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당권도전 3인' 히든카드

혼돈 대선판에 탄핵 던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민주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각 후보들은 선거전 승리를 위해 합종연횡·선명성·정체성 등을 내세우며 표심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더민주 당권 도전 3인방의 히든카드를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전당대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1강(추미애)2중(김상곤·이종걸)의 구도라고 평가받는 가운데 3명의 후보들은 선명성과 민심잡기에 방점을 찍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김 후보와 이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두고 탄핵을 염두에 둔 발언을 쏟아내며 당 외부에 강한 비판조를 이어갔다.

탄핵 카드
무리수 왜?

김 후보는 지난 9일, 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을 겨냥해 “만약에 계속 국민들과의 불통과 국민들의 의견에 반하는 정부가 지속된다면 그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탄핵을 생각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박 대통령이 사드 문제로 방중한 의원들을 비판한 것을 두고도 “의원들의 그런 노력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비방하는 것은 사실상 대통령다운 모습이 아니다”라며 각을 세웠다.

이 후보도 김 후보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탄핵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이 후보는 지난 17일, 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건국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 대해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에 전혀 맞지 않는 말이기 때문에 국민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대통령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사라지게 하는 것, 사라지는 것만큼 더 무서운 책임이 어디 있겠는가. 그 책임을 묻는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김 후보와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노이즈마케팅이라고 해석함과 동시에 지지층 결집과 표심을 끌어 모으기 위한 일종의 카드로 보고 있다. 이들의 탄핵 강경발언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민주 한 관계자는 “균형감각이 필요한데, 당권주자들이라는 사람들이 막 던지고 있다”며 “자신의 정체성, 선명성을 드러내야 하는 과정이기는 하지만, 국민 정서와 부합하지 않는 지나친 발언은 결과적으로 대선을 앞두고 당에 해가 된다”고 우려했다.

당내 표심 결집을 위해 현 정권에 대한 높은 발언이 자칫 내년 대선정국에 해당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치권 안팎의 우려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김 후보는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김 후보는 지난 16일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탄핵과 관련한 답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불통과 권위주의적인 성격을 강화하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들이 지속된다면 국민들은 더욱 살기가 힘들고, 억압적인 상황에서 저항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다만 “그러나 그것이 탄핵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거의 희박하다고 본다”며 꼬리 내리기도 했다.

대통령 정조준…역풍 우려 속 뒷걸음질
3인-최고위원, 일사불란 합종연횡 카드

김 후보의 탄핵 발언은 사드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중국 매체가 인용 보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중국 <인민일보>가 ‘사드가 박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은 것에 대해 그는 “그 부분은 (중국이) 거두절미하고 편의적으로 인용한 것”이라며 “왜곡적인 성격이 있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에선 두 후보의 발언을 두고 범주류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추 후보로 향한 전대 분위기를 뒤집기 위한 방법론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탄핵은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을 되돌아 보면 이른바 ‘역풍’이라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에 무리수라고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한 더민주 관계자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 대통령을 국회가 다수의 힘으로 끌어내리면 어떻게 되겠느냐.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총선 결과를 한 번 보라”며 “박 대통령의 실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비판은 할 수 있지만 갑자기 탄핵을 꺼내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대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 대표 후보자들은 최고위원들과의 연대를 도모하고 있다. 일종의 ‘연합작전’이다. 특히나 계파별 이해관계에 따라 합종연횡의 분위기가 감지돼 선거전이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연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선 범주류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추 후보는 문 전 대표 시절 영입된 인사와의 연대가 예상된다. 이번에 여성최고위원 부문의 양향자 후보와 청년최고위원 부문 김병관 후보는 대표적인 문 전 대표의 영입 인사로 추 후보를 측면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최고위원과
손잡기 행보

양 후보는 최근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전대가) 얼마 안 남았다. 저 혼자 최고위원 선거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당권주자와 연대를 해야할 것”같다고 말했다.

이어 “집권에 더 가깝다고 생각되는 분께 힘을 실어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친문계 인사인 양 후보가 추 후보를 염두해 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양 후보측 인사는 “특정인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후보와 연대 가능성이 높은 인사로는 이동학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거론된다. 과거 혁신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김 후보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은혜 여성최고위원 후보는 친문 진영으로 분석하기도 하지만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 소속이라는 점이 김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더민주 내 한 의원은 “민평련과 친노, 경기도 대의원 등이 김 후보의 주요 지지세력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사드 배치에 강경히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해 민평련 등 당내 진보그룹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진다.

추 후보와 김 후보와는 다르게 최고위원 후보자들과 이 후보와의 합종연횡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계속해서 친문 진영에 날을 세우는 이 후보에 동참하는 최고위원 후보가 나올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내 분위기다.

일각에선 후보들 간의 연대 움직임을 두고 계파 몰표 등 과거 경선에서의 폐해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계파 갈등으로 분당사태 까지 겪었던 더민주가 전대 과정에서 계파 간 무리한 연대를 도모할 경우 이후 외연확대의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지난해 혁신위는 전대가 계파별 ‘오더’에 의해 치러지는 것을 막고자 최고위원제를 개편하지 않았냐”며 “또 계파색에 맞는 후보들끼리 뭉쳐 선거를 치른다면 혁신안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가 막판으로 흐를수록 선명성 경쟁이 보다 치열해 지고 있다. 지난 18일, 추 후보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전면 비판하고 나섰다. 추 후보는 같은 날 당내 정체성 논란을 촉발시킨 강령 개정안에 대해 “역시 빨리 과거 지도 체제를 끝냈어야 했고, 전당대회를 미리 해서 제대로 대선 준비를 했어야 이런 논란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분히 김 대표를 의식한 발언으로 최근 당을 향해 쓴 소리를 내뱉은 김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운 것이다.


추 후보는 격한 어조로 “과도체제 비대위서 당을 이끌든 앞으로 전당대회서 당을 이끌겠다는 분이든, 누구나 분열을 선동하고 열패감을 낙인찍어서 당의 자부심을 무너뜨리는 일은 통합 의지를 받들지 못할 것”이라며 김 대표와 이 후보 모두를 겨냥했다.

추 후보뿐만 아니라 앞서 김·이 후보도 마찬가지로 선명성 경쟁에 뛰어들며 표심 끌어 모으기에 힘을 쏟고 있다. 더민주 비대위는 전대를 앞두고 ‘노동자’ 표현의 삭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김 후보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문제는 제가 가장 먼저 제기해 쟁점이 됐다”며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도 이 문제에 대해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삭제는 재고해야 한다”며 노동자 문구를 삭제한 데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각 후보들이 노동자 삭제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면서 비대위가 오히려 후보들의 선명성 경쟁에 불을 지핀 셈이다.

정치권에선 당 대표 후보들이 당의 정체성 부분을 놓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주류 표를 얻기 위한 행보라고 해석한다. 선명성 경쟁이 거듭될수록 철 지난 이념의 굴레에 더욱 갇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명성·정체성 경쟁 고조
3인3색 온라인 당심 잡기


익명을 요구한 더민주 내 의원은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여론과 호흡하지 않는 좌파 운동권 성향을 고집해서는 정권을 잡을 수 없다. 기존 관행대로 가면 예전처럼 패배한다”고 우려했다.

지난 1월 더민주는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 친노·친문 패권주의에 환멸을 느낀 몇몇 호남지역 의원들이 당을 박차고 나갔다. 그 결과 더민주는 일부를 제외하곤 주류계가 실질적으로 당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주류계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후보들이 주류 측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 결과 후보들이 주류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당의 이념·노선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대가 다가올수록 후보자들의 서로를 향한 비방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호남지역을 둘러싸고 후보자들의 서로를 향한 견제구가 날카롭다. 호남 지역은 전대 투표권을 갖는 권리당원 수가 여전히 다른 지역에 견주어볼 때 압도적이다. 게다가 이 지역 민심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출향 당원의 표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고 있다.

먼저 ‘호남며느리론’을 주장하는 추 후보는 광주 출신의 김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생물학적 아들이냐, 아니냐’가 아니다”라며 “저는 호남 정신을 가지고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서 ‘추다르크’가 돼서 대선 승리로 이끌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응답하듯 김 후보는 지난 16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추 후보 본인도 그때 그건(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것) 잘못됐다고 사과했다”면서도 “괜찮은 문제는 아니고, 한번 결정적으로 실수를 한 것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면죄부를 줬다고 보는 것은 아닐 것 같다. 당 대표라는 자리가 결정적인 순간에 오판과 독선으로 잘못 이끌면 당이 하루아침에 잘못될 가능성도 있다”며 “그런 전력을 가진 분이 제대로 당 대표를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목청 높이는
선명성 경쟁

고 노 전 대통령 탄핵 건과 관련해 추 후보는 “탄핵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았어야 했다. 항상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호남에 연고가 없는 이종걸 후보는 ‘전략적 선택’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호남의 아들을 뽑거나 호남의 며느리를 뽑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호남은 중요한 정치적 국면마다 탁월한 전략적 지혜를 선택했다. 친노·친문 패권집단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 후보, 연대 통합 후보인 이종걸을 당 대표로 뽑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명의 당권 주자들은 온라인 당원의 표심잡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문 전 대표 시절 모집한 온라인 당원은 약 10만 명으로 이들 중 약 3만5000명이 선거권을 가진 권리당원이다. 4만명에 육박하는 온라인 당원들의 표심이 당 대표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추 후보는 자신을 지지하는 온라인 당원들과 번개모임을 가지며 스킨십을 강화했다. 또한, SNS 계정을 중심으로 남편과의 결혼 후일담 등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카드뉴스 형식으로 게재하는 등 민심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김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이 최약체로 꼽혔으나 지난 예비경선에서 이변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온라인 당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평소에 후보가 과묵한 성격인데다, SNS라는 창구가 후보자의 개인적인 농성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는 당대표가 되면 어떻게 할지, 집권플랜은 어떠한지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어쨌거나 온라인, 오프라인 장소에 상관없이 네거티브 전략은 취하지 말자는 게 기조”라고 전했다.

반면 이 후보는 SNS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온라인 당원들의 폭발적 지지는 없을 것이라 판단해 캠프 차원에서 별도의 홍보팀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이 후보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온라인) 당원들 중에서 저에게 비판적인 분들이 다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 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SNS 채널을 좀 더 활발하게 작동해 토론을 하면서 저에 대해 자세히 알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당원이
당대표 가른다

더민주 관계자는 “온라인 권리당원은 전체 권리당원 21만명 가운데 17%에 불과하지만 결집력과 적극성이 강해 투표 참여율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의 관계자는 “투표율의 3분의1을 차지하는 호남 권리당원 투표율이 지난 13일 광주 대의원대회 투표율(27%)과 엇비슷하게 나타난다면, 당대표 선거에서 온라인 당원 투표율이 60% 정도만 나와도 호남 전체와 맞먹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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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