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권위 시대’ 진도군수의 제왕적 행보 고발

때가 어느 땐데…대통령보다 더하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진도군수의 제왕적 행보에 뒷말이 나오고 있다. 지역신문과 시민단체를 통해 관련 내용이 나오면서 질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진도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진 진도군수가 구설에 올랐다. 그의 독불장군식 행보에 군민들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적인 행보가 도마에 올랐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 국회의원을 이른바 ‘왕따’를 시켰다는 뒷말이 나온 것.

각종 의혹

<뉴스진도>의 지난 4일자 사설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이 군수는 지산면민 한마당잔치서 진도군의회 의장 축사를 생략했다.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 대신 더불어민주당 김영록 전 의원에게 축사를 하게 한 것이다. 자연스레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현 의원이 참석한 공식행사에 전 의원이 축사를 하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뒷말이 무성했다. 특히 관례를 깨는 배경에는 이 군수가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같은 달 21일 열린 군내면민 체육대회와 다음 날 개최된 5개면 봉사단체협의회 화합한마당잔치서도 석연찮은 일이 벌어졌다.


윤 의원이 표창을 수여하려 했으나 취소된 것. 대선을 앞둔 선거기간이기 때문이라는 주최 측의 해명이 있었지만 민주당 대통령선거 운동원으로 활동 중인 김인정 진도군의회 표창은 거부하지 않아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7일 열린 대명리조트 기공식서 윤 의원의 축사가 제외된 사건까지 일어나자 이 군수와 당이 다른 국민의당 의원인 윤 의원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윤 의원 측도 강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아무리 군수와 당이 다르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기본적인 의전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진도 지역개발 예산 확보와 국책 현안사업 해결을 위해 뛰고 있는 국회의원을 이처럼 배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군수의 제왕적 행보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군수의 제왕적 행보가 검찰 고발로 이어진 사건도 있었다.

<진도신문> 및 지역 언론에 따르면 진도사랑연대회의는 진도군수가 진도군 인사에서 특정인을 승진시킬 목적으로 근무성적평정점(이하 근평점수)을 조작하도록 지시·묵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역 행사서 속보이는 왕따 지적
독불장군도 아니고…군민들 눈살
 

진도사랑연대회의는 2015년 9월 이 군수를 지방공무원법 위반과 직권남용,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 행사죄 등의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진도군 인사담당 부서는 지난 2013년 2월경 84명의 공무원에 대한 근평점수를 수 차례에 걸쳐 고의로 변경해 서열명부의 순위를 조작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013년 11월경 행정자치부 정부합동 감사에 드러난 내용으로 행정자치부는 당시 “진도군 인사담당자 등이 ‘지방공무원 평정규칙’에 따라 서열명부의 순위를 변경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정인을 승진시킬 목적으로 근평점수를 수정했다”며 “진도군수에게 인사운영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진도사랑연대회의는 “이 군수가 근평점수 조작과 관련 2013년 11월 진도군의회 203회 정례회서 행정자치부 감사결과에 대해 질의하자 근평점수 조작 개입을 부인하다가 1년이 흐른 2014년 11월 진도군의회 211회 정례회에선 ‘공을 세운 공무원에게 상을 주는 것이 좋다는 의사표시는 했다’”며 “근평점수 변경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폭로했다.

진도사랑연대회는 “피고발인인 이동진 군수가 진도군 행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인을 승진시키기 위해 그 지위를 악용해 근무평점제도를 훼손하고 직업 공무원으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군수가 ‘막강한 권력’으로 주변인들에게 특혜를 몰아줘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진도신문> 2015년 10월5일자 기사에 따르면 이 군수는 주변에 친분이 있는 특정인에게 토지 매입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감사원의 조사는 불가피했다.

조사 과정서 조모씨 등 2명의 특정인 토지 매입을 담당했던 공무원 등은 토지 소유자 중 이모씨는 부동산 중개업자로서 이 군수와는 같은 전주 이씨 집안이고 친분이 돈독한 사이며, 조모씨는 진도군서 병원을 운영하는 자로 이 군수와는 절친한 친구로 2010년 지방선거 때 많은 도움을 줬다는 진술이 나왔다.

결국 감사원은 이 군수와 친분이 있는 특정인 소유 토지만을 매입함으로써 녹진 관광지 내 편입토지의 다른 토지 소유자와의 형평성을 잃는 등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사람 채우기 구설
가까운 사람 챙기기도

진도군은 2011년 6월7일 조씨 등 2명으로부터 군내면 녹진리 산2-121번지 2만5938㎡를 매입해 줄 것을 요청받고 2012년 9월19일 위 토지를 4억1111만원(물건 보상액 170만원 제외)에 매입했다.

해당 토지는 2010년 10월22일 관광진흥법 제52조, 제54조 및 제58조의 규정에 따라 녹진리 일원 21만8322㎡를 관광지로 개발하는 사업에 편입된 것으로 이사업의 시행자는 진도군수, 계획기간은 2010∼2014년, 총사업비는 450억6200만원(공공자금 240억9800만원, 민간자금 200억6400만원)이다.

진도군은 조씨 등 2명이 요청한 토지를 매입해 주기로 군수 결재를 통해 방침을 정했다. 같은 해 6월17일 녹진관광지 내 관광시설 설치 등 전체 또는 개별사업의 추진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 보상대상토지에 대한 토지조서 등 작성, 보상계획 공고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7월18일에는 감정평가결과를 통보(2필지 계 : 3억8654만8350원) 받고도 토지소유자가 감정평가금액이 낮다는 사유로 매각을 거부하자 보상 협의절차를 이행하거나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하지 않고 그대로 뒀다.


이듬해 2월23일엔 토지소유자 이들의 신청에 따라 합병된 토지를 감정평가금액으로 매입해주기 위해 이미 2012년 본예산으로 확보한 3억원 외에 1억2200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4억2200만원의 토지매입비를 확보하고 당초 감정평가 시점(2011년 7월13일)으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 감정평가를 다시 의뢰하기로 했다.

이후 2012년 7월27일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다시 의뢰해 같은 해 8월27일 통보 받은 감정평가결과에 따라 9월19일 토지를 4억1111만원에 매입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주의조치를 내렸다. 사실상 절차를 무시한 채 이 군수의 친분 관계에 있는 특정인에게 혜택을 줬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 불가피했다. 

성난 민심 

진도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동진 군수가 독단적으로 행정을 처리하는 과정서 잇단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혜 시비까지 불거지면서 군민들의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탈권위시대’ 진도군수의 제왕적 행보 고발」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 신문은 지난 5월14일자 사회면에 ‘탈권위시대 진도군수의 제왕적 행보 고발’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동진 진도군수의 각종 의혹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확인 결과 다음과 같이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1.군의회 의장 축사는 생략하고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 대신 더불어 민주당 김영록 전 국회의원에게 축사를 하게 하였다고 보도하였으나 당초 진도군의회 의장 대신 지역구 기초의원인 주선종 의원이 축사를 하기로 계획 되었으며, 윤영일 국회의원, 이동진 군수, 김영록 前 국회의원 순서로 축사했습니다.

2.토지소유자 중 이모씨는 부동산 중개업자로서 이 군수와는 같은 전주 이씨 집안이고 친분이 돈독한 사이다라고 보도하였으나 토지소유자 이모씨는 원주 이씨로 이동진 군수와 같은 집안이 아닙니다.

또한 진도군은 “‘국민의당 국회의원 왕따 지적’에 대하여는 일련의 행사 자체가 진도군 주최·주관 행사가 아니며, 진도군수도 초청 대상자로 행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다. 그리고 ‘특정인을 승진시킬 목적으로 근평점수를 조작하도록 지시·묵인’했다는 의혹에 대하여는 근평점수를 수정한 것은 사실이나 근평점수를 조작하도록 지시한 사실은 없으며, 의회 정례회에서 발언한 ‘공을 세운 공무원에게 상을 주는 것은 좋다는 의사표시는 했다며 근평점수 변경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평소 회의나 정례조회 시 공적이 탁월하고 열심히 근무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승진 등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근평점수 변경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한 것은 아니며, 2015년 9월 진도사랑연대회의에서 고발한 사건은 2017. 4. 12. ‘혐의없음’으로 처분결과가 통지되어 사건이 종료되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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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