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집중포화> ‘기막힌’ 마사회 복마전

그렇게 말해도…쇠 귀에 경읽기

[일요시사 취재 1팀] 박호민 기자 =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 회장 현명관)가 연일 악재로 들썩이고 있다. 비선실세로 지목되면서 이번 국정감사 최대 이슈로 부각된 최순실씨 딸 특혜 이슈부터 낙하산 인사, 장외 온라인 베팅 도입 논란까지 일면서 마사회는 해명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지적에도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이다. 마사회로 향하고 있는 ‘비판의 화살’을 정리했다.

마사회는 논란이 불거진 미르·K스포츠재단과의 연결고리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마사회가 재단 논란의 정점에 서 있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게이트 연결고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마사회가 2014년 4월 201호 마방에 말 3마리를 입소시켜 최순실씨 딸 정씨의 승마 훈련을 도왔으며, 월 150만원의 관리비를 면제해 주고 별도 훈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11월 승마협회의 요청에 따라 당시 승마단 감독을 맡고 있던 박모씨를 독일 현지에 파견해 독일서 훈련 중인 정씨를 도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마사회 내에서는 당시 독일 전지훈련장에 있는 정유라 씨의 훈련을 돕기 위해 승마단 감독을 파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은 “삼성-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마사회 그리고 최순실·이재용·박근혜를 잇는 연결고리에 현명관 마사회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사회의 수장인 현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핵심인사로 부각되면서 마사회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임직원 비리부터 막장인사 의혹까지
매년 날선 지적에 개선 의지 ‘글쎄’

특히 현 회장이 대표로 있는 법인 ‘창조와 혁신’ 참여 인사 가운데 미르·K스포츠재단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사가 포함돼 있어 의혹이 고조될 전망이다. 창조와 혁신은 현 회장이 2013년 12월 마사회 회장에 취임하기 전인 2013년 1월에 세운 사단법인 단체다.

이 단체에는 미르재단 초대 이사를 맡았던 송혜진 현재 국악방송 사장이 창조와 혁신 전문 멘토회원으로참여했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안종범 청와대 쟁책조정수석(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특별회원으로 이름을 올리며 현 회장과의 친분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창조와 혁신 사무총장은 “안 수석의 경우 현 회장의 요청으로 이름을 올린 적은 있으나 실질적으로 활동한 내역이 없다”며 “미르·K스포츠재단 논란의 인사들이 창조와 혁신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로 미르·K스포츠재단과 연관 짓기는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마사회는 내부 낙하산 인사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마사회가 말(馬) 산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검역 관련 고위공무원을 말 산업 육성을 전담하는 상임이사로 임명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한국마사회가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 출신 인사를 지난 1일부로 상임이사로 임명하고 말산업육성본부장으로 보임했다고 밝혔다. 마사회 말산업육성본부는 2009년 신설된 말산업 전담조직이다.


하지만 이번에 임명된 김모 이사는 국립대 수의학과를 나온 수의사로 동물방역 분야의 전문성은 있지만 말산업과 전혀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김 이사는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 재직 중에 마사회 상임이사 공모에 지원한 것은 물론 공무출장을 빙자해 면접에 참여하고도 최종 임명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한국마사회의 상임이사 공모는 지난 7월29일부터 시작됐다. 김 이사는 공모 절차 당시는 물론 최근까지 고위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이사 임명이 내부적으로 확정된 지난달 19일에 명예퇴직했다.

특히 지난 8월26일 진행된 상임이사 후보 면접에서 김 이사는 연가도 사용하지 않은 채 ‘업무 협의’ 명목으로 과천에 간 것으로 확인됐다. 마사회 임원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근무일에 공무 출장을 이유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있는 경북 김천서 마사회가 있는 과천까지 면접을 보러 간 셈이다.
 

김 의원은 “국내 말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전혀 관련 없는 인물에게 중책을 맡긴 부적격 낙하산 인사의 전형”이라며 “마사회를 관리감독하는 농식품부 고위공무원직을 유지하며 마사회 임원 공모에 지원하고 공무출장을 빙자해 면접까지 보고 최종 임명된 것은 공직사회 전체의 기강을 흔들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무리한 사업 확장도 질타를 받았다. 마사회는 현재 경마장과 장외발매소 안에서만 가능한 경마베팅을 올해 상반기 장외온라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온라인 마권 발매는 허용될 수 없다는 법제처의 해석과 상충하는 것으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두 재단 설립에 깊숙이 개입?
최순실 딸 특혜 문제도 시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마사회는 ‘2016 마케팅 전략 고도화를 위한 리서치·컨설팅 수행 용역’을 통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장외 온라인 베팅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경마 베팅은 경마장과 장외발매소 안에서만 가능하지만, 장외 온라인 베팅이 도입되면 인터넷이 가능한 곳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베팅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법제처는 지난 2008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의뢰에 대한 해석을 통해 “한국마사회법령의 입법취지상 마권은 현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만이 인정되며, 현재 온라인을 통한 마권 발매는 법령 근거가 없는 것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사회는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며 2013년 국회 업무보고에서 장외 온라인 베팅 도입을 주장했다. 장외 온라인 베팅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법제처가 2008년 해석을 번복하거나 한국마사회법의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한정 의원은 “장외 온라인 베팅이 추진되면 인터넷이 가능한 전국 어디서나 경마 베팅이 가능하고, 미성년자들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서 경마를 접하게 될 것”이라며 “수익을 위해서라면 전 국민이 도박관리 사각지대에 놓여도 상관 없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꿈쩍않는 철밥통


정계 한 관계자는 “매년 마사회는 국감에서 다양한 지적을 받고 있다”라면서도 “피감기관으로서 마사회가 개선 의지를 가지고 국감을 임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감에서 나온 지적 사항을 해결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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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