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당권도전 3인' 히든카드

혼돈 대선판에 탄핵 던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민주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각 후보들은 선거전 승리를 위해 합종연횡·선명성·정체성 등을 내세우며 표심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더민주 당권 도전 3인방의 히든카드를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전당대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1강(추미애)2중(김상곤·이종걸)의 구도라고 평가받는 가운데 3명의 후보들은 선명성과 민심잡기에 방점을 찍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김 후보와 이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두고 탄핵을 염두에 둔 발언을 쏟아내며 당 외부에 강한 비판조를 이어갔다.

탄핵 카드
무리수 왜?

김 후보는 지난 9일, 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을 겨냥해 “만약에 계속 국민들과의 불통과 국민들의 의견에 반하는 정부가 지속된다면 그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탄핵을 생각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박 대통령이 사드 문제로 방중한 의원들을 비판한 것을 두고도 “의원들의 그런 노력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비방하는 것은 사실상 대통령다운 모습이 아니다”라며 각을 세웠다.

이 후보도 김 후보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탄핵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이 후보는 지난 17일, 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건국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 대해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에 전혀 맞지 않는 말이기 때문에 국민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대통령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사라지게 하는 것, 사라지는 것만큼 더 무서운 책임이 어디 있겠는가. 그 책임을 묻는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김 후보와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노이즈마케팅이라고 해석함과 동시에 지지층 결집과 표심을 끌어 모으기 위한 일종의 카드로 보고 있다. 이들의 탄핵 강경발언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민주 한 관계자는 “균형감각이 필요한데, 당권주자들이라는 사람들이 막 던지고 있다”며 “자신의 정체성, 선명성을 드러내야 하는 과정이기는 하지만, 국민 정서와 부합하지 않는 지나친 발언은 결과적으로 대선을 앞두고 당에 해가 된다”고 우려했다.

당내 표심 결집을 위해 현 정권에 대한 높은 발언이 자칫 내년 대선정국에 해당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치권 안팎의 우려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김 후보는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김 후보는 지난 16일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탄핵과 관련한 답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불통과 권위주의적인 성격을 강화하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들이 지속된다면 국민들은 더욱 살기가 힘들고, 억압적인 상황에서 저항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다만 “그러나 그것이 탄핵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거의 희박하다고 본다”며 꼬리 내리기도 했다.

대통령 정조준…역풍 우려 속 뒷걸음질
3인-최고위원, 일사불란 합종연횡 카드

김 후보의 탄핵 발언은 사드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중국 매체가 인용 보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중국 <인민일보>가 ‘사드가 박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은 것에 대해 그는 “그 부분은 (중국이) 거두절미하고 편의적으로 인용한 것”이라며 “왜곡적인 성격이 있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에선 두 후보의 발언을 두고 범주류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추 후보로 향한 전대 분위기를 뒤집기 위한 방법론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탄핵은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을 되돌아 보면 이른바 ‘역풍’이라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에 무리수라고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한 더민주 관계자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 대통령을 국회가 다수의 힘으로 끌어내리면 어떻게 되겠느냐.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총선 결과를 한 번 보라”며 “박 대통령의 실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비판은 할 수 있지만 갑자기 탄핵을 꺼내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대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 대표 후보자들은 최고위원들과의 연대를 도모하고 있다. 일종의 ‘연합작전’이다. 특히나 계파별 이해관계에 따라 합종연횡의 분위기가 감지돼 선거전이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연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선 범주류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추 후보는 문 전 대표 시절 영입된 인사와의 연대가 예상된다. 이번에 여성최고위원 부문의 양향자 후보와 청년최고위원 부문 김병관 후보는 대표적인 문 전 대표의 영입 인사로 추 후보를 측면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최고위원과
손잡기 행보

양 후보는 최근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전대가) 얼마 안 남았다. 저 혼자 최고위원 선거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당권주자와 연대를 해야할 것”같다고 말했다.

이어 “집권에 더 가깝다고 생각되는 분께 힘을 실어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친문계 인사인 양 후보가 추 후보를 염두해 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양 후보측 인사는 “특정인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후보와 연대 가능성이 높은 인사로는 이동학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거론된다. 과거 혁신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김 후보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은혜 여성최고위원 후보는 친문 진영으로 분석하기도 하지만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 소속이라는 점이 김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더민주 내 한 의원은 “민평련과 친노, 경기도 대의원 등이 김 후보의 주요 지지세력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사드 배치에 강경히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해 민평련 등 당내 진보그룹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진다.

추 후보와 김 후보와는 다르게 최고위원 후보자들과 이 후보와의 합종연횡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계속해서 친문 진영에 날을 세우는 이 후보에 동참하는 최고위원 후보가 나올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내 분위기다.

일각에선 후보들 간의 연대 움직임을 두고 계파 몰표 등 과거 경선에서의 폐해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계파 갈등으로 분당사태 까지 겪었던 더민주가 전대 과정에서 계파 간 무리한 연대를 도모할 경우 이후 외연확대의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지난해 혁신위는 전대가 계파별 ‘오더’에 의해 치러지는 것을 막고자 최고위원제를 개편하지 않았냐”며 “또 계파색에 맞는 후보들끼리 뭉쳐 선거를 치른다면 혁신안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가 막판으로 흐를수록 선명성 경쟁이 보다 치열해 지고 있다. 지난 18일, 추 후보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전면 비판하고 나섰다. 추 후보는 같은 날 당내 정체성 논란을 촉발시킨 강령 개정안에 대해 “역시 빨리 과거 지도 체제를 끝냈어야 했고, 전당대회를 미리 해서 제대로 대선 준비를 했어야 이런 논란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분히 김 대표를 의식한 발언으로 최근 당을 향해 쓴 소리를 내뱉은 김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운 것이다.


추 후보는 격한 어조로 “과도체제 비대위서 당을 이끌든 앞으로 전당대회서 당을 이끌겠다는 분이든, 누구나 분열을 선동하고 열패감을 낙인찍어서 당의 자부심을 무너뜨리는 일은 통합 의지를 받들지 못할 것”이라며 김 대표와 이 후보 모두를 겨냥했다.

추 후보뿐만 아니라 앞서 김·이 후보도 마찬가지로 선명성 경쟁에 뛰어들며 표심 끌어 모으기에 힘을 쏟고 있다. 더민주 비대위는 전대를 앞두고 ‘노동자’ 표현의 삭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김 후보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문제는 제가 가장 먼저 제기해 쟁점이 됐다”며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도 이 문제에 대해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삭제는 재고해야 한다”며 노동자 문구를 삭제한 데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각 후보들이 노동자 삭제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면서 비대위가 오히려 후보들의 선명성 경쟁에 불을 지핀 셈이다.

정치권에선 당 대표 후보들이 당의 정체성 부분을 놓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주류 표를 얻기 위한 행보라고 해석한다. 선명성 경쟁이 거듭될수록 철 지난 이념의 굴레에 더욱 갇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명성·정체성 경쟁 고조
3인3색 온라인 당심 잡기


익명을 요구한 더민주 내 의원은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여론과 호흡하지 않는 좌파 운동권 성향을 고집해서는 정권을 잡을 수 없다. 기존 관행대로 가면 예전처럼 패배한다”고 우려했다.

지난 1월 더민주는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 친노·친문 패권주의에 환멸을 느낀 몇몇 호남지역 의원들이 당을 박차고 나갔다. 그 결과 더민주는 일부를 제외하곤 주류계가 실질적으로 당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주류계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후보들이 주류 측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 결과 후보들이 주류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당의 이념·노선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대가 다가올수록 후보자들의 서로를 향한 비방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호남지역을 둘러싸고 후보자들의 서로를 향한 견제구가 날카롭다. 호남 지역은 전대 투표권을 갖는 권리당원 수가 여전히 다른 지역에 견주어볼 때 압도적이다. 게다가 이 지역 민심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출향 당원의 표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고 있다.

먼저 ‘호남며느리론’을 주장하는 추 후보는 광주 출신의 김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생물학적 아들이냐, 아니냐’가 아니다”라며 “저는 호남 정신을 가지고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서 ‘추다르크’가 돼서 대선 승리로 이끌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응답하듯 김 후보는 지난 16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추 후보 본인도 그때 그건(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것) 잘못됐다고 사과했다”면서도 “괜찮은 문제는 아니고, 한번 결정적으로 실수를 한 것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면죄부를 줬다고 보는 것은 아닐 것 같다. 당 대표라는 자리가 결정적인 순간에 오판과 독선으로 잘못 이끌면 당이 하루아침에 잘못될 가능성도 있다”며 “그런 전력을 가진 분이 제대로 당 대표를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목청 높이는
선명성 경쟁

고 노 전 대통령 탄핵 건과 관련해 추 후보는 “탄핵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았어야 했다. 항상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호남에 연고가 없는 이종걸 후보는 ‘전략적 선택’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호남의 아들을 뽑거나 호남의 며느리를 뽑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호남은 중요한 정치적 국면마다 탁월한 전략적 지혜를 선택했다. 친노·친문 패권집단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 후보, 연대 통합 후보인 이종걸을 당 대표로 뽑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명의 당권 주자들은 온라인 당원의 표심잡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문 전 대표 시절 모집한 온라인 당원은 약 10만 명으로 이들 중 약 3만5000명이 선거권을 가진 권리당원이다. 4만명에 육박하는 온라인 당원들의 표심이 당 대표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추 후보는 자신을 지지하는 온라인 당원들과 번개모임을 가지며 스킨십을 강화했다. 또한, SNS 계정을 중심으로 남편과의 결혼 후일담 등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카드뉴스 형식으로 게재하는 등 민심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김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이 최약체로 꼽혔으나 지난 예비경선에서 이변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온라인 당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평소에 후보가 과묵한 성격인데다, SNS라는 창구가 후보자의 개인적인 농성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는 당대표가 되면 어떻게 할지, 집권플랜은 어떠한지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어쨌거나 온라인, 오프라인 장소에 상관없이 네거티브 전략은 취하지 말자는 게 기조”라고 전했다.

반면 이 후보는 SNS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온라인 당원들의 폭발적 지지는 없을 것이라 판단해 캠프 차원에서 별도의 홍보팀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이 후보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온라인) 당원들 중에서 저에게 비판적인 분들이 다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 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SNS 채널을 좀 더 활발하게 작동해 토론을 하면서 저에 대해 자세히 알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당원이
당대표 가른다

더민주 관계자는 “온라인 권리당원은 전체 권리당원 21만명 가운데 17%에 불과하지만 결집력과 적극성이 강해 투표 참여율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의 관계자는 “투표율의 3분의1을 차지하는 호남 권리당원 투표율이 지난 13일 광주 대의원대회 투표율(27%)과 엇비슷하게 나타난다면, 당대표 선거에서 온라인 당원 투표율이 60% 정도만 나와도 호남 전체와 맞먹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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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