며 “국민에 의한 연대, 그 길만이 진정한 승리의 길”이라고 말해 인위적 연대론과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하지만 대선토론회 이후 안 대표의 지지도는 급락했다. 몇몇 여론조사 기관서 실시한 가상 양자대결서 문 후보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토론회 이후에는 문 후보를 앞서지 못했다.

안 대표의 대선토론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안 후보가 ‘내가 MB 아바타입니까’ ‘갑철수입니까’라고 물을 때 국민들이 대통령 그릇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토론회서 너무 대선주자 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토론회 이후 뚜렷한 반전기회를 맞지 못하면서 안 대표는 대선서 패배한다. 성적표도 초라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 농단 책임을 공유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의원에게도 밀렸다. 

결국 창당…초반 날다 추락중
지지율·통합론 난맥…운명은?

국민의당 대선평가위원회가 대선 이후 내놓은 ‘19대 대통령 선거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당 대표인 안 대표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대선평가위원회는 안 대표의 ‘중도노선’을 문제삼았다.

보고서는 “(안철수는) 정책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하고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서
대선을 치렀다“며 ”아무런 가치도 담기지 않고 내용도 없는 중도를 표방하면서 오히려 ‘MB 아바타’라는 이미지를 강화했다“고 비판했다. 

대선 패배 이후 정치권은 안 대표가 ‘정계은퇴’ 및 ‘2선 후퇴’를 통한 칩거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안 대표는 철수하지 않았다.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전당대회에 출마했다. 
 

이를 두고 여당 관계자는 “안 대표가 이번에 물러나면 정계에 다시 복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당 대표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은 전당대회를 통해서 드러났다. 대선 후보 선출 당시 80%이상 지지율을 기록하며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전당대회에선 51%에 그쳤다. 즉 당내 절반 가량은 안 대표를 지지하지 않은 셈이다. 

가까스로 50%를 넘어 결선투표까지 가는 수모를 겪진 않았지만 당내 입지는 좁아진 모양새다.   

현재 안 대표는 정치적 대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호남계 의원들은 안 대표의 통합론 및 자강론에 각을 세우고 있고, 당 지지율은 정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안 대표는 당의 수장으로서 내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만 하는 막중한 책임도 갖고 있다. 만약 내년 지방선거마저 민주당에 승기를 내준다면 안 대표의 정치생명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이후
정치생명 결정

최근 당내서 안 대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정동영 의원은 지난달 26일 “애초부터 안 대표가 (전당대회에) 등장한 것이 무리한 등판이었다”며 “일각에선 ‘이런 리더십으로 지방선거를 치르겠느냐 (안 대표가) 대표직을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라’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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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