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나온’ 안철수 대권플랜

더 이상 철수 없다…무조건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야권잠룡 및 여권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뚫고 과연 정권을 잡을 수 있을까. 정치권에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 ‘간철수’에서 ‘강철수’로 변모한 그가 보여줄 대권 플랜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28일, 광주광역시의 한 식당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정치를 바꾸고 국민의 삶을 바꾸고 시대를 바꾸라는 명령을,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반드시 정권 교체하라는 명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제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며 사실상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특히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서 대권도전을 선언한 것을 두고 야권 지지층을 향한 ‘상징적 메시지’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지난 20대 총선서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제치고 전남서 전석(13석)을 가져오면서 호남의 당으로 거듭났다. 안 전 대표는 이러한 지지세를 기반으로 대선가도를 달려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가장 먼저 선언
싱크탱크 재정비

같은 날 무등산에 오른 그는 “무등산 기슭에 도착하면서 시대정신을 생각했다”며 “소명의식과 사명감으로 시대정신을 이루기 위해 저와 국민의당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정치권 일각서 주장하는 ‘새누리당과 안철수의 결합’ 가능성을 완전히 불식하는 행보임과 동시에 더민주와의 정면대결을 통해야권 소속의 대권후보로 발돋움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안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등 보폭이 빨라진 데는 야권의 대표적인 경쟁자인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사실상 대권 행보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7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마치고 귀국해 독도·백령도를 찾으며 ‘안보 행보’에 나서는 등 의미 있는 발걸음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당 박선숙·김수민 의원이 지난달 10일 불구속 기소로 파문이 일단락되면서 안 전 대표의 정치적 활동 반경이 넓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말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탈당하면서 국민의당을 세우고 정치권의 염려에도 국회에 제3정당을 안착시켰다. 창당과 동시에 ‘안철수당’이라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4·13총선을 통해 정치력을 일정 부분 증명했다. 다만 지난 6월29일 국민의당 리베이트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줄곧 현실 정치권과 거리두기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직을 내려놓은 지 8일 만인 지난 7월7일에는 첫 외부 행보로 한국경제 해법 찾기 조찬강연을 실시하면서 조심스럽게 민심다지기에 나섰다. 그는 강연서 ‘복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바둑에서 중요한 게 복기”라며 “고수일수록 복기를 통해 내가 어떤 수를 뒀을 때 예상한 대로 됐는지, 안 됐는지 살펴봐야 차츰차츰 실력이 발달하는 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부침을 겪은 안 전 대표는 지나온 길에 대한 ‘복기’를 내년 승리의 화두로 제시한 셈이다.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풀어야할 선결조건으로 인재풀 재정비와 청년 지지세 회복을 꼽는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는 300여명이 집결해 있었지만 지난 7월까지 측근 그룹이 줄줄이 이탈하며 3분의1 규모로 축소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달 16일 안 전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내일)의 사원총회에 참석해 2기 임원진을 구성하면서 인재풀 재정비에 나섰다.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대선 공약 등을 마련할 기지를 구축한 셈이다.

안 전 대표는 사원총회서 “지난 3년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며 “처음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만들었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서 변함없이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하자는 각오를 저 스스로도 다시 다지게 된다”고 말했다.

호남 심장부 광주서 출마 공식 선언
인재풀 재정비·지지율 회복에 집중


‘내일’의 이사장은 안 전 대표의 후원회장인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최 교수는 주일대사를 지낸 정치·외교 전문가로 통한다. 실무는 안 전 대표와 대선 캠프 때부터 함께 한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과가 맡았다. 이사에는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교수와 이성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선임됐다. 안 전 대표는 이사에서 물러나 고문을 맡는다.

이번 이사진 개편은 본격적인 대선 국면을 앞두고 대선 정책을 준비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최 이사장은 “‘내일’이 안 전 대표의 대선 싱크탱크 역할을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연구의 목적은 우리가 개발하고 생산한 정책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안 전 대표가 그것을 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믿고 본인도 그것을 수용할 것이다”라고 밝혀 안 전 대표에 힘을 실어 줄 것을 직접적으로 내비쳤다. ‘내일’이 안 전 대표의 사조직 겸 싱크탱크의 역할임을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안 전 대표는 사조직 재정비를 통해 내년 대선을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내년 대선을 바라보는 안 전 대표는 여야의 유력 대선 후보로 손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문 전 대표에 비해 지지율이 낮다. 정당지지율도 리베이트 파문 이후 곤두박질 친 상황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전남 나주서 열린 ‘안철수와 함께 찾는 대한민국 희망’ 대화마당에서 한 지역주민이 “대선 승리를 위해 정당지지율이 계속 올라가야 하는데 매스컴을 보면 호남뿐아니라 수도권서 한 자릿수도 안된다”고 말하자 “사실 여론조사보다 정말로 정확한 것이 총선 민심, 표로 나타난 결과”라고 일축했다.
 

이어 “우리들은 정당지지율로 두 번째 정당”이라며 “그것은(총선민심) 정치인들이 엄중히 받아들여야 될 의무가 있다. 거기에 따라서 정말 최선을 다해 정치를 이끌어나가겠다”고 부연했다.

다만 본인의 격앙된 어조를 의식한 듯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지만 엄중하게 생각한다”며 “총선 민심은 아직까지 살아있다. 우리가 그 기대만큼 부응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걱정 끼쳐드리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저도 열심히 다니며 해결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총선민심이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낌과 동시에 현재 떨어진 지지율 회복을 위한 방법 찾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외연확장 집중
충청표 잡아라

그는 내년 대선 준비의 일환으로 인재풀 정비와 지지율 회복이라는 기초체력 키우기와 함께 외연확장에도 본격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 외연확장 방법으로 손학규 전 고문과 정운찬 전 총리 등 굵직한 인사들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손 전 고문 영입에는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안 전 대표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앞장선 모양새다.

지난달 27일, 박 비대위원장은 전남 강진의 한 식당서 손 전 고문을 만났다. 박 비대위원장은 손 전 고문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안철수 전 대표도 손 전 고문을 영입한 뒤 강한 경선을 통해 꼭 정권을 교체하자는 애기를 했기 때문에 손 전 고문에게 (국민의당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새누리당은 ‘친박’당, 더민주는 ‘친문’당이기 때문에 열린 정당인 국민의당에 들어와 강한 경선을 통해 정권교체의 기틀을 만들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막걸리 회동’으로 불리는 이번 만남은 지난 6월3일 목포서 열린 ‘이난영 가요제’가 끝나고 비공개로 독대한 이후 두 달 보름여 만이다.

앞서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정 전 총리와 손 전 고문에게 “본인들이 스스로 대선 (후보) 경선 룰을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다만 정 전 총리가 같은 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더민주·국민의당 모두와 전혀 접촉이 없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박 비대위원장은 “간접적으로 이야기했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그분들(손학규·정운찬)이 원하신다면 비대위원장이든 당 대표건(줄 수 있다)...”이라며 이들에 대한 영입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박 비대위원장의 말처럼 손 전 고문과 정 전 총리가 국민의당에 합류한다면 경선 흥행에 청신호가 들어올 전망이다.

수도권 및 전국적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손 전 고문과 교수 출신의 국무총리를 지내며 동반성장에 화두를 던진 바 있는 정 전 총리가 국민의당에 합류하게 된다면 안 전 대표와 삼각편대를 구성하게 된다. 이는 자신이 구축한 세력권 안에 대권 잠룡들이 들어와 겨루는 모양새로 안 전 대표에게는 불리할 것이 없는 싸움이다.

연대는 없다?
단일화 없다?

박 비대위원장이 손 전 고문과 정 전 총리에게 당 대표를 줄 수도 있다는 큰 제안을 하고 있지만 이는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포석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의 또 다른 외연 확대 방법으로 오는 9일 예정된 김종필 전 총리와의 만남도 거론된다.

지난달 31일 국민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총리와 안 전 대표, 박 비대위원장은 오는 9일 서울 시내 한 호텔의 식당서 ‘냉면 오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진다. 회동은 김 전 총리가 지난달 19일 인사차 자택으로 찾아온 박 위원장에게 제안한 것이다.
 

이번 만남으로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건 안 전 대표의 지지세력 확장에 방점을 찍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충청권 정치의 상징으로 불리는 김 전 총리와의 만남을 두고 충청권 표심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줄곧 주장하는 야권 연대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안 전 대표와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서 단일화를 이룬 적이 있었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서 문 전 대표는 여론조사 문항으로 야권단일후보 지지도를 주장했고, 안 전 대표는 당시 박근혜 후보와의 일대일 가상대결을 선호하는 등의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지난 2012년 당시 안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문 전 대표 지지를 선언했지만 앙금은 남아있었다. 이후 지난 1월 문 전 대표와 갈등을 또다시 겪으면서 안 전 대표는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하기에 이른다. 최근에는 문 전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과 같이 야권연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달 18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진행됐다. 문 전 대표는 추도식 뒤 기자들에게 “지난 총선 과정에서 야권이 서로 경쟁했지만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뜻을 함께하게 되리라고 믿는다”면서 “저희(본인과 안철수 의원)가 어떤 방식이든 함께 힘을 모아서 반드시 정권 교체를 해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충청 표심 겨냥 손학규·정운찬 영입 박차
야권 연대 선긋기 “제3의 길을 만들겠다”

그러나 안 의원은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고 “김 전 대통령의 혜안이 그립다. 김 전 대통령이 남긴 말과 원칙을 명심해 위기와 난국을 꼭 극복하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지난달 28일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 전 대표는 지난 30일, 야권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정치인들은 민심이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몇십년 전 생각만으로 여전히 ‘산수’만 한다”고 말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같은 날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선 “내년 대선은 수구보수와 낡은 진보의 양극단 대 합리적 개혁과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국민은 지난 총선서 제3의 길을 만들고, 정권 교체의 기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도 야권 단일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안 전 대표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박 위원장은 지난 6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서 “내년 대선에서는 이전처럼 야권 단일후보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인위적인 단일화는 없겠지만 10·11월쯤 되면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후보를 정해주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만일 다자구도로 대선이 전개된다 해도 정권교체는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대선서 야당이 승리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야당의 뿌리는 호남이다. 호남의 승리 없이는 대선승리도 없다”며 “지금 우리는 (수권 정당의) 조건을 갖춰가고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 없이 3당 또는 4당 체제로 대선이 펼쳐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 전 대표는 국민이 만들어준 제3의 길을 대표하는 대선주자로서 완주하려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비박·비문·국민의당이 합류하는 ‘제3지대론’이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제3지대론 참여 여부에 대해 안 전 대표는 “총선 민심이 저희를 세워주셨는데 이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총선 민심에 반한다”며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국민의당 중심의 새판짜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그는 “총선 의미를 잘 짚어보면 거대 양당에 대한 심판으로,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도도한 민심의 흐름이 내년 대선서 폭발할 것”이라며 “투표율도 엄청나게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가 적임자”
정권교체 강조

최근의 안 전 대표의 빨라진 행보를 두고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더 넓고, 더 깊게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다듬어낼 것"이라며 "지지자들에게도 안 전 대표가 정권교체를 이룰 적임자라는 메시지도 일관되게 낼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드’ 안철수 생각은?

지난 7월10 성명, 12일 의원총에서 안 전 대표는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론화 과정’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공론화 과정에서는 사드 체계 도입으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이며, 잃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다른 대안은 없는지에 대해 철저하게 국익 관점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 비준동의안 제출도 제안했다. 그는 “국회에서 사회적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며 “국가안보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 소중함이 일방통행으로 지켜질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훈>

<기사 속 기사> 국민의당 최초 도입 ‘전당원투표제’란?

국민의당이 정당사상 처음으로 ‘전당원투표제’를 전면 도입했다. 당비를 내는 당원, 내지 않는 당원에 차별을 두지 않고 모든 당원에게 1인 1표를 보장하는 것이다. 지난 1일 국민의당 박주선 당헌당규개정위원회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당사상 처음으로 국민의당 차기전당대회와 대선후보선출 과정에서 전당원투표제가 실현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은 ‘권리당원’ ‘일반당원’ 등의 명칭을 모두 삭제하고 대의원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이밖에 국민의당은 당대표와 최고위원회는 총 11인으로 구성하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은 통합선거로 선출, 여성과 청년의 부문 대표성을 존중해 여성위원회와 청년위원회에서 선출한 여성위원장과 청년위원장을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토록 개정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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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