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진도 땅값 미스터리

원주민은 법대로 헐값에 외지인은 맘대로 고가에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토지가 관광단지 개발구역에 포함됐다.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가 오르는 것은 보통의 상식. 하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진도군서 벌어졌다. 개발구역에 속한 토지가 6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것.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에 개발 부지를 헐값에 넘겼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전라남도 진도의 대명리조트가 지난해 12월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갔다. 진도군은 “의신면 송군 일원에 3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한 리조트 업계 국내 1위 기업인 대명리조트가 건설 중인 진도 대명리조트가 오는 2022년까지 1007실 규모로 완공된다”고 밝혔다.

특정 기업체
밀어주기 일환?

오는 2019년 하반기에 1단계 사업으로 540객실을 준공한 뒤 2020년 275객실(2단계), 2021년 83객실(3단계), 2022년 109객실(4단계)을 마지막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총 3508억원이 투입된다. 비치 콘도, 타워 콘도, 비치 호텔, 오션 빌리지, 마리나시설 등이 들어선다.

진도군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대명리조트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투자 선도지구로 선정된 의신면 초사권 일원에 국비 92억원을 투입, 관광기반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진도군이 대명리조트가 개발부지를 헐값 매입하게 중재에 나서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근거는 다양했다. 


앞서 진도군과 대명산업은 지난 2013년 4월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초 대명그룹은 진도군 의신면 초사리 일원 51만5000㎡에 1500억원을 투입, 570실 규모의 해양 리조트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MOU 체결 당시 75%가량 토지매입을 완료했다. 그러나 원활한 사업의 진행을 위해서는 나머지 25%의 부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

문제는 해당 부지를 둘러싸고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 해당 부지는 초사리 631번지다. 이 부지가 관광단지 개발구역 가운데를 관통하고 있고, 해변을 바라보는 모래사장까지 포함하고 있어 대명리조트가 필수적으로 매입해야 할 부지로 평가된다.

관광단지개발구역 포함 초사리 토지
올라도 모자랄 판에 6분의 1로 폭락

그런데 진도군과 대명리조트 간 MOU 체결 이후 개별공시지가가 급락했다. 이곳은 2006년부터 2013년까지 5000원서 4300원 사이에서 개별공시지가가 형성됐다. 관광단지 개발건이 발표되기 전인 2013년 1월1일 기준 개별공시지가는 4710원이었다.

하지만 MOU 체결 뒤인 이듬해 개별공시지가는 788원으로 6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통상 관광단지 개발 조성은 호재성 이슈로 분류돼 토지가격이 급등하는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일각에선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핵심 땅의 공시지가를 폭락시켜 대명리조트에 넘기려는 진도군 측의 속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631번지 소유주인 A씨는 “초사리 631번지는 모래사장을 끼고 있어 대명리조트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핵심부지”라며 “관광단지 조성이라는 호재를 맞은 땅이 6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업 추진을 위한 핵심 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대명리조트를 위해 진도군이 나서서 토지 소유주를 압박하고 있다”며 “사실상 군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진도군이 사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해 두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토지 전문가
이 군수 설계?

진도군도 개별공시지가 산정에 대해 이례적이라며 사실을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진도군조차도 이와 관련 “해당 부지의 지목은 답(논)인데 실질적으로 임야처럼 사용됨에 따라 개별공시지가를 재산정하는 과정서 지가가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일반적으로 관광단지 개발에 대한 호재가 있는 부지의 개별공시지가가 떨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당시 개별공시지가 산정 과정서 실사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보지도 않고 개별공시지가를 6분의 1로 떨어뜨린 셈.

진도군은 2014년 631번지 개별공시지가 산정 과정서 해당 부지를 실사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진도군 관계자는 “실사를 하지 않고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주변이 모두 임야로 변해있어 (실사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A씨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A씨는 “토지 가격을 정하는 데 사진을 남기는 등의 자료를 만드는 것이 개별공시지가 평가에 있어서 기본인데 그조차 하지 않았다”며 “공무원 개인이 일을 벌이기는 불가능하고 윗선 개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국감정원의 한 관계자는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하는 과정서 답인 지목의 실사용을 임야로 재설정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이 과정서 실사조차 하지 않고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도군의 석연치 않은 행보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진도군은 대명산업과의 MOU 체결전 관광개발 예정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소유주들에게 토지 매각 동의서를 받았다. 관광단지 개발 사업자에게 일정가격 이상 받지 않겠다는 취지의 동의서였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동의서 설득이 쉬운 진도민 토지 소유주들의 토지 매매가를 외지인보다 낮게 산정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관광단지 내 초사리 주민이 소유하고 있던 산274, 산286-1, 산306-1은 대략 평당 3만원 수준에서 매매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서울, 인천 등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던 산275-1, 산275-3, 산290, 산306, 산294-1 등의 부지는 4~7만원대에 형성됐다.

수상한 특혜 매매 의혹
다양한 방법 동원 포착

진도군은 이에 대해 “진도민과 외지인의 매매가격 차이는 없었다”며 “토지의 형질에 따라 가격이 차이 나는 부분을 두고 의혹을 제기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동의서 자체가 진도군의 특혜라는 해석이 나왔다. 진도군이 해당 부지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것을 대비해 리조트단지 조성 사업자에게 해당부지를 일정 가격에 매각하는 내용이 담긴 동의서를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확보한 부지는 전체 개발 부지 가운데 75% 수준. 진도군이 토지 소유주를 대상으로 동의서를 받기 시작한 2012년은 이미 대명리조트와의 관광단지 개발 사업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동의서에 서명을 받는 과정서 대명리조트에 대한 어떤 정보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군청 공무원들은 당시 진도군 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기업을 유치시켜 관광단지 조성할 테니 토지 상한가를 확정한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토지 소유주들에게 종용했다는 전언이다.

일반적으로 관광단지 조성 개발 이슈가 부각되면 토지가격이 급상승하는데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의 존재를 숨긴 채 미리 동의서를 받아둬 대명리조트가 부지를 헐값에 매입하는 모양새가 됐다. 

땅도 보지 않고
공시지가로 평가
 

A씨는 “당시 공무원들이 동의서를 받는 과정서 대명리조트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숨긴 것으로 보인다”며 “대명리조트가 관광단지 개발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땅값이 오를 텐데 이를 숨기고 진도군이 동의서를 받아 대명리조트가 토지를 헐값에 매입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주장했다.
 


진도군과 대명리조트 측은 부지 헐값인수 논란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진도군청 관계자는 “동의서를 받았을 당시 해당부지는 맹지였다”며 “동의서 조건은 평당 매각가가 3만원부터 시작해 헐값 매도에 일조했다는 주장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대명리조트 측도 “초사리 지역 개별공시지가는 1제곱미터 당 약 1500원선에 형성돼있는 상황에서 개별공시지가의 20배 이상의 금액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며 “헐값에 (초사리 개발부지를) 사들인다는 의혹은 이미지에 흠집을 내기 위한 악의적인 루머”라고 반박했다.

공교롭게도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에 개발부지를 헐값에 넘기려한다는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논란이 됐던 부지는 조도면 관매초등학교 부지다. 관매도리 458번지에 위치한 관매초등학교는 관매도의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1943년 개교 뒤 70년간 운영되다 2012년 폐교됐다.

관매초등학교는 지역주민이 땅을 기증하고 울력을 해서 세워졌다. 폐교가 됐으니 부지를 가지고 있던 교육청은 해당부지를 지역주민에 돌려주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지역발전에 사용한다는 명분으로 지역주민의 동의를 얻어 진도군에 매각했다.

그러나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에 땅을 넘기려 하면서 잡음이 불거졌다. 지역주민들 사이에선 사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자연스레 나왔는데, 이 같은 지역주민의 반발은 당연했다. 민박사업을 주로 하는 지역주민에게 리조트 사업 관련 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섬 발전과는 무관한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결국 진도군은 대명리조트에 특혜를 몰아주려다 지역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부지 매각이 무산되는 모양새가 됐다.


연속해서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에게 특혜를 몰아준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부동산 개발분야에 정통한 이 군수가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해 지역주민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자신의 재산을 불리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이 군수는 지난해에 비해 재산변동이 가장 많은 기초단체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전년에 비해 재산이 10억2625만원 증가한 것이다. 토지 관련 지가 상승이 그를 웃게 했다. 이 군수 본인과 배우자 명의 토지 등의 공시지가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으며 경기도 오산의 토지 매각으로 신규 예금도 늘었다.

이 군수는 1972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한국토지공사 창립사원으로 입사한 후 26년간 재직하며 상임이사, 산업단지 본부장, 해외사업실장 등을 역임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한국토지신탁 사장을,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전남개발공사 사장을 지내기도 한 인물이다. 진도군수 직에 오른 것은 2010년부터다.

부지 정리에
윗선 개입했나
 

전남 개발 관련 관계자는 “최근 진도에 섬 개발관련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설익은 계획으로 애꿎은 도민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무시한 개발에 전라도가 멍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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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