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주주 오너 일가에 회사 차원서 고배당을 일삼는 ‘반칙’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배당 논란이 재연됐다. 변칙적으로 자행되는 ‘오너 곳간 채우기’는 좀처럼 멈춰지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기획으로 고배당 논란에 휘말린 오너 일가를 짚어봤다.
업계 유일 코스닥 상장사인 푸른저축은행이 배당금의 80% 가량을 오너 일가에 배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개선에 따른 배당이지만 오너 일가가 지나치게 배당 잇속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쏠쏠한 곳간
2016회계연도 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푸른저축은행은 주주들에게 총 61억원의 배당금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1주당 배당금은 500원,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총액을 뜻하는 ‘배당성향’은 23.36%였다.
최근 3년 간 내역을 살펴보면 배당금 규모는 121억원으로 불어난다. 2014년에는 배당금총액은 36억원, 1주당 배당금은 300원, 배당성향은 14.27%였다. 2015년 배당금총액은 20억원, 1주당 배당금은 200원, 배당성향 19.73%를 기록한 바 있다.
거액의 배당금 지급이 가능했던 것은 가계대출 증가 등에 따른 실적 개선 때문이다. 푸른저축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192억원) 대비 35.4% 증가한 260억원이다. 푸른저축은행은 기업대출이 전체의 90%이상을 차지하지만 최근 가계대출을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
가계대출이 지난해 말 489억원으로 전년(260억원)보다 88% 증가했다. 전체 대출금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3.19%서 6.07%로 2배 가량 뛰었다.
여기에 상호저축은행 결산기 변경에 따른 착시 효과도 작용했다. 직전 사업년도에는 영업기간이 6개월(2015.7.1∼2015.12.31)이었으나 지난해 사업연도부터 12개월(2016.1.1∼2016.12.31)로 정상화됐다.
푸른저축은행이 본격적인 배당에 나선 2015년은 주신홍 푸르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낸 시기다. 주 대표는 주진규 회장이 별세한 후 1년 만인 2000년 푸른저축은행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주 대표는 2011년 이트레이드증권(현 이베스트투자증권)에 입사해 투자전략 담당 애널리스트를 거쳐 채권운용팀 매니저로 일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서 석사과정을 밟은 뒤 푸른저축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4년 푸른저축은행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은 뒤 개인자금을 투자해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을 설립하고 대표이사를 맡았다.
푸른저축은행은 주 대표 입사 전인 2013년까지만 해도 1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 대표가 입사한 2014년 4월을 기점으로 지표가 개선되더니 두 달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순이익 규모는 분기마다 급증했고 2015년 6월에는 전년(4억원) 대비 60배가량 늘어난 253억원을 기록했다.
배당금 8할 오너 일가 통장행
배당금으로 승계작업?
푸른저축은행의 배당성향은 국내 상장사 배당성향 평균치(10∼20%대)와 비교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배당의 기본 취지가 주주들에게 회사의 이익을 환원한다는 것임을 감안하면 적정 수준서 이뤄지는 푸른저축은행의 배당정책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오너 일가의 고배당 잔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기간 96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돌아간 구조 때문이다. 이는 3년 배당금총액의(121억원)의 79.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푸른저축은행은 최대주주인 주 대표(17.19%)와 7명의 특수관계인이 총 63.4%를 지배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에는 주 대표의 모친이자 푸른저축은행 대표인 구혜원씨(14.69%), 주씨의 두 여동생인 은진씨(3.23%), 은혜씨(3.2%) 등 가족들이 포함돼있다.
나머지 특수관계인은 푸른F&D(14.71%), 부국사료(9.6%), 푸른문화재단(0.4%), 송명구(0.35%)씨 등이다. 주 대표는 금융계열사를, 여동생들은 계열사인 축산업체 푸른F&D로 승계 작업이 이뤄지는 구조다.
반면 전체 주주수(922명)의 98.93%를 차지하는 소액주주 지분율은 17.37%에 불과하다. 이 같은 지분율을 기반으로 지난해 최대주주인 주 대표는 12억9625만원, 구 대표는 11억750만원, 은진씨는 2억4338억원, 은혜씨는 2억4108억원을 배당받았다.
승계 기반 마련?
게다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푸른저축은행은 전체 고배당기업(241개 사) 중 직전 3개년 평균 배당수익률(6.64%)이 두 번째로 높았다. 고배당기업 기준은 3년 평균 배당성향, 배당수익률이 시장평균의 120%이면서 총 배당금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상장사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시장평균의 120%에 해당하는 배당수익률은 0.95%다. 푸른저축은행의 6.64% 수익률이 과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푸른저축은행 구혜원 회장은?
2003년 LG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금융업서 완전히 손을 뗐다. 보험계열사들은 방계그룹인 LIG그룹을 형성해 일찌감치 떨어져 나갔고, LG카드와 LG증권은 매각을 통해 주인이 바뀌며 그룹의 품을 떠났다.
하지만 LG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딸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LG그룹 창업주 중 한 사람인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막내딸 구혜원 회장이 대표적이다.
푸른그룹은 푸른저축은행을 비롯해 부국사료, 푸른 F&D, 푸른통상 등을 거느린 중견그룹이다. 푸른그룹 핵심계열사는 푸른저축은행이다.
주진규 푸른그룹 전 회장이 사망하고 부인 구혜원 회장이 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1999년 별세한 주 회장은 사조그룹 주진우 회장의 동생이다. 당시 그는 청평서 가족휴가 중 사고로 머리를 다쳐 타계했다.
주 전 회장의 사망 후 경영권 승계 작업은 빨라졌다. 현재 구 회장이 푸른저축은행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