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투성이 프리드라이프 경영행태

간판 뜯어고치고 새 출발해도…일등상조 명성 흠집내는 의문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고객의 슬픔을 이용해 장사하지 않겠다'던 다짐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프리드라이프로 간판을 뜯어고치고 새 출발을 다짐했건만 여전히 주변에선 의혹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금도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곳곳에 눈에 띈다.

2002년 설립된 프리드라이프(옛 현대종합상조)는 자타공인 상조업계 일등기업이다. 4년 연속 업계 1위라는 명예훈장은 프리드라이프의 15년 연혁을 대변한다. 폭리를 취한다고 손가락질 받던 상조업계를 정제하는 데 공헌했다는 점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 그러나 세심히 살펴보면 프리드라이프 내부에선 갖가지 의문점들이 제법 눈에 띈다. 여기서 파생된 잇단 구설은 프리드라이프의 명성을 흠집 내는 데 일조한다.

 

종잡기 힘든
[알선료 쓰임새]

프리드라이프는 ‘알선료’라는 일종의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알선료는 상주들에게 버스, 제단, 납골당 등을 소개해주는 과정서 벌어들인 부대수익 개념이다. 매달 행사팀장들은 알선료가 생기면 본사에 입금하고 회사는 일정 비율을 다시 팀장들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을 취한다. 5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 개별 행사팀장마다 알선료 입금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다만 알선료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회사와 행사팀장들의 입장이 엇갈린다. 일부 행사팀장들은 알선료서 자신들의 몫은 20%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6대 4 비율로 회사와 행사팀장이 알선료를 1차로 나눈 뒤 행사팀장 몫으로 배정된 40%서 절반은 복지후생 명목으로 회사가 관리한다는 주장이다.

알선료에 대한 회사 측 주장은 전혀 다르다. 알선료를 받으면 40%를 행사팀장들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60%는 온전히 복지후생에 쓰인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상 모든 알선료는 행사팀장들에게 지급한다는 뜻이다.

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행사팀장들의 근로 환경 향상을 위해 노트북을 지급하거나 해외 연수 등의 비용으로 알선료를 사용해 왔다”며 “지역 행사팀장들의 원활한 업무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기본 취지를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행사팀장들이 알선료를 입금한 곳은 법인계좌가 아니라 임원으로 재직 중인 문모씨의 개인계좌라는 사실이다. 행사수익은 법인계좌로, 알선료는 개인계좌로 입금하는 이원화된 체계는 2012년이 돼서야 법인계좌로 일원화됐다. 일각에선 이 시기에 문모씨의 통장으로 수십억대 금액이 흘러갔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프리드라이프 측이 밝힌 전국의 행사팀장은 총 179명.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문모씨의 통장으로 매달 행사팀장들이 20만원씩 알선료를 입금했다고 가정하면 일년에 모이는 금액만 약 4억3000만원에 이른다.

이를 6년 평균으로 환산하면 25억8000만원이다. 행사팀장들의 말대로 전체 알선료의 20%만 행사팀장들에게 되돌아왔다면 20억원을 초과하는 나머지 금액은 어디로 간 걸까? 이 과정서 부각되는 인물이 바로 박헌준 회장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박 회장은 2010년 11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회사를 떠나 있어야 했다. 배임 및 횡령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까닭이다.

공교롭게도 문씨의 통장으로 입금되던 알선료 관행은 박 회장이 출소할 즈음에 법인계좌 입금 방식으로 바뀌었다. 물론 검찰이 박 회장을 조사할 당시 문씨 역시 검찰의 수사 대상에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알선료와 박 회장을 무작정 연결짓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단순 의혹에 그칠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다만 박 회장이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알선료가 문씨의 통장으로 계속 입금됐다는 점은 논란을 야기한다. 정확한 내용 파악을 위해 알선료가 문씨 통장으로 입금된 내역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프리드라이프 측은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개인계좌로?
[이상한 보증금]


프리드라이프는 행사팀장들과 처음 계약을 맺을 때 행사팀장들에게 입사보증금을 선납하도록 하고 있다. 보증금은 행사팀장이 개인의 영리목적으로 행사비를 유용하는 폐단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 개념이다.

회사 덩치가 커지는 사이 행사팀장이 계약 시 납부해야 할 보증금 규모는 나날이 확대됐다. 초창기에 300만원이던 보증금은 2010년 무렵 700만원으로 상향조정됐고 몇 년 후 1000만원으로 다시 인상됐다. 이를 두고 과도한 인상이라고 무작정 매도할 필요는 없다. 초창기에 100만원대에 불과했던 상조상품이 최근에는 4∼5배 급등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이 종료되면 되돌려 받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보증금 입금 과정서 알선료와 비슷한 의혹이 제기된다는 데 있다. 보증금 역시 법인계좌가 아닌 개인계좌로 입금된 탓이다. 알선료가 문씨의 계좌로 입금됐다면 보증금은 김모씨 계좌를 통한다는 내용만 다를 뿐이다. 법인계좌로 입금이 이뤄진 건 보증금이 1000만원으로 인상되면서부터였다.

프리드라이프 측도 보증금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박 회장이 수감될 당시 김씨 계좌로 보증금을 입금했던 사실이 부각된 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달리 말하자면 박 회장이 법적 책임을 이미 충실히 이행한 만큼 더 이상 보증금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여지가 없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일전에 보증금을 개인계좌로 입금했던 전례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며 “개선의 필요성은 회장님께서도 충분히 통감했고 책임을 명확히 했던 만큼 지금은 더 이상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의문이 온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검찰은 1심 당시 박 회장과 고석봉 대표가 회사 자금을 횡령 및 배임하고자 김씨 명의의 차명계좌로 보증금을 송금 받아 관리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검찰이 주목했던 기간은 2006년 2월부터 2010년 8월까지 2년6개월이었다. 그러나 보증금이 법인계좌로 귀속된 건 박 회장이 출소할 즈음의 일이고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보증금은 지속적으로 개인계좌를 통해 입금됐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 놀라운 건 보증금을 관리하던 김씨는 박 회장과 친분이 있는 사이로만 알려질 뿐 프리드라이프와 무관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즉, 회사에 귀속돼야 할 수억원대 자금을 회장의 판단만으로 외부인에게 맡겼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제식구 배불리기
[뻔뻔한 결합상품]

지난 5월 프리드라이프는 본격적으로 결합상품 마케팅을 도입했다. 프리드라이프가 포문을 열자 나머지 상조업체들도 경쟁적으로 결합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비자를 현혹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법 들렸다. 

실제로 지난 11일 열린 정무위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도 이 사안이 불거졌다.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은 상조업체들의 기만적인 결합상품 광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프리드라이프는 결합상품을 왜 선보인 걸까.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라는 점을 떠나 프리드라이프와 연계해 결합상품을 내놓은 회사의 특성을 살펴봐야 한다. 박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장녀인 은혜씨, 차녀 은정씨, 장남 현배씨는 직간접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 바로 현배씨다. 프리드라이프 계열사인 하이프리드서 감사에 이름을 올렸던 현배씨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직책이 있다. 일오공라이프코리아라는 회사의 대표직이다.

지난 4월 설립한 이 회사의 주력상품은 안마의자. 프리드라이프서 결합상품으로 선보인 안마의자는 이 회사 제품이다. 아들 회사 제품을 아버지 회사서 끼워 팔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안마의자가 결합된 프리드라이프 상품은 39개월간 월 9만원대를 납입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여기에 325만원에 달하는 안마의자의 가격을 그대로 적용하면 실제 상조서비스 명목으로 빠져 나가는 금액은 매달 3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금액은 안마의자 할부금이다.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사은품의 할부금은 계속 갚아야 하는 조건이다. 

 

은근슬쩍 갑질
[할부·할당 전가]

프리드라이프는 갑질 논란서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회사서 구입한 운구용 차량의 할부 값을 행사팀장들에게 전가한다는 주장은 수년 전부터 거론되는 사안이다. 차량은 회사명의로 뽑고 할부금은 행사팀장들이 갚는 것에 대한 견해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행사팀장과 회사간 계약이 해지되면 차량 노후, 흠집 여부를 점검해 팀장들께 금전적인 부담까지 안긴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외에도 차량할부금을 둘러싼 다양한 소문이 넘쳐나고 있으며 다수의 행사팀장들 사이에서 일방적인 회사 방침에 반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협력사에 밀어내기를 종용한다는 소문도 섣불리 지나치기 힘든 내용이다. 상조업은 차량, 꽃, 수의, 유골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생상품을 아우르는 분야다. 그만큼 여러 분야가 긴밀한 협조관계에 놓여 있다. 물론 최상단에 위치한 건 상조회사다. 그만큼 파급력이 엄청나다.

문제는 상조업체의 파워가 협력업체들에게는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협력업체들이 프리드라이프와 연계해 일하는 조건으로 상당량의 상조 가입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괴소문마저 퍼지고 있다. 프리드라이프의 강압적인 분위기 조성 여부를 떠나 수평적이 구조를 만드는 데 소홀한 회사 방침을 질타하는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헌준 회장 구속부터 복귀까지 

2011년 11월부터 프리드라이프는 장기간에 걸친 총수 공백기를 겪었다. 박헌준 회장이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옥살이를 한 탓이다. 박 회장은 2006년 2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부당계약, 허위 수당·급여 지급, 공사대금 과다계상, 보증금 유용 등을 통해 회사 자금 총 13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2010년 10월말 구속기소 됐다.

1심 재판부는 엄중한 처벌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박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고석봉 대표에게는 징역 2년이 내려졌다.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단되면서 박 회장의 고 대표의 형량은 1년6개월로 낮춰졌고 고 대표에게는 3년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그러나 항소심 결과에 불복한 박 회장은 상고를 결정했고 상고심서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하이프리드서비스서 지급 받은 주식배당 부분 공소사실이 불분명함에도 원심서 이를 명확히 하지 않고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결국 파기환송심서 서울고등법원은 박 회장과 고 대표에게 이전 판결을 그대로 유지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기에 이른다. 횡령금액 일부에 대해 추가로 유죄가 인정되지만 전체 액수에 비해 큰 비중이 아님을 고려한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자유의 몸이 된 박 회장은 곧바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기환송심 판결이 내려진 지 불과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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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