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키워드로 본’ 박근혜정부 실패 원인 7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2.12 10:08:02
  • 호수 10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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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안하고 밥도 혼자 먹더니…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통령 거취 문제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지금의 박 대통령을 만든 원인으로 불통, 인사 실패, 언론통제 등이 거론된다. <일요시사>가 박근혜정부의 실패 원인을 분석해 봤다.

박근혜정부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에 막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집권 초반부터 ‘불통 논란’에 휩싸인 박 대통령은 임기말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에 섰다. 현재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최초로 불명예 퇴진을 앞두고 있다.

[불통]

‘불통’이라는 단어는 집권 4년차를 맞은 올해까지 박근혜정부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야당과의 불통, 비박과의 불통, 국무위원과의 불통 등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행태는 불통정부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특히,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보다는 비선 측근들의 목소리만 듣고 국정을 운영한 것이 최근 사태를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의 불통 역사는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3년 대통령인수위원회는 불통 속에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해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또한 새정부 출범 당시 장관 6명과 청와대 수석 6명이 불통 논란을 야기한 인수위 출신으로 구성돼 우려를 낳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민여론 및 지역여론을 살피지 않은 채 사드배치를 추진해 성주지역민의 극심한 반발을 야기했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지면서는 박 대통령이 국무위원들과 소통이 부재했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를 두고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지난달 11일 “장관 18명을 포함해 4년 동안 그 어떤 장관도 대통령과 1대1로 독대한 사람이 없다”며 “대통령의 개인참모인 정무수석과 외교안보수석까지 독대한 적이 없다고 한다. 참 수수께끼”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 특유의 불통을 대통령의 성격적인 측면과 결부해 생각하기도 한다. 대통령이 되기 전 박 대통령은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만큼 슬프고 흉한 일도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박 대통령은 배신에 민감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됐고, 의리 있는 정치인이라고 포장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은 배신에 민감하다 보니 소수에게만 믿음을 주는 타입”이라며 “최순실 사태도 박 대통령의 외골수적 성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

박근혜정부는 외교 부문서도 미숙함을 드러냈다. 올 초에 있었던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도 졸속협상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양국 간 합의문에서 우리나라는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아베 총리의 사죄와 반성 표명’ 등이 명시된 반면, 일본 정부 예산으로 한국 정부가 재단을 설립해 위안부 상처 치유 사업 실시를 전제로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 확인’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을 야기했다.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도 정부 합의 문제로 둬 위안부 합의를 무색케 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진전된 합의안”이라며 환영했지만 야당은 “위안부 문제는 정부가 나서 ‘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할 성격이 아니며, 한일 위안부 합의는 결코 최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나 정부가 외교적 측면에만 치중한 나머지 일본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최근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으로 다시 한번 정부의 외교 협상 문제점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북한의 핵 위협, 탄도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협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 역사왜곡 문제와 독도 영유권 등 산적한 문제들이 남아있는 상태서 성급히 협정을 맺어 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정부는 국방을 위해 사드 및 한일 군사 협정 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결국 대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인사]

박근혜정부의 인사 문제도 집권 초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제기됐던 지적사항 중 하나다. 특히 지난 2014년 6월10일 박근혜 대통령이 발탁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인사 참사’라는 평을 들었다. 아울러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했지만 낙마하면서 국정에 차질을 빚었다.

여기다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국민신뢰는 바닥을 쳤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대통령의 인사 문제가 정점을 찍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임명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이 도마에 올랐고, 야권은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통상적으로 국회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 정부 측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관례로 통했다. 박 대통령은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역대 정권 최초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김 장관 임명을 단행했다.

탄핵 결의안 통과…최초 불명예 퇴진 앞둬
집권 초기 불통 논란…일본에 목맨 이유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열리기 직전 불거진 우병우 전 민정수석 의혹에 대응한 청와대의 행태는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우 전 수석은 아들 꽃보직 특혜 및 화성땅 차명 보유 의혹 등 각종 구설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청와대는 “의혹만 가지고는 자를 수 없다”며 우 전 수석을 지켰다.

아울러 최순실씨가 청와대 및 각종 정부부처 인사에 전횡을 일삼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충격과 비탄에 잠겼다. 이후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를 향하자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 문고리3인방, 우 전 수석 등 비서진을 대거 교체했다.

우왕좌왕하던 청와대는 국회를 달래듯 김병준 책임총리를 지명하고, 우 전 수석과의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최재경 전 민정수석을 임명해 ‘불통 개각’이라는 비판을 초래했다.

[정책]

박근혜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도 몰락을 부채질했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내놨던 ‘창조경제’에 대해 거창하지만 애매모호한 수사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고,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은 정부의 세제 운용 방안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예산은 400조5000억원이다. 여기에 고소득자와 대기업 등에 대한 증세가 이뤄지면서 실질적으로 정부가 내세운 ‘증세 없는 복지’도 결국 실패했으며, 대북정책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근혜정부는 집권초기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대북정책을 내세웠다. 남북 간 신뢰를 형성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켜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려는 정책이다. 지난 9월 국감장에선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더민주 문희상 의원은 “박 대통령이 주장한 신뢰 프로세스와 통일 대박론 모두 북한과의 협상을 전제로 하는데 정부는 지금 책임 전가에 급급하다”며 “현 정부는 북한 핵 개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거창한 수사를 사용해 얼핏 합리적 정책처럼 보이지만 막상 뜯어 놓고 보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화법]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장 이 분석한 <박근혜 화법, 헛소리에 담긴 모순적 징후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기이한 언어패턴을 알 수 있다. 말실수, 횡설수설, 동어반복, 동문서답, 에너지론, 비문, 유체이탈, 시대착오적 발언 등이다.


지난해 어린이날 행사에서 박 대통령은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 준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유독 2015년에 신비주의적인 어록이 많이 등장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어린이날을 전후해 경제인과 관료들이 모인 자리서 박 대통령은 “경제 재도약을 ‘염원’하고…‘기도’하는 마음으로 ‘염원’하는데…하늘의 ‘응답’…바로 ‘메시지’”라고 말해 종교적 언어를 유독 많이 사용했다.

지난해 11월10일에는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고,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박 대통령의 화법에 대해 “건국 이래 대통령 중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전 근대적이란 점이 주목할 만하다”며 “영성에 기반을 둬 세상을 해석하고, 세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의 특정 집단에게는 낯설지만은 않은 언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최순실 사태가 터지고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영생교 교주의 딸인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고쳐줬다고 밝혔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화법이 이상하다는 것은 알았을 때 그 이유를 좀 더 파고들었으면 최순실 국정농단이 조속히 밝혀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제]

최근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박 대통령의 언론통제가 드러났다. 지난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는 기자회견을 갖고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드러난 박근혜정부의 언론통제 및 문화검열 정황을 폭로했다.

언론노조가 공개한 비망록에는 영(領)으로 표기된 박근혜 대통령과 장(長)으로 표기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언론대응 지침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대표적 사례는 지난 2014년 11월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이다.

매번 반복된 인사 참사…인사시스템 전무
주술 화법, 최순실 지시?…친박계도 도마

언론노조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해당 보도를 공직기강 해이, 신상털기식 보도가 우려된다는 방향으로 몰고 가려 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실장은 검찰의 문건유출사건 수사를 조기종결토록 지도하게 했으며 개인적 책임론을 수긍하고 언론대응에 당당히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청와대 최고 윗선 차원서 언론통제를 명시적으로 지시한 셈이다.
 

언론통제는 지난해 11월 개정된 신문법 시행령에도 나타난다. 정부는 온라인 저널리즘의 질을 높이고 유사언론행위를 막겠다며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강화했다. 취재 및 편집 인력을 3인에서 ‘5인 이상’으로 높였다. 이 같은 대통령의 언론통제는 풍선효과처럼 박근혜정부의 각종 부정부패가 밝혀지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

친박(친 박근혜)계는 청와대와 국회를 넘나들며 박근혜정부 위기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우선 현 정부 대표적 친박계로 ‘대통령의 남자’로 불린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청와대 정무수석과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으며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서 보좌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보도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순실 파문이 정국을 휩쓸고 있는 현 시국에 그는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일각에선 친박계의 맹목적인 박 대통령 옹호가 오히려 대통령이 비리에 무감각해지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에게 간언해야 할 친박계가 대통령의 허물에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총선서도 친박 주류들의 공천개입은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쳤고 국회 제1당의 자리를 더민주에 내줬다. 정치권에선 총선 결과가 임기 후반기를 달리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시한폭탄'다음 청문회 일정은?

지난 6, 7일에 이어 오는 14, 15일에는 3, 4차 최순실 국조 청문회가 이어진다. 3차 국조 청문회에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세월호 7시간 의혹’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등이 출석 예정이다.

15일 열리는 4차 청문회에선 30여 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윤회씨, 박관천 전 공직기강비선관실 행정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이규혁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도 증인으로 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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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