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박근혜 탄핵 & 하야 시나리오

'식물대통령' 하야가 답이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짤막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국정농단 논란은 쉽사리 식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역풍 우려가 있어 금기어로 통했던 ‘탄핵’과 ‘하야’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박근혜정부는 이른바 그로기 상태에 빠진 모양새다.

국민들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진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와 실망감을 넘어 허탈감과 좌절을 느끼고 있다. 말로만 듣던 ‘비선 실세’의 실체가 또렷해지자 박근혜정부의 존립도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 모르쇠로 일관하던 박 대통령이 부랴부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사상초유의 ‘비선실세’ 사태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뿔난 민심
성토글 봇물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박근혜정부는 붕괴 직전에 이르고 있다. 지난 24일 <JTBC뉴스룸>은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미리 받아봤다고 보도했다. 의혹과 설만 난무했던 상황에서 이른바 ‘물증’을 제시하자 그제야 박 대통령은 꼬리를 내렸다. 보도 이후 20시간이 지난 시점에 박 대통령은 1분40초 분량의 대국민사과를 발표했다.

보좌진이 채 구성되기 전 최순실씨에 연설문 및 홍보 관련 도움을 받았다 내용이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 “(박 대통령은) 석고대죄하고 하야해야 한다고 본다”며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썼다. 더민주 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하야 주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앞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성남시장도 강한 어조로 박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 대국민 사과 다음날인 지난 26일, 이 시장은 “(박 대통령이) 하야하고 거국 중립 내각을 구성해서 국가 권력을 모두 넘기는 맞다”며 “어떻게 국민이 맡긴 통치 권력을 근본도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넘기다시피 했느냐. 결국 국정 농단, 헌정 파괴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대형 포털사이트의 검색어도 박근혜 대통령에 성난 민심을 반영했다. 지난 26일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에서는 ‘하야’ ‘탄핵’ 등의 검색어가 순위에 올랐다. 다음에선 한때 1위가 ‘하야’, 2위가 ‘탄핵’이었고 ‘박근혜 탄핵’이 4위였다. 네이버에선 ‘시국선언’ 또는 ‘이재명’이 1위, ‘하야’가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정치권 외부서도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학생들은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26일,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적나라한 박근혜 선배님의 비참한 현실에 모든 국민과 서강인은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며 “선배님께서는 더 이상 서강의 이름을 더럽히지 마십시오”라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며 국민적 불신을 자초할 것이 아니라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국민이 대통령으로 납득할 수 없다면 대통령 자리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면서 진상규명과 이에 따른 책임을 요구했다.

서강대 뿐만 아니라 대학가 곳곳서 ‘대통령 비선 실세’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화여대는 지난 26일, 이대 정문 앞에서 “대한민국,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입니까”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하고 시국선언을 했다.

이대 최은혜 총학생회장은 “대통령 연설문을 포함해 외교, 안보, 심지어는 해외 정상과의 통화 내용까지 모두 최순실씨에게 보고됐다”며 “명백한 국정 농단이고 국기문란”이라고 비판했다.

부산대학교 총학생회도 같은 날 오후 12시 부산대 정문서 시국선언을 열고 “국민의 손으로 뽑은 국가원수 위에 실세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실세에 의한 비리가 정·재계를 비롯한 이나라 곳곳에 만연해있다는 사실이 통탄스럽다”고 규탄했다.

못믿을 청와대
탄핵 절차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박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이후 청와대의 행보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다음날, 청와대는 연설문 유출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 “언론들이 분석해 놓은 것을 봤는데 대부분이 (법 위반이) 아닌 쪽으로 해석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연설문) 유출 부분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도 있고, 또 (수사에) 포함될 부분도 있을 테니까 검찰 수사를 지켜보도록 하자”고 말했다. 자체 감사는 언급하지 않은 채 검찰에 공을 넘긴 것이다.
 

26일 국회 운영위원회의에 출석한 이원종 비서실장은 비선 실세가 있는줄 몰랐다는 취지로 “국민들에게 많은 아픔을 줬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를 입고 마음이 아픈 분이 대통령”이라며 박 대통령을 피해자로 규정하며 감쌌다.

이처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청와대 내부에선 박 대통령을 비호하는 세력이 건재해 대통령의 하야는 어려운 모양새다.

문서유출이 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청와대 답변은 지난 2014년 박관천 경정의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 당시 청와대 반응과 모순된다. 당시 박 대통령은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라며 일벌백계를 주문했다. 그 결과 박관천 전 경정은 구속 기소돼 1심서 징역 7년과 추징금 434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4월 항소심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석방됐다.

안 먹히는 개헌카드…최순실 사태 일파만파
자고 일어나면 펑펑…계속 샘솟는 의혹들

문건 한 개 유출을 놓고 일벌백계를 주문했던 청와대가 국정 전반에 이르는 문서 유출에 대해서는 법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또한 박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및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위반했을 소지가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자처했던 검찰의 모습에서 살아있는 권력에 손을 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은 재직 중에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도 박 대통령의 자리 보존에 힘을 실어준다.

‘하야가 어렵다면 탄핵이라도 해야 되지 않느냐’는 여론이 득세하고 있어 박 대통령이 탄핵을 피해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야당 내부서도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탄핵’이라는 단어가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26일 국회서 열린 더민주 긴급 의총 직후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국민 여론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며 “어제 포털 검색어 1,2위에 하야와 탄핵이 있었는데 의원들도 여론을 전달하는 과정에 자신의 의견을 섞어서 말한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원내대변인의 이 같은 발언으로 미뤄볼 때 의총서 탄핵을 주장한 의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 탄핵 가능성에 앞서 탄핵 절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 발의와 재적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탄핵소추의 의결이 있을 때에는 의장은 지체 없이 소추의결서의 정본을 법제사법위원장인 소추위원에게 송달한다. 소추의결서가 송달된 때에는 피소추자의 권한행사는 정지된다. 이를 헌법재판소가 180일 이내에 심리를 거쳐 탄핵의 최종여부를 결정한다. 헌법재판관 중 6인 이상의 인용의견이 있어야 탄핵이 통과된다.


노무현은 되고
박근혜 안된다?

과거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소속 의원 159명의 서명을 받아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재적의원 270명 가운데 195명이 투표해 찬성 193표, 반대 2표로 탄핵소추 결의안이 가결됐다. 소추의결서는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송달됐다.
 

당시 소추위원인 김 전 비서실장은 주장 요지에 “공무원의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모든' 행위가 탄핵대상이며 '중대한' 위반행위만이 탄핵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발언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을 저해했고, 국민에게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극심한 고통과 불행을 안겨줌으로써 헌법 제10조(국민의 행복추구권 보장의무)를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사유는 ▲특정 정당을 지지한 행위 ▲헌법기관을 경시한 행위 ▲썬앤문 관련 불법정치자금 수수 ▲대선캠프 관련 불법정치자금 수수 ▲최모씨와 관련된 비리 ▲ 안모씨과 관련된 비리 등으로 적시됐다.

그러나 그해 5월14일 헌법재판소에서 '법률 위반은 일부 인정되지만 대통령을 그만두게 할 만큼 중대한 사유라고 할 수 없다'며 기각하며 마무리됐다.

박 대통령의 경우 탄핵소추까지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다. 20대 국회의 정당별 의석수 전체 300석 가운데 야권의 3당의 의석수는 167석(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으로 절반을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결을 위한 3분의2인 200석에는 37석이 부족한 상황이다.


만약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여기에 동참한다면 가결이 될 수도 있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다는 불가능하지만은 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견해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탄핵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노무현 때와는 다르다?
현실적 탄핵소추 가능

하지만 ‘하야’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16개월 동안 ‘식물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미 박 대통령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의혹은 해소된 게 없다.

최씨의 국정관여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표현했고, 드러난 사실과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대통령의 권위가 땅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누가 대통령의 명을 따르겠냐는 탄식도 나온다.

대통령의 무책임한 수습의지도 ‘식물대통령’ 우려를 강화시킨다. 각종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자리를 끝까지 지켜줬다. 최순실 및 비선 의혹 관련자를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지만 우 수석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는 점에서 수사에 신뢰를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새누리당 내부서도 박 대통령의 탈당과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6일,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는 국민들의 마음에 와 닿는 사과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모시던 사람들이 다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이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인다. 결국 그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새누리당은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야당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가 발생함과 동시에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초 박 대통령은 4대부문 구조개혁을 마무리하고,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국정과제 해결을 요원해 보인다.

레임덕 넘어
식물대통령?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이 레임덕을 최소화하고 마지막 명예를 지키려면 최순실씨를 즉각 검찰에 소환시키고, 우 수석을 경질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은 1년 4개월 남은 임기동안 레임덕을 넘어 식물대통령으로 남다 끝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만약 물러난다면?

대한민국 헌법 제68조에는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돼 있다. 우선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된다. 총리가 권한대행 상태로 국정이 운영된다. 국정 전반을 운영하던 대통령의 공백으로 외교·안보 분야의 누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권의 한 의원은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 등 궐위 상태에서 북핵위기와 경제위기를 감당하기는 어렵다”면서 “비상시국회의에서 거국내각안을 만들어 대통령이 수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탄핵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기사 속 기사] 청와대 문건 누가 빼돌렸나?

<한겨레>보도에 따르면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cm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씨는 이 자료를 가지고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비선 모임’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자료는 주로 청와대 수석들이 대통령한테 보고한 것들로 거의 매일 밤 청와대의 정호성 제1부속실장이 사무실로 들고 왔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문고리3인방’ 중 한명으로 불린다.

청와대 문건으로 기초로 한 비선모임에서는 최순실씨는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 총장은 “최씨한테 다 물어보고 승인이 나야 가능한 거라고 보면 된다”며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도 사실 다들 최씨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사 속 기사> 박근혜 지지율 보니…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10%대로 급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4∼26일 전국의 성인 유권자 152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수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전체의 21.2%를 기록해 전주에 비해 7.3% 떨어졌다. 특히 26일 일간 조사에서는 긍정평가가 17.5%에 그쳐 취임 후 처음으로 10%개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그동안 계속 30% 가량을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했었는데 그 지지율이 절반가량으로, 지지층이 무너져 내렸다”면서 “고정 지지층이라고 읽혀졌던 영남권과 대전·충남 지역에서 모두 크게 하락하면서 지금은 ‘집토끼’라는 대구·경북 외에는 아무 지역이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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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