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선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각 당의 공방전이 치열해 지고 있다. 과격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몇몇 정치인들은 과격한 발언이나 실수를 연발하면서 자당 후보에게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X맨’은 팀이나 파티 내부의 적을 의미한다. 과거 예능 오락프로그램서 인기를 끌며 유행어로 번지게 됐다. 현재 대선 정국서도 유력 정치인들의 발언이 구설에 오르면서 X맨으로 거론 되는 몇몇 정치인들이 있다. 그들은 왜 X맨이라 불리게 됐을까.
내부의 적
국민의당의 X맨으로는 박지원 대표와 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꼽힌다. 두 사람은 공개석상 혹은 TV인터뷰에 출연해 강경발언이나 실수를 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박지원 대표는 지난 17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서 열린 국민의당 광주전남 선거대책위원회 합동출정식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요구한다. 부산 기장에 있는 800여평 집 내역을 공개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의 언급 가운데 ‘부산 기장 주택’이라는 말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국민의당 측은 행사가 끝난 뒤 박 대표의 언급을 두고 “연단 발언서 언급한 ‘부산 기장’은 착오”라며 “경남 양산에 있는 집을 지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장소서 또 다른 해프닝도 벌어졌다. 박 대표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야 한다는 점을 호소하면서 “문재인이 돼야 광주의 가치와 호남의 몫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지지자들이 “안철수”를 연호하자, 박 대표는 곧바로 “안철수가 돼야 한다는 것을, 내가 일부러 한 번 실수를 해봤다”며 수습했다.
박 대표의 실수에 정치권은 빠르게 맹공에 돌입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8일 박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본심 들킨 문 후보 지지 선언”이라고 꼬집었다. 정준길 대변인은 “자리에 있던 광주시민들은 순간 더불어민주당 유세 현장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박 대표의 ‘문재인지지 선언’은 단순한 말실수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경선서 안 후보에게 패한 손 위원장도 X맨 대열에 합류한 모양새다. 손 위원장은 지난 18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날 선 공방전을 벌였다. 그는 “제가 여기 출연하면서 어떤 사람들한테 ‘거기 뭐하러 가느냐. <뉴스룸>은 안까(안철수 비판) 아니냐'고 들었다"며 "자꾸 당론 어쩌고 이러는 하는 건 국민의당 당론이 분열된 것이 아닌가, 이런 이야기를 강조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손 앵커는 "저희 뉴스 방향에 대해 손 위원장과 논쟁할 생각은 없다"며 "그런 이야기는 다른 당에서도 듣는다. 지난번에 박지원 대표가 나와 당론 변경 절차를 밟겠다고 했기에 확인차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손 위원장이 손 앵커와 불필요한 싸움을 벌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 위원장은 최근 안 후보 유세에서 ‘홍찍문’ 발언으로 정치권의 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지난 18일 대구 동성로서 진행된 안 후보 유세에서 “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며 안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 발언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발끈했다. 홍 후보는 지난 19일 손 위원장을 향해 “이번 선거가 끝나면 해남 토굴로 가서 또 정치쇼 하지 말고 광명자택으로 돌아가 조용히 말년을 보내시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적군보다 더하네” 말실수에 도넘은 발언
주자들 긴장…맹공 퍼붓다 역풍 맞을라
이어 “여태 손 위원장이 우리 당을 배신하고 나가도 비난한 적이 없었고, 또 민주당을 배신하고 국민의당으로 갔을 때도 비난한 적이 없다”며 “다만 정치 낭인으로 전락해 이당저당 기웃거리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경선 결과에 깔끔히 승복한 손 위원장은 안 후보 당선을 위해 전력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손 위원장이 문재인-홍준표 후보의 저격수 역할을 자임하자 정치권의 맹공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민주당에도 X맨은 존재한다. 바로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문캠의 공격수 역할을 맡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안 후보가 선거포스터서 정당명을 뺀 점과 관련해 “호남색채는 지우고 안철수 개인만 부각해 다른 지역 보수층의 표를 얻겠다는 생각”이라며 “국민의당이라는 이름을 없애고 안 후보만 부각하는 것을 보면 1987년 대선 때 노태우 민정당 후보와 같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지난 10일에는 안 후보가 사드 배치에 찬성 입장을 내비치며 당론을 재검토하기로 한 데 대해 “박근혜의 지시를 따르던 친박들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국민의당이 안 후보의 ‘사당’이고 진정한 ‘패권주의’는 그쪽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안 후보가 호남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연일 국민의당과 안 후보에게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에 국민의당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국민의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민주당 김 위원장을 향해 “문재인 후보를 위한 광대가 되는 길을 선택해 불쌍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후보가 세월호 당일에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팽목항으로 갔다는 사실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안 후보는 지난 2014년 4월16일 당시 세월호 사고 소식을 듣고 의총을 중단하고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갔다”며 김 위원장의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그러면서 손 대변인은 “김홍걸씨가 안철수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 노력하는 건 본인의 자유지만 적어도 사실은 확인하길 바란다”며 "허위사실 유포는 범죄행위"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의 강공 행보가 문 후보에게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호남 민심을 쟁취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쓴소리를 뱉고 있는 부분을 일정 부분 묵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도한 비방은 역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 된다?
한 정치전문가는 “각 정당서 상대 후보에게 공세를 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무심코 한 발언이 도리어 자신의 후보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