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위기에 봉착한 해운업을 살려달라며 애원하던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정작 한진해운 부실사태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회는 물론이고 청와대까지 나서 더 많은 사재를 내놓으라고 야단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여력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최 회장은 정말 여력이 없는 걸까. 열쇠는 최 회장 소유의 싸이버로지텍 주식에 달려 있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은 한진해운을 위기로 내몰았다고 비판받는 인물이다. 최 회장이 몸담았던 시기에 한진해운의 부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최 회장은 2014년 4월을 끝으로 한진해운서 완전히 손 뗐지만 부실화된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피하지 못했다.
고작 100억만
한진해운 부실사태를 모른척하던 최 회장은 지난달 12일 한진해운 사태 해결을 위해 1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기로 했다. 서별관회의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타를 받은 지 사흘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여론은 최 회장이 내놓은 100억원을 턱없이 부족한 금액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더 이상의 사재출연은 사실상 거부했다. 300∼400억원 수준인 자신의 자산 가운데 3분의 1을 한진해운에 출연했다는 게 주된 요지다. 그렇다면 최 회장이 직접 말한 자산 규모는 과연 합당한 걸까.
최 회장 명의로 확인된 재산은 유수홀딩스 지분(18.11%), 비상장 자회사인 싸이버로지텍 지분(15.46%), 일부 부동산 등이다.
담보 대출 금액을 제외한 유수홀딩스 지분 가치 100억∼150억원, 2010년 7월 최 회장의 두 자녀가 지분을 각각 3.16%(1만2659주)씩 늘릴 때의 1주당 가격(14만3809.5원)을 기준으로 잡은 싸이버로지텍 지분 가치 약 130억원, 기타 부동산 가치 약 30억원 등을 포함한 대략적인 수치였다.
흥미로운 점은 비상장사인 싸이버로지텍의 지분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최 회장의 보유자산 규모를 달리 해석할 여지가 생긴다는 사실이다. 일단 자신이 출연한 100억원은 전 재산의 3할 이상이라던 최 회장의 언질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00년 3월 설립된 싸이버로지텍은 해운정보시스템 운영 및 유지보수를 포함한 토탈 IT아웃소싱서비스를 영위한다. 이 회사의 누적 이익잉여금은 892억원, 자본총계는 879억원이다. 대주주는 발행주식 40만주 가운데 40%를 보유한 유수홀딩스이고 6만1826주를 보유한 최 회장은 지분율 15.4%로 2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최 회장의 두 자녀가 각각 보유한 6.02%를 포함하면 최 회장 일가의 지분은 27.44%까지 늘어난다.
싸이버로지텍은 지난해 매출 1173억원, 영업이익 522억원, 순이익 438억원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올렸다. EPS(주당순이익, 순이익÷총 발행주식수)는 10만9665원. 여기서 주식시장서 쓰이는 핵심 지표인 PER(주가수익비율, 주식가격÷EPS)을 따져봐야 한다.
한진해운 부실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이던 지난 8월말 기준 코스피200 지수의 PER은 12.6이었다. 업종마다 PER이 상이하다는 점을 감안한 상태서 향후 싸이버로지텍이 상장할 경우 코스피200 평균 PER서 30%를 낮춘 기준으로 주식가치를 산정한다고 가정해볼 필요가 있다.
평가 힘들다던 금싸라기 비상장 주식
보유 주식 600억 가치…처분은 언제?
싸이버로지텍의 지난해 주당순이익(약 11만원)과 코스피200 평균 PER(12.6)에서 30%를 낮춘 값을 감안한 PER을 대략 9로 계산하면 싸이버로지텍 주식 1주당 가치는 약 100만원이다(1,000,000÷110,000=9.0909).
물론 앞에서 열거한 기준에는 맹점이 존재한다. 상장을 전제로 한 것인 데다 무엇보다 평가기준이 되는 싸이버로지텍의 지난해 실적이 전년대비 급등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4년 싸이버로지텍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19억원, 142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못 미칠 경우 주식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한진해운 부실사태로 싸이버로지텍의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나빠질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즉, 싸이버로지텍이 올린 지난해 실적은 특수성 측면에서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싸이버로지텍의 지난해 실적이 직전년도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부분이라고 판단하긴 이르다”며 “2015년에 국한하면 어느 정도 납득할만한 분석”라고 평가했다.
물론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앞에서 언급한 싸이버로지텍 지분 가치 약 130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 그 당시와 지난해 실적은 비교자체가 성립이 안 될 만큼 싸이버로지텍은 성장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만약 싸이버로지텍 주식을 주당 100만원으로 환산하면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4000억원에 이른다(1,000,000×400,000=400,000,000,000). 이 기준에 따라 만약 싸이버로지텍이 상장된다면 최 회장은 여기서만 600억원 이상을 얻게 된다.
다만 최근에는 치명적인 오너리스크로 인해 상장은 요원해졌다. 그렇다고 싸이버로지텍 측이 상장 계획을 아예 접었다고 생각하긴 힘들다. 이는 최 회장의 싸이버로지텍 지분율 변화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싸이버로지텍이 2013년 3월22일자로 공시한 자료를 보면 기존 7만1826주였던 최 회장의 싸이버로지텍 지분은 이 시기에 6만1826주로 정확히 1만주 감소했다. 줄어든 지분은 별다른 변동 없이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이로써 최 회장 일가가 보유한 싸이버로지텍 지분은 27.44%로 떨어졌다.
일각에선 일감 몰아주기 과세 때문에 사전에 1만주를 줄인 것으로 평가한다.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초안을 발표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율 하한선을 상장기업은 30%, 비상장기업은 20%로 정한 바 있다. 당시 싸이버로지텍이 상장을 고려한다는 주장이 제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장외에서 거래되는 싸이버로지텍 주식의 올해 최고가는 43만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내부자정보 검찰조사로 35만원까지 하락한 뒤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 최근 25만원 근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긁지 않은 복권
IB업계 관계자는 “EPS가 11만원이라면 25만원 수준에 형성된 싸이버로지텍의 현재 주가는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지만 3만5000원이었던 2014년 EPS에 대입하면 오히려 고평가”라며 “일시적 순이익 증가에 따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세심히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