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보 국회’ 말 많은 법안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3.20 16:44:13
  • 호수 1106호
  • 댓글 0개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그렇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지난달 임시국회가 막을 내렸다. 국회는 ‘개혁법안’ 통과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각 당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조기대선 정국이 열리면서 앞으로 열릴 국회 본회의서 개혁법안이 통과될 지도 미지수다. <일요시사>는 논란이 되고 있는 법안들을 추려봤다.

지난 2월 임시국회가 3월2일 본회의를 끝으로 30일간 회기를 마쳤다. 총 9차례 본회의서 206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임시국회는 특검 연장안에 대한 여야 간 줄다리기로 인해 무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지난해 출범한 제20대 국회는 현재까지 총 1146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지난 제19대 국회가 같은 기간 동안 처리한 505건보다 126.9% 증가한 수치다.

얽힌 이해관계

선거 연령 18세 하향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과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불리는 상법 개정안 등은 각 당의 이해관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 1월9일 선거연령을 낮추고 재외국민들의 조기 선거권을 보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소위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국민의당 등에서 발의해 지난해 말부터 논의됐다.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은 선거연령 하향을 당론으로 정해 대선 전에 개정안 통과를 주장했다. 이후 바른정당도 당론으로 확정했다.

다만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교육현장의 정치화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를 표명했다. 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달 13일 야권의 ‘18세 선거권 관련 절충안’ 발표에 대해 “우리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유감을 표명한다.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학교가 선거판으로, 교실이 정치판에 휩쓸려 학생들의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학제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이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18세 선거법 개정을 둘러싸고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단체 124곳은 오는 5월9일 치러질 제19대 대선 전에 국회서 선거법이 개정되도록 집중 공동행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서 ‘선거법 개혁 국민선언대회’를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첫 번째 과제는 선거법 개정”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이 ‘교실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반대의사를 내비쳤지만 정치권은 그 이면에 10대 표심이 야권에 쏠려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고 보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점에서 곧 있을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 것이다.

18세로 선거 연령이 낮아지면 새로 유입될 유권자는 6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다자구도가 예상되는 이번 대선서 이들의 표심이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 법안도 뜨거운 감자다. 공수처는 대통령과 장·차관, 판·검사 등 고위 공직자와 그 주변의 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독립기구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다. 공수처는 지난해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 관련 부장판사 뇌물사건, 홍만표·진경준 전 검사장과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검찰 개혁방안의 하나로 발의된 법안이다.

18세 선거 하향 논란…공수처는 어떻게?

재계 잡는 상법개정안…3월 통과 미지수

공수처는 검찰 자체를 수사 대상으로 두는 기관이기 때문에 검찰의 힘을 빼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공수처 설치론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공수처가 제2의 검찰로 검찰권을 분리하는 ‘옥상옥’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2월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공수처 설치 반대 측의 한 교수는 “본질적으로 권익침해는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부에 속해야 한다”며 “독립기관으로 설치했을 때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웅걸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도 “(공수처가 설치되면) 수사 기소 기관이 난립되고, 어느 한 부에 속하지 않는다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소규모 조직으로 정치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비리 적발 수단이 부족해서 무능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찬성 측의 김인원 변호사는 “공수처가 주요 공직자를 수사하는 정당성과 위상에 비춰볼 때 전 국민이 선출하는 것도 논의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공수처 법안이 국회서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를 옥죄는 ‘상법 개정안’도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등 원내 4당은 3월 임시국회서 상법 개정안 재추진에 나서기로 한 상태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첫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고 3월 국회의 입법 처리와 국회선진화법 개정 등 논의를 시작했다. 이 자리서 오는 28일로 예정된 본회의 전 각 당의 개혁법안 처리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재벌의 전횡 방지와 소수주주 보호 명목으로 3월 국회서 상법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2월 국회서 재계가 우려를 표한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도입, 자사주 의결권 제한은 제외한 채 한국당과 합의를 이룬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법안 통과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해온 법사위 간사인 김진태 의원(자유한국당)의 대선 경선 출마 선언을 계기로 간사 교체를 요구하며 법안 처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은 전날 원내대책회의서 “김진태 의원 본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률 보좌관을 자임하고 나선 이상 법사위 간사직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3월 국회서 또다시 김 의원이 ‘법안 발목잡기’에 나선다면 책임지고 즉각 사·보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식물국회?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3월 국회에서 상법개정안이 처리될 지는 미지수다. 각 당은 5월 조기대선 이슈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쟁점 법안에 대해 한 국회 보좌관은 “지난 19대 국회는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썼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며 “각 당이 이해관계를 떠나 협치의 자세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9대 국회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는 ‘헌정 사상 최악 국회’ ‘식물 국회’ 등 온갖 오명이 붙었다.

19대 국회는 지난 4년 임기 동안 발의 법안 총 1만7822건 가운데 통과 법안 8013건에 그쳐 9809건이 미처리 법안으로 자동 폐기됐다. 특히 주요 쟁점 법안을 놓고 여야 간의 첨예한 이견 대립으로 처리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노동4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관련 법안은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혔고, 세월호특별법개정안은 정부와 당시 여당의 거부로 시간을 끌다 결국 폐기됐다. 19대 국회 종료 당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 위한 법안들의 처리 불발에 아쉬움을 표했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