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깨진 3당 집권전략 키워드

“지금 판으론 죽도 밥도 안 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협치’를 부르짖던 국회에는 ‘파행과 정쟁’만 남았다. 새누리당은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부르짖고 있다. 극심한 대립 이면에는 내년 대선 주도권을 뺏기면 안 된다는 각 당의 속셈이 깔려 있다. <일요시사>는 협치가 사라진 국회에서 여야가 내세우는 정권 쟁취 전략을 살펴봤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 창출에 있다. 대선을 1년여 남긴 현 시점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을 노리고 있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정권 교체를 열망하고 있다. ‘반기문 대망론’에 근거한 ‘반기문 대세론’과 ‘문재인 대세론’이 공존하는 가운데 각 당의 대선주자 들이 속속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과 거대 야권의 두 중심축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내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전략 구상에 한창이다.

대선 주도권?
뺏기면 안된다”

지난해까지 새누리당서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를 달렸던 김무성 전 대표가 ‘옥새 파동’을 겪고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대선주자로 거론 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4·13총선서 낙마하는 수모를 겪으면서 대선주자로서의 무게감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대권도전을 시사했지만 당을 좌지우지하는 친박(친 박근혜) 세력의 지지세를 등에 업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처럼 대권주자 기근상태에 직면한 새누리당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유력 대권주자로 염두에 두고 있다.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 귀국하면 새누리당과 반 총장의 ‘반기문 대망론’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지난달 19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임기를 끝내자마자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모든 국민이 환영할 일”이라며 “그동안의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우리나라 미래 세대를 위해 써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경선은 공정하게 할 것이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반기문 추대론’에 선을 그었다.

지난달 28일 이 대표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서 “국민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하고 후보들은 이를 파악해 치열한 경쟁과 토론을 해야 한다”며 “우리는 반 총장이 멤버로 참여하면 기꺼이 환영하지만, 그분만의 카펫은 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공정한 대선 경쟁을 치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선 없이 대선을 치를 경우 표의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가 공정한 경쟁을 천명했기 때문에 이 대표도 이에 보폭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잠룡 불모지 새누리…반 추대 없다?
반-문 있는데…공정한 경쟁 가능할까

'친문(친 문재인)'인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당대표에 오르기 전 ‘1등 후보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줄기차게 펴왔다. 1등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를 의미하는데 일단 그의 논리는 더민주 내 주류인 친문계의 마음은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다만 당 대표에 오른 뒤 추 대표는 ‘공정한 경쟁’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달 2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서 추 대표는 “첫 번째는 공정한 경선 관리가 생명이다. 아무리 역동적이고 싶어도 공정성이 깨지면 의미 없다”며 “그 바탕으로 후보들이 노력했는데 실력이 엇비슷해 국민 주목도가 낮아지면 결선투표를 통해 관심 끌어올릴 수 있다. 다 열려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중심으로 흐를 것이라는 비주류의 우려를 추 대표가 사전에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라는 유력 대선 주자가 버티고 있다. 지난달 안 전 대표는 공정한 경쟁을 언급해 정가의 귀추가 주목됐다. 지난달 19일 그는 “양극단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이 함께해야 한다”며 “그 분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어떤 조건이든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당이 집권당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면서 대권 도전 의지를 보였다. 또한 공정한 경쟁하에 어떤 조건이든 수용할 의사까지 내비치면서 안철수 사당화 논란에도 일정 부분 벗어나려는 모양새다. 안 전 대표는 “목표는 국민의당이 집권당이 되는 것”이라고 말해 수권정당 의지도 보였다.

이처럼 내년 대선서 승리해 집권을 노리는 3당은 공정경쟁에 방점을 찍었다. 3당 모두 공정한 경쟁을 통해야만 표의 확장성을 갖춘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불붙은 개헌론
대선주자 함구

대선이 점차 다가옴에 따라 3당은 각종 연대 시나리오를 가동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호남 민심과의 연대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초 이정현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서 “영호남 지역주의 벽은 무너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 호남과 새누리당이 얼마든지 연대정치, 연합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호남서 새누리당은 더민주와 한 석 차이고 영남에선 야당과 무소속이 합쳐 15석이 나왔다”며 “바다가 갈라지는 것만이 기적이 아니다. 지역주의를 넘은 것이 기적이고 국민통합을 이룬 우리가 위대한 국민”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이라는 정당과 호남이라는 지역이 연대를 한다. 개념이 잘 성립되지 않는다”며 “그동안 호남을 소외시킨 것에 대한 반성이 먼저라면 그것은 인정할 수 있겠지만,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지역에 별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거론한 새누리당-호남 연대는 반기문-안철수 연대와 맥을 같이 한다. 반 총장은 친박계의 지지를 받고 있고, 안 대표는 호남민심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의 최대주주다. 다만 이 둘의 연대는 반 총장이 새누리당 최종 대선후보로 결정되고, 지지율상 대선 승리를 장담키 어렵다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반기문- 안철수 연합의 가능성을 처음 거론한 사람은 ‘야권 전략통’으로 꼽히는 더민주 민병두 의원이다. 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3파전(반기문·문재인·안철수)이 전개될 경우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매개로 이른바 ‘반철수 연합’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정작 당사자인 안 전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연대설에 대해 “다들 불안하신가봐요”라며 선을 그었다. 안 전 대표는 “정치권서 각종 시나리오가 난무하는데, 양당의 공포감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말 돌파구가 안 보이는 양당에서 이런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나는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새누리당이 반철수 연합, 새누리당-호남 연대를 거론하면서 정권재창출을 시도하고 있다면 더민주는 기본적으로 ‘야권연대’와 ‘통합론’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22일 추미애 당대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당 통합과 세력간 지지자의 통합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다만 “국민의당과 힘을 합치는 방법은 다양하다”며 “당대당 통합 프로그램을 바로 꺼내는 게 아니고, 분열과 분당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지지자부터 위로하는 게 더민주서 먼저 선행돼야 한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집 나간 한 분 한 분 모셔오겠다”며 야권 통합을 대권 승리 방정식의 ‘핵심 변수’로 규정했다. 더민주는 지난달 18일 원외 민주당과 합당을 선언하면서 야권 통합의 신호탄을 쐈다.

추 대표는 통합을 선언하면서 “민주세력이 더 큰 통합을 해야 한다. 내년 대선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수많은 분열의 위기를 겪었다. 모든 민주개혁세력의 단결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자”고 강조했다. 추 대표의 발언의 함의는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실질적 대주주 안 전 대표는 더민주와의 연대는 거리를 두고 있다. 3자 대결까지도 불사한다는 전략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11일 제주도 강연서 “양 극단 세력을 기득권 세력이라고 명명하고 싶다”며 “내년 대선 때는 절대로 양 극단 세력과의 단일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거대 여야의 연대 시나리오 속에서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락가락
안철수 행보


최근에는 여권 주류인 친박계에서 개헌론이 달아오르고 있다. 헌법학자 출신으로 ‘진박(진실한 친박)’ 인사인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은 원내외 개헌론자들을 모아 ‘국가혁신을 위한 연구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전직 국회의장과 개헌에 적극적인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 여야 대권주자 등을 초청해 라운드테이블을 열 계획”이라며 “내년 초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개헌을 공론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론은 기존 판도 자체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 및 여야의 대권 주자들은 난색을 표명해 왔다. 하지만 현 여야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더 이상 주류세력들이 개헌론에 함구하기 어렵게 됐다. 대선이 점점 다가옴에 따라 개헌론이 대선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수권정당을 노리는 3당도 이에 발 빠르게 대응책을 준비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서 개헌론은 금기어로 통했다. 지난 2014년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란 발언을 한 뒤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최근 친박 내부서 개헌론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이유로는 새누리당에 반 총장 이외에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을 꼽는다. 개헌론이 정계개편 및 대선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분위기로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친박이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는 것이다.

지난달 5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언급한 이른바 ‘조건부 개헌론’도 최근 정치권의 기류가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이 대표는 “특정 정권이나 정당, 정치인이 주도해서 추진하는 정치헌법, 거래헌법, 한시 헌법은 안 된다”며 “이제는 국민이 주도하고 국민의 의견이 반영된 반영구적 국민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막한 새누리-호남
혼돈의 연대 시나리오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개헌의 주체가 국민이 돼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개헌을 통해 권력분점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것에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개헌은 멀리 남북통일까지 내다보고 나라의 미래를 담아내는 개헌으로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고 말해 개헌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국민의당도 개헌 바람에 합류했다. 국민의당 문병호 전략홍보본부장은 지난달 2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정계개편과 정치혁신의 핵심고리가 개헌”이라면서 “대한민국의 판 자체가 민생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박·친문 세력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세력이 형성돼야 집권의 길이 열릴 수 있는데, 개헌을 매개로 하면 참여할 수 있는 세력이 많아진다”고 강조했다.

당초 개헌론 바람은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가 주도했다. 김 전 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버리고 내각제를 강조하고 있다. 주류와 거리를 두고 있는 김 전 대표는 유력 대선주자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유력한 대선 후보들은 강력한 통치권력의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국민의 막연한 두려움을 빌미로 4년 대통령중임제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며 “만인지상의 권력욕에 갇혀버린 정치인이 문제의 근본을 외면하고 제시하는 조삼모사의 미봉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더민주 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 전 대표는 개헌론의 의도를 불순하게 여기며 개헌론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존 판을 굳이 흔들어 권력을 분산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내각제 주장
김종인 주목

개헌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애매모호한 입장 표명에 야권의 한 정치인은 “권력구조 개편만이 아니라 87년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의식을 갖지 않은 분이 다음 정권에 리더가 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대 국회 파행일지
 2주에 한 번 꼴로 ‘휴업’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협치를 강조했던 여야가 정작 협치의 모습은 사라지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첫 번째 파행은 지난 8월 임시국회서 일어났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열린 임시국회에서 서별관 청문회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벌인 것. 여당이 끝까지 주요인물 증인 채택을 거부하면서 파행을 맞았다. 추경안 처리는 회기기간을 넘긴 뒤에야 처리될 수 있었다.

두 번째 파행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발생했다. 지난달 1일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드 배치 재검토 관련해 여당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퇴장하고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추석을 기점으로 갈등이 봉합됐지만 지난달 24일 김재수 농림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면서 또 한 번 파행을 맞았다.

이후 청와대는 거부권을 행사했고, 여당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국감복귀 전제하 단식 중단을 선언하면서 일단락 났다. 하지만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백남기 문제 등과 관련해 정면충돌 가능성이 높은 사안들이 남아 있어 여야간 협치는 요원한 상황이다.

<기사 속 기사> 20대 총선 선거법 공소시효

지난 20대 총선 과정서의 공직선거법 위반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일이 다가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 및 범죄에 대한 기소가 미처 이뤄지지 않은 채 오는 13일 공소시효가 만료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검찰에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지만, 수백 건에 달하는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에 대한 검찰이 수사의지가 미약하다”며 “혐의가 명백한 사건서조차도 공소시효 만료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아직까지 기소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거대 여당과 거대야당의 눈치만 살피지 말고, 국민들이 신뢰할만한 공명정대한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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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