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금주의 국감스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제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시작됐다. 이번 국감은 추석 연휴를 끝내고 9월26일부터 10월19일까지 실시된다. 당초 예상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박근혜정부의 공과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와 그 과정에서 불거진 정세균 국회의장의 녹취록 파문으로 여당이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 국감은 연일 파행을 맞았다. 시작부터 ‘부실국감’ 논란이 빚어졌지만, 이러한 가운데서도 송곳 같은 문제제기로 눈길을 끈 의원들이 있다. <일요시사>가 한 주의 국감스타를 선정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
“탄저균 스턴, 고위험 병원체서 제외”

보건복지부가 탄저균으로 전환이 가능한 물질인 탄저균 스턴(Bacilus anthracis Sterne)을 특별 관리 대상인 고위험 병원체서 제외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물질은 탄저 백신을 만들기 위해 탄저균을 가공해 독성을 약하게 한 것으로, 생화학무기인 탄저균으로 가공될 여지가 있지만 보건당국이 스스로 관리 대상서 제외해 관리 체계 부실 지적이 나왔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6월 30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고위험병원균의 목록서 탄저균 스턴을 제외했다. 고위험병원체는 생물테러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사고 등으로 외부에 유출될 경우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감염병원체다.

감염병예방법은 고위험병원체를 분리하거나 이동하려면, 지체 없이 고위험병원체의 명칭, 분리된 검체명, 분리 일시 또는 이동 계획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감염병의 진단 및 학술 연구 등을 목적으로 고위험병원체를 국내로 반입하려는 경우에도 복지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탄저균 스턴은 탄저 백신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탄저균을 가공해 독성을 약하게 한 병원체다. 독성이 약해졌지만, 탄저균으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고 어렵지도 않다고 전 의원은 설명했다. 반면 질병관리본부는 병원성이 나타나지 않는 균주인 만큼 고위험병원체에서 제외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전 의원실에 보낸 답변에서 “탄저균 스턴은 병원성을 나타내는 유전물질인 플라스미드(pXO2)가 비가역적으로(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쉽게 변하지 않게) 소실된 비병원성 균주”라며 “가축과 인체용 백신으로 사용되고 있는 등 안전성이 검증돼 고위험병원체 목록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탄저균 스턴이 고위험병원체서 제외되면서 병원체의 분리, 이동, 국내 반입, 검사, 보존, 관리, 안전기준 준수 등에서 정부의 관리 감독 대상서 빠지게 됐다”며 “복지부의 조치는 고위험병원체에 대한 정부 자체 설명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홈페이지서 고위험병원체에 대해 “독소 생성, 병원성, 일부 유전자 결손 여부와 관계없이 고위험병원체로서 국가안전관리의 대상에 포함된다. 백신주, 약독화주, 유전자재조합체 등도 국가 안전관리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가 백신주도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음에도 법령 개정으로 탄저균 스턴을 고위험병원체에서 제외했다는 것이 전 의원의 지적이다.

전 의원은 “작년 살아있는 탄저균이 택배로 배송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은 뒤 복지부가 탄저균 스턴을 고위험병원체서 갑자기 제외했다”며 “백신주도 국가안전관리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원칙인 이상, 탄저균 스턴을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손금주 의원(국민의당)
“바다 위에 혈세 1700억 뿌렸다”


한국석유공사가 잠빌광구 시추를 위해 지난 2012년 1745억원을 들여 건조한 시추선이 카스피해에 갇혀 어항 속 금붕어 신세가 될 처지가 됐다. 한국석유공사는 2008년 카자흐스탄 잠빌광구에 국내 석유 소비량의 1.2년치인 10억배럴이 매장돼 있다며 1억9550만불, 우리 돈으로 약 2160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실제 매장량은 1/10 수준인 1억배럴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져 지난 3월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카자흐스탄 국영석유회사인 KMG에 광구를 되판 돈 500만불(약 55억원)을 빼면 2105억원을 날려버린 셈이다. 문제는 이 비용에는 당시 잠빌광구 시추를 위해 건조한 잠빌시추선 비용이 빠져있다는 것. 

국회서 열린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 간사인 손금주 의원은 석유공사 611억원을 포함해 SK이노베이션, 현대제철, 삼성물산,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투자를 받아 총 1억5805만불(약 1745억원)짜리 잠빌시추선을 건조해 카스피해에 띄웠지만, 잠빌광구가 경제성 부족으로 철수하면서 잠빌시추선은 2년째 아무 역할도 하지 않은 채 카스피해에 둥둥 떠 있다고 지적했다.

손 의원에 따르면 2012년 잠빌시추선 건조 이후 지금까지 시추선 유지비용만 1044억원. 특히 14년 잠빌광구 시추 이후에는 아무런 역할도 없이 바다 위에 뿌린 돈만 206억2000만원, 매월 평균 11억5000만원이 카스피해에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카스피해가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내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잠빌시추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당초 석유공사는 “타 광구 시추작업을 통한 수익으로 기존 투자비를 회수한 후, 카자흐스탄 측으로 소유권이 인도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카스피해 내 25개 광구 중 잠빌광구 외에 시추선이 쓰인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손 의원은 “잠빌시추선의 작업가능 수심은 2.5∼7.5m로 카스피해 내 25개 광구 중 잠빌시추선이 작업할 수 있는 광구는 잠빌 외에 이스타야 광구와 사파예프 광구 뿐”이라며 “현재 이스타야 광구는 무기한 시추 연기됐고, 17년 시추가 계획돼 있는 사파예프 광구도 실제 시추 여부는 그 때 가봐야 아는 일이고, 시추가 이뤄진다 해도 우리 시추선을 사용할지 여부도 불투명해 사실상 잠빌시추선은 할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석유공사도 2015년과 2016년 카자흐스탄 측에 매각을 시도했지만 두 번 모두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의원은 “이동이 어려운 내륙에 갇힌 바다에, 그것도 잠빌시추선이 사용 가능한 광구가 3개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추후 카자흐스탄에 넘겨줄 조건으로 1745억원이나 들여 시추선을 만들 필요가 있었느냐”며 “지금 이 순간에도 그냥 바다 위에 막대한 돈을 뿌리고 있는 잠빌시추선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리=신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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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