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탈권위’ 기업 총수들 비화

대통령보다 더 털털한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탈권위’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식판을 직접 들고 배식 받는 사진은 불합리한 권위를 벗어던진 ‘유연한 권력’의 상징처럼 회자된다. 재계도 탈권위 바람이 덩달아 불면서 소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총수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일요시사>서 이들을 조명했다.
 

현대가는 소탈한 가풍으로 유명하다. 현대의 창립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 때부터 이어져 온 집안 분위기이도 하다. 정 명예회장은 30년 동안 구두 3켤레로 생활했다는 일화는 재계에선 이미 유명한 일화다.

소탈이 가풍
수평적 문화

정 명예회장은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칭하며 권위를 내려놓고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의 차남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아버지인 정 명예회장의 소박함을 물려받았다. 

현장을 시찰할 때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허름한 차림에 크게 닳은 구두를 신고 현장을 확인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소탈 행보는 정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권위를 내려놓고 현장으로 파고드는 모습에서 정 명예회장과 닮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정 부회장이 최소한의 인원만 대동하고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소통하는 모습은 자주 목격된다. 


정 부회장의 모습은 재계서도 정평이 나있다. 조석래 효성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변호사가 ‘소탈하고 겸손한 경영자’라고 호평한 것은 괜한 말이 아니다. 

그는 로열패밀리 3세에게 있을 법한 ‘허세’가 없다. 그는 김치찌개를 좋아하고 소주와 막걸리 등의 술을 즐겨 마신다. 체력관리를 위해 골프장을 즐겨 찾는 정 부회장은 수행비서 없이 운동에 몰입하기도 한다.

소박한 음식을 즐기고
허례허식은 생략하고

정몽구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역시 탈권위를 외치는 로열패밀리로 구분된다. 그는 지난해 사내제도를 유연하게 바꾸는 시도를 했다. 점심시간 제도를 폐지하고 복장을 자율화한 것이다. 

권위주의 의식이 남아있는 사내문화에선 쉽게 결행하기 힘든 결정이었다. 기존의 권위적인 문화를 타파하고 효율을 중시하는 사내문화의 정착을 위한 시도라는 해석이 잇따랐다. 반응도 괜찮았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소통하며 유연한 사내문화 정착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도 평소 ‘무허세 경영’으로 유명하다. 그는 해외출장을 다녀올 때 의전이나 허례허식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국외 출장 배웅을 위해 공항에 나갔던 한 직원에게 ‘일 안 하고 뭐하러 여기까지 나왔느냐’고 야단친 일화는 그룹 내에서 유명한 이야기다.
 


세아그룹도 탈권위적인 회사로 평가된다. 철강회사서 느껴지는 딱딱한 기업 문화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평가다. 그 배경에는 총수 일가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총수 일가의 3무 경영은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3무 경영은 의전과 격식, 수행이 없는 경영을 의미한다. 세아그룹 3세 경영인인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전무에 대한 평가도 이같은 영향을 받아 우호적이다. 

겸손함과 듬직함을 두루 갖췄다는 것이 중론. 그들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겸손한 자세에 대해 꾸준히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두 전무는 서울 합정동에 있는 세아타워 인근 식당서 직원들과 같이 식사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소탈서 나오는 
원할한 소통

이주성 전무는 재벌가 후계자로서는 드물게 연애결혼을 했다. 이 전무는 시카고대 유학 시절 만난 초등학교 동창 민규선씨와 결혼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역시 소탈한 행보로 유명한 기업 총수다. 자수성가형 총수로서 자연스레 몸에 밴 정서이기도 한다. 임직원들과의 격의 없이 대화하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때론 시장서 임직원들과 권위를 내려놓고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한다. 

공장 시찰 때 부회장만 대동하고 현장에 등장하는 일도 있다. 해외 출장 때는 비서없이 혼자서 업무를 수행한 일화는 꽤 알려져 있다. 재계에선 그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무형 기업가라고 평가한다.
 

최고 기업 두산가에도 소탈한 행보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로열패밀리가 있다. 두산가 3세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4세인 박정원 두산 회장이다. 박용만 회장은 두산가의 탈권위주의 노선을 걷는 인사로 유명하다.

“야근, 상명하복 등 낡은 경영 문화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과 사회적 지위를 좀먹는 고질적 병폐다. 기업 구성원들이 좀 더 생산적으로 일하고, 국민들도 기업에 대한 시선을 바꿔갈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업무방식과 구태문화를 바꿔나가겠다.”

지난해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서 박 회장이 한 말이다. 말뿐이 아니다. 그는 깜짝 만남을 통해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하기도 하고, 치맥(치킨+맥주)을 먹으며 야구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생활을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동대문 두산타워의 인근 식당서 편하게 식사할 때가 많은 박 회장이 깜빡하고 지갑을 놓고 와 외상했다는 일화가 그의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매년 대학서 열리는 기업설명회와 해외서 개최되는 신입사원 채용설명회에도 참석한다. 박태준 전 총리의 빈소에 수행원 없이 홀로 조문을 가 기자들도 못 알아보는 경우도 있었다. 오너일가로서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모두가 공감하는 일상
다함께 어울리는 취미

지난해 말 두산그룹의 총수가 된 박정원 회장 역시 탈권위적 행보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묵한 스타일로 알려져 있지만 운동을 좋아한다. 특히 야구광으로 전해진다. 그는 고려대학교 재학시절 야구동아리서 2루수를 맡았다. 

현재는 프로야구 시즌 중에 꾸준히 야구장을 방문해 경기 관람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권위주의적 행보는 기업을 이끄는 총수에게 기본적인 덕목으로 자리잡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승계작업이 한창인 예비 총수들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몸을 낮춰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하는 추세다.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두 딸인 임세령·임상민 전무 역시 탈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격의없이 직원들과 소통하고 구내식당서 식사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임 전무 자매는 회식 자리도 꾸준히 참가해 직원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있다.


K뷰티를 이끌고 있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도 탈권위를 지향하는 리더다. 서 회장은 조용한 경영을 추구하지만 모든 회사 구성원간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다. 손수 직원들에게 차를 타서 내주기도 한다. 말단 직원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자세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형성하는데 기반이 됐다. 

덕분에 아모레퍼시픽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기반으로 K뷰티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도 최근 소탈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권위보다 소통에 방점을 찍고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직원들과 번개 저녁식사를 즐기며, 일찍 출근한 직원과의 티타임을 갖는다. 추운 겨울에는 목도리를 선물하는 등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덕분에 동국제강은 업황 불황에도 준수한 실적을 기록하며 견실한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격의 없이 대화
문자 주고 받아

한국타이어의 3세 경영인인 조현식·조현범 사장은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직원들과 소통을 중시한다. 조 사장 형제가 직원들과 소통하는 매개는 운동이다. 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족구, 축구 등을 즐긴다. 직원들과 함께 팀을 이뤄 협동심을 키우고 이따금 가벼운 내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도 여느 2세 경영인 같지 않게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스스로 운전해 취임식에 나타난 일화는 유명하다. 해외 출장에 수행비서 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일도 잦다. 그는 소탈한 리더십을 갖춘 경영인으로 재계에 소문이 나있다.
 

김영진 한독 회장도 소탈한 경영인으로 평가된다. 직원들과 어울려 편하게 술자리를 갖는다. 점심때는 구내식당을 찾아 직접 식판을 들고 배식을 받아 점심을 해결할 때도 있다. 전직원과 간담회도 진행했고, 직원들과 트레킹을 즐기기도 한다.

김치찌개에 소주
치맥에 야구관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젊은 경영인답게 친근하고 소탈한 이미지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정 회장은 SNS를 활용해 임직원들뿐 아니라 고객과의 소통도 시도한다. 직원들과는 직접 소통을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기도 한다. 직원들도 정 부회장의 탈권위적 행동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 하남 개장 이후 현장을 도는 일이 많은데 정 부회장을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는 내방객들도 있다. 권위적인 경영인에게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정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최근 전기자동차를 구입했다.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 차량 구입에 대한 배경이다. 젊었을 때는 오토바이를 통해 유럽일주를 했다.

한진그룹의 3세 경영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젊은 경영인답게 격식에 얽매이기보단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현장 직원들과의 번개 미팅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때로는 직원들과 식사를 하기도 하는데 잔치국수, 칼국수, 만두 등을 즐겨 먹는다고 한다.

직장인들은 최근 조성되고 있는 수평적 사내문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수평적 사내문화 정착의 보편적인 제도인 수평적 호칭제도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표하고 있는 것.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3월 직장인 915명을 대상으로 수평적 ‘호칭제도’에 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77.3%의 직장인들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지하철 타고
약속 장소로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기업에는 수평적인 사내 문화 바람이 불고 있다”며 “권위를 내려놓고 소통하려는 경영인들이 많아지면서 수평적 사내 문화가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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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