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안희정’ 통 큰 대권플랜 해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3.20 16:33:25
  • 호수 1106호
  • 댓글 0개

대연정으로 대세론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별들의 전쟁’으로 통하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의 경선을 방불케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은 문재인 ‘대세론’을 신흥세력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격파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막판 대역전을 노리는 안 지사의 대권플랜을 들여다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정치권은 조기대선 정국으로 재편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완전국민경선’을 채택해 경선 일정을 확정했다. 오는 22일 전국 250개 시·군·구 투표소에서 일제히 투표가 실시되고, 그 뒤 전국 4개 권역을 순회하며 현장투표를 진행한다. 오는 27일 호남권을 시작으로 다음달 3일 수도권서 마무리된다. 최종투표 결과 50%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최종후보는 다음 달 8일 결정된다.

지지율 정체
반전카드는?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등 4명이 경선에 참여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세론’을 공고히 하는 가운데 2, 3위 주자인 안 지사와 이 시장이 맹추격하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7%를 기록했다. 안 지사는 16.8%로 2위를 기록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2.0%로 이재명 성남시장을 따돌리고 3위에 올라섰다.


불과 3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안 지사는 지지율 20%를 육박하며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대연정’ 발언으로 중도·보수의 마음을 자극한 것이 통했다. 하지만 ‘선의’ 발언이 도마에 오르면서 지지율도 하향 곡선을 그렸다. 대연정 발언으로 정치권에 주목을 받고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표를 의식해 적폐세력을 껴안으려 한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당내 경선 막이 오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안 지사가 준비한 대권플랜은 무엇일까. 앞서 지난해 12월 촛불민심을 업고 지지율이 급상승한 이 시장은 문 전 대표를 제외한 안 지사,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 민주당 후보들을 규합한 ‘머슴팀’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안 지사는 “대의도 명분도 없는 합종연횡은 작은 정치, 구태정치”라며 “자신이 이기기 위한 사술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즉, 당내 대선주자 간의 무분별한 ‘반문(반 문재인)연대’에는 선을 그었다. 이후 김 의원과 박 시장은 중도 사퇴를 선언했고, 문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안 지사와 이 시장 둘만 남게 됐다.
 

민주당 내 친문세력이 세력이 공고한 가운데 비문(비 문재인)세력은 안 지사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7일 민주당 기동민·이철희·어기구 의원이 안 지사 캠프에 합류했다.

비문계 중진인 박영선 의원도 안 지사 캠프에 합류했다. 박 의원은 “안 지사의 멘토단에 참여한다”며 “탄핵 이후 대한민국은 넓은 품, 따뜻한 가슴을 가진 정치인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캠프 합류 취지를 설명했다.

막 오른 경선…문재인이냐? 안희정이냐?
연일 문재인 때리기 “독해져 돌아왔다”

안 지사 캠프 의원 멘토단 단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안 지사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박 의원은 문 전 대표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을 영입한 것에 대해 “대연정을 비판하면서 박근혜 경제교사인 김종인 전 대표에 이어 두 번째로 모셔온 것은 일관된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대체 문캠(문재인 캠프)의 경제정책 지향점은 무엇인지 혼동스럽다“며 ”사공이 너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의 문 전 대표 공세 대열에 안 지사도 합류했다. 지난 14일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첫 지상파 TV토론회서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포용력을 문제 삼았다. 그는 “김 전 대표를 모셨던 분이 대연정에 야박하게 하시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당내 통합에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데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으로 이끌겠냐”고 공격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적폐청산과 사회 대개혁은 국민의 힘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다수 국회의원과 함께해야만 개혁과 적폐청산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받으면서 함께 나간다면 야당들도 거기에 저항하거나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연정을 주장하신다면 충분히 공감하겠는데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하는 대연정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안 지사는 “정파 지지를 받아 후보로 나섰더라도 국가지도자가 되려면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며 “우리가 사랑하는 민주주의의 요체는 자신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도 존중하는 것”이라며 포용력을 강조했다.

문재인 때리기
“대세론 없다”

안 지사는 문재인 대세론도 비판했다. 그는 지난 16일 ‘유권자 시민행동’ 초청 강연서 단호한 어조로 “문재인 대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흔히들 문재인 대세론을 이야기하는데 문 전 대표는 단 한 번도 민주당의 지지율을 상회하는 지지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줄곧 문 전 대표와 각 세우기를 망설였던 안 지사는 경선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문재인 때리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앞으로 안 지사와 문 전 대표는 민주당 TV토론을 통해 총 10회에 걸쳐 맞붙는다. 이 과정서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면서 지지율 상승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도 안 지사의 대권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황 권한대행은 보수층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체자로 각광받았다. 당시 야권은 황 권한대행에게 최순실 국정 농단의 책임을 물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할 것을 요구했다.

대연정 넘어

대개혁 간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정치권은 황 권한대행의 행보에 주목했다. 황 권한대행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조기대선의 총책임자 역할에 머물기로 했다. 탄핵 정국서 황 권한대행에게 몰렸던 보수층의 표심이 어디로 흐를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리얼미터가 진행한 황 권한대행 불출마 선언 직후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가장 큰 혜택을 입었다.

황 권한대행의 지지표 가운데 홍 지사가 32.4%를 가져갔고 안 지사가 14.9%,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1.6%를 가져갔다. 문 전 대표는 1.6%만 흡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출마 전 황 권한대행은 15%대의 지지율을 기록해 보수주자 중에서는 1등을 기록했고, 전체 대선주자 순위는 2위와 3위를 오갔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보수의 유력주자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이어 사라짐으로써 보수층에서 보수후보 지지를 통한 기대감이 현저히 낮아지며 다소간 승리 가능성이 있고 보수가 수용할 수 있는 야권 후보들에게 이동한 것”이라고 한 언론을 통해 평가했다.
 

이어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와 문 전 대표의 지지율에 대해서는 “문 전 대표도 올랐지만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와는 상관관계가 떨어진다”며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불복에 대한 반발로 수혜를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에서 안 지사 캠프는 안 지사의 본선(대선) 경쟁력이 문 전 대표보다 좋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 16일 “(안 지사의) 역전은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서 필연이 돼야 한다”며 “특히 황 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안 후보가 민주당의 후보가 돼야 확실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불출마 변수·보수층 결집 가능성
탄핵 직후 던진 대개혁 화두…그 결과는?

그는 “황 대행이 불출마를 했기 때문에 가장 강한 후보가 안철수 후보지 않나”라며 “안철수 후보와의 1대1 구도서 안희정 후보는 과반이다. 50.8%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안 지사는 ‘대개혁’ 키워드를 제시했다. 대연정을 대개혁의 방법론으로 제시하고 결국 대통합으로 가겠다는 청사진이다. 헌재 결정에 불복 의사를 밝힌 세력과는 대연정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13일 안 지사는 국회 기자간담회서 “새롭게 하나 되는 대한민국으로 가는 세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며 “대개혁, 대연정, 대통합”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연정만이 대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해법”이라며 “대연정을 통한 대개혁의 결과는 진정한 국민대통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대통합을 통해 안보위기를 극복하고, 대연정을 통해 정치위기를,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포용력 있는 진보의 모습을 강조하며 “이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때다. 우리의 외연을 확장하자. 국민 여러분에게 능력과 포용력을 보여 드리자”고 제안했다.

그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연정협의체를 구성해 다른 당과 연정 협상에 나설 의향을 내비쳤다. 또 원활한 정권 인수를 위해 당내에 국정준비위원회(가칭)를 설치해줄 것을 요구키도 했다. 다만 일부 친박 의원들과 박 전 대통령의 사저에 몰려든 헌재 판결에 불복하는 세력과는 대연정 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안 지사는 “대연정은 정당 간 연합이지 개인 간 연합이 아니다”며 “헌재 결정에 불복 의사를 표현한 분들은 박 전 대통령과 그를 모신 분들로, 이미 공론의 대상이 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안 지사의 캠프 총괄실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대연정이 대개혁을 위한 것이고 결과적으로 대통합으로 나아간다는 프레임을 제시했고 대개혁 과제를 하나씩 공개해 검증받게 될 것”이라며 “머지않아 지지율이 20%를 넘어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매직넘버 25%
에너지 결집

안 지사 캠프의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지난 9일 “안 지사의 매직넘버는 25%”라며 “25%가 달성되면 이번 경선과 나아가 본선에서도 안 지사가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25%를 넘어선다는 것은 문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가 한 자릿수로 좁혀진다는 것”이라며 “그런 상태가 되면 이분들이 본격적으로 지지를 표시하거나 지지의사를 밝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급격하게 안 지사에게 에너지가 집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