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리더십 vs 불도저 리더십 전격 비교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vs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 위기수습능력

최근 대한민국 금융안전망에 큰 구멍 두 개가 연이어 뚫렸다.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유출사건과 농협중앙회의 전산장애 사태가 바로 그것. 두 회사 모두 변명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현대캐피탈은 두 달 동안 고객의 금융정보가 줄줄 새는지 까맣게 몰랐다. 농협은 며칠이 지나도록 복구는커녕 원인조차 밝히지 못했다. 현대캐피탈과 농협 모두 금융기관의 취약한 전산관리 시스템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위기 대응 방식은 정반대였다. 대체 무엇이 어떻게 다른 걸까. <일요시사>가 집중 조명해봤다.


정 사장, 해외 출장 일정 취소하고 귀국해 고객에 사과
최 회장, “나도 당했다” 직원 호통에 책임 떠넘기기도

지난 7일 오전 9시, 현대캐피탈 직원에게 한통의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내용인 즉, 현대캐피탈 고객 정보를 해킹했으니 협상을 하자는 것이었다. ‘친절하게’ 고객 정보 샘플도 첨부돼 있었다. 화들짝 놀란 현대캐피탈은 즉각 사실 확인에 나섰다.


현대캐피탈이 자체적으로 1차 조사를 벌인 결과 고객 42만 명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휴대전화 번호 등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1만3000명 이상 고객의 프라임론패스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및 고객 신용등급도 해킹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해커들이 돈을 빼내가기 직전까지 간 셈이다. 현대캐피탈은 발칵 뒤집어졌다.

현대캐피탈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해커를 검거하기 위해 범인이 지정한 계좌로 최소한의 금액을 송금했다. 경찰은 곧바로 범인검거작전을 펼쳤고, 8일 오후 5시쯤 해커 소재지로 파악되는 곳을 급습했다. 그러나 검거는 실패로 돌아갔다.

비슷한 사고지만
극명한 대응방식


그로부터 1시간 후 해커는 “돈을 보내지 않았으니 오후 7시 인터넷에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현대캐피탈은 결국 이날 오후 6시30분, 모든 사실을 고객과 언론에 털어놨다. 총부리는 현대캐피탈을 이끌고 있는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의 미간에 정조준 됐다. 고객정보관리를 소홀이 했다는 원성이 빗발처럼 쏟아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 사장은 지난 2003년 10월 현대캐피탈 부사장에 취임, 7년 만에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카드를 업계 2위로 올려놨다. 톡톡 튀는 발상과 아이디어로 현대카드의 이미지 쇄신에도 큰 몫을 했다. 초우량 고객(VVIP)을 위한 서비스, 카드 디자인 혁신, 슈퍼시리즈 등이 모두 정 사장의 작품이다. 회사 안팎에선 “현대카드의 힘은 ‘정태영’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될 정도다.

하지만 이번 일로 정 회장이 이제껏 공들여 쌓아올린 탑이 한순간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정 사장이 취임한 이래 첫 위기다. 처음 치고는 강도가 만만찮다. 신뢰가 가장 큰 자산인 금융업에서 보안에 허점을 드러낸 만큼 정 사장의 위상에 치명타가 불가피해 보였다. 업계의 이목이 정 사장의 해법에 쏠렸다.

이 가운데 정 사장이 내놓은 카드는 ‘정면돌파’였다. 노르웨이 출장 일정을 단축하고 급거 귀국한 정 사장은 “고객정보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면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부하직원을 내세워 책임을 전가하던 여느 ‘로열패밀리’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책임의식도 보였다. 이 회사는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객들에게 일일이 위험을 알렸다. 2차 피해를 막는데도 양팔을 걷어붙였다. 현대캐피탈은 자동응답전화(ARS)나 인터넷, 모바일, 제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통한 프라임론 대출시 본인확인을 철저하게 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단 해킹된 정보(주민등록번호, 이메일, 비밀번호 등)만으로는 대출받을 수 있는 길을 막아 놨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지난 12일, 이번엔 농협에서 사상 초유의 대형사고가 터졌다. 전산망 장애가 발생한 것. 농협은 “곧 복구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복구가 먼저라며 함구했다. 그 복구마저도 예정시간을 수차례 넘겨 지연됐다.

농협은 사건이 발생한지 30여분이 지난 이날 오후 5시35분쯤 “오후 6시30분이면 복구가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건이 커지자 “창구 입출금 거래는 13일 오전 9시, 창구업무 전체 거래는 오후 1시, ATM은 오후 3시, 인터넷뱅킹은 밤 11시에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다음날인 13일에도 농협의 ‘말 뒤집기’는 계속됐다. 창구 입출금 거래가 낮 12시에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힌 것. 결국 창구 입출금 거래는 최종적으로 낮 12시 35분경 정상화됐다.

농협은 이날 오후 1시쯤 농협 지점 내 무통장입금, 신용카드로 창구에서 통장출금 등의 작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 시간이 지나도 일부 점포에서는 이 작업이 정상화되지 않았다. 큰소리만 떵떵 쳐놓고 고객과의 약속을 저버린 꼴이다. 농협은 ‘양치기 소년’이라는 불편한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농협 양치기 소년
불편한 꼬리표

그간의 사태수습을 진두지휘해야 할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의 얼굴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비난이 극에 달한 지난 14일 오후 늦은 시간이 돼서야 마지못해 수습에 나섰다. 최 회장은 이날 약 2분 동안 고개를 숙이고 농협에서 발생한 전산장애로 3000만 고객들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농협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최 회장의 사과가 형식치레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금세 드러났다. 최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 내내 고객들에게 이해와 용서를 빌기보다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최 회장은 “나도 사고 관련 보고를 바로 못 받았다. 곧 복구될 거란 직원들 말만 믿었다가 당했다”며 직원에게 호통 쳤다. 회견장에 모인 이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최 회장은 또 “(전산장애와 관련해) 이런 일이 생긴 것은 내가 알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나는) 비상임이어서 업무를 잘 모르고, 내가 한 것도 없으니까 책임질 것도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사방에서 싸늘한 시선이 꽂혔다.


최 회장, 말만 “복구한다”, 숨기기 급급…‘양치기 리더십’
정 사장, 전고객 공지…최 회장, 우수고객에만 개별연락

대국민 사과에 나선 최 회장의 태도도 문제였다. 최 회장은 기자회견 도중 “농협지주 설립과 관련해 지역 단위 조합에 설명회가 있어 일어나야 한다”며 회견장을 나서려다 “지금 해킹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 어디 있느냐”는 기자들의 항의에 어색하게 다시 주저앉았다.

또 최 회장은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최 회장은 “고객정보와 금융거래 원장은 모두 정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확인결과, 신용거래 내역이 손실된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은 카드거래 내역과 원장의 거래내역이 맞지 않아 수작업으로 확인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즉, 농협 서버에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거래내역이 손실돼 수작업으로 기록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다. 농협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거래를 재개하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관리도 부실했다. 농협의 고객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이메일, 전화로 전산 복구 상황을 설명 받거나 사과문을 전달받지 못했다. 일부 지점에서는 거액을 예치한 우수고객에게만 개별 연락을 돌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현대캐피탈과 농협 모두 금융기관의 취약한 전산관리 시스템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위기 대응방식은 너무 달랐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수장의 위기관리 능력과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최 회장 수습 후
즉각 사퇴하라”

정 사장에게 이번 사고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위기관리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싸늘한 시선을 보내던 이들은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다. 업계에선 “역시 정태영”이라는 찬사가 울려 퍼졌다. 한 업계관계자는 “위기상황에 대한 유연하고 신속한 대처는 업계의 귀감”이라며 “정 사장의 리더십이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났다”고 평가했다.

반면, 최 회장은 위기에 무능력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두고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고객 무서운 줄 모른다는 비아냥도 들려온다. 심지어 일각에선 최 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전국농협노조, 전국축협노조, 전국사무연대농협중앙회지부 등 농협 관련 3개 노조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과 임원진은 이번 사태가 일단락된 뒤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노조 측은 “농협은 사상 최고, 최대 규모의 금융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이 됐고, 3000여만 명에 이르는 국민이 직·간접적인 손실을 봤다”며 “상황이 이런 데도 최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책임 떠넘기기와 문제 회피에만 급급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