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영풍그룹 내부거래 실태

정부 으름장에도…대놓고 몰아주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정부의 으름장도 소용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뽑은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기업들의 내부거래는 여전하다. 배짱도 이런 똥배짱이 없다. 영풍그룹이 그 중 한곳이다.

<일요시사>는 2011년 4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기업들의 내부거래 실태를 연재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문제성 거래가 가장 많이 발견된 기업 가운데 한 곳이 바로 영풍그룹이다. 지금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큰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속 보이는 지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격 시행된 건 지난 2015년 2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의 총수 일가가 지분 30%(비상장사 20%)를 넘게 보유한 기업이 200억원, 또는 매출의 12% 이상 내부거래를 할 경우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영풍그룹 역시 규제를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영풍그룹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규제를 벗어나는 데 힘쓰기보단 아예 무시하는 듯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영풍그룹 몇몇 계열사의 과도한 내부거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너 일가 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계열사에서 내부거래를 통해 회사를 키우는 방식이 여전히 통용된다. 가장 논란이 될 법한 계열사는 내부거래 비중이 95%에 육박하는 비상장 계열사 '영풍개발'이다.


1989년 설립된 영풍개발은 건설관리 및 건물관리용역제공을 주 영업목적으로 하는 회사다. 영풍그룹 계열사 제무재표를 분석한 결과 영풍개발은 지난해 매출의 93.8%를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약간이나마 개선된 수치다. 2013년과 2014년 영풍개발의 내부거래 의존도는 각각 94.4%, 95.5%에 달했다.
 

이처럼 숱한 비난 속에서도 그룹 차원의 영풍개발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는 변함이 없다. 공교롭게도 영풍개발은 오너 일가의 지분 비중이 큰 계열사다.  

순환출자 핵심 영풍개발
매출의 94% 계열사 일감

영풍그룹의 지배구조는 여느 재벌그룹과 맥을 달리한다. 최기호·장병희 공동창업주가 1949년 의기투합해 그룹을 일군 후 영풍그룹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는 2대 째 계속되고 있다. 장씨 일가는 지주사 격인 영풍과 코리아서키트 등 전자 계열사를,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한 비철금속 계열을 맡고 있다.

다만 영풍개발서 두 집안의 영향력은 엇비슷하다. 영풍개발은 부모세대가 26.4%, 자녀세대가 33% 등 오너 일가 지분 비중이 59.4%에 달한다.

부모세대 지분을 살펴보면 최씨 일가인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이 각각 6.6%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33.0%의 지분을 가진 자녀세대는 모두 장씨 일가다. 장세준 영풍전자 부사장,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 장혜선씨가 각각 1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영풍개발은 그룹 지배구조에서 고리역할을 하는 계열사다. 영풍그룹은 ‘영풍→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으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띠고 있다. 경영승계 차원에서라도 영풍개발의 지분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2015년 말 기준 매출 28억원에 불과한 이 회사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익만 추구?

시민단체 관계자는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이전 등 사익추구행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비상장사의 내부거래가 횡행하는 점을 정밀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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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