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출작전 내막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16 10:37:37
  • 호수 11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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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태블릿PC가 조작이라면…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추석 연휴 기간 신혜원씨의 ‘태블릿PC 조작설’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국정 농단의 단초가 된 태블릿PC가 본인 것이란 주장이다. JTBC 측은 “어이없는 주장”이란 반응이다. <일요시사>는 1심 판결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프로젝트를 들여다봤다.    
 

지난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추가로 발부됐다. 법원은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했다. 6개월 차에 접어든 박 전 대통령 재판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월23일 첫 재판서 자신이 받고 있는 18개 혐의와 관련한 공소 사실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첫 재판을 시작으로 지난달 29일까지 총 77번의 재판이 열렸다. 

선고 앞두고 
혐의들 부인

추석 이후 재개되는 재판에선 박 전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관련 혐의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진 삼성·SK·롯데와 관련된 뇌물 혐의가 집중적으로 다뤄졌지만 앞으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심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첫 재판서 박 전 대통령은 18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 롯데·포스코·KT 등에 대가성 지원, 삼성에 최순실씨 지원 요구 등에 직접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 측은 “추론과 상상에 의해 기소됐다”고 말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조목조목 반발했다. 우선 재단 출연금 관련해선 박 전 대통령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돌아가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즉 스스로 쓰지도 못할 돈을 받기 위해 재단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1심 선고 앞둔 박 전 대통령
총 77번 심리…끝까지 부인

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는 “검찰은 제3자 뇌물죄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와의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위해 경제적 공동체 개념이 성립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 
최씨와 대통령께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 모의해 돈을 받아냈다는 범행과정이 필요하지만 공소장에는 아무 설명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씨와 관련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서는 최씨로부터 연설문 표현과 문구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본 사실은 있지만 인사 문제를 최씨에게 전달토록 지시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 유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대통령께서 블랙리스트에 대해 어떤 지시를 보고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대통령께서 문제 단체에 대해 어떤 말 한마디를 했다고 해서 블랙리스트에 대한 일련의 과정까지 책임을 묻는다면 살인범을 낳은 어머니에 대해 살인죄를 묻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꼬집었다. 
 

특히 박 전 대통령 무죄 방면을 위해 유 변호사는 검찰 측에 반격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공소장’을 문제 삼았다. 

공소장 부분에 대해서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공모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검사의 주장인데 공소장 어디를 봐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공모관계가 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언론 기사를 형사사건의 증거로 제출한 점도 꼬집었다.


이재용 징역 5년
박 뇌물죄 과연?

이후 재판은 지난달 29일까지 총 77번의 심리가 진행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1심 재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형사27부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포괄적인 경영권 승계 현안’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 부회장에게 사실상 뇌물을 제공하게 했다고 판단한 셈이다. 

박 전 대통령 재판부는 이 같은 내용의 이 부회장 사건 판결문을 증거로 채택한 상황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재판을 주 4회씩 열어 다른 뇌물사건도 함께 심리했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삼성 뇌물사건, 목요일과 금요일은 SK·롯데 관련 뇌물사건을 심리하는 식이다. 

그러는 사이 최씨와 공모한 박 전 대통령이 SK그룹을 상대로 K스포츠재단 등에 89억원을 내도록 요구했다는 ‘제3자 뇌물요구’ 혐의는 심리가 마무리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그룹 임원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나와 증언했다.

재판과정에선 “SK그룹이 지원에 난색을 표하자 안 전 수석이 ‘대통령이 관심 갖고 지시하신 사안’이라고 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이 롯데그룹으로부터 70억원 상당의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금을 받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심리도 상당 부분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항소심 돌입한 이재용
박근혜 재판 연관성은?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 회장으로부터 롯데그룹 면세점 추가 선정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출연하도록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측은 면세점 추가 선정 문제는 앞서 기획재정부·관세청이 검토해 온 정책이라며 부정한 청탁이 아니었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이후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혐의에 초점을 맞춰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혐의로 다른 재판서 실형이 선고된 김종덕 전 문체부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에 대한 증인신문은 이미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시기와 관련해선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의 추가 구속기간 만료일인 다음달 19일 전에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18개 혐의 중 삼성전자 정씨 관련 승마 훈련비용 지원 등 큰 맥락은 심리를 마친 상태기 때문이다. 

지난 12일부터 본격적인 항소심 재판 심리에 들어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과도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1심서 징역 5년형을 받은 이 부회장이 만일 항소심서 무죄를 받는다면 박 전 대통령 재판의 심리 결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항소심 재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태블릿 조작설
신 vs 손 공방전

현재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 무죄 석방을 위해 활발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중이던 지난 8일 신혜원씨가 국회 정론관서 대한애국당 조원진 공동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 소유로 알려진 태블릿PC가 본인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신씨는 지난 2012년 박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 SNS 본부서 일했던 인물로, 서강포럼 사무국장으로 재직했다.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란 주장에 여론은 들끓었다. 태블릿PC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기자회견서 “대선캠프에 합류한 뒤 김철균 SNS 본부장의 지시로 흰색 태블릿PC 1대를 건내받았고 이 태블릿PC로 당시 박근혜 후보의 카카오톡 계정관리를 했었다”며 “대선캠프 SNS팀 내에서 다른 태블릿PC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2년 12월 말 대선 캠프를 떠나면서 해당 태블릿PC를 김휘종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반납했고 김 전 행정관은 자신과의 통화서 문제의 태블릿PC를 폐기했다고 주장하면서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국정 농단 파문의 발단이 된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최씨 소유의 태블릿PC라는 것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꾸준히 친박 성향의 단체들이 주장해온 JTBC 태블릿PC 조작설에 부합하는 내용인 셈이다. 이번 신씨의 주장은 태블릿PC 조작설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뿔난 친박 단체들
무죄 석방 될까?

신씨의 주장에 대해 JTBC <뉴스룸>은 정면 반박했다. 지난 9일 손석희 앵커는 “신씨의 주장을 짚어보겠다”며 “아무리 반론을 펼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가짜 뉴스가 계속해서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 사례로 ‘호주 총리 대통령 축전’ ‘이명박 회담 참고 자료’ ‘북과의 비밀 내용’ 등을 언급하면서 “태블릿PC가 신씨의 것이라면 대선 캠프 활동을 했던 신씨가 대선 이후에도 국방 기밀을 받아봤다는 것”이라며 “이밖에 최씨와 관련된 문건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1980년대 육영재단 유치원 문제, 최씨의 딸로 작성된 문서 등은 왜 신씨가 갖고 있는 것인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신씨 측이 이미지 파일 1900여개 중 최씨 사진은 단 3장뿐이라며 태블릿PC가 최씨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컴퓨터에 무지하거나 일부러 상식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자동 저장되는 이미지 파일 때문에 1900여 개의 이미지 파일이 생성됐고, 메일 제목이나 내용에 일부러 연예나 스포츠 기사를 넣으면서 생긴 이미지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태블릿PC가 직접 촬영한 사진 폴더엔 최씨와 박 전 대통령 사진, 최씨 조카 가족사진 등 아무나 받을 수 없는 박 전 대통령 저도 휴가 사진 등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JTBC 반박에 신동욱 신동욱 총재는 손 앵커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겨 '신혜원 ‘JTBC 태블릿PC 양심선언’ 기자회견, 충격·경악·조작·거짓·절도 손석희 완전범죄 실패한 꼴이고 구속수사 정답 꼴'이라고 전했다.

이어 '누가 의도적으로 조작한 꼴이고 그림 파일 글자 수정 말도 안되는 꼴이다. 사실이면 내란죄 꼴이고 관련자 여적죄로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들끓는 친박단체 
박근혜 운명은?

정치권은 이번 신씨의 주장이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신씨 주장과 별개로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친박 단체들의 목소리는 추석 연휴기간에도 계속됐다.

지난 7일 친박 인사들이 주축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서명운동본부’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탄핵 무효’ ‘무죄 석방’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섬과 동시에 현 정부의 외교·안보 실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문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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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