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간당간당한 이양호 마사회장

적폐 리스트 오를라 ‘전전긍긍’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최순실 사태서 한국마사회는 정유라라는 시대가 낳은 괴물을 탄생시킨 ‘둥지’로 꼽힌다. 그 여파로 당시 현명관 마사회장이 밀려나고 이양호 현 마사회장이 마사회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도 자리가 위태롭다. 회장 선임부터 알박기 인사란 비판이 나오면서 예견된 수순이다.
 

한국마사회는 설립 후 꾸준히 비리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유난히 외풍이 센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마사회가 설립되고 내부 승진을 통해 회장이 된 인사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정권 눈치보기 
TF…실효성은?

1922년 4월 조선경마구락부(사단법인)서 1949년 한국마사회로 회명을 변경한 이후 60년의 기간동안 34명이 회장이 거쳐갔지만 회장직은 ‘관피아’ ‘낙하산’ 논란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권을 차지한 정당이 전리품처럼 자신의 인사들로 마사회를 채워왔기 때문이다. 

그 정점에 선 인물은 현명관 전임 마사회장이었다. 낙하산 논란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현 회장은 2013년 12월 회장직에 오르면서부터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다. 현 전 회장은 196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1968년 감사원서 부감사관으로 일했다. 

1981년에는 호텔신라 이사로 선임돼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삼성 주요계열사의 요직을 거치며 2010년 삼성물산 상임고문으로 삼성을 떠나기까지 삼성맨으로 살았다


. 그는 박근혜 대통령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이기도 하다. 현 전 회장은 박 대통령의 대선 당시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멤버다. 박 대통령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 세우자)를 기획한 인물이다. 

이 점 때문에 현 전 회장이 마사회장직에 오르자 ‘낙하산 논란’으로 이어졌다. 현 회장은 회장직을 맡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잡음이 흘러나왔다. 마사회가 설립한 산하재단 ‘렛츠런재단’에 자신이 과거 속했던 전경련과 삼성 출신 인사들을 등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계속된 논란에도 현 전 회장은 회장직을 유지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로 현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임기를 끝으로 회장직서 물러났다. 그 배경에는 최순실 사건에 그가 이끈 마사회가 깊숙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다. 마사회와 현 전 마사회장은 압수수색과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청산 대상 명단에 포함?
솔솔 부는 ‘조기강판론’

공석이 된 마사회장 자리에 자연스레 눈길이 쏠렸다. 새로 선임되는 회장에 따라 마사회 의혹 해결을 위한 조사에 협조 정도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배경서 마사회는 투명한 인선으로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마사회 노조측은 회장 인선 막바지에 성명서를 내고 마사회가 바뀌기를 희망했다. 노조는 현 전 회장에 대해 “체질을 개선한다고 포장했으나 사실상 조직을 사유화해 조직 내 줄세우기, 낙인찍기로 일관했고 경영농단을 일삼다가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과 관련한 의혹에 연루돼 마사회에도 치유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마사회 내부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대통령 권한 대행이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공석이었던 공공기관장 인선을 단행했다. 가장 먼저 단행한 공공기관장 인선은 마사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낙하산과 알박기 인사 논란이 동시에 제기됐다. 정부는 TK(대구+경북) 인사를 회장으로 선임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후임 회장으로 이양호 전 농촌진흥원 원장이 마사회장으로 낙점됐다. 일각에선 최순실 관련 의혹을 핵심 연결고리인 마사회의 의혹을 감추기 위해 TK 출신을 회장 자리에 앉히는 ‘알박기’ 인사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툭하면 사건
비리 백화점

이 회장은 마사회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를 합격했다. 1983년 총무처 수습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주로 농림부에 몸 담다 2016년 8월 농촌진흥청장 자리를 끝으로 잠시 공직생활을 떠나있었다. 

그는 TK 인사로 분류됐다. 이 회장은 구미시서 태어났으며 영남고등학교와 영남대학교를 졸업했다.

인선 과정도 논란을 자초했다. 당시는 최순실 사태로 나라가 어수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각종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 권한을 대행했던 황 전 국무총리는 시급한 현안을 제쳐두고 서둘러 마사회 회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황 전 총리는 마사회 회장 인선과 관련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려운데 조금이라도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데도 도움이 되는 이런 공백들을 메우는 일은 부득이 해야 되지 않겠나”라며 ‘경제’라는 논리는 끌어들였다.

하지만 당시 많은 공공기관장들의 인선이 밀린 상황이라 뒷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최고위원은 “국민과 국회로부터 탄핵당한 박근혜정부가 국회와의 협치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서 재빨리 인사권부터 행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황 권한대행은 마사회장 내정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여타 공기업에 대한 인사권 행사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당시 최순실 사태와 연관된 마사회 의혹들을 감추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황 전 총리의 인선 강행으로 이 회장은 마사회에 합류할 수 있었다. 또한 최순실 사태로 나라가 숨가쁘게 돌아가면서 마사회는 국민들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멀어졌다. 그 사이 박 전 대통령은 탄핵됐으며, 나라는 문재인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알박기 논란 속에 선임
해소 못한 최순실 의혹


이에 따라 마사회에 대한 관심도 다시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마사회 관련 의혹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알박기 인사라는 논란이 일었던 이 회장을 조기 강판하고 적합한 인물을 새로 앉혀야 한다는 목소리다.

최순실과 마사회의 커넥션 논란은 재판정서 계속되고 있다. 최순실의 승마계 측근으로 알려진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마사회 인선에 최순실이 개입한 사례들을 증언했다. 

박 전 전무는 “2013년 5월 봄 강남 삼성동의 한정식집서 최순실의 남편인 정윤회를 만났는데 정씨가 이상영(전 마사회 부회장)씨를 ‘앞으로 마사회에 갈 사람’이라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후 마사회 말산업육성본부장 겸 부회장직에 올랐다.

증언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2015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박 전 전무에게 연락해 “정윤회 실장을 만나게 해 달라. 유임을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조기 강판에 대한 말이 나오는 이유는 최순실 사태라는 외부적인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위해서도 이 회장이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화가 싫은 
공기업 특성


논란 속에 인선된 이 회장이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마사회는 내부적으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사회는 공공기관 가운데 2번째로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 이 때문에 마사회는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 방향에 따라 대수술이 불가피한 조직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마사회에 비정규직과 관련한 대형 사건이 터지면서 언론의 눈길이 마사회에 집중됐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유명 마필관리사 박경근씨가 지난 27일 자살한 것이다. 박씨는 2004년부터 마필관리사로 일하면서 국내 1호 말 마사지사로 잘 알려진 인물이었지만 비정규직 신분이었다. 

박씨는 전날 오후 9시 아내와 통화에서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한 뒤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유서에는 ‘X같은 마사회’라고 시작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마사회에 대한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마필관리사의 일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안정성을 보장받기 힘들다. 따라서 박씨가 열악한 일자리 때문에 생활고를 겪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노동조합은 박씨의 죽음에 대해 “한국마사회의 가혹한 착취 구조 때문”이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향후 마사회에 대한 개혁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마사회는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상생일자리’ TF를 구성한 상황이었다.
 

한국마사회는 현 정부 일자리창출 정책의 선도적 이행을 위해 ‘상생 일자리TF’를 신설한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부회장을 총괄TF팀장으로 하고 주요 부서장이 대거 포진해 이양호 한국마사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할 예정이었다.

이 회장은 “경영 효율화서 공공성 강화로 공공기관 정책이 옮겨지는 추세에 발맞춰 일자리 마련과 상생경영을 위한 대책을 적극 마련할 계획”이라며 “전담조직을 통해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적극 부응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하지만 TF가동 초기에 박씨 자살 파문이라는 대형 암초를 만났다. 여기에 이 회장의 실행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알박기 논란까지 제기됐던 이 회장이 마사회 개혁의 당위성을 마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아닌 마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면 마사회 내 문제를 개혁하기 힘들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방만 경영으로 재미를 본 마사회가 회장 선임에서부터 알박기 인사라는 약점을 가진 이 회장의 개혁 의지를 오롯이 실행할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다.

이 때문에 마사회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의혹과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회장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이 불가피해보인다.

개혁 목소리
매번 그때뿐

공공기관 출신의 한 인사는 “마사회와 같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심한 공공기관은 개혁을 실행해야 하는 정규직 직원들의 반발로 회사 내부서조차도 개혁에 시큰둥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개혁 의지와 추진력을 가진 기관장이 필요한데 알박기 회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이 회장이 직원들의 동의를 구해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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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