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리조트-진도군 아일랜드 커넥션 추적

'보배의 섬'에서 들리는 곡소리 "왜?"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진도군과 대명리조트 사이에 때아닌 커넥션 의혹이 불거졌다. 진도군과 대명리조트가 의신면 초사리 일대에 추진하고 있는 리조트 개발사업과 관련해서다. 진도군이 적극 나서서 대명리조트에 개발부지를 헐값으로 넘겼다는 것이다. 그 논란을 <일요시사>가 추적했다.

다도해로 유명한 진도군이 명품섬 만들기에 한창이다. 의신면 초사리 개발사업 진행은 대명리조트가 맡았다. 그러나 부지 매입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진도군이 헐값에 개발부지를 대명리조트에 넘겼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시작
갈등의 시작

갈등의 시작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진도군은 의신면 초사리 일원에 국내 관광리조트업계 1위 기업인 대명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대명그룹은 의신면 초사리 일원에 2022년까지 3508억원을 투자해 15만평 부지에 1007실 규모의 관광·레저·휴양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군은 대명리조트를 도내 유치하기 위해 지난 20111월 진도 의신지구를 관광개발 프로젝트 대상지로 선정하고 서울에서 수차례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진도에 대명리조트가 조성될 경우 기업 자체 역량만으로도 지역의 관광객을 100만명 이상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도군 측은 밝혔다. 그러나 진도군과 초사리 개발지역 땅 소유주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일각에서는 부지 매각 과정에서 진도군의 행보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초사리 관광리조트 개발 관련자에 따르면 진도군은 해당부지가가 천정부지로 오를 것을 대비해 리조트단지 조성 사업자에게 해당부지를 일정가격에 매각하는 내용이 담긴 동의서를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받았다. 진도군은 리조트 개발로 인해 섬 전체가 발전할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과정서 진도군은 토지 소유주들에게 매각을 하지 않으면 강제수용 절차에 따라 부지를 매각해야 한다고 종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매도 이어 초사리 일대 발칵
특혜 시비에 각종 의혹 불거져

이 관계자는 당시 진도군은 매각 관련 동의서를 받으면서 강제수용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며 부지매각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종용했다진도군이 나서서 대명리조트에 초사리 부지를 헐값에 매도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도군과 대명리조트 사이 커넥션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조트사업은 사기업의 영리사업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강제수용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공익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는 전라남도에 초사리 리조트사업과 관련해 협의매수를 권고했다. 그러나 대명리조트는 진도군청 홈페이지에 보상계획 공고를 띄웠다. 일각에서는 강제수용 절차를 진행하려는 움직임으로 판단하면서 진도군이 또 한번 대명리조트에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진도군 측은 동의서에 강제성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진도군청 관계자는 동의서를 받았을 당시 해당부지는 맹지였다동의서 조건은 평당 매각가가 3만원부터 시작해 헐값 매도에 일조했다는 주장은 억측이라고 해명했다.


대명리조트 측도 초사리 지역 공시지가는 1제곱미터 당 약 1500원선에 형성돼있는 상황에서 공시지가의 20배 이상의 금액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헐값에 (초사리 개발부지를) 사들인다는 의혹은 이미지에 흠집을 내기 위한 악의적인 루머라고 반박했다.

강제수용 이면
헐값매도 의혹

그러나 공교롭게도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에 개발부지를 헐값에 넘긴다는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논란이 됐던 부지는 조도면 관매초등학교 부지다. 관매도리 458번지에 위치한 관매초등학교는 관매도의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1943년 개교 뒤 70년간 운영되다 2012년 폐교했다.

관매초등학교는 지역주민이 땅을 기증하고 울력을 해서 세워졌다. 폐교가 됐으니 부지를 가지고 있던 교육청은 해당부지를 지역주민에 돌려주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의외로 진도군에 매각했다.

진도군은 교육청으로부터 수의계약 형식으로 매입했다. 그러나 진도군이 일반 대기업에 땅을 넘기려 하면서 잡음이 불거졌다. 대명리조트에 부지를 매각하려 한 것. 지역주민들 사이에선 사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자연스레 나왔는데, 이 같은 지역주민의 반발은 당연했다.

지역주민들 다수가 민박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대형 콘도가 들어서면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사무소도 대명리조트에 폐교가 팔리는 것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개발 전문가 군수 앞장
리조트 개발을 둘러싸고 갈등

강윤제 섬관리소장은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공원지역 안 공유지의 민간 매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폐교가 대명리조트에 매각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도군은 이 같은 반대여론에도 해당부지를 사기업인 대명리조트에 매각하는 안을 추진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실제 2015년 진도군은 관매초등학교 부지를 포함한 5307와 건물 1948의 소유권을 대명리조트에 넘기기 위해 유관기관에 활발히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동진 진도군수는 투자 유치 과정서 폐교 터를 대명콘도에 매각하기로 약속했다. 진도서 숙박하는 콘도회원들이 관매도를 방문하면 체류기간이 길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진도군 역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당시 전남도교육청으로부터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관매초등학교를 넘겨받았기 때문에 (대명리조트에 매각해도)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도군 세무회계과 관계자도 교육청서 관매초등학교를 진도군에 매각할 때 졸업생, 마을주민들의 동의를 얻었다“(리조트가 들어선다면) 마을에 관광 활성화 등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돼 사업계획서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역주민의 입장은 달랐다. 당시 관매마을 조창일 이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서 주민과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 기금을 내고 울력해서 만든 학교를 군수 마음대로 팔 수는 없다. 주민 대부분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20126월 군이 폐교 터를 매입할 때 관매도홍보관이나 테마숙박시설로 활용한다고 약속했다. 설마 콘도업체에 되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왜 그렇게
개발에 목매나?

여론이 악화되자 진도군도 한발짝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 진도군의 한 관계자는 언론 등을 통해 진도군은 관매초등학교를 대명그룹에 매각한 사실이 없다. 잠정 중단된 상태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주민들은 불안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진도군이 해당부지를 지역주민에게 넘기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강 소장은 진도군이 대명리조트에 매각을 추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사업을 중단했다면서도 사업이 중단된 상황서 지역주민에게 해당부지를 나눠주는 것이 당연한데 현재까지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어 다시 대명리조트에 매각을 추진하려는 미련이 남은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진도군 내 여러 섬들이 대명리조트 측과 연이어 특혜 시비가 나자 진도군과 대명리조트 사이에 커넥션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초사리 문제까지 불거지자 부동산 개발관련 분야에 정통한 이 군수가 대명리조트에 특혜를 몰아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부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 군수는 1972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한국토지공사 창립사원으로 입사한 후 26년간 재직하며 상임이사, 산업단지 본부장, 해외사업실장 등을 역임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한국토지신탁 사장을,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전남개발공사 사장을 지내기도 한 인물이다. 진도군수 직에 오른 것은 2010년부터다.

이 같은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진도군 측에서 적극적으로 지역주민과 소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진도군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시 대명리조트에 부지를 넘긴다는 소문은 헛소문이라며 관매도는 현재 진도군이 개발에 대한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흠집내기용
악의적 루머?

대명리조트 관계자도 특혜 관련 의혹을 부정했다. 대명리조트 관계자는 관매도 특혜의혹과 관련해 진도군의 요청에 따라 관매도 지역의 리조트 건설과 부가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사업계획을 수립했으나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리조트 건설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아울러 관매도 지역과 초사리 섬과 관련해 어떠한 특혜도 없었다고 말했다.  

과연 보배의 섬을 뒤흔들고 있는 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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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