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역대 대통령 재단 대해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23 11:31:13
  • 호수 1137호
  • 댓글 0개

방법 달라도 목적은 하나 ‘띄우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탄핵 혹은 금고형을 받지 않으면 전직 대통령은 기념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그 결과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을 제외하곤 모두 기념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각 기념재단의 규모와 운영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일요시사>는 역대 대통령 재단을 해부해봤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을 기리는 재단 이름은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이하 이승만사업회)다. 해당 기념사업회는 1975년 이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계기로 설립됐다. 이승만사업회는 설립 목적으로 ‘대한민국 이승만 건국대통령의 위업을 기리며 숭고한 독립정신과 건국 이념을 선양해 새시대를 열어갈 나라사랑 정신 함양’을 밝히고 있다. 

초대 대통령
우남 바로알기

현재 이승만사업회를 이끄는 인물은 광운학원 신철식 이사장이다. 신 회장은 박진 전 의원의 회장 임기만료로 지난 6월 임시이사회를 통해 회장에 올랐다. 신 회장의 부친은 이 전 대통령시절 제13대 국무총리를 역임한 신현확 전 총리다. 

신 회장은 유년시절 이 전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의 사랑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승만사업회 활동을 살펴보면 매년 이 전 대통령 추모식을 주관한다. 올해에는 지난 7월19일 국립현충원서 내빈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을 열었다. 이밖에 이 전 대통령의 호인 ‘우남’을 딴 <우남회보>를 발행한다. 지난해 10월 80호를 맞았다.


회보는 통권 형식으로 매년 1∼2호 정도를 발간한다. 회보는 기념사업회의 활동, 해외동정, 우남 바로알기 등을 다룬다. 특히 진보와 보수 진영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엇가리는 만큼 이 전 대통령의 일화 및 ‘미담’을 주로 실어 인식제고에 힘쓰는 모양새다. 

이승만사업회는 어떤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지난해 기준으로 해당사업회는 회비, 지원금(보훈처), 이자수익 및 잡수익으로 수입을 얻고 있었다. 한 해 동안 회비는 8330여만원이 걷혔고 보훈처로부터는 1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자수익은 160여만원이다.

지출의 경우 인건비가 4500만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밖에 추모행사비로 1500여만원을 썼고 회보 발행에 1800여만원이 들었다. 기타 행사비, 후원금 등을 포함에 지난해 총 1억3239만원을 사용했다. 

이승만 기념회 ‘건국대통령’ 강조
박정희 우표 취소하더니 꼼수 발행 

대한민국 제4대 대통령인 윤보선 전 대통령을 기리는 재단은 ‘해위윤보선대통령기념사업회(이하 윤보선사업회)’다. 해위는 윤 전 대통령의 호로 ‘바다 갈대’란 뜻이다. 독립운동가 신규식 선생이 상하이에서 지어준 것으로 알려진다.

윤보선사업회는 지난 2010년 윤 전 대통령 서거 20주년을 맞아 법인등기를 마쳤다. 현재 이사장은 김성수 대한 성공회 대주교가 맡고 있다. 대한민국 5∼9대 대통령을 역임한 박정희 대통령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이에 발맞춰 재단법인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하 박정희재단)’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정희재단은 1999년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발기 및 창립총회를 열고 시작을 알렸다. 지난 2012년까지 회장체제를 유지하다 2013년부터 이사장 체제로 탈바꿈했다.


초대 이사장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맡았다. 현재는 영남대학교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공공정책리더십학과 교수로 있는 좌승희 이사장이 재단을 이끌고 있다. 박정희재단은 박 전 대통령의 생애와 업적을 기념하고 국가 경영철학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세부적으론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운영, 박정희대통령 관련 기록물 수집·보존·전시 등을 수행한다. 

박정희재단는 계간지 형식의 회보도 발간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제목의 회보가 총 3회 발간됐다. 지난해에는 ‘감사해요 박정희’라는 제목의 회보가 3회 출간됐다.

회보에는 재단 이사장인 좌 이사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박 전 대통령의 명문, 비화, 체험수기, 에피소드 등을 다룬다. 주로 박 전 대통령의 과거 경제부흥노력을 미화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박정희 100주년
우표 발행 나서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취소한 바 있다. 그 결과 박정희우표는 무산됐고, 일부시민들은 10만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논란이 지속되는 와중에 박정희재단 차원서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매했다.

재단 측은 “대한민국 정부의 정식 기념우표가 아니라 ‘나만의 우표’ 제도를 통해 발행했다”고 밝혔다. 나만의 우표제도란 정부가 국가적으로 기념할 만한 인물이나 사건, 행사를 위해 그 해를 대표해 발행하는 정식 기념우표가 아니라 우정사업본부가 수익사업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재단은 지난 12일 배포를 완료한 상태다. 해당 재단은 기부금 모집도 한창인데 지난해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에 따르면 총 4억6962만원을 걷어들였다. 지난 2015년도에는 총 5억9312여만원이 모집됐다.

최근 국감에선 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박정희재단 기부금 중 수상한 점을 지적했다. 

도로공사 기부금 총액 중 35%(8000만원)가 박정희재단에 흘러 들어간 것이다. 이에 안 의원은 “기부금 규모가 대부분 1곳당 100만원서 500만원 사이인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액수는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재단도 존재한다.

‘최규하대통령기념사업회(이하 최규하재단)’란 이름으로 운영되는 해당 재단은 지난 2013년 발족했다. 최규하재단은 제10대 대통령으로서 최 전 대통령의 국정활동 및 20여년간 외교관과 외무부장관으로 활동한 부분 등을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재단 이사장은 함종한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맡고 있다. 지난해 10월 재단 이사장을 맡은 함 이사장은 “최규하 전 대통령은 평소 흠모하던 분이다. 국민에게 잘못 인식된 부분에 대해서 바르게 인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최 전 대통령을 청백리의 대표적 인물로 국민에게 적극 알려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규하재단은 지난해 이사진도 새로 구성했는데 이재만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최규연 전 조달청장, 조병우 재경원주시민회장, 조창진 SG건설 대표이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재단 홈페이지상 공개된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도에는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2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직원급여, 임차료, 도서인쇄비, 홍보비 등으로 3484여만원을 사용해 1574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지난 2014년에는 국가로부터 보조금 명목으로 7859만원을 받았고 판매비와 관리비로 총 7262만원을 사용해 43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발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까지 기부금이 견실하게 모이지 않는 모습이다. 

‘3김시대’의 주역 김영삼 전 대통령 재단은 ‘김영삼민주센터(이하 김영삼센터)’란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김영삼센터는 김 전 대통령 서거(2015년 11월22) 5년 전인 2010년 6월 설립됐다. 

연혁에 따르면 2010년 11월 김 전 대통령이 전 재산(52억)을 해당 민주센터에 기증했고 2012년 3월에는 김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 기공식이 열렸다.


이후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인 2015년 김영삼센터는 국가장을 주도했다. 지난해에는 서거 1주기 추모식을 거행키도 했다. 김영삼센터의 이사장은 김덕룡 전 의원이 맡고 있다. 김 이사장은 5선 의원으로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김 전 대통령이 신민당총재 시절에는 비서실장을 맡아 김 전 대통령과 정치적 동반자로 통한다.
 

김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30여년 만에 문민정부를 수립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자랑스러운 지도자”라며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투쟁과 문민정부의 역사적 자산을 수집, 기록, 기념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영삼센터의 조직원을 살펴보면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씨가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이밖에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박관용 전 국회의장,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 등이 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김영삼재단은 현재 재정난에 허덕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영삼대통령기념도서관의 경우 2015년 9월 준공허가와 사용승인까지 받았지만 등기를 취득하지 못했다. 재단차원에서 취득세를 납부하지 못했기 때문.

취득세를 내지 못해 상도동 사저마저 압류 위기에 처하자 유족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마련해 민주센터로부터 사저를 재매입했다. 이 같은 상황에 YS의 아들 현철씨는 “도서관 완공과 기념사업 착수를 늦어도 올 연말 아버님의 2주기 전에 반드시 마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김대중 재단 4곳
노통 후원자 5만

2009년 서거한 김대중 대통령을 기리는 재단은 ‘김대중평화센터(이하 평화센터)’ ‘김대중기념사업회’ ‘김대중컨벤션센터’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등 모두 4곳에 이른다. 평화센터는 2003년 설립됐다.

퇴임 후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뜻을 모아 세웠다. 현재 재단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의 영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맡고 있다. 초창기엔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이사장직을 수행했지만 2009년 서거와 동시에 이 여사가 뒤를 맡고 있다.

부이사장은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와 최용준 천재교육 대표가 맡고 있다. 이사에는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장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포진해 있다. 평화재단의 주요사업은 ‘6·15남북정상회담 기념식’ ‘노벨평화상 수상기념식’ ‘김대중 대통령 추모행사’ 등이다.

6·15남북정상회담 기념식과 노벨평화상 수상기념식은 올해로 각각 17주년과 16주년을 맞았다. 평화재단은 후원도 받고 있다. 평화재단서 모은 후원금은 매달 이 이사장이 방문하는 보육원과 양로원에 전달된다. 

최근 3개년도 후원내역을 보면 2014년 4억736만원, 2015년 7억4408만원, 2016년은 4억1295만원을 기록했다. 

이 이사장이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곳도 있다. 바로 ‘김대중기념사업회’다. 현재 이사장은 국민의당 권노갑 상임고문이 맡고 있다. 해당 기념회는 유품보존, 초상권, 지적재산권 관리부터 시작해 장학사업 및 인권향상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영삼센터…돈 없어 도서관도 못 짓는다
DJ재단 관리자는?…인기 폭발 노무현재단

이밖에 김대중컨벤션센터는 올해로 개관 10년 차를 맞았다. 광주에 위치한 해당 센터는 세계수소에너지대회, 국제관개배수위원회총회 등 국제회의 30건을 포함해 연간 약 150만명이 찾는 명실상부한 광주의 랜드마크다.

컨벤션센터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출신인 신환섭 사장이 맡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13년 개관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은 ‘김 전 대통령 생애를 통해 민주주의·인권·평화의 가치를 전한다’는 취지하에 설립됐다. 

목포에 위치한 기념관은 2층 규모에 총 4개의 전시실로 구성돼있다. 기부금은 2014년도 1237만원, 2015년도 2391만원, 2016년 2798만원을 걷어들여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은(이하 노무현재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 및 업적을 유지 계승시켜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토대가 되도록 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지난 2009년 11월1일에 설립됐다. 초대 이사장은 한명숙 전 총리가 맡았고 2대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역임했다. 이후 이병완 전 비서실장이 3대 이사장을 지냈고 현재는 이해찬 의원이 이사장직을 수행 중이다. 

노무현재단은 설립 당시인 2009년 출범 두달 반만에 26억이 넘는 후원금을 모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후원자 수는 지난 5월17일 기점으로 5만명을 넘어섰다. 타 대통령 재단과 비교가 불가한 수치다.

이에 노무현 재단은 “어려운 상황서도 꿋꿋하게 지켜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봉하 대통령기념관 건립과 노무현장학생 선발 등 착실한 사업 추진으로 여러분들의 뜻과 정성에 답하겠다”고 밝혔다. 

특이할만한 점은 노무현재단은 전국에 9곳의 지역위원회를 둘 정도로 세가 크다는 점이다. 각 지역위별로 임원 및 운영위원을 두고, 추모사업, 회원사업, 시민교육 사업, 장학사업 등을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17대 대통령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 기념재단은 지난 2014년에 세워졌다. 당시 퇴임 1년 반 만에 재단 설립에 나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초대이사장은 김앤장 이재후 변호사가 맡았다.

현재는 SBS 사장 출신으로 MB정부시절 대통령실 실장을 지낸 하금열 전 실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재단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주로 이 전 대통령이 외국 인사들을 만나는 모습이 담근 근황을 올리거나 이 전 대통령 시절 추진했던 정책(4대강)에 대한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회고록 이야기, 이력소개를 통해 MB 치적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대통령 예우
수백억 지원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민간단체 등이 전직 대통령을 위한 기념사업을 추진할 경우 재원의 30%를 국고서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 국가예산으로 지원받는 기념사업에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708억원), 김영삼 민주센터(265억원), 김대중 기념사업회(158억원),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550억원)이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