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지는 GS그룹 후계구도

‘야금야금’ 막내가 큰형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GS그룹의 회장 승계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그룹 3세 막내인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이 지분 매입에 나선 것이다. 이번 지분 매입으로 허 부사장의 지분율이 사촌형이자 그룹을 이끌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넘으면서 그룹 회장 자리에 성큼 다가섰다. GS그룹이 승계구도에 대해 말을 아끼는 사이 차기 그룹 회장 자리가 요동치고 있다.

가족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GS그룹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자산기준 재계서열 7위(공기업 제외), 69개의 계열사, 그룹 전체 매출 52조원 등을 책임지게 될 차기 회장 후계자 자리가 안갯속이다. 2004년 LG와 갈라선 후 줄곧 ‘허창수’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GS그룹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이다.

허창수 체제
허용수 부각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GS그룹 지주사 GS 주식 14만7522주를 매입했다. 기존 GS 지분율 4.47%서 4.63%까지 늘어난 것이다. 지난 9일에는 재차 18만2846주를 매수하면서 지분율을 4.82%까지 끌어올렸다.

이로써 허용수 부사장의 지분율은 현재 GS를 이끌고 있는 허창수 회장의 지분율 4.75%를 뛰어넘으며 GS 최대주주가 됐다. 허 부사장이 GS 최대주주에 오르자 차기 그룹 회장 후보로 단숨에 부각됐다. 허용수 부사장은 고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막내 허완구 승산회장의 외동아들이다.

3세 가운데는 막내인 셈. 허 부사장은 본격적인 주식 매입 전인 지난 11월22일 GS 주식 144만1401주를 담보로 자금을 확보했다. 담보로 설정된 주식은 당일 종가(5만5500원)를 기준으로 약 800억원 규모다. 허용수 부사장이 11월 말부터 최근까지 사들인 GS 주식은 약 180억원어치로 추산된다.


따라서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지분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허창수 회장을 따돌리고 지분을 급격히 늘릴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이기도 한 허창수 회장은 전경련이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을 주도하는 등 정경유착의 한 축으로 지목되면서 체면을 구긴 상황이라 향후 GS그룹 수장 자리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최근 인사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허용수 GS에너지 에너지/자원사업본부장 부사장은 GS EPS 대표이사에 신규 선임됐다. GS그룹도 “40대의 차세대 경영자를 대표이사에 신규 선임하는 등 지속성장이 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100년 장수기업의 플랫폼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허용수 부사장은 2007년 GS홀딩스에 입사, 사업지원담당 상무를 거쳤으며, 2010년 GS 사업지원팀장 전무, 2013년 GS에너지 종합기획실장 부사장을 지냈다. 올해부터는 GS에너지 에너지·자원사업본부장 부사장을 맡았다.

GS그룹 오너일가가 가족 간 화합을 중시하고 가족회의를 통해 중대사를 결정하는 전통이 있다는 점을 볼 때 이번 지분 매입도 가족 간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GS그룹은 허창수 회장 체제 이후 한 번도 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이번 허용수 부사장의 행보가 사전에 조율돼 있는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전 조율없이 허용수 부사장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지분 매입에 나섰다면 가족경영이 깨지는 단초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허용수 부사장의 나이를 감안해 아직 그룹 회장으로 나서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허 부사장은 1968년생으로 아직은 40대다. 1948년생인 허창수 회장보다 나이가 20년 아래다. 허 회장이 처음 GS그룹 회장에 올랐을 때와의 나이 차이도 8살이나 난다.
 


3세 가운데 허용수 부사장을 제외하면 유력 후보군은 허창수 회장의 동생들과 사촌들이다. 최근까지 그룹 차기 회장으로는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허 회장은 지난 11월 말, 임원인사를 통해 부회장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2월, 사촌 형인 허동수 회장이 경영 일선서 물러난 뒤 회사를 이끌다 회장직에 오른 것이다. GS칼텍스는 GS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허진수 회장의 차기 그룹을 이끌 회장후보의 행보로 자연스럽다는 평가가 있었다.

GS칼텍스는 GS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책임질 만큼 비중이 크다. 미국 석유회사 셰브론과 합작으로 1967년 탄생한 GS칼텍스는 지난 9월 말 연결기준 순자산만 18조6000억원에 달한다.

전설의 가족경영
혹시 돌출행동?

허진수 회장이 허창수 회장의 친동생이라는 점도 차기 그룹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창업주의 삼남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의 아들들이 회사의 주류 자리를 공고히 하는 모양새라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렸다. 일단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3세 가운데 고 허준구 명예회장의 자녀가 가장 많다.

첫째 허창수 회장과 셋째 허진수 회장을 비롯해 둘째 허정수 GS네오텍 회장, 넷째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막내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등 총 5형제가 그룹 핵심 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물론 허진수 회장 뿐만 아니라 허정수 회장, 허명수 부회장, 허태수 부회장 등도 차기 그룹 회장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지분을 살펴보면 허진수 회장은 2.02%, 허정수 회장 0.12%, 허명수 1.95%, 허태수 1.98% 수준이다. 2세 가운데 맏인 고 허정구 전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자녀들은 그룹사 경영권 외각서 지원하는 모습이다. 장자 승계원칙을 감안하면 이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지분율도 장남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2.58%, 차남 허동수 전 회장 1.75%, 삼남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2.27%로 낮지 않다. 다만 이들 삼형제가 GS그룹 내에서 사실상 독자 노선을 걷고 있어 당장 경영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허동수 전 회장은 GS칼텍스 회장직을 내려놓은 뒤 경영 참여가 아닌 재단 복지사업에 힘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허남각 회장은 GS그룹에 속해 있는 삼양통상을 이끌고 있지만 사실상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삼남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역시 허남각 회장을 돕고 있는 모양새다.

2세 가운데 차남 고 허학구 전 새로닉스 회장은 고 허전수 새로닉스 회장을 외동아들로 뒀지만 고 허전수 새로닉스 회장이 지난 2010년 별세하면서 대가 끊겼다. 2세 중 넷째인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은 두 아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남 허경수 코스모화학 회장이고, 둘째는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이다. 지분율은 허경수 회장(2.11%)과 허연수 회장(2.58%) 모두 2%를 기록하고 있다.

창업주 아들 가운데 막내인 허완구 승산회장은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만을 외아들로 뒀다.

현재 GS그룹을 상황을 요약해 보면 허창수 회장의 5형제가 그룹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다른 사촌들은 경영권 외각서 지원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허용수 부사장의 이번 행보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향후 그룹내 승계구도가 바뀔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허용수 부사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점은 그동안 GS그룹이 3세경영 체제서 4세 경영체제로 넘어가는 승계 작업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4세 가운데 허세홍 GS글로벌 대표이사, 허준홍GS건설 전무 등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었다. 허세홍 대표이사는 내년도 인사에서 대표이사로 최고경영자가 됐다.

이에 따라 허용수 부사장이 허창수 회장으로부터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아 3세와 4세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 그룹 회장직으로 허용수 회장이 거론되면서 3세를 이어 회사를 이끌 4세를 바라보는 시각에 미묘하게 변했다.

허창수 회장 체제 아래에선 허윤홍 GS건설 전무가 차기 선두주자로 꼽혔다. 그는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이다. 올해 38세인 허윤홍 전무는 허창수 회장과 같은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을 졸업하고 2002년 GS칼텍스(당시 LG칼텍스)서 평사원으로 경업수업을 시작했다.

허윤홍 전무는 2004년 말까지 평사원으로 재직하면서 영업전략팀과 강남지사, 경영분석팀 등을 거쳤다. 2005년 GS건설(당시 LG건설)로 자리를 옮겨 재경팀 대리로 승진했고, 경영관리팀 과장·차장·부장을 거쳐 2013년 상무로 승진했다.

입사해 임원에 오르는 데 11년이 걸렸다. 다른 대기업 2∼4세들의 평균 임원 선임 나이가 31세, 승진기간이 28개월이란 점을 감안하면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씩 뚝뚝
계열분리 가능성

하지만 허용수 부사장이 허창수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 경우 ‘4세 리더’의 기회가 어디로 갈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범LG가는 보수적인 가풍 속에서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와 함께 그룹을 이끌던 GS그룹 역시 유교적인 가풍으로 남성 중심의 지분구도가 눈에 띈다.

그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4세 가운데 허윤홍 전무의 가장 큰 라이벌은 GS그룹의 장손 허준홍 전무다. 그의 GS 지분율은 1.73%로 4세 가운데 가장 높다. 허윤홍 전무의 지분율은 0.49%로 4세 가운데 높은 편이 아니다. 허동수 회장의 외아들 허세홍 대표이사도 1.43%로 4세 중 두 번째로 높은 지분율을 기록하며 강력한 후보 중 하나다.

그룹 장악력만 놓고 보면 4세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이기도 하다. 그는 빠른 승진으로 그룹내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허세홍 대표이사는 4세 가운데 가장 먼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경영능력은 올해 본격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가 이끌고 있는 GS글로벌은 2009년 GS로 편입된 계열사다. 국제무역 전문업체로 글로별 역량과 사업 관련 경험이 풍부한 허세홍 부사장의 경영시험대로 제격이라는 평가다.

허정수 회장의 첫째 허철홍 GS과장도 지분율로만 따지면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그의 지분율은 1.37% 수준이다. 최근에는 허광수 회장의 장남 허서홍 GS에너지 전력집단에너지사업 부문장(상무)이 지분 매입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허서홍 상무는 지난달 초 GS 주식 총 1만5000주를 장내매수 했다. 이로써 허 상무가 보유한 GS 주식은 1.08%에 달한다. 주목되는 것은 이전에도 허서홍 상무가 GS 주식을 꾸준히 늘려왔다는 점이다. 허 상무는 지난해 말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한 이후 지금까지 13만9351주의 주식을 사들였다. 1년 새 지분율은 0.93%에서 1.08%로 0.15% 포인트 늘었다.

GS그룹은 허용수 부사장의 행보에 대해 단순 주식 매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이 직을 내려놓을 마땅한 이유가 없을뿐더러, 서열상 허용수 부사장 위로 차기 회장이 될 만한 후보가 많다는 게 근거다.

“미리 조율”
계획된 행보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그룹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허 회장의 형제, 사촌들이 각 계열사들을 경영하고 있어 다음 세대엔 계열 분리까진 몰라도 사실상 별도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누가되든 반쪽짜리 그룹을 승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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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