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검증> ④별별 가족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4.10 10:47:02
  • 호수 1109호
  • 댓글 0개

국가가 먼저냐? 핏줄이 먼저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선정국의 막이 올랐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궐위 후 60일 이내 대선 실시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오는 5월9일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된다. 대선일까지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상황서 <일요시사>는 후보 검증 시간을 준비했다. 그 네 번째 항목은 유력 대선주자들의 가족이다.

유력 대선주자들의 ‘가족’은 언제나 대선 때마다 주요 검증 대상이었다. ‘가족’은 주로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는 대선주자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지난 대통령들이 가족 등 측근 비리로 불행한 최후를 맞았다는 점에서도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계속되는 의혹’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남3녀 중 장남이다. 누나 재월씨와 여동생 재성씨는 주부고, 남동생 재익씨는 원양어선 선장이다. 막내 여동생인 재실씨는 모친인 강한옥씨와 함께 부산 영도서 살고 있다.

문 후보는 1981년 대학교 2년 후배인 김정숙씨와 결혼했다. 김씨와의 인연은 학생운동서 시작됐다. 시위 도중 문 후보가 최루가스를 맡고 실신하자 2년 후배인 김씨가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준 것이 계기가 됐다. 슬하에 준용씨와 다혜씨를 두고 있다. 현재 문 후보는 아들 준용씨 특혜채용 문제로 곤욕을 겪고 있다.

지난 2006년 말 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 5급 직원으로 채용되는 과정서 준용씨가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의혹은 ‘원서 마감 5일 뒤인 12월11일 졸업예정증명서를 제출하게 된 이유’ ‘문 후보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권재철 당시 고용정보원장과의 연관성’ ‘채용 시 2명 채용에 2명 지원해 사실상 단독 지원’ 등이다.


또 당시 공고된 지원 분야에 동영상 제작 전문가 모집이 없었음에도 준용씨가 동영상 제작 전문가로 입사했던 점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문 후보의 오락가락 해명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부산 사상구 TV토론회서 문 후보는 “특혜 취업은 사실이 아니다. 당시에 채용된 것도 저희 아들 혼자가 아니라 스물 몇 명 중에 한 사람으로 취업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 경쟁률은 20대1이 아닌 사실상 1대1이었다는 점에서 문 후보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해당 의혹이 또 다시 불거지자 문 후보는 “2010년 감사 결과 제 아들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졌다. 만약 아들에 대해 특별한 감사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에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문재인 후보, 거짓말 좀 그만해라! 2010년 노동부 감사에선 문 후보 아들이 퇴직한 상태라 감사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또 거짓말을 한다”며 맹비난했다. 문 후보는 해당 의혹에 대해 이명박·박근혜정부서 감사를 받았기 때문에 특혜 채용 의혹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문 후보가 뚜렷한 해명을 하기 전까지 맹공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국회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대선 때 통과’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남1녀 중 장남이다. 남동생 상욱씨와 여동생 선영씨가 있다. 안 후보의 할아버지인 고 안호인씨는 일제강점기 시절 부산상고를 나와 금융조합서 일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조합은 식민지 수탈기구였기 때문에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고 안호인씨의 친일 행적을 의심키도 했다.


이에 친일인명사전을 만든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사 명단서 ‘안호인’이란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 관계자는 “일제시대 금융조합서 일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친일파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2009년 펴낸 책에서 “할아버지께선 어린 내 눈에 비친 모습에도 무척 내성적이고 차분하신 편이셨다”며 “자손들 중에서는 내가 할아버지 성품을 가장 많이 이어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아버지인 안응모씨는 서울대 의대 출신 의사로 안 후보와 배우자인 김미경씨와 동문이다.

문재인 거짓 해명 의혹…과연 사실은?
안, 대학 선후배 인연 “논란은 없다”

안 후보의 부친은 1963년 부산 판자촌인 범천4동에 범천의원을 열었고, 50여년간 환자를 돌봤다. 안 후보의 모친인 박귀남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박씨가 안 후보에게 유년시절부터 “잘 다녀오세요” “식사하세요” 등 존댓말을 사용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에 안 후보는 “부모님께선 무슨 일을 하건 간에 남을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라고 하셨고 늘 그것을 몸소 실천하셨다”며 “그런 영향으로 군 대위로 복무하던 시절 하급자들에게 반말이 나오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안 후보 곁에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는 배우자 김미경씨는 성균관대 의대 교수 재직 중 늦은 나이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카이스트서 서울대로 자리를 옮기는 채용 과정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선 안 후보 딸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딸인 설희씨가 이중국적 취득자이며 호화 유학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안 후보 측은 “설희씨는 1989년 서울서 출생해 대한민국 국적만 가지고 있다. 미국 영주권과 시민권을 신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서 초등학교를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에 안 후보 측은 “서울 가원초등학교를 지난 2002년 2월에 졸업했다”고 밝혔다.

고교시절 귀족학교를 다녔다는 주장에는 “설희씨는 김 교수(김미경)가 스탠퍼드 대학에 다니면서 팔로알토에 거주하게 됐고, 거주지에 따른 학교 배정원칙에 따라 스탠퍼드 인근의 일반 공립학교를 배정받았던 것”이라며 “공립학교는 등록금을 내지 않거나 실비만 받는다”고 반박한 바 있다.

현재 안 후보 가족을 둘러싼 의혹은 불거지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서 가족사항에 대한 검증은 일정부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골칫덩이 처남’ 홍준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1982년 이순삼씨와 결혼해 슬하에 아들 2명을 두고 있다. 홍 지사와 이순삼씨는 1976년 처음 만났다. 당시 사법고시생이었던 홍 지사는 국민은행 안암동 지점서 일하던 이씨에게 “나는 아가씨가 마음에 든다. 나와 앞으로 같이 살 생각이 있으면 다음 주 수요일까지 도서관 4층으로 찾아와라”고 말했다.


이씨는 월요일 저녁 도서관을 찾아왔고 두 사람은 사랑을 키운 것으로 알려진다. 이씨는 지난달 25일 한 인터뷰서 홍 지사에 대해 “남편이 막말을 잘하는 것으로 공격받는 게 억울하다. 남편은 팩트에 대해 바른 것을 말할 뿐이고 정치인은 늘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가 집에서 어떤 사람이냐는 물음에 “사람들이 ‘독하게 보인다’고 하던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해병대 간 아들에게 매일 아침 편지를 써줬던 자상한 아빠다. 지금은 부부가 둘이 알콩달콩 산다. 일할 때 정확하게 하려다 보니 ‘독하다’고 비친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지사의 큰아들은 현재 고시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둘째는 해병대서 군복무를 마치고 올해 졸업해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 홍 지사는 “둘째아들이 해병2사단 8연대서 군 복무를 했다. 제 아들이 해병대 들어가기 전에는 대학 학점이 1.7 이었는데 해병대를 갔다 오고난 뒤에는 졸업할 때 학점이 4.3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근 이순삼씨는 홍 지사가 대선주자로 확정된 이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씨는 지난 5일 자유한국당 강원도당을 찾아 “우리당이 계속 좋았던 건 아니다. 순간순간마다 고비가 있었는데 올해는 최고의 고비를 맞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지사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아시다시피 일 굉장히 잘하는 사람이다. 국회의원 하며 상임위를 두루두루 해서 나라 살림살이도 잘 안다”며 “경남도지사를 할 때도 처음에는 도에 빚이 참 많았지만, 땅 하나 안 팔고, 예산도 안 줄이고 모두 갚았다”고 치켜세웠다.


이처럼 배우자의 외조에 힘입어 남부러울 것이 없는 가정이지만 홍 지사에게 처남은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홍 지사의 처남 이모씨는 “영등포교도소 철거공사 계약을 따게 해주겠다”고 속여 1억을 가로챈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씨는 고소인에게 “매형의 입김으로 영등포개발사업의 토목과 철거는 무조건 하기로 돼있다”며 자신이 대표로 있는 건설회사가 토목을 맡고, 고소인이 철거공사를 맡는 조건으로 1억원을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씨는 해당 공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씨의 법정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같은 공사를 미끼로 다른 건설업체서 1억11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2월, 1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받은 바 있다. 이미 홍 지사는 이씨 기소 당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금수저 집안’ 유승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오선혜씨와 결혼해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유 의원이 서울대학교 시절 교수님 집을 찾아갔는데 옆방서 과외수업을 하던 오선혜씨를 만나게 됐다.

당시 이화여대 학생이던 오씨와 훗날 인연이 돼 결혼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다. 오씨는 공식적인 자리에 얼굴을 비칠뿐 외부 활동에 적극 나서지 않고 유 의원에게 주변 여론을 전달하고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의 아버지는 판사 출신으로 대구 중구서 13대·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수호 전 의원이다. 유 의원의 정치인생에 있어서 유 전 의원을 빼놓을 수 없다. 유 전 의원은 박정희정부 시절 부산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당시 개표조작사건의 당사자에게 유죄판결을 내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

가족사랑 홍…처남 사기 의혹은 오점
유, 부친 따라 입문…주목받는 자녀들

이후 판사 재임용에 탈락한 뒤 변호사로 개업했고 총선에 출마에 정계에 입문했다. 훗날 자유민주연합 창당에 참여하면서 자민련 소속이 됐지만 15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계를 은퇴했다.

정치권에선 유 의원이 정계에 입문하는 과정과 불의에 항거하는 모습 등이 아버지를 닮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선 유 의원의 딸인 유담씨가 언론에 이름을 알렸다. 동국대학교 법학과에 재학중인 것으로 알려진 유담씨는 빼어난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대학생인 유담씨가 재산이 2억원에 달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할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식지 않았다. 이후 유 의원이 증여세를 냈다고 밝히면서 해당 논란은 일단락 됐다.

최근 유담씨는 바른정당 대선 경선에 어머니와 함께 참석해 또다시 화제가 됐다. 이에 공화당 신동욱 총재는 “단일화는 대선후보 유승민 안 보이고 딸 유담만 보인 꼴”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외조형 남편 둔’ 심상정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1992년 이승배씨와 결혼해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다. 남편 이승배씨는 1956년생으로 서울대 동양사학과 75학번이다. 재학 당시 시위로 인해 무기정학을 당해 1983년에 졸업하게 된다. 두 사람은 같이 노동운동에 헌신하면서 운명공동체의 길을 걸었다.

결혼 후 이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 출판 기획일을 하다가 2004년 심 대표가 민주노동당 초선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 집안 살림을 도맡고 있다. 이씨는 “당시 심 대표는 뭐든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는 상항이어서 할 일이 정말 많았다”며 “그 일들을 잘할 수 있게 심 대표를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심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이냐는 한 언론사의 질문에 이씨는 “재벌문제, 가습기 살균제 폐해 등 생활 속에서 당하는 국민의 고통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현대적인 민주 정당의 중요성을 일관되게 추구하는 점에 방점을 찍고 싶다”고 답했다.

심 대표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누구나 땀 흘려 일하면 보상이 이뤄지는 나라, 그런 사람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어한다”며 “또 전쟁의 위험 없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하고 호혜적인 국제 관계 속에 있는 대한민국도 꿈꾼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아들로 인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SNS에 아들 사진이 공개된 뒤 심 대표 측은 “(의원실) 저희 심상정 캠프는 일부 자극적인 가족 마케팅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물론 사진에서 진동하는 훈내는 어찌할 수 없다”라는 글을 남겼다.

심 대표의 아들은 대안학교인 이우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금은 경희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씨는 아들을 대안학교에 보낸 이유에 대해 “어려서부터 부모의 보살핌을 못 받아서인지 초등학교 때 그다지 밝지 않았다”며 “그래서 일반 중학교 대신 대안학교에 보냈다”고 했다.

이어 “고등학교 과정도 이우학교서 마쳤는데 그 학교를 다니면서 아이가 많이 밝아졌다”며 “그때 인문학적 관심이 커져 대학교 철학과에 진학했는데 요즘은 사회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