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휘감은’ 담철곤 12가지 의혹

‘사방이 적’ 남데렐라 회장님은 왜 찍혔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남데렐라(남자판 신데렐라)’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비리 혐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이번에는 전 임직원의 양심선언이다. 그들의 입을 통해 담 회장의 비위 정황이 세상에 공개됐다. 이미 검찰로부터 기소당한 담 회장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동양그룹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13일, 오리온 전직 임원들이 오리온 사태에 대한 양심 선언한 내용이라면 검찰에 제출한 탄원서를 공개했다. 앞서 비대위와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오리온 사태의 주범으로 담철곤 회장을 지목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수사는?
조여오는 칼날

담 회장은 6년 만에 다시 횡령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담 회장은 지난 2011년 비자금 조성과 회삿돈 횡령 죄로 2013년 대법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 외에도 동양채권단 비대위와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이혜경 동양그룹 전 부회장을 강제집행면탈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으며, 담철곤 회장과 아들 담서원씨도 조세포탈 및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사건을 조사1부에 배당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김대성 동양그룹채권단 비상대책위원회 수석대표와 김재율 약탈경제반대행동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지난 11일에는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혜경 전 부회장과 비대위 측은 제부인 담 회장이 아이팩을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담 회장을 이같은 취지로 고소했다. 아이팩은 지난 2015년 6월 오리온에 편입된 포장전문 회사다.

동양그룹 창업주 고 이양구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하다가 사후에 담 회장이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담 회장이 아이팩 지분을 차지하는 과정서 상속 권한이 있는 이 전 부회장이 동의해 준 사실이 없으므로 지분을 반환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주장을 살펴보면 담 회장 고발인들은 담 회장이 아이팩 지분을 강탈해 225억원 가량의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

또 2011년까지 아이팩 주식을 자신의 명의로 전환한 이후 지분 유상감자를 통해 80억원을 빼돌리고 지분 일부를 오리온에 매각하면서 145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이 가운데 전직 임직원이 담 회장에 대한 횡령 혐의를 지적하면서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시민단체·전직 임원들 협공
양심선언 형태로 폭로전 확대

이번에 공개된 탄원서에는 12개 항목에 걸쳐 담 회장의 총체적인 비리 의혹들이 담겼다. 여기에는 고소고발 된 아이팩 지분 횡령 의혹 외에 ▲담 회장 외아들 군 복무중 주식매매 차익실현 의혹 ▲시가 16억원 상당의 파텍필립 시계 등을 비자금으로 매입한 의혹 등이 담겼다.
 

탄원서에 따르면 오리온의 참담한 비극의 시작은 2001년 오리온이 동양그룹서 분리돼 담 회장이 오리온을 이끌면서부터다. 이때부터 그룹이 담 회장의 사유화가 되고, 담 회장과 그의 부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대상이 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 임직원들은 “극도의 사치뿐만 아니라 횡령과 배임 , 탈세를 통한 비자금조성, 해외 재산 도피 등의 과정을 보아 왔다”고 주장했다.

우선 2011년 담 회장 횡령 사건 당시 박병정 등 중요 증인들을 병원에 입원을 시키고, 해외로 나돌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은닉과 여러 직원을 꾀어서 위증교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담 회장은 2011년 법인자금 140억원으로 미술품 10여점을 사들여 자택에 걸어둔 것이 드러나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돼 대법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풀려난 바 있다.

직원들의 월급을 빼돌린 정황도 드러났다. 담 회장과 그의 아내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은 임직원들의 급여를 증액해 당사자도 모르게 통장을 만들어 놓고, 그 차액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임원에게는 갚아 줄 의사가 없으면서 급여를 빌려달라고 하고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임직원이 빌려간 돈을 돌려달라고 하면 그 임원에 대한 온갖 문제를 만들어 회사서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 상속재산
사위가 빼돌려?

담 회장 내외의 사치서 비롯된 횡령 혐의도 공개됐다. 최근 회사서 사직한 담 회장의 사택관리인 오 모씨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프랑스 유명 작가 마리아 페르게이의 침대와 가구 등을 100억원이 넘는 자금으로 구입했다.

하지만 전 임직원들은 가구를 매입한 돈이 어디서 마련돼 어떻게 나갔는지 물건은 어디로 어떠한 방식으로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며 해당 자금을 비자금으로 추론했다. 전 임직원들은 “2011년 검찰 조사 때도 해당 자금에 밝혀진 바가 없다”며 “자금 관리 직원도 이 돈을 정상적으로 지급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탄원서에는 관세청의 오리온 봐주기 의혹도 담겼다. 탄원서에 따르면 담 회장이 회삿돈으로 워커힐 면세점에서 시가 16억원이나 하던 파텍필립 시계를 비자금으로 사서 중국으로 반출한 후에 다시 몰래 국내로 반입해 8억원 정도에 달하는 관세와 특별소비세등을 포탈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후 관세청서 조사한다고 하더니 아무런 결과가 없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또 미술품 
수상한 가구들

담 회장은 오리온 오너 일가의 상속 몫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비대위에 따르면 담 회장은 한국, 중국, 대만의 3개 국적을 가진 화교로서 오리온그룹의 사위가 되기 전에는 큰 재산이 없었다.


그가 재산을 본격적으로 형성한 것은 오리온가의 사위가 된 이후 2001년 그룹을 분리하면서다. 비대위 측은 재산 형성에 불분명한 자금이 1조원에 달했다며 이 과정서 많은 비리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담 회장뿐만 아니라 담 회장의 아들에 대한 비리 혐의도 공개됐다. 담 회장의 아들 담서원씨가 과거 군복무중 거액의 자금을 조달해 주식거래에 이용 석연찮은 차익을 실현했다는 주장이다.

탄원서에 따르면 담 회장은 군복무중 홍콩에 ‘STELLAR WAY’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아이팩지분을 사기위한 215억원의 자금을 만들고 불과 수개월만에 그 주식을 팔아서 85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특히 담 씨의 석연찮은 차익 실현이 아이팩 지분 강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수사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탄원서를 통해 담 회장의 베이징 파크하얏트 횡령 의혹도 수면위로 올라왔다.

담 회장이 회사의 사택용으로 중국 베이징에 현 시가 100억원에 달하는 파크하얏트를 산 후 회사 용도가 아닌 개인 및 가족 용도로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파크하얏트가 담 회장의 중국 유학시절 숙소로 사용하는 등 가족들의 개인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사치위해 회삿돈 유용?
자식까지 동원해 잇속?


담 회장이 회삿돈으로 별장 등을 구입해 개인용도로 사용한 정황은 또 있다. 양평연수원 근처에 고급와인저장고를 포함한 오너 일가를 위한 초호화별장을 200억원 가량의 회사돈을 투입하여 지어놨다는 주장이다. 이 곳들은 2010년이후 계속되는 세무조사와 검찰조사로 사용조차하지 않고 은폐해두고 있는 실정이라는 전언이다.

담 회장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정황도 눈길을 끌었다. 전직 임직원은 “중국 메가박스는 시가 500억원이상의 가치를 지닌 회사”라면서 “이 회사의 주주구성을 본다면 담철곤 누나의 운전기사 A씨가 51%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립당시 비자금을 이용해 중국직원 명의로 된 주식 51%가 아무런 주식매입과정도 없이 운전기사가 어떻게 이렇게 거액의 메가박스회사 주식을 가질 수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담 회장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 회사 주식은 해외재산에도 누락이 되어있는데다 세금도 탈루 의혹도 있다.

이외에도 담 회장이 박스납품회사 삼민등 회사를 팔고, 되사주면서 차액을 횡령하고 배임했다는 주장도 반영됐다. 담 회장이 납품을 받아주는 대신에 매월 상납을 하게 해 김승열, 오모 사장 등에게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삼보 에이팩 등도 마찬가지로 상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누나 운전기사가
中메가박스 지분

특히 이 회사 김용률 사장이 오리온의 가장 뜨겁고 민감한 회사인 ‘아이팩’의 박스공장의 의문스러운 지분도 가지고 있다며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또 “오리온에 납품하는 회사는 상납하지 않고는 도저히 납품 할 수가 없는 것은 이미 오랜 진리”라며 “이 모 부사장이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리온 측은 “양심선언을 한 이들은 배임·횡령 등으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친 인물들”이라며 “마치 양심선언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근거 없는 주장으로 회사와 임직원들의 명예를 실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주장을 명백한 허위발언”이라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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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