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여성대표 리더십 비교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14 11:33:09
  • 호수 1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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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트로이카 시대 열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여성 당 대표 전성시대다. 원내 5당 가운데 3당을 여성이 이끌면서 정당 정치가 새 국면을 맞이했다. 그들이 이끄는 당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일요시사>는 여성 당 대표의 리더십을 비교해봤다. 
 

여성 당 대표 시대를 처음 연 것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대표다. 추 대표는 지난해 8·27전당대회서 친문 진영의 절대적 지지로 당 대표에 올랐다. 추 대표는 화법이 직설적이고 목표가 생기면 좌우 돌아보지 않고 돌진하는 스타일로 평가된다.

추다르크 리더십
연일 작심 발언

15대 대선서 김대중 캠프 선거유세단장을 맡으면서 ‘추다르크’라는 별명도 얻었다. 당시 그는 야권의 불모지인 대구서 ‘잔다르크 유세단’을 이끌면서 유세활동을 벌였다. 일각에선 추 대표가 정치적 스킨십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5선 의원이지만 측근으로 불리는 의원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이에 추 대표는 “계파정치를 하지 않아 그런 오해를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27일 당 대표 수락연설서 “계파의 곁불조차 쬐어본 적이 없는 정치인생을 21년간 외롭고 외롭게 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낙 강골인 탓에 화법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입사 특혜의혹 관련 제보조작 사건을 두고 벌인 국민의당의 자체 조사 결과를 두고 ‘머리자르기’라고 비판해 논란이 됐다. 


당시 국민의당은 추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리 사과를 하면서 일단락됐다. 이 과정서 추 대표는 정치적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리 사과를 두고 추 대표는 “청와대서 대리 사과를 하겠다면 사전에 제게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며 “더욱이 사과하러 오는 장소가 국회였다. 임 실장이 마땅히 여당 대표실부터 들렀어야 했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른바 ‘추미애 패싱’이란 지적에는 “대표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정권을 받쳐주는 그릇이 부서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5당 중 3당 여성 당대표 선출
시작부터 강렬한 존재감 과시

추 대표가 정치적으로 승승장구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면서 정치인생에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당초 추 대표는 “탄핵은 아직 익지 않았다”며 민주당 지도부서 유일하게 탄핵에 반대했지만 표결 직전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추 대표는 당시 탄핵 찬성 이유를 그의 회고록 <물러서지 않는 진심>을 통해 밝혔다. 당시 최고위원이던 추 대표가 ‘3불가론’을 들어 탄핵에 맞서자 “당내 2인자가 당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지도부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구치소에 수감됐던 의원 2명에게까지 탄핵 서명을 받겠다고 하자 추 대표는 “숯댕이(범죄자)가 검댕이(노무현 전 대통령)를 나무랄 순 없다. 민주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내가 기꺼이 표를 드리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탄핵 역풍은 거셌고 17대 총선서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은 추 대표는 민심을 돌려세우기 위해 삼보일배에 나섰다. 이후 총선서 낙선한 뒤 2년 동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추 대표는 “아침에 눈을 뜨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정치적으로 재기에 성공한 것은 18대 총선이지만 정치 일선에 나서게 된 계기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되면서부터다. 당시 당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의원를 도와 새정치민주연합을 이끌었다.

또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사퇴를 주장하던 다른 최고위원들과 선을 그었다. 이때의 정치적 스탠스가 훗날 당 대표 선거에 도전했을 때 상당한 정치적 자산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추 대표는 연일 날선 발언을 쏟아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호남을 두고 경쟁을 펼칠 국민의당을 향해서는 물론 청와대와 당 내부에도 작심 발언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우원식 원내대표에게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추경예산 표결 당시 외유 등으로 불출석한 당내 26명 의원을 거론하며 “원내대표가 도장을 찍어줬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또 “이런 보고를 당 대표인 내게는 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의 광폭행보의 이면에는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한 행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본인은 선을 긋고 있지만 여권 내부에선 추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의지가 남다르다고 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서 추 대표의 향후 정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엄마 리더십
당 내분 조짐

지난 6월26일에는 바른정당 당 대표 지명대회가 열렸다. 3선의 이혜훈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돼 보수정당 사상 첫 선출직 여성 당 대표가 탄생했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서 “당이 하나 되는 일이라면 백번이라도, 아니 천번이라도 무릎 꿇는 화해의 대표가 되겠다”며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고 크고 작은 갈등을 녹여내는 용광로 대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선출 직후 대변인 성명으로 “이 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국민상식에 부합하는 합리적 소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를 잘 알고 지낸 한 언론인도 “이혜훈은 말솜씨가 뛰어나 어떤 질문에도 간결하고 명쾌하게 대답한다”며 “훌륭한 인터뷰 대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스스로 성격을 다혈질이라고 평가하며 “바른 소리를 많이 해서 당에서 미움도 받는다. 억울하고 부당한 것은 못 참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당선 이후에는 바른정당의 기틀을 세우고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달 7일에는 바른정당의 싱크탱크인 ‘바른정책연구소’를 열었다. 개소식서 이 대표는 “우리는 사회와 괴리된 보수를 지양하고 사회 흐름을 먼저 읽고 개혁해 사회 흐름을 선도하는 ‘변화하는 보수’가 되고자 한다”고 말해 비전을 제시했다. 


이 밖에 정치인재 양성을 위한 ‘청년정치학교’를 열어 바른정당 의원과 광역지자체장 등에 강의를 맡기고 오는 9월 정기국회 전까지 전국 17개 광역시도를 돌며 국민의 의견을 직접 듣는 ‘국민소통 캠페인’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처럼 이 대표가 바른정당의 외연확장에 힘쓰고 있지만 정작 당내에선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어 이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이 대표는 선출 직후 당이 깨질 수도 있다는 지적에 “어머니이 마음으로 감싸겠다”며 ‘어머니 리더십’을 강조했다.

또, 갈등설을 빚은 김무성 의원을 찾으면서 당내 갈등 요소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최근 인재영입 1호로 박종진 전 앵커를 영입하면서 당내 갈등은 결국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박인숙 의원은 이 대표가 박 전 앵커를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한 데 불만을 표시하며 시당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자신과 사전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당 고위관계자는 “조강특위서 공개적으로 진술할 기회를 드렸고 박 의원이 ‘당의 결정을 잘 알겠다’고 해서 결정했다”며 “또 최고위 의결 당시에도 박 의원이 자리에 있었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지난달 31일에는 오신환 수석대변인도 대변인직서 물러났다. 표면적으론 국민들과 소통을 위해 물러난다고 했지만 오 의원의 사퇴를 두고 당내에선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오 대변인 사퇴 이후 원내 의원 가운데 선뜻 대변인직을 맡겠다는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당직 인선 정체 현상도 불거졌다. 

최근 불거진 당내 불협화음에 대해 당 관계자는 “홍보 등 주요 업무서 이 대표의 다소 독단적인 업무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당내 갈등이 터져 나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외연확장 딜레마 
강한 야당 만들기

여성 당 대표 ‘3인’ 중 마지막은 정의당 이정미 대표다. 초선의 이 대표는 지난달 11일 정의당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이 대표는 당선 소감으로 “정의당의 더 큰 도약을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며 “국회에선 ‘진짜 야당 정의당’, 국민 속에선 ‘민생 제1당 정의당’의 대표로 혼신을 다해 뛰겠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를 향해서는 “촛불혁명을 함께 만들어 이 정부의 성공에 사명이 있는 만큼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잘못된 점은 제대로 비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20대 총선서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된 이 대표는 정의당 부대표 겸 원내수석부대표로 활동했다.

지난 19대 대선에선 심상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선거를 지휘했다. 특히 심 후보가 사용할 메시지, 여론조사 분석 및 타깃 설정, 유세동선 등을 짰다.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소신과 일관성이 있는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강조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힘쓰기도 했다. 이 대표는 심 후보가 역대 진보정당 후보 가운데 최고 득표율을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을 들었다. 

연일 문정부에 쓴소리
좌우 보지 않고 돌진

이 대표는 소수자의 대변인으로 통한다. 여성, 청년,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줄기차게 대변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 6월15일 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한국정치의 주류를 교체하겠다. 여성, 청년, 비정규직의 노동을 대변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년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그는 “정당 안의 정당, ‘청년정의당’을 건설하겠다. 청년 정치에 더 이상 ‘나중에’는 없다”며 “당으로부터 준 독립된 청년정의당에 과감히 자리와 재정을 내주겠다”고도 제안했다. 

그는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의 권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몇 안되는 의원 중 한명으로 꼽힌다. 지난달 15일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자리서 그는 “아시아서 두 번째로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국가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권이 바뀌었다. 태어날 때부터 성정체성 때문에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범죄국민으로 낙인찍히는 이런 사회를 극복하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첫 발”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이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내년 지방선거는 선거 연대 없이 우리 당의 독자 역량으로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이 대표는 “서울시장, 경기지사뿐 아니라 호남 등 전국에 최대한 모든 후보를 내서 광역단체장은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기초단체장 3석까지 꼭 얻겠다”고 했다. 

정의당이 문재인정부의 2중대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정의당이 민주당 정부를 돕는다는 프레임 자체가 잘못됐다”며 “우리 당은 나라를 바꿔 달라는 촛불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동성혼 합법
선거연대 NO

이 대표는 당 대표 재임 중 달성할 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서 국회의원 300명 중 150명을 비례대표로 뽑아야 한다”며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청년 열정페이 방지 ▲여성 임금 격차 해소 ▲세월호 특조위 2기 활동 개시 등을 꼽았다.

또 옛 통합진보당 인사들의 창당과 관련해선 “이제야 우리 당의 정체성을 찾고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데 어느 정당과도 통합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3당 대표가 여성으로 채워졌지만 여성 정치인의 비율은 여전히 부족하다. 20대 구고히 여성 의원은 전체의 17%다. 16대 국회서 5.9%를 기록한 여성 의원 비율은 17대 13%, 18대 13.7%, 19대 15.7%로 꾸준히 상승했다. 하지만 절대적 수치로는 아직도 적은 숫자라는 것이 중론이다. 국제의원연맹 회원국 기준, 평균 여성 의원 비율은 22.7%다. UN이 권고하는 여성 의원 비율은 30%다. 

전체 의석 중 80%를 차지하는 지역구 의석을 보면 여성 의원의 비율은 더욱 적다. 20대 국회서 지역구로 선출된 여성 의원은 단 26명이다. 비례대표 후보자의 절반을 여성에게 공천토록하는 의무 조항 덕분에 여성 의원이 17%를 차지하게 된 셈이다. 

지역구 여성 의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지난해 8월 지역구 국회의원 및 시·도의원 선거서 후보자의 30% 이상을 반드시 여성으로 추천토록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지만 계류 중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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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