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반기문 검증’ 발목 잡을 아킬레스건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02 11:05:12
  • 호수 10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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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장어’몰이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유력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국내 복귀가 임박했다. 반 총장에 대한 혹독한 인사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시험대에 오른 반 총장이 과연 현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지난달 24일 <시사저널>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23만달러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반 총장이 외교부장관이던 지난 2005년 5월 박 전 회장이 베트남 명예총영사 자격으로 참석한 만찬자리서 20만달러를 반 총장에게 줬다는 것.

또 2007년 초반 반 총장 취임 후 뉴욕서 ‘사무총장 취임 축하 선물’ 목적으로 3만달러가 추가적으로 건네졌다는 내용이다.

23만 달러?
과연 진실은…

이에 반 총장 측근은 “돈을 줬다는 사람도 부인하고, 또 당시 정황상 불가능한 사실무근 얘기”라며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 총장에 돈을 줬다고 의심을 받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논란은 말도 안 된다. 따로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반 총장은 임기를 마치고 오는 15일 귀국한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본격적인 대선 검증대에 오른 모습이다. 정치권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중심으로 반 총장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작업에 착수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조만간 당내 ‘반기문 검증팀’을 구성해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반 총장은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제2의 박근혜 대통령’이 나오는 건 우리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과오”라며 “반 총장은 기름장어처럼 피할 게 아니라 혹독한 검증을 자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반 총장과 연대를 염두에 둔 국민의당은 23만달러 의혹에 대해 검찰수사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근거 없는 폭로’에는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해명이 납득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수사해 그 결과를 발표해주는 게 당연히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에게 할 도리”라면서도 “근거 없는 폭로는 밝은 정치, 깨끗한 대선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임명직 고위공무원을 거쳤지만, 인사청문회를 거친 적은 없다. 지난 2004년 1월16일 외교통상부장관으로 임명된 시점에 인사청문회에는 모든 국무위원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 결과 그는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채 청와대 외교보좌관으로 일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명으로 외교부장관실로 자리를 옮겨 업무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여권 인사는 “인사 청문회서 고위공직후보자의 개인 정보를 넘겨받아 꼼꼼히 조사하는데, 반 총장의 경우 이런 부분이 생략됐다”며 “유력 대선주자 검증은 개인 정보에 대한 강제조사권이 없으므로 오히려 인사 청문회보다 허술한 측면이 많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들이대는 칼날…친인척·재산 의혹
더민주 ‘반기문 검증팀’본격 가동

다만, 정치권서 꾸준히 ‘반 총장에 대한 검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왔다는 점에서 반 총장이 혹독한 검증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의 가족, 친인척, 재산, 기업인과의 관계, 사무총장 당시 활동 등이 집중 검증 대상이 될 예정이다.

우선 반 총장 가족 관련해 아들 우현씨 특혜 채용 의혹이 있다. 한 언론에 따르면 우현씨는 지난 2011년 1월 SK텔레콤 뉴욕 사무소에 입사했다. 현재까지 매니저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SK텔레콤 뉴욕 사무소는 지난 2010년 4월에 설립됐다.


SK텔레콤 본사에 소속된 파견 사무소로 미국 관련 업계 동향 파악이 주 업무로 특별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우현씨가 공채가 아닌 특채로 입사를 하면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지자(H-1B)스폰서’를 써줬다는 것이 특혜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SK텔레콤 측은 “우현 매니저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미국 UCLA MBA 과정을 거쳤다. 경력과 학력이 업무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인력이 너무 적다 보니 별도의 채용공고를 낸 것은 아니고, 현지 채용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SK가 우현씨를 취직시켜 미래권력으로 불리는 반 총장에 미리 줄을 댄 것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은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정치권의 공세에 묵묵부답으로 버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들 특혜 의혹
측근 비리 솔솔

반 총장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도 불거진 바 있다. 성 전 회장은 생전에 “내가 반기문하고 가까운 건 사실이고, 동생(반기상)이 우리 회사에 있는 것도 사실이고, (반기문이) 우리 포럼(충청포럼) 창립멤버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 총장은 지난 2015년 5월19일 “저는 성완종 회장과 특별한 관계가 아니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2006년 반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으로 확정되자 같은해 10월8일 그를 위해 가장 먼저 축하 모임을 롯데호텔서 열어준 사람은 성 전 회장으로 알려진다. 또한 반 총장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거의 매번 성 전 회장과 충청포럼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는 2012년 10월30일 ‘반기문 가족오찬’ 일정이 기록돼있기도 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1심서 징역 1년6개월의 징역을 선고 받은 홍준표 경남지사는 “성완종씨는 반기문 매니아”라며 “내가 대선 이야기를 안했으면 성완종 리스트에 내 이름이 끼어들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완종씨가 2012년도 대선을 하면서 충청포럼을 만들었는데 그게 왜 생겼겠느냐”고 반문하며 충청포럼은 반 사무총장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두 사람의 과거 친분관계에 대한 반 총장의 뚜렷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반 총장의 조카인 반주현씨 관련 의혹도 반 총장이 풀어야할 숙제다. 고 성완종 의원이 회장으로 있던 경남기업에 부회장이었던 주현씨가 지난 2014년 베트남 하노이의 랜드마크인 72타워 매각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72타워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1조2000억원을 투자해 건축했지만 입주 부진으로 매각을 결정했다. 당시 주현씨는 매각 대리에 나서면서 반 총장을 통해서 카타르 국왕을 접촉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카타르 투자청이 인수 의사를 밝히자 인수의향서를 허위로 작성해 경남기업에 전달했다. 이 과정서 주현씨는 계약금 명목으로 6억5000만원을 수령했다.

성완종 관계 미스터리
신천지 영상 등장 왜?

자금난에 시달리며 검찰수사를 받게 된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남기업은 주현씨에게 6억5000만원에 대한 민사소송을 걸었다. 지난해 10월, 법원은 주현씨가 경남기업에 6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매각과정서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실제 주현씨가 위조된 것으로 알려진 카타르투자청의 투자의향서 성격의 공식 문서를 보낼 때도 이를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경남기업 관계자도 반기상 전 고문의 매입과정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반기상 고문은 형님인 반기문 총장이 카타르 국왕에게 랜드마크72 매각건에 대해 부탁하겠다고 성완종 전 회장에게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며 “랜드마크72 매각에 있어 반 고문이 사실상 경남 측 프로젝트매니저였다”고 밝혔다.

반 전 고문은 경남기업이 랜드마크72 매각에 나설 때 아들 주현씨가 몸담고 있는 부동산 회사를 독점적 매각주간사로 추천키도 했다.

이를 두고 더민주 송현섭 최고위원은 지난달 23일 “반주현은 큰 아버지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직분을 악용해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주현의 이런 사기행각은 미국에서 한국의 국위를 실추시키고 있어 국가 망신”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주현씨가 미국 법원에 걸린 소송만 13건에 달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송 최고위원은 “13건 중 1건의 내용을 보면 반주현은 2011년 T금융사의 매니저를 칭하며 리조트 회사인 N사에 접근했다”며 “한화 약 120억을 대출해주겠다는 의향서를 주고 N사로부터 약 7800만원을 수령해 갔다”고 주장했다.


즉 지난 2014년 경남기업 사기때와 같은 수법인 셈이다. 이에 대해 송 최고위원은 “반 총장은 귀국 전에 미국에서 조카 반주현이 저지른 모든 문제를 깨끗이 해결해야 한다”고 반 총장 책임론을 주장했다. 반 총장이 조카 주현씨 사기 행각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것은 없다.
 

하지만 측근 비리가 끊이지 않는 반 총장에 대한 정치권 및 국민들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측근비리는 대선주자로서의 도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반 총장의 해명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을 통해 측근비리가 끊이지 않았던 역사를 지켜봐왔다. 그렇기 때문에 측근비리에 대해 명명백백한 소명을 해야만 ‘반 총장발 측근비리’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전망이다.

재산 축소 왜?
정치력 검증

반 총장의 재산축소 의혹도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반 총장이 지난 10년간 유엔 규정에 따라 1만달러 이상의 재산은 신고했지만 그 액수가 공개되지 않아 일각에선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공개된 반 총장의 재산은 외교통상부장관 시절인 지난 2006년 2월이 전부다.

당시 반 총장은 12억2195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삼성래미안아파트·충북 충주 문화동의 한 아파트 등 건물 2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대지 약 80평·인천 계양구 목상동 약 1400평 임야 등 토지 2곳을 신고했다.

사당동 아파트는 당시 공시지가로 3억원이었지만, 현재는 실거래가가 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2007년 유엔 사무총장 재직 이후부터 반 총장은 ‘유엔 직원 재산신고규정’에 따라 매년 재산을 신고했다. 유엔 사무총장 연봉은 한화로 2억7000만원에 달해 재직 기간 동안 현금재산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언론에 따르면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유엔에 신고한 9년간의 재산신고 중 2010년, 2011년에만 유엔 외 소득으로 한국정부연금(공무원 퇴직금)이 신고됐다. 즉 그외의 기간에는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험대 오른 정치력
난국 타개할 카드는?

공무원 퇴직은 일시불과 연금, 혹은 20년 뒤 일시불 수령 3가지 방법만 있을 뿐 중간에 2년치만 수령하고 그칠 수 없다는 점에서 퇴직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국 실정법 위반은 아니라는 점에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재산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점에서 도덕성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산 축소 의혹도 타 의혹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반 총장이 ‘신천지’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지난달 10일과 17일 게시된 유튜브 홍보 영상에 따르면 반 총장이 수차례 등장한다. 특히 영상에는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김남희 대표가 유엔본부 초청으로 여성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며 김 대표와 반 총장이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

신천지대책전국연합 신현욱 목사는 영상에 대해 “신천지 이만희 대표가 과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후보와도 사진을 찍어 홍보하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해 왔다”며 “반 총장과 찍은 사진을 홍보하는 것 역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에는 반 총장을 제외한 세계적 유명 인사들도 등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반 총장이 신천지와 정확히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 총장은 측근 비리 및 각종 의혹뿐만 아니라 정치력에 대한 검증도 통과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치권은 반 총장이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름과 동시에 날을 세우며 정치력을 입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음해 세력들
단호히 대처

반 총장에 검증 여론에 대해 반 총장 측근은 “반 총장이 10년간의 국내 공백 기간이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검증을 받을 용의가 있다”면서도 “검증이라는 미명 아래 음해하는 공격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딧불이 ‘거목 반기문’ 논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우상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거목 반기문’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지난달27일 개최된 팬클럽 창립대회를 안내하는 책자에 실리면서 공개됐다.

반딧불이 충주지회 관계자는 “작곡가가 인쇄소에 악보를 놓고 가서 창립대회 책자에 착오로 실리게 됐다”며 “회원들이 이 노래를 부를 계획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실제 진행된 축하행사에는 ‘아리랑’을 개사한 노래가 울렸다.

지난달 27일 열린 반딧불이 충주지회 창립 행사에는 회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윤주성 반딧불이 충주시지회장은 대회사에서 “반 총장이 선한 삶을 살아왔고 글로벌 리더로서 평화 운동에 앞장섰다”며 “저 역시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해볼까 해서 지회장을 맡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북한도 아니고…반기문 찬양
반기문 팬클럽 창립대회 개최
우상화 노래 안내 책자에 실려

이날 창립보고 대회에선 최근 논란이 됐던 ‘거목 반기문’ 노래 합창은 하지 않았다. 강동구 반딧불이 충북회장은 “거목 반기문이란 노래로 물의를 일으켜 거듭 죄송하고 송구하고”고 말했다. 윤 지회장 역시 “반 총장이 재임하면서 충주의 작곡가가 훌륭하고 국가적으로 거목이란 판단에 지은 것으로 안다”며 “너무 가요풍이라서 행사에선 채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창립대회를 마친 회원들은 충주누리센터서 300m 떨어진 반 총장의 본가 반선재에 들러 기념 촬영을 한 뒤 행사를 마쳤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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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