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고액 연봉자 백태

월급이 많든 적든 뒷말 무성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의 임원들은 보수로 얼마나 받을까. 이들이 받는 연봉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많이 받으면 많이 받는대로 적게 받으면 그 나름대로 말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주요 그룹들이 논란의 고액 연봉 등기임원을 조명했다.
 

이달 초 경제개혁연구소는 ‘2016년 임원보수 공시 현황 분석’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주요 기업들의 임원 보수 수준을 비교했다. 해당 자료가 공개되자 재계의 눈길이 쏠렸다. 한편에선 생각보다 많이 받는다는 평가가, 다른 한편에선 생각보다 적게 받는 다는 말이 나왔다.

상장회사 5% 
 5억원 초과

경제개혁연구소는 고액연봉의 기준을 5억원 이상으로 판단했다. 현재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은 공시의무가 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3년간 임원보수 공시를 분석한 결과 개인별 임원을 공개한 회사는 전체 상장회사의 약 25%다. 상장회사 전체 등기임원 중 불과 5% 만이 5억원 이상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임원의 보수총액은 자본시장법 제 159조 및 동 시행령 제 168 조에 따라 각 사업연도 재임 및 퇴임한 등기이사, 사외이사, 감사 등이 등기임원으로서 받은 소득세법상 근로소득, 퇴직소득의 총액을 의미한다.


이들 가운데 눈길을 끄는 고액등기임원은 일반 직원과의 임금격차가 큰 임원들이다. 직원들과의 임금격차가 가장 큰 고액 연봉 임원은 성기학 전 영원무역홀딩스 대표다. 

그는 영원무역홀딩스를 지배하고 있는 오너다. 그가 지난해 챙긴 보수총액은 141억6600만원으로 일반 직원의 연봉인 2300만원에 비해 무려 612배 많다. 

다만 그의 보수에는 41년간 근무한 데 대한 퇴직금 138억4400만원이 포함됐다. 최근 3개년간 영원무역홀딩스의 영업이익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2014년 2349억원, 2015년 2308억원, 지난해 2009억원으로 매년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연봉에 퇴직금을 제외하면 손경식 CJ제일제당 회장이 직원들과 가장 많은 연봉 격차를 보였다. 지난해 82억1000만원을 보수로 챙겨 일반 직원의 5700만원보다 144배 많은 연봉을 받은 것.

141억 수령한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일반 직원에 비해 612배 많아 눈길

김상철 전 펩트론 부사장은 34억6700만원을 연봉으로 받아 일반 직원보다 81배 많은 급여를 받았다. 손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격차였다.

애경그룹의 사위 안용찬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직원들과의 임금 격차가 주요 기업 가운데 세 번째로 컸다. 지난해 그는 31억원의 연봉을 챙겼다. 일반직원이 42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에 견줘 74.74배 차이다. 


전문경영인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이사는 29억원을 보수로 챙겨 그 뒤를 이었다. 직원평균급여 4039만원 대비 71배 많은 보수를 챙겼다. 이는 주식매수 선택권 행사이익으로 23억원을 소득이 생긴 것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효성의 조석래 회장은 46억원의 연봉으로 일반 직원에 견줘 68배 많은 보수를 받았으며,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35억6500만원의 연봉으로 일반 직원 5500만원에 비해 64배 많았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50억4400만원의 보수를 받아 직원 평균보수 7900만원에 비해 63배 많은 임금을 받았다.

임원 간 임금격차도 존재했다. 최상위와 차상위 보수격차가 가장 큰 회사는 LS산전이다. 구자열 이사의 보수는 20억 5000만원, 차상위 수령자인 한재훈 이사와 격차가 15배에 달했다. 

이는 전문경영인 한재훈 이사의 보수 중 퇴직금을 제외한 급여및 상여가 1억29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실질적으로 보수격차가 가장 큰 사례는 현대모비스로 지배주주 일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급여 및 상여로 각각 39억7800만원, 5억8800만원을 수령하여 양자 간 격차는 6배였다. 정몽구와 정의선 부자는 현대자동차서도 최상위, 차상위 보수 수령자로 각각 53억원, 15억6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고액보수 임원이 2명 이상인 73개 회사의 최상위 수령자 중 38 명은 지배주주 일가인 반면, 차상위 수령자의 63명이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배주주 일가가 회사 내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경향이 높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하락
연봉은 상승

이른바 재벌 총수 일가 가운데 가장 많이 버는 오너 일가는 누굴까. 대기업집단 지배주주 일가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임원은 현대자동차 그룹 정몽구 이사다. 

정몽구 이사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로부터 약 93억원의 급여를 받아 2014년부터 3년 연속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경식 이사는 CJ제일제당 1개사로부터만 82 억원의 보수를 받아 두 번째 고액보수 지배주주 일가로 확인됐다. 손 이사는 단기 인센티브를 2015년 51억원 수령한 데 이어 2016년에도 52억8000만원을 받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칼서 상여없이 급여로만 26억5000만원을 받는 등 3개 계열사에서 66억원의 보수를 받았으며,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은 가장 많은 4개 계열사서 총 49억5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고액 연봉자 가운데 오너 리스크를 안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지배주주 일가 간 경영권 분쟁 외에도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70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등 오너 리스크를 겪고 있는 와중에 고액 연봉자에 이름을 올렸다. 

신 회장은 2016년 롯데쇼핑 등 3개 회사서 총 63억 7500만원의 고액보수를 수령했다. 

조석래 효성 회장도 오너 리스크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8900억원 분식회계를 통한 조세포탈, 해외 현지법인을 통한 횡령 및 배임, 위법배당 등의 혐의로 형사재판 1심서 유죄를 선고받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관련해 증권선물위원회는 2014 년 효성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표이사 조 회장과 이상운부회장을 해임권고 조치했다. 


그러나 효성은 이들을 해임하지 않고 2016 년 정기주주총회서 재선임했으며, 매년 여전히 고액의 보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2016년 급여로만 약 30억원, 성과급 16억원 등 효성 1개 계열사에서만 46억원을 받아 대기업집단 지배주주 보수 상위 10위 내에 들었다. 이상운 효성 부회장 역시 2016년 효성서 약 11억원의 고액보수를 받았다.

2015년과 달리 2016년에는 고액보수 상위 10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그룹 유동성 위기에도 불구하고 현대엘리베이터서 29억9800만원의 고액보수를 받았다. 

한진해운 파산의 책임서 자유로울 수 없는 최은영 이사는 계열분리된 유수홀딩스의 대표이사로서 11억2200만원을 받아 여전히 고액보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형사재판 유죄확정 후 사면된 김승연 한화 회장과 이재현 CJ 회장 등은 경영에 복귀했으나 등기이사로는 선임되지 않았다. 

따라서 등기이사로 복귀하지 않는 한 2017 년까지 보수는 원천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2018년부터는 등기임원이 아니더라도 한 계열사서 5억원 이상 보수를 수령하고 보수총액 기준으로 상위 5명에 포함될 경우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지난해 대기업집단 지배주주 일가 중 퇴직금을 수령한 사례는 이승휘 세아홀딩스 이사와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이 실제 퇴직으로 인해 각각 29억원, 51억5900만원을 받은 두 건이다. 두 사람의 퇴직금은 각각 재직 기간 24년1개월과 29년을 반영한 결과다.

물의를 일으킨 오너 일가 임원의 보수가 크게 오른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림산업의 이해욱 이사다. 이 이사는 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면서도 2015년까지 개별보수를 공개하지 않아 5억원 미만을 수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16년에는 13억8700만원을 수령하여 최소 2배 이상 보수가 증가했다. 

2016년 보수는 급여 8억6700만원 그리고 5억2000만원의 상여금으로 구성되며 상여금은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지급한다고 돼있다. 문제는 연봉이 증가한 이유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이사는 2016년 운전기사에 대한 폭행과 폭언 등으로 기소돼 2017년 4월 1심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 받는 등 회사의 이미지를 훼손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의 일으키고 
보수 크게 올라

그동안 연봉을 공개하다 지난해 연봉공개를 하지 않은 임원들에게 눈길이 쏠리기도 했다. 

이만득 삼천리 회장은 2015년 9억7500만원을 수령해 개별 보수내역을 공시했다. 2016년 3월 돌연 등기이사를 사임해 개별보수 공시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사임 이후에도 미등기임원으로서 회장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 

이 회장과 같이 뚜렷한 이유 없이 등기이사를 사임하고 이후 미등기임원으로 회장직을 유지하는 경우, 개별보수 공시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등기임원을 사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장세주 동국제강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횡령 및 원정도박 등으로 2016년 11월 대법원 유죄가 확정됐다. 현재 동국제강 그룹의 경영권은 동생 장세욱 회장이 행사하고 있다. 

장 전 회장은 2015년 7월 형사재판으로 등기이사를 사임하면서 급여 및 퇴직금을 더해 40억7700만원이라는 거액의 보수를 수령한 바 있다.

장형진 전 영풍 이사는 2015년 3월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를 사임하며 16억2200만원의 퇴직금을 수령했다. 
 

구자홍 전 LS산전 이사는 2014년 말까지 이사회의장으로 재직해 2015년에는 등기이사가 아니므로 개별보수 공시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2015년 사업보고서에 개별보수 14억3900만원을 공시했으나 2016년에는 공시하지 않았다. 

2016년 구 전 이사는 공시의무가 없으므로 보수가 5억원 이상이지만 공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오너 리스크 주범이지만…
등기직 사퇴로 숨기기도

최상주 케이엠에이치 회장은 2015년 14억원의 보수를 수령했으며, 이 중 급여명목 수령액은 10억원이다. 최 회장은 15 년 간 등기이사로 재직하다 2016년 3월 임기만료 후 재선임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개별 보수 공시 의무가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미등기임원인 회장으로 상근하고 있어 2016 년에도 고액의 보수를 수령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내역은 파악이 불가능하다.

중견기업 오너 일가 가운데 고액연봉자에 이름을 새로 올린 임원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해태제과의 신정훈 대표이사는 20억5600만원의 보수 중 4분의 3인 15억3200만원을 급여로 수령했다. 해태제과의 임원상여금은 이사회 결의로 만든 규정에 따라 이사회 및 보상위원회에서 결정하며, 영업이익 초과달성 시 매출과 영업이익을 고려해 연봉의 0∼200% 내에서 지급한다. 

회사는 2014년 대비 2015년 매출 16% 증가, 영업이익 86% 증가했고, 허니버터칩 등의 제품으로 전사 경쟁력을 제고한 공로 등을 고려해 신 대표에게 상여금 5억2400만원을 지급했다. 

신 대표는 크라운그룹의 지배주주인 윤영달 회장의 사위이다. 에스에이엠티의 이기남 이사는 대표이사가 아니지만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순수 보수로 10억7500만원을 수령했다. 이 중 6억원이 급여다. 

에스티큐브의 정현진 대표이사에게 2016년 지급된 보수 12억원은 모두 급여 명목으로 지급됐다. 회사는 산정기준에 대해서도 ‘이사 보수 기준에 따른 급여 지급’이라고 간략하게만 표기해 실질적으로 어떤 기준을 통해 보수가 지급되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곽민철 셀바스에이아이 대표이사는 11억2200만원을 수령했는데 이 중 급여 및 상여명목은 2억8000만원뿐이다. 나머지 8억4200만원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주식양수도 거래서 발생한 세법상 인정 상여다.

미등기로 
경영권 행사

경제개혁연구소는 “일부 고액보수를 수령하는 임원은 개별보수 공시제도 시행 이후 등기이사를 사임하여 공시의무서 벗어난 뒤 미등기임원으로 계속 경영권을 행사한다”며 “종합적 대안 마련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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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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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