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공시’ 한미약품 미스터리7

호재는 잽싸게 악재는 널널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한미약품이 ‘주가 조작’ 논란에 휘말렸다. 호재성 공시 직후 인지한 악재성 공시에 늑장을 부렸다는 것이 요지다. 논란과는 별개로 악재성 공시로 피해를 본 ‘개미(개인 투자자)’의 손실 복구는 요원한 상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총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매출 기준 업계 1위에 올랐다. 한미약품은 이 과정서 직원의 내부거래 정황이 드러나며 도덕성에 흠결을 남겼다. 그로부터 1년만인 2016년 한미약품은 비슷한 논란에 또 다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미스터리1]
늦은 공시시기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미국 제네텍과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공개 시각은 장마감 후인 오후 4시33분이었다. 수출 소식은 다음날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의 주가는 장 시작 직후 전일대비 5%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개장 29분만에 베링거인겔하임이 바이오신약 ‘올리타’ 개발권을 한미약품에 반환한 사실이 공시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과 8000억원 규모의 올리타 기술 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결국 한미약품 주가는 악재성 공시에 따른 대량 매물이 쏟아져 나와 전날보다 18.06% 빠진 채로 장을 마감했다.


공시 두 번에 주가가 출렁이자 금융권에선 한미약품이 의도적으로 악재성 공시를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공개 정보를 알고 있는 세력이 고점서 물량을 매도할 수 있도록 한미약품이 악재성 공시를 지연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시각은 29일 오후 7시8분이다. 한미약품이 투자에 민감한 정보로 판단, 신속히 내용을 처리했다면 30일 장 시작 전에 공시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결국 개장 29분 뒤 공시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특정 세력을 밀어줬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스터리2]
공매도와 손실

실제 악재성 공시가 나올 때까지 공매도가 집중됐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각한 뒤 결제일인 3일안에 같은 양의 주식을 갚는 투자기법을 의미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고점에 있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차익을 남길 수 있다.

개장 후 29분까지의 공매도 규모는 5만471주로 전체 10만4327주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평소 한미약품의 공매도 거래는 4800여주 수준이었다. 이날 거래로 공매도 세력은 최대 20%의 차익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주체별로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는 악재성 공시 전 물량을 쏟아냈고, 개인이 외국인 물량을 받은 모양새가 됐다.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는 각각 35만9933주, 9896주를 매도, 개인은 36만9797주를 매수했다.

[미스터리3]
금융당국과 공방


금융당국은 논란이 거세지자 직접 조사에 착수했다. 악재성 공시 전까지인 개장 후 29분동안 주식을 집중 매도한 세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는지 중점적으로 파악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세력을 확인한 뒤 증권사를 통해 계좌주를 파악하고 계좌주가 회사내부 정보수령자인지 확인할 방침이다.

개장전 해도 되는데…29분 질질
특정 세력 밀어줬나 의혹 짙어

금융위원회도 조사에 나섰다. 지난 5일 금융위의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은 한미약품의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한미약품 기술수출 및 공시담당자 등 관련자들의 휴대폰 및 메신저 대화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자조단은 사안의 중대성과 긴급성을 감안해 검찰에 사건을 조기에 넘기는 ‘패스트트랙’도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조사를 통해 미공개 정보가 공시 전 유출돼 공매도 등의 거래에 이용된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 지난해 7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적용해 제재할 방침이다.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개정전 5억원의 과징금 상한선이 있었지만 지난해 7월 법이 개정되면서 해당금액의 1.5배 과징금이 부과된다. 사실상 과징금 상한선이 없어 최고 수위의 처벌인 셈이다.

한미약품은 측은 공시 관련 부당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 본사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서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은 “공시 내용이 지연된 점은 송구스럽지만 절대 의도하지 않았다”며 “신중하고 면밀히 검토하기 위한 절차상의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미스터리4]
내부거래 있나?

하지만 곳곳서 내부거래 흔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한미약품은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악성 공시전 직원이 내부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 이에 자조단이 한미약품의 계약해지 정보가 공시 전날 카카오톡을 통해 유출됐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 중이다.

지난 5일 자조단 관계자는 “4일 한미약품 본사에 현장 조사를 나가서 관련 직원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며 “제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지워진 데이터를 복원하는 디지털포렌식을 검찰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자조단에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공시 전날 밤에 계약해지 정보가 카카오톡 주식투자 대화방을 통해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 퍼졌다. 자조단은 한미약품 임직원 휴대전화의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내용과 통화 내용 분석을 통해 미공개 정보가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를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스터리5]
피해자 소송은?

한미약품 사태로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첫 처벌 사례가 나올지 눈길이 쏠린다. 기업의 내부정보를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펀드매니저 등 2차 이상 정보 수령자의 불공정 거래를 처벌하는 쪽으로 관련 법이 지난해 개정됐지만,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지금까지 처벌된 사례는 없었다.

한미약품 공시 관련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주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피해자 모임이 생겨나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것.

법률사무소 제하의 윤제선 변호사는 네이버에 ‘한미약품 사태 집단소송’을 개설하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주주로서 한미약품의 부정거래가 입증되면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한미약품의 주식 9.73%(지난 7월29일 기준)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이번 사태로 1500억원가량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직원이 내부정보 외부에 유출?
거래소에 책임 미루기도 도마

국민연금이 소송을 진행할 경우 다른 기관투자자도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돼 소송 규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 관련 시민단체 금융소비자원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한미약품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소원은 5일 “호재성 공시를 먼저 해놓은 상태서 악재성 공시를 시장 거래시간에 한 것은 공시 규정을 악질적으로 악용한 것”이라며 “시장의 심각한 주가 왜곡을 유발시킨 범죄 행위”라고 주장하며 한미약품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소원은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등이 조사에 착수했지만 전면적인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 즉각 검찰과 공동으로 압수 수색 등 수사와 조사를 동시 진행해 범죄 행위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스터리6]
오너는 몰랐나?

한미약품 사태에 임성기 회장 일가가 연루됐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늑장공시로 가장 큰 손해를 본 투자자가 임 회장 일가다. 투자자의 피해가 최소화되게 공시를 신속히 했다면 한미약품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오너 일가가 나서서 늑장공시를 지시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사태로 임 회장 일가가 날린 주식자산은 3조6938억원(지난 4일 종가기준)으로 계약 해지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달 29일과 비교해 1조372억원 감소했다. 25% 넘게 감소세를 기록한 것.

임 회장 일가는 한미약품을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한미약품의 지분 41.37%를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34.91%)을 가지고 있다. 회장 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은 61.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거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재무관련 최고 책임자인 김재식 CFO가 교체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한미약품 내부거래 정황이 드러나자 한미약품은 CFO를 교체했다. 지난해 연구원과 증권사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당시 경영진이었던 김찬섭 전무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임했다.

[미스터리7]
대책이 없다

한미약품 사태는 현재의 공시시스템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기술이전 관련 공시가 의무공시가 아닌 자율공시인 점이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공시규정에 따르면 기술도입·이전·제휴 등과 관련된 사항은 상장기업 자율에 따라 사유발생 다음날(24시간)까지 공시토록 한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의 악재성 공시는 기술이전 관련 공시로 분류, 늑장 공시의 원인이 됐다. 금융위도 이점을 인지해 내부적으로 기술이전 관련 공시를 의무공시로 전환하는 내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술이전 관련 공시가 의무공시로 전환되면 공시 의무가 되면 신속하고 구체적인 내용의 공시가 될 전망이다.

공매도 공시제도 역시 ‘허점’을 나타냈다. 지난 6월 도입된 공매도 공시제도는 한미약품 사태서 보여주듯 소액 투자자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공매도 공시제도는 불공정거래 및 투기세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별 주식의 공매도 잔액비율(상장주식 중 공매도 잔액수량)이 0.5% 이상이 되면 그 내용을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공매도 공시제도는 공매도 거래 3일 후에 공시토록 돼 있어 투자자가 공시제도를 보고 대응하기엔 너무 늦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공매도 공시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소원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등 금융 관련 법규나 규정 등이 지나치게 기업관점서 적용되고 있어 투자자를 위한 법적인 정비도 시급하다”며 “한미약품은 시장혼란과 투자자 피해 책임에 대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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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