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면세점업계의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사드 배치, 최순실 사태 등으로 업황이 나빠진 것이 원인이 됐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손 짚고 헤엄치 듯 쉬운 경영 될 거란 전망은 빗나간 셈. 지난해 문을 연 신규 면세점들은 더욱 치열한 생존 경쟁을 치러야 했다.
지난해부터 영업을 시작한 면세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세계면세점과 HDC신라면세점은 웃었다. 반면 한화갤러리아와 두산면세점(두타면세점)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우후죽순
지난해 5월 론칭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흑자 경영시대를 열었다. 인터넷면세점 실적을 포함해 지난 1월 매출 750억원, 영업이익 12억원 수준. 개점 9개월 만에 월 단위 기준 흑자달성이다. 지난해 개장한 신규면세점 가운데 최단기간 흑자달성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다. 2월 최고 매출은 52억원 수준까지 증가했다. 평균 매출은 38억원 규모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이라는 입지조건에 신세계라는 브랜드파워가 합쳐진 것이 주효했다. 발빠르게 명품 입점을 성공시킨 것도 손익분기점을 넘는 데 힘을 보탰다. 지난해에만 티파니, 불가리, 반클리프아펠 등의 브랜드를 입점 시키는데 성공했다. 지난달에는 토즈와 버버리 등의 브랜드도 합류해 매출 신장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올해 매출 1조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신세계디에프 측은 기대했다.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대표는 “오픈 1년도 되지 않아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모기업인 신세계의 유통 역량과 차별화를 향한 노력 덕분”이라며 “다양한 차별화 콘텐츠를 통해 글로벌 역량을 갖춘 면세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치열해진 면세업계 “적자만 벗어나자”
신성장동력? 차별화 없으면 100% 실패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사인 HDC신라면세점 역시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시장지배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1월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532억원, 영업이익 1억2500만원을 기록해 지난 2015년 12월의 소프트 오픈 기준으로는 1년, 지난해 3월의 그랜드 오픈 기준으로는 10개월 만에 월 단위 손익분기점 돌파에 성공했다.
HDC신라면세점은 신규면세점 중 처음으로 월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것을 계기로 1분기 영업흑자 달성을 단기 목표로 하고 있다. 2분기부터는 매출과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올해 7500억원의 매출과 경상이익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 라인이 한층 강화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테가 베네타’와 ‘구찌’, ‘불가리’, ‘버버리’ 등 대다수의 명품 브랜드가 들어섰고, 올해엔 ‘루이비통’을 오픈하면서 디올과 펜디, 불가리 등 LVMH계열 브랜드 입점이 예정돼있다.
또 현대아이파크몰은 면세점이 입점한 아이파크몰을 올해 말까지 6만4000㎡에 이르는 면적을 증축해 신규 쇼핑과 관광, 레저, 여가 시설이 확충된다. CJ CGV와 함께 ‘복합 한류 타운’을 건설하면 HDC신라면세점에도 연간 100만여명에 이르는 방문객이 몰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싼커(散客, 중국인 개별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는 한편, 중국 파워블로거인 왕홍 초청 체험 행사를 개최하는 등 차별화된 고가치 고객 마케팅 활동 강화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맞춤형 마케팅 전략과 효율적 자원 배분, 강한 전문성을 지닌 조직 운영 등이 흑자 전환에 한 몫을 했다.
또 모기업인 호텔신라의 세계 6위권의 면세사업 역량과 현대산업개발의 국내 최고 수준의 쇼핑몰 개발 및 운영 역량이 큰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랜드 유치를 비롯해 상품구매와 판촉, 물류, 통관, 전산 등 면세점 영업 전반에 걸친 면세점 운영 노하우가 조기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양창훈·이길한 공동대표는 “오픈 1년 내에손익분기점을 넘어선 것은호텔신라의 세계적인 면세사업 역량과 현대사업개발의 쇼핑몰 개발 운영 역량 등 합작사의 시너지가 큰 힘을 발휘했다”며 “신규 사업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는 만큼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견실한 흑자경영 체계가 유지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반면 두타면세점의 분위기는 위의 두 곳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5월 개장한 두타면세점은 지난 1월까지 월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매출 104억원, 영업손실 160억원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반기에는 손실 폭이 더 확대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올해 성적표도 신통치 않은 상황. 두타면세점 측에 따르면 2월 현재의 월별 매출 수준은 신세계면세점이나 HDC신라면세점에 크게 못 미치는 10억~14억원이다. 사측이 전망하는 손익분기점 돌파 시기는 6, 7월 즈음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초 두타면세점은 두산그룹 4세 박서원 전무가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집중됐지만 차별화된 경영전략 부재로 실적 개선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손님 줄고 나눠먹기
지금부터 생존 경쟁
타개전략으로 심야영업 카드가 나왔다. 밤샘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겠다는 것. 지난 1월 기준 두타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밤 9시 이후 심야영업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루 평균 38%를 넘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30% 중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또 올해 패션, 주얼리, 화장품 등에서 연내 20여개 신규브랜드의 추가 입점을 통해 매출을 확대를 꾀한다.
조용만 두타면세점 비즈니스그룹(BG)장은 “초반의 브랜드 유치와 매장 운영, 방문객 모집 등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환경을 이겨내고 차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라며 “이 속도라면 개장 1년이 되는 올해 6, 7월경에는 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면세점 한화갤러리아는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신규면세점 사업의 적자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 지난해 3분기까지 약 3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실적 부진으로 임직원들은 급여를 자진 반납했다. 임직원에게 임금 자진 반납을 받은 것은 회사 역사상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달 임원 연봉의 10%를 삭감한 데 이어 최근 부장과 차장도 상여금의 100%를 반납하기로 했다. 상여금 자진 반납 범위는 조만간 과장급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갤러리아의 상여금은 연 800%다.
이번에 임금 반납한 인원은 백화점 1700여명 가운데 400여 명, 면세점 인원 180명 가운데 40여명에 이른다. 일각에선 사내 분위기 상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사측의 임금 삭감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희망은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우후죽순 면세점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사드 배치로 중국인 관광객 유입마저 줄어 신규 면세점의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며 “차별화 된 전략만이 향후 면세점이 생존하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