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공시’ 한미약품 미스터리7

호재는 잽싸게 악재는 널널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한미약품이 ‘주가 조작’ 논란에 휘말렸다. 호재성 공시 직후 인지한 악재성 공시에 늑장을 부렸다는 것이 요지다. 논란과는 별개로 악재성 공시로 피해를 본 ‘개미(개인 투자자)’의 손실 복구는 요원한 상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총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매출 기준 업계 1위에 올랐다. 한미약품은 이 과정서 직원의 내부거래 정황이 드러나며 도덕성에 흠결을 남겼다. 그로부터 1년만인 2016년 한미약품은 비슷한 논란에 또 다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미스터리1]
늦은 공시시기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미국 제네텍과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공개 시각은 장마감 후인 오후 4시33분이었다. 수출 소식은 다음날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의 주가는 장 시작 직후 전일대비 5%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개장 29분만에 베링거인겔하임이 바이오신약 ‘올리타’ 개발권을 한미약품에 반환한 사실이 공시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과 8000억원 규모의 올리타 기술 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결국 한미약품 주가는 악재성 공시에 따른 대량 매물이 쏟아져 나와 전날보다 18.06% 빠진 채로 장을 마감했다.


공시 두 번에 주가가 출렁이자 금융권에선 한미약품이 의도적으로 악재성 공시를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공개 정보를 알고 있는 세력이 고점서 물량을 매도할 수 있도록 한미약품이 악재성 공시를 지연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시각은 29일 오후 7시8분이다. 한미약품이 투자에 민감한 정보로 판단, 신속히 내용을 처리했다면 30일 장 시작 전에 공시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결국 개장 29분 뒤 공시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특정 세력을 밀어줬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스터리2]
공매도와 손실

실제 악재성 공시가 나올 때까지 공매도가 집중됐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각한 뒤 결제일인 3일안에 같은 양의 주식을 갚는 투자기법을 의미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고점에 있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차익을 남길 수 있다.

개장 후 29분까지의 공매도 규모는 5만471주로 전체 10만4327주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평소 한미약품의 공매도 거래는 4800여주 수준이었다. 이날 거래로 공매도 세력은 최대 20%의 차익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주체별로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는 악재성 공시 전 물량을 쏟아냈고, 개인이 외국인 물량을 받은 모양새가 됐다.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는 각각 35만9933주, 9896주를 매도, 개인은 36만9797주를 매수했다.

[미스터리3]
금융당국과 공방


금융당국은 논란이 거세지자 직접 조사에 착수했다. 악재성 공시 전까지인 개장 후 29분동안 주식을 집중 매도한 세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는지 중점적으로 파악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세력을 확인한 뒤 증권사를 통해 계좌주를 파악하고 계좌주가 회사내부 정보수령자인지 확인할 방침이다.

개장전 해도 되는데…29분 질질
특정 세력 밀어줬나 의혹 짙어

금융위원회도 조사에 나섰다. 지난 5일 금융위의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은 한미약품의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한미약품 기술수출 및 공시담당자 등 관련자들의 휴대폰 및 메신저 대화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자조단은 사안의 중대성과 긴급성을 감안해 검찰에 사건을 조기에 넘기는 ‘패스트트랙’도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조사를 통해 미공개 정보가 공시 전 유출돼 공매도 등의 거래에 이용된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 지난해 7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적용해 제재할 방침이다.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개정전 5억원의 과징금 상한선이 있었지만 지난해 7월 법이 개정되면서 해당금액의 1.5배 과징금이 부과된다. 사실상 과징금 상한선이 없어 최고 수위의 처벌인 셈이다.

한미약품은 측은 공시 관련 부당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 본사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서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은 “공시 내용이 지연된 점은 송구스럽지만 절대 의도하지 않았다”며 “신중하고 면밀히 검토하기 위한 절차상의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미스터리4]
내부거래 있나?

하지만 곳곳서 내부거래 흔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한미약품은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악성 공시전 직원이 내부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 이에 자조단이 한미약품의 계약해지 정보가 공시 전날 카카오톡을 통해 유출됐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 중이다.

지난 5일 자조단 관계자는 “4일 한미약품 본사에 현장 조사를 나가서 관련 직원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며 “제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지워진 데이터를 복원하는 디지털포렌식을 검찰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자조단에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공시 전날 밤에 계약해지 정보가 카카오톡 주식투자 대화방을 통해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 퍼졌다. 자조단은 한미약품 임직원 휴대전화의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내용과 통화 내용 분석을 통해 미공개 정보가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를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스터리5]
피해자 소송은?

한미약품 사태로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첫 처벌 사례가 나올지 눈길이 쏠린다. 기업의 내부정보를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펀드매니저 등 2차 이상 정보 수령자의 불공정 거래를 처벌하는 쪽으로 관련 법이 지난해 개정됐지만,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지금까지 처벌된 사례는 없었다.

한미약품 공시 관련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주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피해자 모임이 생겨나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것.

법률사무소 제하의 윤제선 변호사는 네이버에 ‘한미약품 사태 집단소송’을 개설하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주주로서 한미약품의 부정거래가 입증되면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한미약품의 주식 9.73%(지난 7월29일 기준)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이번 사태로 1500억원가량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직원이 내부정보 외부에 유출?
거래소에 책임 미루기도 도마

국민연금이 소송을 진행할 경우 다른 기관투자자도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돼 소송 규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 관련 시민단체 금융소비자원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한미약품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소원은 5일 “호재성 공시를 먼저 해놓은 상태서 악재성 공시를 시장 거래시간에 한 것은 공시 규정을 악질적으로 악용한 것”이라며 “시장의 심각한 주가 왜곡을 유발시킨 범죄 행위”라고 주장하며 한미약품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소원은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등이 조사에 착수했지만 전면적인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 즉각 검찰과 공동으로 압수 수색 등 수사와 조사를 동시 진행해 범죄 행위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스터리6]
오너는 몰랐나?

한미약품 사태에 임성기 회장 일가가 연루됐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늑장공시로 가장 큰 손해를 본 투자자가 임 회장 일가다. 투자자의 피해가 최소화되게 공시를 신속히 했다면 한미약품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오너 일가가 나서서 늑장공시를 지시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사태로 임 회장 일가가 날린 주식자산은 3조6938억원(지난 4일 종가기준)으로 계약 해지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달 29일과 비교해 1조372억원 감소했다. 25% 넘게 감소세를 기록한 것.

임 회장 일가는 한미약품을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한미약품의 지분 41.37%를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34.91%)을 가지고 있다. 회장 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은 61.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거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재무관련 최고 책임자인 김재식 CFO가 교체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한미약품 내부거래 정황이 드러나자 한미약품은 CFO를 교체했다. 지난해 연구원과 증권사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당시 경영진이었던 김찬섭 전무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임했다.

[미스터리7]
대책이 없다

한미약품 사태는 현재의 공시시스템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기술이전 관련 공시가 의무공시가 아닌 자율공시인 점이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공시규정에 따르면 기술도입·이전·제휴 등과 관련된 사항은 상장기업 자율에 따라 사유발생 다음날(24시간)까지 공시토록 한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의 악재성 공시는 기술이전 관련 공시로 분류, 늑장 공시의 원인이 됐다. 금융위도 이점을 인지해 내부적으로 기술이전 관련 공시를 의무공시로 전환하는 내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술이전 관련 공시가 의무공시로 전환되면 공시 의무가 되면 신속하고 구체적인 내용의 공시가 될 전망이다.

공매도 공시제도 역시 ‘허점’을 나타냈다. 지난 6월 도입된 공매도 공시제도는 한미약품 사태서 보여주듯 소액 투자자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공매도 공시제도는 불공정거래 및 투기세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별 주식의 공매도 잔액비율(상장주식 중 공매도 잔액수량)이 0.5% 이상이 되면 그 내용을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공매도 공시제도는 공매도 거래 3일 후에 공시토록 돼 있어 투자자가 공시제도를 보고 대응하기엔 너무 늦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공매도 공시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소원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등 금융 관련 법규나 규정 등이 지나치게 기업관점서 적용되고 있어 투자자를 위한 법적인 정비도 시급하다”며 “한미약품은 시장혼란과 투자자 피해 책임에 대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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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