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바뀌는 당명 비하인드 스토리

아직도 한나라당이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정당정치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는 당명으로 정체성과 이념을 밝히며 존재해왔다. 건국 이후 잦은 이합집산과 당명 변경으로 보수·진보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는 상황.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당과 야권통합이라는 미명 하에 합당을 이뤘다. <일요시사>는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정당들의 당명에 얽힌 뒷이야기를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지난 18일, 창당 61주년을 맞아 원외 민주당과 합당을 전격 발표했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김민석 민주당 대표와 경기 광주의 해공 신익희 선생 생가를 방문한 자리서 “우리는 61년 전 신익희 선생이 창당한 민주당의 같은 후예”라며 “분열로는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수 없어 두 당의 통합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보스 맘대로

합당은 더민주가 민주당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추후 약칭을 민주당으로 쓰기로 한 것 이외에는 통합에 아무 조건도 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합당 뒤에도 별도의 당직을 맡지 않을 것으로 알려진다. 이로써 더민주는 지난 2014년 3월 ‘새정치민주연합’ 출범으로 잃었던 민주당 당명을 약칭으로나마 2년6개월 만에 다시 달게 됐다.

민주당이라는 이름은 지난 1955년 9월18일 신익희 선생 등이 창당한 민주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36년 동안 정당 간 이합집산을 거듭하다 1991년 9월 신민당과 민주당이 합당하게 되면서 김대중-이기택 공동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등장했다.

이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해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는 정권을 잡고 여당이 됐지만 약칭으로만 민주당을 사용했다. 2003년 새천년민주당의 분당으로 열린우리당이 등장하면서 분열의 길을 걷기 시작해 새천년민주당에는 구 민주당 인사들만 남게 됐다.


열린우리당은 내홍에 시달리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탈바꿈했고, 2008년 손학규-박상규 공동대표 체제의 통합민주당으로 이어졌다. 같은해 8월에는 통합민주당이 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2011년에는 민주당은 친노계, 시민사회계,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민주통합당을 세운다. 민주통합당은 2년 뒤 당명을 민주당으로 바꾸지만 2014년 안철수 국민의당 전 국민의당 공동상임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정치연합과 합당을 계기로 사라지게 사라진다. 당명 약칭도 민주당을 사용하지 못했다.

지난 4·13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서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하면서 국민의당을 창당해 기존 새정연은 더민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김민석 대표를 중심으로 원외서 민주당이 존재했기 때문에 약칭으로 ‘더민주’만 쓸 수 있었을 뿐 ‘민주당’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처럼 진보정당은 민주당이라는 큰 뿌리를 중심으로 분열과 통합을 반복해 왔다. 정부수립 이후 보수정당의 계보도 복잡하다.

현 새누리당의 근간이 된 자유당은 1951년 12월 창당해 이승만 대통령을 당수로 했다. 이후 제1공화국 기간 중 여당으로 존속했고, 1960년 이후 해체 위기를 겪으면서 일부는 탈당해 민주공화당과 신민당 등으로 이탈했다. 이후 민주공화당은 구 자유당 세력과 군부세력이 힘을 합쳐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17년간 대한민국의 집권여당이 됐다.
 

신군부가 해체를 명하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초대 총재로 하는 민주정의당이 1981년 창당했다. 이후 1990년 민주자유당이 3당합당을 선언하며 거대 여당을 구성했다.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한 신한국당이 출범했지만 2년여 뒤인 1997년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한나라당은 약 15년간 대한민국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 재보궐선거 패배로 한나라당은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 중심으로 변모했다. 이듬해 2월 박근혜 지도부는 ‘새로운 세상’이라는 의미의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민주당이 있었나? 더민주와 합당
무분별 이합집산…유사정당 존재

2012년 11월 선진통일당과 합당해 2000년대 중반 이후 분열을 맞이한 보수 정당들은 새누리당으로 흡수됐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유일한 제도권 보수정당으로 남게 됐다. 최근에는 보수진영을 표방한 원외 정당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동일 명칭을 쓰는 정당도 존재한다.

한나라당 이태희 대표는 지난 19대 총선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원내 입성을 노렸지만 유효투표 총수 2% 이상을 확보하지 못해 당시 정당법 규정에 따라 정당등록 취소 절차를 밟았다. 지난 2013년 4월 ‘새한나라당’으로 다시 정당 등록을 한 뒤 지난해 2월 ‘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효투표 총수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하는 정당은 등록을 취소한다는 정당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한나라당은 정당을 유지했다.

현재 한나라당 공약은 ‘우파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는 한나라당’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지원하고, 반기문을 지지하는 한나라당’ ‘반기문의 세계평화 정책을 지지하는 한나라당’ 등 총 10가지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중점 공약으로 현 정권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지지를 내세워 친정부·친여권을 표방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지지를 표방하는 정당은 올해에만 2곳이 등장했다. 지난 3월21일 정당등록을 마친 친반통일당은 반 총장을 적극 지원하는 정당이다. 친반연대는 과거 친박연대와 비슷하게 특정 정치인을 지칭하는 표현을 당명으로 사용했다.

친박연대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측에서 당명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친박연대’라는 명칭이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친박연대는 새누리당과 합당하는 길을 택했다.
 

지난 2월15일 정당 등록을 마친 한누리평화통일당(한누리당)도 반 총장 대통령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호일 총재는 “반 총장을 대선 후보로 추대해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을 이뤄 대한민국을 하나 되고 큰 나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총재는 과거 한나라당 소속으로 14·15·16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지난 2월 “4·13총선에 전 지역구 후보를 배출해 반드시 원내교섭단체를 이루는 정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총선서 단 1석도 가져오지 못하면서 원외 정당으로 머물러 있다.

유력 대선주자를 당명으로 내세우는 정당들은 반 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정당목표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들 조직은 반 총장의 의지와 무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선 반 총장의 대권행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랬다 저랬다

정당들의 잦은 당명 변경에 대해 한 정치 전문가는 “정당이 이념과 노선, 정책을 근간으로 하지 않고 인물·보스를 중심으로 한 이합집산 구조 탓”이라며 “역대 대통령들이 집권 과정에서 대부분 새로운 당을 창당한 데서도 잘 확인된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거지당, 핵나라당…’이색 정당들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8개 정당이 정당 등록을 마쳤다. 최근에는 거지당·핵나라당·재개발반대당 과 같이 독특한 당명을 지닌 정당들이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신고를 마치고 정당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거지당 창당을 준비중인 김모씨는 “지금까지는 부자정치였다. 부자정치는 감동이 없다”며 “지금부터는 감동이 있는 거지정치다”라고 말했다.

거지당 당원으로는 “어민, 농민, 서민, 일용직 노동자, 구걸인, 노숙자 그리고 정치인이 부를 버리고 명예를 택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핵나라당이 결성신고를 했다. 핵나라당은 발기취지문을 통해 핵무장은 물론 6000조원 국채 발행, 해병대 50만 명 증강 등 목표를 제시했다.

이색 정당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지난 13일 “정당의 목적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 법에서 정한 창당 절차 등을 거치면 정당 등록을 해준다”고 밝혔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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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