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당 대표 후보 궁합 보니…

이종걸 되면 문재인 망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친문마케팅으로 당 대표를 노린 송영길 의원이 중도 낙마하면서 더민주 전당대회 결과는 한치 앞도 알 수 없게 됐다. 추미애 후보를 제외한 이종걸·김상곤 후보가 계파 청산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더민주 대주주 문재인 전 대표의 속내는 복잡해진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전당대회가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5일, 송영길 의원이 컷오프 탈락하면서 생존자는 추미애, 김상곤, 이종걸 3명이다. 이들 중 한 명은 오는 27일 전당대회서 당 대표에 올라 내년 대선 정국을 쥐락펴락하게 된다.

대주주 문재인
엇갈린 평가들

추미애·김상곤·이종걸 당대표 후보들은 지난 9일, 첫 합동유세를 통해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밝혔다. 더민주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문 전 대표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쏠려있다. 앞으로 더민주 전당대회 향뱡은 문심(文心)이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추 후보는 “국민과 당원이 지지하는 1등을 억지로 쓰러뜨리는 건 자멸하는 길”이라며 “1등 후보를 흠집 내고 상처 내서 흔드는 것은 흥행도 아니고 공정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추 후보는 전대 출마 초기부터 현재까지 줄곧 친문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본격적으로 대선 정국에 들어서면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 후보가 문 전 대표 한 명을 지지하는 모양새는 자칫 친문패권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추 후보는 “공정한 대선 경선을 위해 신망 있는 외부인사의 경선 룰 참여와 전면적으로 경선과정을 중앙선관위에 위탁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상곤 후보와 이종걸 후보는 문 전 대표와 선 긋기를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이유는 강력한 대선주자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계파에 기댄다는 것은 우리 당 대선후보의 확장성을 감옥에 가두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미국의 대선을 보라”며 “클린턴과 샌더스는 치열하게 싸웠고 힘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를 향한 구애는 세 후보가 엇갈렸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세 후보 모두 친노 정서 끌어안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부산·울산·경남지역 TV합동토론회에서 김 후보는 “부산의 텅빈 공터에서 홀로 끝까지 싸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혁명, 혁신의 길을 따를 것”이라며 “평당원인 내가 당 대표가 돼 국민과 함께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전대 거리두기…막후서 누구를?
노무현 끌어안은 3인 계파청산 나서

이 후보는 “2002년 대선 때 당시 지역 선배인 이인제 후보가 있었지만 노무현 후보를 가장 먼저 지지했다”며 “당 대표가 돼 제2의 노무현 대통령이 나올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추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두 번의 대선승리에 앞장섰다”면서 “노 전 대통령 탄핵 찬성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고, 정치 인생 중에 가장 큰 실수였으며 통합으로 갚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김 후보가 문 전 대표와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한 것은 본인의 더민주 내 정통성을 강조하고 범친노계의 표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는 전당대회 및 차기 지도부 선출과정에 대해 당과 거리두기를 해오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앞서 지난 5월 부산지역 당원들과의 산행 행사에서 “8월 전당대회 전까지는 중앙정치와 거리를 두고, 이후 정권교체에 보탬이 되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전대관련 발언은 자제하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문 전 대표가 함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미애 되면
호남 민심은?

새누리당에는 반기문 UN사무총장 등 특정인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더민주는 문재인 전 대표, 손학규 전 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등 굵직한 대선주자들이 내년 대선을 노리고 있다. 이처럼 대선 주자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특정 후보를 당 대표로 지지하는 것은 자충수를 두는 것과 같다.

자신을 지지하는 한 후보를 당 대표를 세우는 것은 자칫 역풍을 맞거나 편한 길만 찾아 나서려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앞으로 선정될 당 대표에 따라 대권플랜에 일정 부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추 후보가 당선될 경우 문 전 대표 입장에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줄곧 문 전 대표 ‘보호’를 주장해 온 추 후보가 본격적으로 문 전 대표 대통령 만들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총선서 드러난 호남의 민심이반을 추 후보가 일정부분 해소해줄 수도 있다. 지난달 20일 추 후보는 전남 여수서 열린 광주시당 핵심당직자 연수대회에 참석해 호남과 소통을 위해 당 대표가 되면 호남특위원장을 맡을 뜻을 밝혔다.

추 후보는 “이번 총선서 더민주가 호남에서 참패했는데 이런 호남민심을 잡기 위해 당 대표가 되면 직접 호남 특위원장을 맡아 원내인 비례대표 두 명을 호남특위 위원으로 임명해 예산과 인사를 챙기겠다”고 말했다. 추 후보는 ‘호남 며느리론’을 주장하고 있다.

호남 며느리론은 대구 출신인 추 후보가 호남 출신인 남편과 결혼했다는 정치적 구호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 후보를 공들여 영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추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을 ‘정치적 아버지’로 모시며 정치를 해나갔다. 이처럼 과거 이력을 바탕으로 추 후보는 호남에서 더민주 지지율을 끌어올릴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지난 4·13총선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계 은퇴 후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총선 결과 호남은 더민주에 등을 돌렸다. 문 전 대표는 호남 민심을 되돌려 놓아야 하는 숙제가 있는 셈이다.

내년 대선서 문 전 대표가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설사 더민주 단일대선후보가 되더라도 승리를 장담키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추 후보가 당대표에 오른 뒤 문 전 대표가 대선 경선에 승리해 단일후보에 오른다면 호남지지를 바탕으로 전국적 지지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김상곤은 ‘OK’
이종걸은 ‘NO’


김상곤 후보와 문 전 대표와의 관계는 과거에 비해 벌어진 상태다. 김 후보는 지난해 새정연의 혁신위원장을 맡으면서 혁신안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문 전 대표는 당 내 혁신위원장으로 김 후보가 선임된 것과 관련해 “이제 혁신의 새바람을 일으켜 주리라 확신한다”며 신뢰를 보냈다. 이어 그는 “보편적인 무상급식으로 새로운 복지의 시대를 열었고, 혁신학교로 교육의 새바람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이에 당시 김 후보는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서 새정연을 이끌고 있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께서 중책을 맡겨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저에게 전권을 위임한 만큼 참으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당의 중책를 맡고 난 뒤 올 초 문 전 대표가 내려놓은 인재영입위원장 자리에 후임으로 내정됐다. 언론에서도 김 후보를 문 전 대표의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주류를 이뤘다.

최근에는 김종인 대표가 추 후보와 김 후보를 “문재인의 대리인”이라고 지칭했다. 이에 김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계파구도에서 나온 발상이다. 여러 언론에서 나를 ‘친문 인사’로 분류하는데, ‘문재인 대리인’이라고 말하는 건 가벼운 언사다”라며 “김 대표도 리더십을 가지고 당을 안정시키고 여러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그런 계파주의 사고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문 전 대표 사람이라는 인식에는 선을 그었다.

지난달 27일, TBS라디오에 출연한 김 후보는 더민주의 강력한 대권주자인 문 전 대표에 대해 “대선까지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에 역동적인 대선 판이 어떻게 움직일지 아무도 모른다”며 “지금 어느 분의 지지도가 높다고 해서 그것이 끝까지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아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있은 지 4일이 흐른 지난 9일, 제주도대의원대회 합동연설회서 “왜 친문과 비문, 주류와 비주류 계파의 덫에 빠져야 하느냐”며 “대선 과정에서 당 혁신과 통합을 해내겠다. 대표가 되면 바로 국가전략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선 경선 이전에 국정운영 전략과 집권 프로그램을 만들어 6개월 전 경선을 마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선 후보와 함께 예비내각을 만들어 국정운영 전략을 국민과 합의해 내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발언은 당 대표에 오른다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과 혁신에 역점을 둘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대선 6개월 전 경선을 마치겠다고 말해 대선 후보에게 당 차원의 지지를 보낼 것임을 밝혔다.

김상곤과도 과거에 비해 멀어져
추미애와 호남서 윈윈효과 노려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김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셈은 복잡해지겠지만 불리한 상황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김 후보가 줄곧 주장해 온 계파 청산은 문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친문 패권주의를 일정부분 상쇄시켜 줄 수 있다. 김 후보 체제 하에 문 전 대표가 공정한 경선을 마치고 대선후보로 오른다면 주류와 비주류를 아우르는 후보로 거듭날 수도 있다.

추 후보와 김 후보는 문 전 대표와 일정한 접점을 가지고 범주류라는 테두리로 묶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후보와 문 전 대표는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5월 친문 성향의 최재성 의원을 꺾고 이 후보가 원내대표로 당선될 때까지만 해도 문 전 대표와 이 후보간은 밀월관계라 불렸다.
 

당시 문 전 대표는 “관록의 4선 의원이고 원내대표부 경험도 풍부한 분이라서 든든하다”며 이 후보를 호평했다. 이후 사무총장 인선 과정에서 이 후보가 문 전 대표의 인선에 반발을 표하면서 둘 사이에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문 전 대표와의 의견충돌로 두 차례 당무 거부라는 강수를 두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게다가 이번 더민주 전대는 주류 간의 다툼이 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이 후보의 출마 자체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김종인 대표는 지난달 29일 “정치인이면 선거에 나가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는 당대표 출마를 결심했다. 예상과 달리 예비컷오프 경선서 이 후보가 살아남았다.

이 후보가 당대표가 돼 대선정국을 지휘 한다면 문 전 대표에게 있어서는 추 후보와 김 후보와는 달리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이 후보가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문 전 대표가 대선후보가 되면 야권통합은 어렵다”고 말했다.

<신동호의 시선집중>서 이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가 후보가 되면 야권연대와 후보간 연대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야권통합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철수 전 대표는 계파척결하려고 당을 나갔다"며 "계파를 척결하면 야권통합이 가능해지고 대선승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대선시기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야권연대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질 테고 당연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7 대선 레이스
“후보군 들어와야”

그는 문 전 대표를 친문계파의 수장으로서 계파척결을 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후보가 당 대표에 있으면서 주류계 힘빼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면 문 전 대표의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 후보는 문 전 대표와 관련해 “현재 문재인 전 대표가 (당내 대선 후보로) 독주하고 있다고 본다. 초기 독점의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지난 대선서 아쉽게 떨어졌다는 아쉬움이 있겠지만 이외의 분들은 온전한 대선주자로서 경험을 못한 분이다. 대선 예비 주자 후보군들이 우리 당 레이스에 들어오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예측 불가’ 더민주 당권레이스

지난 5일, 더민주 예비컷오프 경선에서 송영길 의원이 탈락했다. 당초 친문3, 비문1 구도에서 자연스럽게 전대일정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 송 의원이 도중 낙마함에 따라 오늘 8·27일 전대서 누가 당대표가 될 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 언론사는 투표 결과 김상곤 후보가 1위를 했고, 이종걸 후보가 2위, 추미애 의원이 뒤를 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추 의원은 김 후보가 예비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한 언론사의 보도에 대해 “허위 보도”라며 강력 반발했다.

추 의원 측 대변인인 김광진 전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에 관한 시행세칙에 따르면 당 대표 예비경선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이어 김 전 의원은 이어 “당 대표 선거의 공정한 관리에 흠집을 내는 보도를 멈추길 바란다”면서,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입장 발표 요구와 함께, 지금과 같은 혼란과 혼선을 바로 잡기 위해서 예비경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훈>

<기사 속 기사> 문재인, 안보 행보 왜?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독도를 찾은 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독립운동가 한태석 선생의 손자인 한상조씨를 찾아 독립운동가 후손에 대한 예우를 강조했다. 8·15 광복절을 맞아 본격적 안보행보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는 “나라가 어려울 때 분연히 일어선 독립운동가 후손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2박3일 일정으로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했다. 문 전 대표는 이 기간 동안 독도 경비대원들과 숙식을 함께 하고 주민 숙소에서 취침한 바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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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