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고액 연봉자 백태

월급이 많든 적든 뒷말 무성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의 임원들은 보수로 얼마나 받을까. 이들이 받는 연봉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많이 받으면 많이 받는대로 적게 받으면 그 나름대로 말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주요 그룹들이 논란의 고액 연봉 등기임원을 조명했다.
 

이달 초 경제개혁연구소는 ‘2016년 임원보수 공시 현황 분석’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주요 기업들의 임원 보수 수준을 비교했다. 해당 자료가 공개되자 재계의 눈길이 쏠렸다. 한편에선 생각보다 많이 받는다는 평가가, 다른 한편에선 생각보다 적게 받는 다는 말이 나왔다.

상장회사 5% 
 5억원 초과

경제개혁연구소는 고액연봉의 기준을 5억원 이상으로 판단했다. 현재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은 공시의무가 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3년간 임원보수 공시를 분석한 결과 개인별 임원을 공개한 회사는 전체 상장회사의 약 25%다. 상장회사 전체 등기임원 중 불과 5% 만이 5억원 이상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임원의 보수총액은 자본시장법 제 159조 및 동 시행령 제 168 조에 따라 각 사업연도 재임 및 퇴임한 등기이사, 사외이사, 감사 등이 등기임원으로서 받은 소득세법상 근로소득, 퇴직소득의 총액을 의미한다.


이들 가운데 눈길을 끄는 고액등기임원은 일반 직원과의 임금격차가 큰 임원들이다. 직원들과의 임금격차가 가장 큰 고액 연봉 임원은 성기학 전 영원무역홀딩스 대표다. 

그는 영원무역홀딩스를 지배하고 있는 오너다. 그가 지난해 챙긴 보수총액은 141억6600만원으로 일반 직원의 연봉인 2300만원에 비해 무려 612배 많다. 

다만 그의 보수에는 41년간 근무한 데 대한 퇴직금 138억4400만원이 포함됐다. 최근 3개년간 영원무역홀딩스의 영업이익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2014년 2349억원, 2015년 2308억원, 지난해 2009억원으로 매년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연봉에 퇴직금을 제외하면 손경식 CJ제일제당 회장이 직원들과 가장 많은 연봉 격차를 보였다. 지난해 82억1000만원을 보수로 챙겨 일반 직원의 5700만원보다 144배 많은 연봉을 받은 것.

141억 수령한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일반 직원에 비해 612배 많아 눈길

김상철 전 펩트론 부사장은 34억6700만원을 연봉으로 받아 일반 직원보다 81배 많은 급여를 받았다. 손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격차였다.

애경그룹의 사위 안용찬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직원들과의 임금 격차가 주요 기업 가운데 세 번째로 컸다. 지난해 그는 31억원의 연봉을 챙겼다. 일반직원이 42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에 견줘 74.74배 차이다. 


전문경영인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이사는 29억원을 보수로 챙겨 그 뒤를 이었다. 직원평균급여 4039만원 대비 71배 많은 보수를 챙겼다. 이는 주식매수 선택권 행사이익으로 23억원을 소득이 생긴 것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효성의 조석래 회장은 46억원의 연봉으로 일반 직원에 견줘 68배 많은 보수를 받았으며,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35억6500만원의 연봉으로 일반 직원 5500만원에 비해 64배 많았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50억4400만원의 보수를 받아 직원 평균보수 7900만원에 비해 63배 많은 임금을 받았다.

임원 간 임금격차도 존재했다. 최상위와 차상위 보수격차가 가장 큰 회사는 LS산전이다. 구자열 이사의 보수는 20억 5000만원, 차상위 수령자인 한재훈 이사와 격차가 15배에 달했다. 

이는 전문경영인 한재훈 이사의 보수 중 퇴직금을 제외한 급여및 상여가 1억29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실질적으로 보수격차가 가장 큰 사례는 현대모비스로 지배주주 일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급여 및 상여로 각각 39억7800만원, 5억8800만원을 수령하여 양자 간 격차는 6배였다. 정몽구와 정의선 부자는 현대자동차서도 최상위, 차상위 보수 수령자로 각각 53억원, 15억6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고액보수 임원이 2명 이상인 73개 회사의 최상위 수령자 중 38 명은 지배주주 일가인 반면, 차상위 수령자의 63명이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배주주 일가가 회사 내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경향이 높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하락
연봉은 상승

이른바 재벌 총수 일가 가운데 가장 많이 버는 오너 일가는 누굴까. 대기업집단 지배주주 일가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임원은 현대자동차 그룹 정몽구 이사다. 

정몽구 이사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로부터 약 93억원의 급여를 받아 2014년부터 3년 연속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경식 이사는 CJ제일제당 1개사로부터만 82 억원의 보수를 받아 두 번째 고액보수 지배주주 일가로 확인됐다. 손 이사는 단기 인센티브를 2015년 51억원 수령한 데 이어 2016년에도 52억8000만원을 받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칼서 상여없이 급여로만 26억5000만원을 받는 등 3개 계열사에서 66억원의 보수를 받았으며,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은 가장 많은 4개 계열사서 총 49억5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고액 연봉자 가운데 오너 리스크를 안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지배주주 일가 간 경영권 분쟁 외에도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70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등 오너 리스크를 겪고 있는 와중에 고액 연봉자에 이름을 올렸다. 

신 회장은 2016년 롯데쇼핑 등 3개 회사서 총 63억 7500만원의 고액보수를 수령했다. 

조석래 효성 회장도 오너 리스크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8900억원 분식회계를 통한 조세포탈, 해외 현지법인을 통한 횡령 및 배임, 위법배당 등의 혐의로 형사재판 1심서 유죄를 선고받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관련해 증권선물위원회는 2014 년 효성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표이사 조 회장과 이상운부회장을 해임권고 조치했다. 


그러나 효성은 이들을 해임하지 않고 2016 년 정기주주총회서 재선임했으며, 매년 여전히 고액의 보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2016년 급여로만 약 30억원, 성과급 16억원 등 효성 1개 계열사에서만 46억원을 받아 대기업집단 지배주주 보수 상위 10위 내에 들었다. 이상운 효성 부회장 역시 2016년 효성서 약 11억원의 고액보수를 받았다.

2015년과 달리 2016년에는 고액보수 상위 10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그룹 유동성 위기에도 불구하고 현대엘리베이터서 29억9800만원의 고액보수를 받았다. 

한진해운 파산의 책임서 자유로울 수 없는 최은영 이사는 계열분리된 유수홀딩스의 대표이사로서 11억2200만원을 받아 여전히 고액보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형사재판 유죄확정 후 사면된 김승연 한화 회장과 이재현 CJ 회장 등은 경영에 복귀했으나 등기이사로는 선임되지 않았다. 

따라서 등기이사로 복귀하지 않는 한 2017 년까지 보수는 원천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2018년부터는 등기임원이 아니더라도 한 계열사서 5억원 이상 보수를 수령하고 보수총액 기준으로 상위 5명에 포함될 경우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지난해 대기업집단 지배주주 일가 중 퇴직금을 수령한 사례는 이승휘 세아홀딩스 이사와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이 실제 퇴직으로 인해 각각 29억원, 51억5900만원을 받은 두 건이다. 두 사람의 퇴직금은 각각 재직 기간 24년1개월과 29년을 반영한 결과다.

물의를 일으킨 오너 일가 임원의 보수가 크게 오른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림산업의 이해욱 이사다. 이 이사는 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면서도 2015년까지 개별보수를 공개하지 않아 5억원 미만을 수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16년에는 13억8700만원을 수령하여 최소 2배 이상 보수가 증가했다. 

2016년 보수는 급여 8억6700만원 그리고 5억2000만원의 상여금으로 구성되며 상여금은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지급한다고 돼있다. 문제는 연봉이 증가한 이유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이사는 2016년 운전기사에 대한 폭행과 폭언 등으로 기소돼 2017년 4월 1심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 받는 등 회사의 이미지를 훼손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의 일으키고 
보수 크게 올라

그동안 연봉을 공개하다 지난해 연봉공개를 하지 않은 임원들에게 눈길이 쏠리기도 했다. 

이만득 삼천리 회장은 2015년 9억7500만원을 수령해 개별 보수내역을 공시했다. 2016년 3월 돌연 등기이사를 사임해 개별보수 공시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사임 이후에도 미등기임원으로서 회장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 

이 회장과 같이 뚜렷한 이유 없이 등기이사를 사임하고 이후 미등기임원으로 회장직을 유지하는 경우, 개별보수 공시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등기임원을 사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장세주 동국제강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횡령 및 원정도박 등으로 2016년 11월 대법원 유죄가 확정됐다. 현재 동국제강 그룹의 경영권은 동생 장세욱 회장이 행사하고 있다. 

장 전 회장은 2015년 7월 형사재판으로 등기이사를 사임하면서 급여 및 퇴직금을 더해 40억7700만원이라는 거액의 보수를 수령한 바 있다.

장형진 전 영풍 이사는 2015년 3월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를 사임하며 16억2200만원의 퇴직금을 수령했다. 
 

구자홍 전 LS산전 이사는 2014년 말까지 이사회의장으로 재직해 2015년에는 등기이사가 아니므로 개별보수 공시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2015년 사업보고서에 개별보수 14억3900만원을 공시했으나 2016년에는 공시하지 않았다. 

2016년 구 전 이사는 공시의무가 없으므로 보수가 5억원 이상이지만 공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오너 리스크 주범이지만…
등기직 사퇴로 숨기기도

최상주 케이엠에이치 회장은 2015년 14억원의 보수를 수령했으며, 이 중 급여명목 수령액은 10억원이다. 최 회장은 15 년 간 등기이사로 재직하다 2016년 3월 임기만료 후 재선임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개별 보수 공시 의무가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미등기임원인 회장으로 상근하고 있어 2016 년에도 고액의 보수를 수령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내역은 파악이 불가능하다.

중견기업 오너 일가 가운데 고액연봉자에 이름을 새로 올린 임원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해태제과의 신정훈 대표이사는 20억5600만원의 보수 중 4분의 3인 15억3200만원을 급여로 수령했다. 해태제과의 임원상여금은 이사회 결의로 만든 규정에 따라 이사회 및 보상위원회에서 결정하며, 영업이익 초과달성 시 매출과 영업이익을 고려해 연봉의 0∼200% 내에서 지급한다. 

회사는 2014년 대비 2015년 매출 16% 증가, 영업이익 86% 증가했고, 허니버터칩 등의 제품으로 전사 경쟁력을 제고한 공로 등을 고려해 신 대표에게 상여금 5억2400만원을 지급했다. 

신 대표는 크라운그룹의 지배주주인 윤영달 회장의 사위이다. 에스에이엠티의 이기남 이사는 대표이사가 아니지만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순수 보수로 10억7500만원을 수령했다. 이 중 6억원이 급여다. 

에스티큐브의 정현진 대표이사에게 2016년 지급된 보수 12억원은 모두 급여 명목으로 지급됐다. 회사는 산정기준에 대해서도 ‘이사 보수 기준에 따른 급여 지급’이라고 간략하게만 표기해 실질적으로 어떤 기준을 통해 보수가 지급되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곽민철 셀바스에이아이 대표이사는 11억2200만원을 수령했는데 이 중 급여 및 상여명목은 2억8000만원뿐이다. 나머지 8억4200만원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주식양수도 거래서 발생한 세법상 인정 상여다.

미등기로 
경영권 행사

경제개혁연구소는 “일부 고액보수를 수령하는 임원은 개별보수 공시제도 시행 이후 등기이사를 사임하여 공시의무서 벗어난 뒤 미등기임원으로 계속 경영권을 행사한다”며 “종합적 대안 마련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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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