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수배’에도 안 잡히는 범죄용의자 5人 전격공개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었나?"

2008년을 끝으로 공중파에서 방송되던 공개수배 프로그램은 막을 내렸다.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폐지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방범죄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결국 폐지되고 만 것. 그 후로 3년이 흐른 지금 과연 모방범죄는 줄었을까. 물론 아니다. 또 당시 공개수배했던 범죄자들 중 잡히지 않은 수배자도 부지기수다. 경찰청에서는 매년 2회에 걸쳐 20명의 전국 지명수배자 포스터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이를 일일이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해당 포스터는 전국 경찰서와 파출소 중심으로 배포되고 있으며, 사이버경찰청에서 지명수배자 확인이 가능하지만 일부러 사이트에 접속해 지명수배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국민은 드문 이유에서다. 이에 <일요시사>는 2011년 상반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검거된 지명수배자를 제외한 15명의 수배자 가운데 5명을 긴급 공개수배한다.

경찰, 1년에 2번 지명수배범 포스터 물갈이
강력·주요 범죄 피의자 종합수배 ‘총력’

경찰청은 매년 2회(상·하반기)에 걸쳐 전국 지방경찰청의 요청을 받아 범죄자 20명을 지명수배한다. 이는 각 경찰서에서 수배이후 6개월이 지나도 검거 되지 않은 범죄를 대상으로 구성되며 경찰청 선정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게 된다.

공개수배에도 오리무중
"못 찾겠다 꾀꼬리"

범죄가 발생하면 관할 경찰서는 용의자를 확보하고 뒤를 쫓는데 주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검거되지 않으면 각급 경찰서는 용의자를 공개수배한다.

하지만 공개수배의 효과가 단 기간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 뒤로 용의자의 행방이 오랫동안 오리무중인 경우가 많아 우리사회 치안망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살인 등 강력사건 범인이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주변을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것. 또 이들은 공개수배라는 굴레 안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손쉽게 추가범행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 시민들은 언제라도 추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2011년 상반기 지명수배자는 총 20명, 이중 시민들의 제보로 5명이 검거됐고 하반기 지명수배자가 선정되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검거되지 않은 지명수배자는 15명이다.

살인, 성폭행, 사기, 폭력 등 강력사건의 용의자인 그들은 과연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① 독신녀 토막 살인사건
- 두 얼굴의 남자

2003년 3월, 충북 제천의 배수로 공사 현장에서 김장용 비닐봉투에 싸인 한 여자의 토막 사체가 발견됐다. 지문 복원 끝에 드러난 그녀의 신원은 4개월 전 경기도 용인에서 실종된 50대 여성 .

실종 전까지 평범한 생활을 해오던 그녀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낯선 곳에서 처참한 사체로 발견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경찰은 그녀의 휴대전화에 남아있는 통화기록을 토대로 한 남자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제주, 부산, 대구, 서울, 경기 등 전국을 무대로 사기 행각을 벌여온 전과 11범의 신명호(51)가 바로 독신녀 토막 살인사건의 용의자다.

충북 제천경찰서에 따르면 신씨는 사업가를 사칭하며 돈 많은 주부들을 골프 동호회에 가입시킨 뒤 고가의 명품으로 유혹, 사랑과 결혼을 빙자해 금품을 갈취하는 등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다. 경찰 추산 그 피해자만 전국에 걸쳐 수 십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사기의 달인이다. 그가 살인을 저지른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말했듯이 신씨는 사기전과 11범. 골프 동호회를 운영하며 여성 회원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것이 삶의 목적이었던 그는 평소 피해자가 사채로 돈을 굴려 돈이 많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접근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신씨의 사기 행각을 눈치 챘고 "사기생각을 폭로 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신씨는 피해여성을 살려둘 수 없다고 판단, 2002년 12월16일 경기도 용인에서 피해자를 감금해 결박한 후 목 졸라 살해하고 공구를 이용해 토막 내 충북 제천의 배수로 공사 현장에 유기했다.

살인과 토막도 끔찍함에도 불구하고 신씨의 범행 이후 생활은 더 끔찍했다. 같은 동호외에서 3개월을 더 활동하는 등 침작한 모습을 보인 것. 그는 3개월의 시간 동안 그동안 사기 행각을 벌였던 여성들과의 관계를 정리할 시간을 갖고, 자신이 살해한 여성의 아이디로 동호회에 접속해 다른 회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피해 여성이 아직 살아있다고 느끼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② 택시기사 살인사건
- 여성 승객 살해 후 방화

2005년 10월18일 새벽 4시40분께 전북 전주시 전미동 진기마을 부근 제방에서 불에 탄 택시 안에서 여자 변사체가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는 "일행 4명이 차를 타고 지나는데 길 가에 세워진 택시에서 불길이 솟고 있어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경찰은 택시운전자 임대욱(44)의 시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택시 뒷좌석에 있던 사체는 신원과 성별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타 훼손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식 결과 여성으로 판명됐고, 사체가 심하게 탄 점으로 미뤄 살해 흔적을 감출 목적으로 휘발성 물질을 뿌린 뒤 불을 질럿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어 경찰은 사건 발생 당일 운전자 임씨가 집과 연락이 두절된 채 영업이 끝난 이후에도 회사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회사 측의 말에 따라 임씨를 사건의 용의자로 추정하고 수사에 나섰다.

당시 임씨는 사건 발생 1개월 전에 택시 회사에 입사했고, 3년 전 이혼, 노모와 어린 딸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사건 현장에서 수집한 유류품을 확인한 결과 피해 여성(당시 35세)은 전주 모 호프집에서 일하는 종업원으로 밝혀졌다. 피해여성은 사건 발생 당일 자정 퇴근을 하면서 남편을 만나러 갔다가 연락이 두절됐다.

하지만 6년지 지난 현재까지 임씨의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이에 경찰은 공개수배를 하고 임씨 검거에 총력을 다 하고 있지만 수사에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태다. 피해자마저 불에 타 숨져 임씨가 왜 피해자를 살해했는지 살해 동기조차 불분명하다. 사건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임씨는 과연 현재 어디에 있는 것일까.

검거 목적이지만 검거 이후 관리에도 ‘신경’
경찰의 검거 노력은 물론 시민 관심도 필요

③ 노원구 상계동 곗돈 사기사건
- "돈을 갖고 튀어라"

지난 200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100억원대 곗돈 사기사건의 주인공 김애경(58·여) 역시 아직까지 경찰의 추적을 피하고 있다.

경기불황이 한창이던 당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인들은 이중고에 시달렸다. 불경기에 이어 피땀 흘려 모은 목돈까지 하루아침에 떼였기 때문이다. 상계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계모임을 이끌던 큰 손 김씨가 작정하고 자취를 감춘 것.

2008년 4월2일 김씨는 그동안 끌어 모은 곗돈 100억원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이에 피해자들은 같은 달 7일 서울 노원경찰서에 김씨를 고소해지만 아직까지 그녀의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김씨가 지난 20년 동안 시장 상인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계모임을 성실히 이끌었다는 데 있다. 바로 이점 때문에 많은 상인들은 김씨를 믿고 계에 가입 꼬박고박 돈을 부었다.

하지만 일부 계원들이 곗톤을 탈 차례가 다가왔지만 김씨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TV 드라마에서나 보던 상황이 자신에게 벌어지자 계원들은 덜컥 겁을 집어먹고 김씨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피해자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김씨는 계원들에게 김정숙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김씨의 행방을 오리무중이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에 자주 드나들던 김씨가 돈을 챙겨 밀입국 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100억원대의 피해금액은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적어도 150명 이상의 계원들로부터 100억원대의 곗돈을 빼돌렸다는 것. 하지만 경찰에 공식적으로 접수된 피해액은 32억원이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④ 희대의 사기꾼
- 이종룡 그는 누구인가

주위를 둘러보면 크고 작은 사기를 당했다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경찰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사기 범죄 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로 집계됐다.

그 중에서도 경찰청에서 공개수배한 이종룡(55)은 희대의 사기꾼이라 불릴만한 인물이다. 단골 택시기사, 단골 식당주인, 가족처럼 일하던 가사도우미와 자신의 모친 묘를 이장해 준 이장업자까지 인연이 닿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서다.

사기 수법도 다양했다. 사찰공사 투자, 아파트 전세계약, 아파트 상가분양, 납골당 건설을 미끼로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하게 범행을 즐긴 것.

이와 관련 그의 수법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그가 전형적인 거물 사기꾼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까운 사람을 시작으로 대상을 넓혀 목표물을 넓힌 뒤 문어발식으로 사기를 친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집계된 피해자만 100여명, 피해액은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사기로 갈취한 돈을 단 한푼도 자신의 명의로 해놓지 않아 그를 검거하더라도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씨 역시 이종상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건실한 사업가인 냥 피해자들에게 접근했고, 피해자 중에는 길게는 7년 동안 그와 친분을 쌓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씨의 파렴치한 범죄 행각 때문에 경찰도 공개수배로 전환해 이씨 검거에 나섰지만 피해자들은 자신의 생업까지 뒤로 한 채 그를 쫓고 있다. 경찰의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사기 범죄는 입증이 어려운데다 수사 인력의 한계로 인해 강도나 절도 등의 강력범죄에 비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이유에서 마냥 경찰 수사만 믿고 기다릴 수 없는 피해자들이 직접 이씨를 붙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

지난해 연초 <SBS 뉴스추적>에서 다룰 만큼 탁월한 사기 능력을 가진 이씨의 검거 소식이 기다려진다.

⑤ 춘천수렵장 접수
- "짝퉁조폭 게 섰거라"

2009년 한 30대 남성이 강원도가 운영하는 춘천시 서면 오월리 강원도립춘천수렵장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7~8명을 협박해 2007년 말부터 1년 5개월여 동안 3억여원을 갈취한 사실이 밝혀졌다.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수렵장에서 공익근무를 했던 이상진(32)이 2007년 12월 중순께 수렵장에 침입해 자신을 조직폭력배의 일원이라고 소개한 뒤 사냥용 엽총에 실탄을 장전에 공무원들의 입 속에 넣고 협박하는 당 2009년 4월 중순까지 갖가지 폭력을 행사해 돈을 뜯고 입장료 일부도 챙겼다.

당시 이씨는 수렵장 측으로부터 잠자는 방은 물론 사무실 내에 자신이 쓸 수 있는 책상과 컴퓨터까지 제공받고 무전취식하며 기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4월부터 1년간 총 3200만원을 갈취당한 한 피해자는 "밤중에 휴양림 내 계곡으로 끌고가 흉기를 목에 들이대며 돈을 안주면 가족까지 죽여버린다고 협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1200만원까지 4차례에 걸쳐 모두 3200만원을 줬다"고 말했다.

총 피해자는 수렵장 근무 직원 7명 가운데 6명, 인근 자연휴양림과 관할사업소인 산림개발연구원 내 직원 일부 등 7~8명에 이른다. 이씨는 이들을 대상으로 흉기와 둔기 등을 이용해 폭력을 행사하며 돈을 뜯었고, 이들 중 일부 피해자는 이씨에게 맞아 온몸이 시퍼렇게 멍들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2008년 상반기 피해를 당한 한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검거돼 벌금형을 받고도 다시 수렵장 내에서 계속 범행을 저질렀다는 데 있다. 1년 5개월 동안 범행을 계속하던 이씨는 도산림개발연구원 내 한 중간간부를 대상으로 갈취를 시도하다 거세게 반발하자 2009년 4월 중순께 수렵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이씨가  "수렵장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나머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피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강원도는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관련 공무원 3명을 직위해제하고 직원을 새로 바꾸는 인사를 단행했으나, 춘천수렵장은 이미지 실추를 이유로 지난해 간판을 내렸다.

적게는 2년에서 많게는 10년 동안이나 도주생활을 하고 있는 공개수배자들은 과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경찰은 수배 뒤 잠적하다 검거된 범인들을 보면 대부분 신원공개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선을 타거나 축사 등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일반 사회와는 어느 정도 격리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애꿎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
하지만 일부 범죄자들은 뻔뻔하게도 신원을 감춘 채 위장취업하거나 막노동 생활을 하며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제적 궁핍으로 인한 추가 범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찰이 치안력을 더욱 강화하고 신속하게 범인을 검거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인권문제로 인해 물심 검문이 제한되는 등 경찰력만으로는 잠적한 범인을 붙잡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경찰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있어야 또 다른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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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