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MB 미소재단 vs GH 미르재단 전격 비교

정권 바뀌면 미소도 털린다?

[일요시사 취재 1팀] 박호민 기자 = 국정 농단 ‘최순실 게이트’의 전진기지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난 미르재단.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미르재단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소재단의 성격이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양측은 격론으로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 <일요시사>에서 양 재단을 전격 비교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재단법인 미르(이하 미르재단)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소금융중앙재단(이하 미소재단)이 서로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논란의 시작은 최순실 게이트서 불거진 검찰 수사 관련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역대 정부서도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와 출연으로 공익사업을 진행한 사례가 많았지만 지금처럼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며 이명박정부의 미소재단을 지목하면서 시작됐다.

[각 정권 추진]
[대통령 연관?]

김승유 초대 미소재단 이사장(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서 “미소재단은 미르재단 등과 출발부터 달랐다”며 미르재단과의 유사성 언급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냈다.

2009년 설립된 미소재단은 금융이용의 접근성을 높여 자활의지가 있으나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저소득·저신용층 및 영세사업자의 자활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자 설립됐다. 제도권 금융 이용이 곤란한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창업자금, 운영자금 등 자활자금을 무담보·무보증으로 지원하는 소액대출사업(Micro Credit)을 주사업으로 했다.

이명박정부는 2000년 이후 약 10년간 30여개의 민간단체가 재정, 지자체 예산, 소액서민금융재단자금, 민간 기부금을 재원으로 수행해 온 소규모 사업을 중앙재단을 통해 관리하기 위해 미소금융중앙재단을 만들어 운영했다.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각 200~300개의 미소금융법인을 설립해 전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재계·금융권 등의 기부금과 휴면예금 출연금을 재원으로 향후 10년간 총 2조원 이상의 기금을 조성을 목표로 했다.

미르재단은 문화산업 지원을 목표로 2015년 10월 설립됐는데, 사업 내용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우선 미르재단은 문화연구·콘텐츠 개발을 위해 한국문화 주제를 선정해 연구하고 문화생산자 그룹들을 연결해 주제별 사업모델을 설계하고 콘텐츠를 개발한다.

또 문화 저변 구축 및 확산을 위해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기반을 탄탄히 하고, 사업 특성에 맞는 문화 확산 플랫폼을 생성함으로써 한국문화를 세계로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문화를 통해 문화외교까지 겸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업 논의조차 없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르재단의 신뢰성은 현재 바닥인 상황이다.

[이상한 라인]
[측근 요직에]

미소재단과 미르재단은 자신의 라인들로 이사장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양 재단의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두 재단은 각각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어른거리는 재단으로 통한다. 재단을 거쳐간 인사들이 각자의 라인인 경우가 많다.
 

미소재단의 초대이사장 김승유 전 이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려대학교 동기다. 그는 이명박정부 내내 이사직을 유지하다가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2013년 이사직을 현 이종휘 이사장에 넘겨줬다.


대통령 어른거리는 재단
공통점보단 차이점 부각

이명박정권 내내 이명박 라인이 미소재단을 이끈 셈이다. 미르재단도 대통령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우선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라인이 미소재단을 장악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은 최순실씨와 친분이 두터운 차은택씨와의 친분으로 이사장 직을 맡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김 전 이사장은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9월 돌연 이사직을 사퇴해 배경에 눈길이 쏠리기도 했다.

[있거나 없거나]
[설립구조 차이]

법적 근거의 유무도 두 재단 간 차이가 있다. 미소재단의 경우 2007년 노무현정부의 ‘휴면예금관리재단의 설립 등에 관한 법률’을 그 근간으로 해 저신용·저소득 계층에 대한 대출 지원을 위해 설립됐다.

반면 미르재단은 설립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 전 이사장은 또다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미르재단은 애초부터 재단 설립과 관련 법적 근거가 없어 재단 자금이 쉽게 유용될 수 있는 구조다”며 이들 재단 사이의 차이점을 제시했다.

문제는 미르재단의 이 같은 자금 운용방식이 점이 유용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재단 설립에 법적 근거가 있으면 자금 출처, 자금의 활용 등에 제한을 받지만 한정된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으면 정관이나 규약 등에 따라 언제든지 용처 등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자금 유용 가능성이 높다.

자금 운용 방식에서도 차이가 크다. 미소재단은 각 기업들이 자금을 출연해 금융권 접근이 어려운 서민을 대상으로 대출해준다. 정부는 미소재단의 컨트롤 타워역할에 그친다.

즉 직접적으로 자금 운용을 하지 않아 자금과 관련되 분란의 여지가 적다. 반면 미르재단은 재단이 직접 기업으로부터 기부금 형식으로 모금을 받아 운용하기 때문에 자금 유용의 가능성이 크다.

김승유 전 미소재단 이사장도 이 점을 미르재단과의 큰 차이점으로 꼽았다. 실제 미소재단의 경우 자금을 출연했던 기업들은 해당 자금을 이용해 삼성미소금융재단, SK미소금융재단 등의 재단을 만들어서 서민 대출을 하고 있다.

반면, 미르재단의 경우 자금의 유용 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며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김 전 이사장은 “미소재단은 기업들로부터 돈을 단 한 푼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며 “이는 재단의 모든 구성원들이 (전두환정부의)일해재단처럼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아 유용하다가는 나중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공익사업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자금이 사익을 위해 쓰일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느냐 여부가 본질적 차이”라고 덧붙였다.

[규모 보니… ]
[차이 나는 몸집]

재단의 자금규모는 미소재단이 컸다. 미소재단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미소금융 지점을 통한 대출액이 1784억7000만원(총 1만5021건) 수준으로 현재까지 휴면예금 출연금은 1조89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기업들은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등이 2018년까지 총 1조원(2016년 현재 약 5400억원 출연)의 자금을 출연했다.

반면, 미르재단은 지난해 10월 설립한 이후 30개 기업에서 480여억원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운용 규모는 미소재단이 더 크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미소재단의 경우 서민들에게 융자를 해준 뒤 상환받을 수 있고, 미르재단은 기부금 형식으로 기업에게 돈을 받아 상환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 수억∼수십억씩 기부 행렬
정권 차원 강행… 성격 비슷 분석

이 차이 때문에 미르재단과 기업 간 커넥션에 대해 뒷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미르재단에 자금은 출연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삼성그룹은 125억원, 현대차그룹은 85억원, SK하이닉스는 68억원, LG그룹은 48억원, 롯데그룹은 28억원, GS그룹은 26억원 등을 기부했다.


특히 총 기부금 480억원이 모이는 데 한달밖에 걸리지 않아 대가성 의혹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각 기업들은 미르재단 측에 지원한 돈이 대가성이 없다는 점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뭐하는 곳? ]
[사업의 영속성]

미소재단과 미르재단은 사업의 영속성에도 차이를 나타낸다. 미소재단은 2009년 이명박정부서 설립된 이후 해마다 대출규모를 늘리며 활발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2013년 박근혜정부들어 사업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존재하지만 여전히 미소재단은 운영 중이다.
 

2016년 9월 서민금융진흥원으로 인계됐지만 관련 사업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각 기업들이 운영중인 미소재단도 확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소재단 측이 밝힌 상반기 대출액(1784억7000만원)은 전년동기 대비 29.1% 증가했다.

특히 전국 34개의 미소금융 지역법인의 대출실적이 전년대비 73.5% 증가하면서 미소재단이 활발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각 기업들도 미소금융 재단 관련 홍보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SK그룹의 SK미소금융재단은 인천서 ‘SK미소금융 데이(DAY)’ 행사를 했다.

SK미소금융재단은 지난 9월 SK행복드림구장서 열린 SK와이번스와 기아타이거즈 야구 경기에서 미소금융을 홍보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SK미소재단은 구장 내 홍보부스를 운영하고 인천지역 미소금융 대출자가족 100여명을 초청해 싸인볼과 도시락 등을 제공했다.

실제 SK그룹은 미소재단 사업에 꾸준히 재원을 출연하고 있다. 2009년부터 10년간 대출재원을 미소금융사업에 출연한 것. 특히 미소금융 활성화를 위해 전국의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가고 있다. 그 결과 SK미소재단은 전국에 2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미르재단은 현재 존립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설립 2년이 채 안돼 비리의혹이 터져나오면서 존폐위기에 놓인 것이다. 의혹 가운데 가장 큰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에 압력을 행사해 재단 기부금을 모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실상 미르재단은 유지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권력형 비리 ]
[의혹 모락모락]

양 재단 모두 비리와 관련해 논란이 됐다. 다만 미소재단은 개인비리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미르재단은 재단내 권력형 비리로 확대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소재단은 미소금융중앙재단에 대한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김주원 부장검사)는 2011년 미소금융중앙재단 간부가 돈을 받고 뉴라이트 성향의 단체에 복지사업금을 지원한 정황을 파악하고 서울 종로구 미소금융중앙재단을 압수수색했다.

재단 간부 양모씨는 뉴라이트계열 단체 대표 김모씨에게서 1억원을 받고 김씨가 대표로 있는 단체에 복지사업금 35억원을 지원한 혐의를 받았다. 또 지난해 제주서부경찰서는 전통시장 소액대출 복지사업 지원금을 착복한 혐의(업무상횡령)로 제주시 모 전통시장 상인회장 A(49)씨를 붙잡아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0년 7월∼2011년 2월까지 미소금융재단의 전통시장 소액대출사업을 위탁받은 A씨는 시장 상인 19명이 대출했다가 갚은 총 9500만원(1인당 500만원) 중 8500만원을 재단에 반납하지 않고 빚 탕감 등에 쓴 혐의가 드러났다.

미르재단의 경우 ‘권력형 비리’ 의혹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모양새다.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기업들에 기부금을 모집하고 임직원을 최순실과 직간접적인 친분이 있는 인물을 채용해 고액의 임금을 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인재근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재단법인 미르, 재단법인 K스포츠의 사업장적용신고서’에 따르면 미르재단 유급직원의 평균연봉이 9212만원에 달했다.

이 중 최고 연봉(2015년 12월 기준)은 1억6640만원이었으며, 두 번째로 많은 연봉은 1억3640만원으로 6명의 유급 직원 중 1억원 이상 연봉자가 2명이나 됐다. 다음으로 9110만원의 연봉자가 1명, 6341만원이 두 명, 3203만원의 연봉을 받는 직원 한 명으로 집계됐다. 평균 연봉만 9212만원에 이르는 수준이다.

[재단 이름만… ]
[“다르다”주장도]

양 재단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선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미소재단과 미르재단은 재단이라는 큰 범주는 같지만 운영방식부터 차이가 있다”며 “미르재단은 전두환 정권의 일해재단(기사속기사 참조)과 오히려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