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역대 대통령 재단 대해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23 11:31:13
  • 호수 1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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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 달라도 목적은 하나 ‘띄우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탄핵 혹은 금고형을 받지 않으면 전직 대통령은 기념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그 결과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을 제외하곤 모두 기념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각 기념재단의 규모와 운영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일요시사>는 역대 대통령 재단을 해부해봤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을 기리는 재단 이름은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이하 이승만사업회)다. 해당 기념사업회는 1975년 이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계기로 설립됐다. 이승만사업회는 설립 목적으로 ‘대한민국 이승만 건국대통령의 위업을 기리며 숭고한 독립정신과 건국 이념을 선양해 새시대를 열어갈 나라사랑 정신 함양’을 밝히고 있다. 

초대 대통령
우남 바로알기

현재 이승만사업회를 이끄는 인물은 광운학원 신철식 이사장이다. 신 회장은 박진 전 의원의 회장 임기만료로 지난 6월 임시이사회를 통해 회장에 올랐다. 신 회장의 부친은 이 전 대통령시절 제13대 국무총리를 역임한 신현확 전 총리다. 

신 회장은 유년시절 이 전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의 사랑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승만사업회 활동을 살펴보면 매년 이 전 대통령 추모식을 주관한다. 올해에는 지난 7월19일 국립현충원서 내빈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을 열었다. 이밖에 이 전 대통령의 호인 ‘우남’을 딴 <우남회보>를 발행한다. 지난해 10월 80호를 맞았다.


회보는 통권 형식으로 매년 1∼2호 정도를 발간한다. 회보는 기념사업회의 활동, 해외동정, 우남 바로알기 등을 다룬다. 특히 진보와 보수 진영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엇가리는 만큼 이 전 대통령의 일화 및 ‘미담’을 주로 실어 인식제고에 힘쓰는 모양새다. 

이승만사업회는 어떤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지난해 기준으로 해당사업회는 회비, 지원금(보훈처), 이자수익 및 잡수익으로 수입을 얻고 있었다. 한 해 동안 회비는 8330여만원이 걷혔고 보훈처로부터는 1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자수익은 160여만원이다.

지출의 경우 인건비가 4500만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밖에 추모행사비로 1500여만원을 썼고 회보 발행에 1800여만원이 들었다. 기타 행사비, 후원금 등을 포함에 지난해 총 1억3239만원을 사용했다. 

이승만 기념회 ‘건국대통령’ 강조
박정희 우표 취소하더니 꼼수 발행 

대한민국 제4대 대통령인 윤보선 전 대통령을 기리는 재단은 ‘해위윤보선대통령기념사업회(이하 윤보선사업회)’다. 해위는 윤 전 대통령의 호로 ‘바다 갈대’란 뜻이다. 독립운동가 신규식 선생이 상하이에서 지어준 것으로 알려진다.

윤보선사업회는 지난 2010년 윤 전 대통령 서거 20주년을 맞아 법인등기를 마쳤다. 현재 이사장은 김성수 대한 성공회 대주교가 맡고 있다. 대한민국 5∼9대 대통령을 역임한 박정희 대통령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이에 발맞춰 재단법인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하 박정희재단)’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정희재단은 1999년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발기 및 창립총회를 열고 시작을 알렸다. 지난 2012년까지 회장체제를 유지하다 2013년부터 이사장 체제로 탈바꿈했다.


초대 이사장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맡았다. 현재는 영남대학교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공공정책리더십학과 교수로 있는 좌승희 이사장이 재단을 이끌고 있다. 박정희재단은 박 전 대통령의 생애와 업적을 기념하고 국가 경영철학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세부적으론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운영, 박정희대통령 관련 기록물 수집·보존·전시 등을 수행한다. 

박정희재단는 계간지 형식의 회보도 발간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제목의 회보가 총 3회 발간됐다. 지난해에는 ‘감사해요 박정희’라는 제목의 회보가 3회 출간됐다.

회보에는 재단 이사장인 좌 이사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박 전 대통령의 명문, 비화, 체험수기, 에피소드 등을 다룬다. 주로 박 전 대통령의 과거 경제부흥노력을 미화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박정희 100주년
우표 발행 나서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취소한 바 있다. 그 결과 박정희우표는 무산됐고, 일부시민들은 10만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논란이 지속되는 와중에 박정희재단 차원서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매했다.

재단 측은 “대한민국 정부의 정식 기념우표가 아니라 ‘나만의 우표’ 제도를 통해 발행했다”고 밝혔다. 나만의 우표제도란 정부가 국가적으로 기념할 만한 인물이나 사건, 행사를 위해 그 해를 대표해 발행하는 정식 기념우표가 아니라 우정사업본부가 수익사업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재단은 지난 12일 배포를 완료한 상태다. 해당 재단은 기부금 모집도 한창인데 지난해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에 따르면 총 4억6962만원을 걷어들였다. 지난 2015년도에는 총 5억9312여만원이 모집됐다.

최근 국감에선 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박정희재단 기부금 중 수상한 점을 지적했다. 

도로공사 기부금 총액 중 35%(8000만원)가 박정희재단에 흘러 들어간 것이다. 이에 안 의원은 “기부금 규모가 대부분 1곳당 100만원서 500만원 사이인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액수는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재단도 존재한다.

‘최규하대통령기념사업회(이하 최규하재단)’란 이름으로 운영되는 해당 재단은 지난 2013년 발족했다. 최규하재단은 제10대 대통령으로서 최 전 대통령의 국정활동 및 20여년간 외교관과 외무부장관으로 활동한 부분 등을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재단 이사장은 함종한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맡고 있다. 지난해 10월 재단 이사장을 맡은 함 이사장은 “최규하 전 대통령은 평소 흠모하던 분이다. 국민에게 잘못 인식된 부분에 대해서 바르게 인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최 전 대통령을 청백리의 대표적 인물로 국민에게 적극 알려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규하재단은 지난해 이사진도 새로 구성했는데 이재만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최규연 전 조달청장, 조병우 재경원주시민회장, 조창진 SG건설 대표이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재단 홈페이지상 공개된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도에는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2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직원급여, 임차료, 도서인쇄비, 홍보비 등으로 3484여만원을 사용해 1574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지난 2014년에는 국가로부터 보조금 명목으로 7859만원을 받았고 판매비와 관리비로 총 7262만원을 사용해 43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발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까지 기부금이 견실하게 모이지 않는 모습이다. 

‘3김시대’의 주역 김영삼 전 대통령 재단은 ‘김영삼민주센터(이하 김영삼센터)’란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김영삼센터는 김 전 대통령 서거(2015년 11월22) 5년 전인 2010년 6월 설립됐다. 

연혁에 따르면 2010년 11월 김 전 대통령이 전 재산(52억)을 해당 민주센터에 기증했고 2012년 3월에는 김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 기공식이 열렸다.


이후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인 2015년 김영삼센터는 국가장을 주도했다. 지난해에는 서거 1주기 추모식을 거행키도 했다. 김영삼센터의 이사장은 김덕룡 전 의원이 맡고 있다. 김 이사장은 5선 의원으로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김 전 대통령이 신민당총재 시절에는 비서실장을 맡아 김 전 대통령과 정치적 동반자로 통한다.
 

김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30여년 만에 문민정부를 수립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자랑스러운 지도자”라며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투쟁과 문민정부의 역사적 자산을 수집, 기록, 기념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영삼센터의 조직원을 살펴보면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씨가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이밖에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박관용 전 국회의장,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 등이 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김영삼재단은 현재 재정난에 허덕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영삼대통령기념도서관의 경우 2015년 9월 준공허가와 사용승인까지 받았지만 등기를 취득하지 못했다. 재단차원에서 취득세를 납부하지 못했기 때문.

취득세를 내지 못해 상도동 사저마저 압류 위기에 처하자 유족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마련해 민주센터로부터 사저를 재매입했다. 이 같은 상황에 YS의 아들 현철씨는 “도서관 완공과 기념사업 착수를 늦어도 올 연말 아버님의 2주기 전에 반드시 마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김대중 재단 4곳
노통 후원자 5만

2009년 서거한 김대중 대통령을 기리는 재단은 ‘김대중평화센터(이하 평화센터)’ ‘김대중기념사업회’ ‘김대중컨벤션센터’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등 모두 4곳에 이른다. 평화센터는 2003년 설립됐다.

퇴임 후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뜻을 모아 세웠다. 현재 재단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의 영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맡고 있다. 초창기엔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이사장직을 수행했지만 2009년 서거와 동시에 이 여사가 뒤를 맡고 있다.

부이사장은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와 최용준 천재교육 대표가 맡고 있다. 이사에는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장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포진해 있다. 평화재단의 주요사업은 ‘6·15남북정상회담 기념식’ ‘노벨평화상 수상기념식’ ‘김대중 대통령 추모행사’ 등이다.

6·15남북정상회담 기념식과 노벨평화상 수상기념식은 올해로 각각 17주년과 16주년을 맞았다. 평화재단은 후원도 받고 있다. 평화재단서 모은 후원금은 매달 이 이사장이 방문하는 보육원과 양로원에 전달된다. 

최근 3개년도 후원내역을 보면 2014년 4억736만원, 2015년 7억4408만원, 2016년은 4억1295만원을 기록했다. 

이 이사장이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곳도 있다. 바로 ‘김대중기념사업회’다. 현재 이사장은 국민의당 권노갑 상임고문이 맡고 있다. 해당 기념회는 유품보존, 초상권, 지적재산권 관리부터 시작해 장학사업 및 인권향상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영삼센터…돈 없어 도서관도 못 짓는다
DJ재단 관리자는?…인기 폭발 노무현재단

이밖에 김대중컨벤션센터는 올해로 개관 10년 차를 맞았다. 광주에 위치한 해당 센터는 세계수소에너지대회, 국제관개배수위원회총회 등 국제회의 30건을 포함해 연간 약 150만명이 찾는 명실상부한 광주의 랜드마크다.

컨벤션센터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출신인 신환섭 사장이 맡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13년 개관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은 ‘김 전 대통령 생애를 통해 민주주의·인권·평화의 가치를 전한다’는 취지하에 설립됐다. 

목포에 위치한 기념관은 2층 규모에 총 4개의 전시실로 구성돼있다. 기부금은 2014년도 1237만원, 2015년도 2391만원, 2016년 2798만원을 걷어들여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은(이하 노무현재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 및 업적을 유지 계승시켜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토대가 되도록 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지난 2009년 11월1일에 설립됐다. 초대 이사장은 한명숙 전 총리가 맡았고 2대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역임했다. 이후 이병완 전 비서실장이 3대 이사장을 지냈고 현재는 이해찬 의원이 이사장직을 수행 중이다. 

노무현재단은 설립 당시인 2009년 출범 두달 반만에 26억이 넘는 후원금을 모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후원자 수는 지난 5월17일 기점으로 5만명을 넘어섰다. 타 대통령 재단과 비교가 불가한 수치다.

이에 노무현 재단은 “어려운 상황서도 꿋꿋하게 지켜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봉하 대통령기념관 건립과 노무현장학생 선발 등 착실한 사업 추진으로 여러분들의 뜻과 정성에 답하겠다”고 밝혔다. 

특이할만한 점은 노무현재단은 전국에 9곳의 지역위원회를 둘 정도로 세가 크다는 점이다. 각 지역위별로 임원 및 운영위원을 두고, 추모사업, 회원사업, 시민교육 사업, 장학사업 등을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17대 대통령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 기념재단은 지난 2014년에 세워졌다. 당시 퇴임 1년 반 만에 재단 설립에 나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초대이사장은 김앤장 이재후 변호사가 맡았다.

현재는 SBS 사장 출신으로 MB정부시절 대통령실 실장을 지낸 하금열 전 실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재단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주로 이 전 대통령이 외국 인사들을 만나는 모습이 담근 근황을 올리거나 이 전 대통령 시절 추진했던 정책(4대강)에 대한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회고록 이야기, 이력소개를 통해 MB 치적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대통령 예우
수백억 지원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민간단체 등이 전직 대통령을 위한 기념사업을 추진할 경우 재원의 30%를 국고서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 국가예산으로 지원받는 기념사업에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708억원), 김영삼 민주센터(265억원), 김대중 기념사업회(158억원),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550억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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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