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바뀌는 당명 비하인드 스토리

아직도 한나라당이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정당정치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는 당명으로 정체성과 이념을 밝히며 존재해왔다. 건국 이후 잦은 이합집산과 당명 변경으로 보수·진보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는 상황.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당과 야권통합이라는 미명 하에 합당을 이뤘다. <일요시사>는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정당들의 당명에 얽힌 뒷이야기를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지난 18일, 창당 61주년을 맞아 원외 민주당과 합당을 전격 발표했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김민석 민주당 대표와 경기 광주의 해공 신익희 선생 생가를 방문한 자리서 “우리는 61년 전 신익희 선생이 창당한 민주당의 같은 후예”라며 “분열로는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수 없어 두 당의 통합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보스 맘대로

합당은 더민주가 민주당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추후 약칭을 민주당으로 쓰기로 한 것 이외에는 통합에 아무 조건도 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합당 뒤에도 별도의 당직을 맡지 않을 것으로 알려진다. 이로써 더민주는 지난 2014년 3월 ‘새정치민주연합’ 출범으로 잃었던 민주당 당명을 약칭으로나마 2년6개월 만에 다시 달게 됐다.

민주당이라는 이름은 지난 1955년 9월18일 신익희 선생 등이 창당한 민주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36년 동안 정당 간 이합집산을 거듭하다 1991년 9월 신민당과 민주당이 합당하게 되면서 김대중-이기택 공동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등장했다.

이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해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는 정권을 잡고 여당이 됐지만 약칭으로만 민주당을 사용했다. 2003년 새천년민주당의 분당으로 열린우리당이 등장하면서 분열의 길을 걷기 시작해 새천년민주당에는 구 민주당 인사들만 남게 됐다.


열린우리당은 내홍에 시달리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탈바꿈했고, 2008년 손학규-박상규 공동대표 체제의 통합민주당으로 이어졌다. 같은해 8월에는 통합민주당이 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2011년에는 민주당은 친노계, 시민사회계,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민주통합당을 세운다. 민주통합당은 2년 뒤 당명을 민주당으로 바꾸지만 2014년 안철수 국민의당 전 국민의당 공동상임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정치연합과 합당을 계기로 사라지게 사라진다. 당명 약칭도 민주당을 사용하지 못했다.

지난 4·13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서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하면서 국민의당을 창당해 기존 새정연은 더민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김민석 대표를 중심으로 원외서 민주당이 존재했기 때문에 약칭으로 ‘더민주’만 쓸 수 있었을 뿐 ‘민주당’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처럼 진보정당은 민주당이라는 큰 뿌리를 중심으로 분열과 통합을 반복해 왔다. 정부수립 이후 보수정당의 계보도 복잡하다.

현 새누리당의 근간이 된 자유당은 1951년 12월 창당해 이승만 대통령을 당수로 했다. 이후 제1공화국 기간 중 여당으로 존속했고, 1960년 이후 해체 위기를 겪으면서 일부는 탈당해 민주공화당과 신민당 등으로 이탈했다. 이후 민주공화당은 구 자유당 세력과 군부세력이 힘을 합쳐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17년간 대한민국의 집권여당이 됐다.
 

신군부가 해체를 명하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초대 총재로 하는 민주정의당이 1981년 창당했다. 이후 1990년 민주자유당이 3당합당을 선언하며 거대 여당을 구성했다.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한 신한국당이 출범했지만 2년여 뒤인 1997년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한나라당은 약 15년간 대한민국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 재보궐선거 패배로 한나라당은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 중심으로 변모했다. 이듬해 2월 박근혜 지도부는 ‘새로운 세상’이라는 의미의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민주당이 있었나? 더민주와 합당
무분별 이합집산…유사정당 존재

2012년 11월 선진통일당과 합당해 2000년대 중반 이후 분열을 맞이한 보수 정당들은 새누리당으로 흡수됐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유일한 제도권 보수정당으로 남게 됐다. 최근에는 보수진영을 표방한 원외 정당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동일 명칭을 쓰는 정당도 존재한다.

한나라당 이태희 대표는 지난 19대 총선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원내 입성을 노렸지만 유효투표 총수 2% 이상을 확보하지 못해 당시 정당법 규정에 따라 정당등록 취소 절차를 밟았다. 지난 2013년 4월 ‘새한나라당’으로 다시 정당 등록을 한 뒤 지난해 2월 ‘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효투표 총수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하는 정당은 등록을 취소한다는 정당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한나라당은 정당을 유지했다.

현재 한나라당 공약은 ‘우파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는 한나라당’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지원하고, 반기문을 지지하는 한나라당’ ‘반기문의 세계평화 정책을 지지하는 한나라당’ 등 총 10가지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중점 공약으로 현 정권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지지를 내세워 친정부·친여권을 표방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지지를 표방하는 정당은 올해에만 2곳이 등장했다. 지난 3월21일 정당등록을 마친 친반통일당은 반 총장을 적극 지원하는 정당이다. 친반연대는 과거 친박연대와 비슷하게 특정 정치인을 지칭하는 표현을 당명으로 사용했다.

친박연대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측에서 당명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친박연대’라는 명칭이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친박연대는 새누리당과 합당하는 길을 택했다.
 

지난 2월15일 정당 등록을 마친 한누리평화통일당(한누리당)도 반 총장 대통령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호일 총재는 “반 총장을 대선 후보로 추대해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을 이뤄 대한민국을 하나 되고 큰 나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총재는 과거 한나라당 소속으로 14·15·16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지난 2월 “4·13총선에 전 지역구 후보를 배출해 반드시 원내교섭단체를 이루는 정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총선서 단 1석도 가져오지 못하면서 원외 정당으로 머물러 있다.

유력 대선주자를 당명으로 내세우는 정당들은 반 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정당목표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들 조직은 반 총장의 의지와 무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선 반 총장의 대권행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랬다 저랬다

정당들의 잦은 당명 변경에 대해 한 정치 전문가는 “정당이 이념과 노선, 정책을 근간으로 하지 않고 인물·보스를 중심으로 한 이합집산 구조 탓”이라며 “역대 대통령들이 집권 과정에서 대부분 새로운 당을 창당한 데서도 잘 확인된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거지당, 핵나라당…’이색 정당들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8개 정당이 정당 등록을 마쳤다. 최근에는 거지당·핵나라당·재개발반대당 과 같이 독특한 당명을 지닌 정당들이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신고를 마치고 정당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거지당 창당을 준비중인 김모씨는 “지금까지는 부자정치였다. 부자정치는 감동이 없다”며 “지금부터는 감동이 있는 거지정치다”라고 말했다.

거지당 당원으로는 “어민, 농민, 서민, 일용직 노동자, 구걸인, 노숙자 그리고 정치인이 부를 버리고 명예를 택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핵나라당이 결성신고를 했다. 핵나라당은 발기취지문을 통해 핵무장은 물론 6000조원 국채 발행, 해병대 50만 명 증강 등 목표를 제시했다.

이색 정당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지난 13일 “정당의 목적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 법에서 정한 창당 절차 등을 거치면 정당 등록을 해준다”고 밝혔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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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