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보 국회’ 말 많은 법안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3.20 16:44:13
  • 호수 1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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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그렇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지난달 임시국회가 막을 내렸다. 국회는 ‘개혁법안’ 통과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각 당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조기대선 정국이 열리면서 앞으로 열릴 국회 본회의서 개혁법안이 통과될 지도 미지수다. <일요시사>는 논란이 되고 있는 법안들을 추려봤다.

지난 2월 임시국회가 3월2일 본회의를 끝으로 30일간 회기를 마쳤다. 총 9차례 본회의서 206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임시국회는 특검 연장안에 대한 여야 간 줄다리기로 인해 무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지난해 출범한 제20대 국회는 현재까지 총 1146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지난 제19대 국회가 같은 기간 동안 처리한 505건보다 126.9% 증가한 수치다.

얽힌 이해관계

선거 연령 18세 하향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과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불리는 상법 개정안 등은 각 당의 이해관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 1월9일 선거연령을 낮추고 재외국민들의 조기 선거권을 보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소위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국민의당 등에서 발의해 지난해 말부터 논의됐다.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은 선거연령 하향을 당론으로 정해 대선 전에 개정안 통과를 주장했다. 이후 바른정당도 당론으로 확정했다.

다만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교육현장의 정치화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를 표명했다. 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달 13일 야권의 ‘18세 선거권 관련 절충안’ 발표에 대해 “우리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유감을 표명한다.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학교가 선거판으로, 교실이 정치판에 휩쓸려 학생들의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학제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이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18세 선거법 개정을 둘러싸고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단체 124곳은 오는 5월9일 치러질 제19대 대선 전에 국회서 선거법이 개정되도록 집중 공동행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서 ‘선거법 개혁 국민선언대회’를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첫 번째 과제는 선거법 개정”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이 ‘교실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반대의사를 내비쳤지만 정치권은 그 이면에 10대 표심이 야권에 쏠려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고 보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점에서 곧 있을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 것이다.

18세로 선거 연령이 낮아지면 새로 유입될 유권자는 6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다자구도가 예상되는 이번 대선서 이들의 표심이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 법안도 뜨거운 감자다. 공수처는 대통령과 장·차관, 판·검사 등 고위 공직자와 그 주변의 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독립기구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다. 공수처는 지난해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 관련 부장판사 뇌물사건, 홍만표·진경준 전 검사장과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검찰 개혁방안의 하나로 발의된 법안이다.

18세 선거 하향 논란…공수처는 어떻게?

재계 잡는 상법개정안…3월 통과 미지수

공수처는 검찰 자체를 수사 대상으로 두는 기관이기 때문에 검찰의 힘을 빼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공수처 설치론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공수처가 제2의 검찰로 검찰권을 분리하는 ‘옥상옥’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2월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공수처 설치 반대 측의 한 교수는 “본질적으로 권익침해는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부에 속해야 한다”며 “독립기관으로 설치했을 때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웅걸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도 “(공수처가 설치되면) 수사 기소 기관이 난립되고, 어느 한 부에 속하지 않는다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소규모 조직으로 정치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비리 적발 수단이 부족해서 무능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찬성 측의 김인원 변호사는 “공수처가 주요 공직자를 수사하는 정당성과 위상에 비춰볼 때 전 국민이 선출하는 것도 논의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공수처 법안이 국회서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를 옥죄는 ‘상법 개정안’도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등 원내 4당은 3월 임시국회서 상법 개정안 재추진에 나서기로 한 상태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첫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고 3월 국회의 입법 처리와 국회선진화법 개정 등 논의를 시작했다. 이 자리서 오는 28일로 예정된 본회의 전 각 당의 개혁법안 처리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재벌의 전횡 방지와 소수주주 보호 명목으로 3월 국회서 상법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2월 국회서 재계가 우려를 표한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도입, 자사주 의결권 제한은 제외한 채 한국당과 합의를 이룬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법안 통과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해온 법사위 간사인 김진태 의원(자유한국당)의 대선 경선 출마 선언을 계기로 간사 교체를 요구하며 법안 처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은 전날 원내대책회의서 “김진태 의원 본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률 보좌관을 자임하고 나선 이상 법사위 간사직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3월 국회서 또다시 김 의원이 ‘법안 발목잡기’에 나선다면 책임지고 즉각 사·보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식물국회?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3월 국회에서 상법개정안이 처리될 지는 미지수다. 각 당은 5월 조기대선 이슈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쟁점 법안에 대해 한 국회 보좌관은 “지난 19대 국회는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썼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며 “각 당이 이해관계를 떠나 협치의 자세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9대 국회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는 ‘헌정 사상 최악 국회’ ‘식물 국회’ 등 온갖 오명이 붙었다.

19대 국회는 지난 4년 임기 동안 발의 법안 총 1만7822건 가운데 통과 법안 8013건에 그쳐 9809건이 미처리 법안으로 자동 폐기됐다. 특히 주요 쟁점 법안을 놓고 여야 간의 첨예한 이견 대립으로 처리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노동4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관련 법안은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혔고, 세월호특별법개정안은 정부와 당시 여당의 거부로 시간을 끌다 결국 폐기됐다. 19대 국회 종료 당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 위한 법안들의 처리 불발에 아쉬움을 표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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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