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 등친 세무브로커 막전막후

4324명에 5년치 세금폭탄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사상 최대의 세무 사기 사건이 터졌다. 피해자만 수천명. 사기혐의를 받고 있는 세무브로커 류모씨는 구속됐지만 피해자는 세금폭탄을 맞아 당혹스런 상황이다. 문제는 사건의 후폭풍이 시작도 안 했다는 점이다. 사건을 수습할 과세당국의 역할론이 부각된다.
 

지난해 어머니를 병환으로 떠나보낸 대학생 A씨는 국세청으로부터 한 통의 우편물을 받았다. 내용은 어머니가 체납한 종합소득세를 종용하는 고지서였다. 2012, 2013년 귀속년도 기준 4000만원이 부과됐다.

수천만∼수억씩

전국프리랜서세무사기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등록금 문제로 휴학을 고민하던 A씨에게 4000만원은 감당하기 힘든 무게였다. 문제는 세무사였다. 보험설계사였던 A씨의 어머니는 류모 세무사에게 세무 기장 일을 맡겼고 류 세무사가 소득신고를 엉터리로 하면서 사달이 났다.

과세당국은 보험설계사와 같은 프리랜서를 인적용역사업자라 한다.

이들은 회사에 소속돼 일을 하지만 개인사업자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인적용역사업자 가운데 연 수입 7500만원을 넘는 프리랜서는 복식부기 장부를 과세당국에 제출해야 하는데 세무지식이 없는 대상자는 통상 세무사에게 기장 업무를 맡긴다. 


A씨의 어머니도 소득이 7500만원이 넘어 복식기부 장부를 제출해야 했다. A씨의 어머니는 류 세무사를 통해 세무 기장을 맡겼다. 그런데 류 세무사가 A씨 어머니 소득의 약 80%를 임의로 비용 처리하면서 A씨 앞으로 세금폭탄이 떨어졌다.

과세당국은 한해 수입 가운데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수익을 과세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비용을 크게 부풀리면 수익이 줄게 되니 과세 대상이 축소된다. 류 세무사는 이 방법으로 고객 몰래 소득세를 줄이다 적발됐다. 
 

국세청은 탈루액을 확인하고 납세자에게 세금 과세 및 고지를 했다. 류 세무사의 고객이었던 A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과세 이후였다. 새로 추징된 과세분 가운데 비용처리돼야 할 부분을 소명해야 하는데 생전에 A씨 어머니가 실제 사용한 비용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A씨는 “1년 전에 내가 쓴 돈도 어디에 사용됐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돌아가신 어머니가 사용한 경비의 사유와 목적, 경로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현재 국세청은 피해자에게 지난 5년간 종합소득세 신고에서 누락된 경비 사용내역을 소명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는 것이 대책위 설명이다. 이에 따라 허위증빙으로 인한 신고불성실 가산세 40%, 무기장가산세 20%, 납부불성실 가산금(일 0.03%, 연 10.95%) 부과 가능성에 노출됐다.

국세청 측은 “피해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고 있다”며 “소명이 명백히 안 될 경우 원칙에 맞게 추계하는 방식으로 과세하고 있다”고 했다.

세무브로커 사기 사건은 류 세무사가 프리랜서의 맹점을 정확하게 파악해 접근하면서 확대됐다. 류 세무사는 적극적으로 프리랜서 직업군을 찾아 고객으로 유치했다. 


그는 보험회사, 자동차영업소 등을 돌며 수수료를 싸게 해주고, 비용처리에 따른 절세를 강조했다.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 때론 자신을 국세청 출신이라고 속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의실서 세법 관련 전문용어를 통해 설명하는 말에 많은 프리랜서가 그에게 기장을 맡겼다. 하지만 임의로 신고된 종합소득신고에 고객들은 탈세범 의혹을 받아야 했다. 

역대급 피해 규모
후폭풍 우려 고조 

피해자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사안의 시급성 및 규모에 맞춰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류 세무사가 맡아 문제가 발생한 사례는 수천건에 달한다. 대책위가 파악한 피해자 수는 보험설계사 3031명(6228건), 학원강사 320명(648건), 외판원 199명(393명), 직업운동가 147명(248건), 기타직군 337명 (606건) 등 총 4324명이다. 

국세청은 이들에게 최근 5년간 누락(2011∼2015년)된 본세와 가산세를 고지했다. 우려스러운 점은 A씨의 경우처럼 과세 대상자의 수입이 많지 않을 경우다. 5년치가 한꺼번에 부과된 세금을 납부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5년치의 세금을 일괄적으로 내는 납부료만 수천, 수억원에 달해 현실적으로 납부가 곤란한 피해자가 많다”며 “원하는 피해자에 한해 제척기간(세금 시효기간)을 고려해 세금 납부 고지를 유예해 주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원칙적으로 세금 탈루를 발견하면 과세 대상에 대한 납부 고지를 우선 해야 한다”며 “세금 지불능력이 없는 경우 징수유예라는 제도를 통해 최대 9개월까지 납부를 미룰 수 있다”고 제언했다.

대책위 측은 국세청의 행정절차상 일괄적으로 납부 고지를 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세무브로커 사기 사건 피해자의 피해 규모가 커 피해자들이 대량 실직 상황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보험설계사의 경우 부과된 소득세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금융 계좌 압류가 들어간다. 해당 보험설계사는 고객과 계약을 해도 수당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영업을 할 수가 없다. 

보험사는 일정기간 동안 실적이 없거나 세금 체납 등으로 인해 신용에 문제가 발생한 설계사는 퇴사토록 하고 있어 대량 실직자가 발생할 수 있다. 

대책위는 우선 신고불성실 가산세를 면제하고 단순누락 가산세 10.95%를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또 9개월에 불과한 징수유예 기간을 유동적으로 늘리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장기분할 납부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제도적인 문제점도 지적했다. 인적용역사업자의 복식기장 의무금액을 현행 7500만원에서 상향해 달라는 것. 현재의 의무금액은 20년 전 기준으로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김정환 전국 프리랜서 세무사기 피해 대책위원회 대표는 “우리는 세무사기 사건의 공범이 아닌 피해자”라며 “자칫 대량 실직 사태로 번질 수 있는 상황서 과세당국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데 행정편의주의로 흐르는 국세청이 피해자를 위한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국세청의 행위는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삼고 있는 새 정부의 방침에도 역행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한 세무 관련 종사자는 “일반적으로 납부자의 지급 여건 및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행정 절차를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런데 세무사기 사건 피해자에 대한 과세 당국의 조치가 너무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생계가 막막

종합소득신고가 정정되면 해당 기간의 지역건강보험료도 추가로 추징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번 피해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세무브로커 사기 사건은 이제 그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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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