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당권도전 3인' 히든카드

혼돈 대선판에 탄핵 던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민주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각 후보들은 선거전 승리를 위해 합종연횡·선명성·정체성 등을 내세우며 표심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더민주 당권 도전 3인방의 히든카드를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전당대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1강(추미애)2중(김상곤·이종걸)의 구도라고 평가받는 가운데 3명의 후보들은 선명성과 민심잡기에 방점을 찍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김 후보와 이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두고 탄핵을 염두에 둔 발언을 쏟아내며 당 외부에 강한 비판조를 이어갔다.

탄핵 카드
무리수 왜?

김 후보는 지난 9일, 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을 겨냥해 “만약에 계속 국민들과의 불통과 국민들의 의견에 반하는 정부가 지속된다면 그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탄핵을 생각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박 대통령이 사드 문제로 방중한 의원들을 비판한 것을 두고도 “의원들의 그런 노력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비방하는 것은 사실상 대통령다운 모습이 아니다”라며 각을 세웠다.

이 후보도 김 후보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탄핵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이 후보는 지난 17일, 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건국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 대해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에 전혀 맞지 않는 말이기 때문에 국민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대통령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사라지게 하는 것, 사라지는 것만큼 더 무서운 책임이 어디 있겠는가. 그 책임을 묻는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김 후보와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노이즈마케팅이라고 해석함과 동시에 지지층 결집과 표심을 끌어 모으기 위한 일종의 카드로 보고 있다. 이들의 탄핵 강경발언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민주 한 관계자는 “균형감각이 필요한데, 당권주자들이라는 사람들이 막 던지고 있다”며 “자신의 정체성, 선명성을 드러내야 하는 과정이기는 하지만, 국민 정서와 부합하지 않는 지나친 발언은 결과적으로 대선을 앞두고 당에 해가 된다”고 우려했다.

당내 표심 결집을 위해 현 정권에 대한 높은 발언이 자칫 내년 대선정국에 해당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치권 안팎의 우려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김 후보는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김 후보는 지난 16일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탄핵과 관련한 답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불통과 권위주의적인 성격을 강화하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들이 지속된다면 국민들은 더욱 살기가 힘들고, 억압적인 상황에서 저항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다만 “그러나 그것이 탄핵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거의 희박하다고 본다”며 꼬리 내리기도 했다.

대통령 정조준…역풍 우려 속 뒷걸음질
3인-최고위원, 일사불란 합종연횡 카드

김 후보의 탄핵 발언은 사드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중국 매체가 인용 보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중국 <인민일보>가 ‘사드가 박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은 것에 대해 그는 “그 부분은 (중국이) 거두절미하고 편의적으로 인용한 것”이라며 “왜곡적인 성격이 있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에선 두 후보의 발언을 두고 범주류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추 후보로 향한 전대 분위기를 뒤집기 위한 방법론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탄핵은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을 되돌아 보면 이른바 ‘역풍’이라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에 무리수라고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한 더민주 관계자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 대통령을 국회가 다수의 힘으로 끌어내리면 어떻게 되겠느냐.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총선 결과를 한 번 보라”며 “박 대통령의 실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비판은 할 수 있지만 갑자기 탄핵을 꺼내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대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 대표 후보자들은 최고위원들과의 연대를 도모하고 있다. 일종의 ‘연합작전’이다. 특히나 계파별 이해관계에 따라 합종연횡의 분위기가 감지돼 선거전이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연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선 범주류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추 후보는 문 전 대표 시절 영입된 인사와의 연대가 예상된다. 이번에 여성최고위원 부문의 양향자 후보와 청년최고위원 부문 김병관 후보는 대표적인 문 전 대표의 영입 인사로 추 후보를 측면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최고위원과
손잡기 행보

양 후보는 최근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전대가) 얼마 안 남았다. 저 혼자 최고위원 선거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당권주자와 연대를 해야할 것”같다고 말했다.

이어 “집권에 더 가깝다고 생각되는 분께 힘을 실어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친문계 인사인 양 후보가 추 후보를 염두해 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양 후보측 인사는 “특정인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후보와 연대 가능성이 높은 인사로는 이동학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거론된다. 과거 혁신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김 후보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은혜 여성최고위원 후보는 친문 진영으로 분석하기도 하지만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 소속이라는 점이 김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더민주 내 한 의원은 “민평련과 친노, 경기도 대의원 등이 김 후보의 주요 지지세력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사드 배치에 강경히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해 민평련 등 당내 진보그룹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진다.

추 후보와 김 후보와는 다르게 최고위원 후보자들과 이 후보와의 합종연횡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계속해서 친문 진영에 날을 세우는 이 후보에 동참하는 최고위원 후보가 나올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내 분위기다.

일각에선 후보들 간의 연대 움직임을 두고 계파 몰표 등 과거 경선에서의 폐해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계파 갈등으로 분당사태 까지 겪었던 더민주가 전대 과정에서 계파 간 무리한 연대를 도모할 경우 이후 외연확대의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지난해 혁신위는 전대가 계파별 ‘오더’에 의해 치러지는 것을 막고자 최고위원제를 개편하지 않았냐”며 “또 계파색에 맞는 후보들끼리 뭉쳐 선거를 치른다면 혁신안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가 막판으로 흐를수록 선명성 경쟁이 보다 치열해 지고 있다. 지난 18일, 추 후보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전면 비판하고 나섰다. 추 후보는 같은 날 당내 정체성 논란을 촉발시킨 강령 개정안에 대해 “역시 빨리 과거 지도 체제를 끝냈어야 했고, 전당대회를 미리 해서 제대로 대선 준비를 했어야 이런 논란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분히 김 대표를 의식한 발언으로 최근 당을 향해 쓴 소리를 내뱉은 김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운 것이다.


추 후보는 격한 어조로 “과도체제 비대위서 당을 이끌든 앞으로 전당대회서 당을 이끌겠다는 분이든, 누구나 분열을 선동하고 열패감을 낙인찍어서 당의 자부심을 무너뜨리는 일은 통합 의지를 받들지 못할 것”이라며 김 대표와 이 후보 모두를 겨냥했다.

추 후보뿐만 아니라 앞서 김·이 후보도 마찬가지로 선명성 경쟁에 뛰어들며 표심 끌어 모으기에 힘을 쏟고 있다. 더민주 비대위는 전대를 앞두고 ‘노동자’ 표현의 삭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김 후보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문제는 제가 가장 먼저 제기해 쟁점이 됐다”며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도 이 문제에 대해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삭제는 재고해야 한다”며 노동자 문구를 삭제한 데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각 후보들이 노동자 삭제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면서 비대위가 오히려 후보들의 선명성 경쟁에 불을 지핀 셈이다.

정치권에선 당 대표 후보들이 당의 정체성 부분을 놓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주류 표를 얻기 위한 행보라고 해석한다. 선명성 경쟁이 거듭될수록 철 지난 이념의 굴레에 더욱 갇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명성·정체성 경쟁 고조
3인3색 온라인 당심 잡기


익명을 요구한 더민주 내 의원은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여론과 호흡하지 않는 좌파 운동권 성향을 고집해서는 정권을 잡을 수 없다. 기존 관행대로 가면 예전처럼 패배한다”고 우려했다.

지난 1월 더민주는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 친노·친문 패권주의에 환멸을 느낀 몇몇 호남지역 의원들이 당을 박차고 나갔다. 그 결과 더민주는 일부를 제외하곤 주류계가 실질적으로 당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주류계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후보들이 주류 측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 결과 후보들이 주류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당의 이념·노선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대가 다가올수록 후보자들의 서로를 향한 비방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호남지역을 둘러싸고 후보자들의 서로를 향한 견제구가 날카롭다. 호남 지역은 전대 투표권을 갖는 권리당원 수가 여전히 다른 지역에 견주어볼 때 압도적이다. 게다가 이 지역 민심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출향 당원의 표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고 있다.

먼저 ‘호남며느리론’을 주장하는 추 후보는 광주 출신의 김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생물학적 아들이냐, 아니냐’가 아니다”라며 “저는 호남 정신을 가지고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서 ‘추다르크’가 돼서 대선 승리로 이끌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응답하듯 김 후보는 지난 16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추 후보 본인도 그때 그건(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것) 잘못됐다고 사과했다”면서도 “괜찮은 문제는 아니고, 한번 결정적으로 실수를 한 것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면죄부를 줬다고 보는 것은 아닐 것 같다. 당 대표라는 자리가 결정적인 순간에 오판과 독선으로 잘못 이끌면 당이 하루아침에 잘못될 가능성도 있다”며 “그런 전력을 가진 분이 제대로 당 대표를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목청 높이는
선명성 경쟁

고 노 전 대통령 탄핵 건과 관련해 추 후보는 “탄핵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았어야 했다. 항상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호남에 연고가 없는 이종걸 후보는 ‘전략적 선택’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호남의 아들을 뽑거나 호남의 며느리를 뽑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호남은 중요한 정치적 국면마다 탁월한 전략적 지혜를 선택했다. 친노·친문 패권집단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 후보, 연대 통합 후보인 이종걸을 당 대표로 뽑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명의 당권 주자들은 온라인 당원의 표심잡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문 전 대표 시절 모집한 온라인 당원은 약 10만 명으로 이들 중 약 3만5000명이 선거권을 가진 권리당원이다. 4만명에 육박하는 온라인 당원들의 표심이 당 대표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추 후보는 자신을 지지하는 온라인 당원들과 번개모임을 가지며 스킨십을 강화했다. 또한, SNS 계정을 중심으로 남편과의 결혼 후일담 등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카드뉴스 형식으로 게재하는 등 민심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김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이 최약체로 꼽혔으나 지난 예비경선에서 이변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온라인 당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평소에 후보가 과묵한 성격인데다, SNS라는 창구가 후보자의 개인적인 농성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는 당대표가 되면 어떻게 할지, 집권플랜은 어떠한지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어쨌거나 온라인, 오프라인 장소에 상관없이 네거티브 전략은 취하지 말자는 게 기조”라고 전했다.

반면 이 후보는 SNS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온라인 당원들의 폭발적 지지는 없을 것이라 판단해 캠프 차원에서 별도의 홍보팀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이 후보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온라인) 당원들 중에서 저에게 비판적인 분들이 다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 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SNS 채널을 좀 더 활발하게 작동해 토론을 하면서 저에 대해 자세히 알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당원이
당대표 가른다

더민주 관계자는 “온라인 권리당원은 전체 권리당원 21만명 가운데 17%에 불과하지만 결집력과 적극성이 강해 투표 참여율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의 관계자는 “투표율의 3분의1을 차지하는 호남 권리당원 투표율이 지난 13일 광주 대의원대회 투표율(27%)과 엇비슷하게 나타난다면, 당대표 선거에서 온라인 당원 투표율이 60% 정도만 나와도 호남 전체와 맞먹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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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