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당 대표 후보 궁합 보니…

이종걸 되면 문재인 망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친문마케팅으로 당 대표를 노린 송영길 의원이 중도 낙마하면서 더민주 전당대회 결과는 한치 앞도 알 수 없게 됐다. 추미애 후보를 제외한 이종걸·김상곤 후보가 계파 청산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더민주 대주주 문재인 전 대표의 속내는 복잡해진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전당대회가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5일, 송영길 의원이 컷오프 탈락하면서 생존자는 추미애, 김상곤, 이종걸 3명이다. 이들 중 한 명은 오는 27일 전당대회서 당 대표에 올라 내년 대선 정국을 쥐락펴락하게 된다.

대주주 문재인
엇갈린 평가들

추미애·김상곤·이종걸 당대표 후보들은 지난 9일, 첫 합동유세를 통해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밝혔다. 더민주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문 전 대표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쏠려있다. 앞으로 더민주 전당대회 향뱡은 문심(文心)이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추 후보는 “국민과 당원이 지지하는 1등을 억지로 쓰러뜨리는 건 자멸하는 길”이라며 “1등 후보를 흠집 내고 상처 내서 흔드는 것은 흥행도 아니고 공정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추 후보는 전대 출마 초기부터 현재까지 줄곧 친문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본격적으로 대선 정국에 들어서면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 후보가 문 전 대표 한 명을 지지하는 모양새는 자칫 친문패권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추 후보는 “공정한 대선 경선을 위해 신망 있는 외부인사의 경선 룰 참여와 전면적으로 경선과정을 중앙선관위에 위탁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상곤 후보와 이종걸 후보는 문 전 대표와 선 긋기를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이유는 강력한 대선주자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계파에 기댄다는 것은 우리 당 대선후보의 확장성을 감옥에 가두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미국의 대선을 보라”며 “클린턴과 샌더스는 치열하게 싸웠고 힘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를 향한 구애는 세 후보가 엇갈렸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세 후보 모두 친노 정서 끌어안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부산·울산·경남지역 TV합동토론회에서 김 후보는 “부산의 텅빈 공터에서 홀로 끝까지 싸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혁명, 혁신의 길을 따를 것”이라며 “평당원인 내가 당 대표가 돼 국민과 함께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전대 거리두기…막후서 누구를?
노무현 끌어안은 3인 계파청산 나서

이 후보는 “2002년 대선 때 당시 지역 선배인 이인제 후보가 있었지만 노무현 후보를 가장 먼저 지지했다”며 “당 대표가 돼 제2의 노무현 대통령이 나올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추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두 번의 대선승리에 앞장섰다”면서 “노 전 대통령 탄핵 찬성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고, 정치 인생 중에 가장 큰 실수였으며 통합으로 갚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김 후보가 문 전 대표와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한 것은 본인의 더민주 내 정통성을 강조하고 범친노계의 표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는 전당대회 및 차기 지도부 선출과정에 대해 당과 거리두기를 해오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앞서 지난 5월 부산지역 당원들과의 산행 행사에서 “8월 전당대회 전까지는 중앙정치와 거리를 두고, 이후 정권교체에 보탬이 되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전대관련 발언은 자제하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문 전 대표가 함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미애 되면
호남 민심은?

새누리당에는 반기문 UN사무총장 등 특정인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더민주는 문재인 전 대표, 손학규 전 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등 굵직한 대선주자들이 내년 대선을 노리고 있다. 이처럼 대선 주자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특정 후보를 당 대표로 지지하는 것은 자충수를 두는 것과 같다.

자신을 지지하는 한 후보를 당 대표를 세우는 것은 자칫 역풍을 맞거나 편한 길만 찾아 나서려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앞으로 선정될 당 대표에 따라 대권플랜에 일정 부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추 후보가 당선될 경우 문 전 대표 입장에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줄곧 문 전 대표 ‘보호’를 주장해 온 추 후보가 본격적으로 문 전 대표 대통령 만들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총선서 드러난 호남의 민심이반을 추 후보가 일정부분 해소해줄 수도 있다. 지난달 20일 추 후보는 전남 여수서 열린 광주시당 핵심당직자 연수대회에 참석해 호남과 소통을 위해 당 대표가 되면 호남특위원장을 맡을 뜻을 밝혔다.

추 후보는 “이번 총선서 더민주가 호남에서 참패했는데 이런 호남민심을 잡기 위해 당 대표가 되면 직접 호남 특위원장을 맡아 원내인 비례대표 두 명을 호남특위 위원으로 임명해 예산과 인사를 챙기겠다”고 말했다. 추 후보는 ‘호남 며느리론’을 주장하고 있다.

호남 며느리론은 대구 출신인 추 후보가 호남 출신인 남편과 결혼했다는 정치적 구호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 후보를 공들여 영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추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을 ‘정치적 아버지’로 모시며 정치를 해나갔다. 이처럼 과거 이력을 바탕으로 추 후보는 호남에서 더민주 지지율을 끌어올릴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지난 4·13총선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계 은퇴 후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총선 결과 호남은 더민주에 등을 돌렸다. 문 전 대표는 호남 민심을 되돌려 놓아야 하는 숙제가 있는 셈이다.

내년 대선서 문 전 대표가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설사 더민주 단일대선후보가 되더라도 승리를 장담키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추 후보가 당대표에 오른 뒤 문 전 대표가 대선 경선에 승리해 단일후보에 오른다면 호남지지를 바탕으로 전국적 지지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김상곤은 ‘OK’
이종걸은 ‘NO’


김상곤 후보와 문 전 대표와의 관계는 과거에 비해 벌어진 상태다. 김 후보는 지난해 새정연의 혁신위원장을 맡으면서 혁신안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문 전 대표는 당 내 혁신위원장으로 김 후보가 선임된 것과 관련해 “이제 혁신의 새바람을 일으켜 주리라 확신한다”며 신뢰를 보냈다. 이어 그는 “보편적인 무상급식으로 새로운 복지의 시대를 열었고, 혁신학교로 교육의 새바람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이에 당시 김 후보는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서 새정연을 이끌고 있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께서 중책을 맡겨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저에게 전권을 위임한 만큼 참으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당의 중책를 맡고 난 뒤 올 초 문 전 대표가 내려놓은 인재영입위원장 자리에 후임으로 내정됐다. 언론에서도 김 후보를 문 전 대표의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주류를 이뤘다.

최근에는 김종인 대표가 추 후보와 김 후보를 “문재인의 대리인”이라고 지칭했다. 이에 김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계파구도에서 나온 발상이다. 여러 언론에서 나를 ‘친문 인사’로 분류하는데, ‘문재인 대리인’이라고 말하는 건 가벼운 언사다”라며 “김 대표도 리더십을 가지고 당을 안정시키고 여러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그런 계파주의 사고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문 전 대표 사람이라는 인식에는 선을 그었다.

지난달 27일, TBS라디오에 출연한 김 후보는 더민주의 강력한 대권주자인 문 전 대표에 대해 “대선까지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에 역동적인 대선 판이 어떻게 움직일지 아무도 모른다”며 “지금 어느 분의 지지도가 높다고 해서 그것이 끝까지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아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있은 지 4일이 흐른 지난 9일, 제주도대의원대회 합동연설회서 “왜 친문과 비문, 주류와 비주류 계파의 덫에 빠져야 하느냐”며 “대선 과정에서 당 혁신과 통합을 해내겠다. 대표가 되면 바로 국가전략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선 경선 이전에 국정운영 전략과 집권 프로그램을 만들어 6개월 전 경선을 마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선 후보와 함께 예비내각을 만들어 국정운영 전략을 국민과 합의해 내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발언은 당 대표에 오른다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과 혁신에 역점을 둘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대선 6개월 전 경선을 마치겠다고 말해 대선 후보에게 당 차원의 지지를 보낼 것임을 밝혔다.

김상곤과도 과거에 비해 멀어져
추미애와 호남서 윈윈효과 노려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김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셈은 복잡해지겠지만 불리한 상황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김 후보가 줄곧 주장해 온 계파 청산은 문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친문 패권주의를 일정부분 상쇄시켜 줄 수 있다. 김 후보 체제 하에 문 전 대표가 공정한 경선을 마치고 대선후보로 오른다면 주류와 비주류를 아우르는 후보로 거듭날 수도 있다.

추 후보와 김 후보는 문 전 대표와 일정한 접점을 가지고 범주류라는 테두리로 묶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후보와 문 전 대표는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5월 친문 성향의 최재성 의원을 꺾고 이 후보가 원내대표로 당선될 때까지만 해도 문 전 대표와 이 후보간은 밀월관계라 불렸다.
 

당시 문 전 대표는 “관록의 4선 의원이고 원내대표부 경험도 풍부한 분이라서 든든하다”며 이 후보를 호평했다. 이후 사무총장 인선 과정에서 이 후보가 문 전 대표의 인선에 반발을 표하면서 둘 사이에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문 전 대표와의 의견충돌로 두 차례 당무 거부라는 강수를 두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게다가 이번 더민주 전대는 주류 간의 다툼이 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이 후보의 출마 자체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김종인 대표는 지난달 29일 “정치인이면 선거에 나가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는 당대표 출마를 결심했다. 예상과 달리 예비컷오프 경선서 이 후보가 살아남았다.

이 후보가 당대표가 돼 대선정국을 지휘 한다면 문 전 대표에게 있어서는 추 후보와 김 후보와는 달리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이 후보가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문 전 대표가 대선후보가 되면 야권통합은 어렵다”고 말했다.

<신동호의 시선집중>서 이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가 후보가 되면 야권연대와 후보간 연대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야권통합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철수 전 대표는 계파척결하려고 당을 나갔다"며 "계파를 척결하면 야권통합이 가능해지고 대선승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대선시기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야권연대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질 테고 당연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7 대선 레이스
“후보군 들어와야”

그는 문 전 대표를 친문계파의 수장으로서 계파척결을 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후보가 당 대표에 있으면서 주류계 힘빼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면 문 전 대표의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 후보는 문 전 대표와 관련해 “현재 문재인 전 대표가 (당내 대선 후보로) 독주하고 있다고 본다. 초기 독점의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지난 대선서 아쉽게 떨어졌다는 아쉬움이 있겠지만 이외의 분들은 온전한 대선주자로서 경험을 못한 분이다. 대선 예비 주자 후보군들이 우리 당 레이스에 들어오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예측 불가’ 더민주 당권레이스

지난 5일, 더민주 예비컷오프 경선에서 송영길 의원이 탈락했다. 당초 친문3, 비문1 구도에서 자연스럽게 전대일정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 송 의원이 도중 낙마함에 따라 오늘 8·27일 전대서 누가 당대표가 될 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 언론사는 투표 결과 김상곤 후보가 1위를 했고, 이종걸 후보가 2위, 추미애 의원이 뒤를 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추 의원은 김 후보가 예비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한 언론사의 보도에 대해 “허위 보도”라며 강력 반발했다.

추 의원 측 대변인인 김광진 전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에 관한 시행세칙에 따르면 당 대표 예비경선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이어 김 전 의원은 이어 “당 대표 선거의 공정한 관리에 흠집을 내는 보도를 멈추길 바란다”면서,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입장 발표 요구와 함께, 지금과 같은 혼란과 혼선을 바로 잡기 위해서 예비경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훈>

<기사 속 기사> 문재인, 안보 행보 왜?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독도를 찾은 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독립운동가 한태석 선생의 손자인 한상조씨를 찾아 독립운동가 후손에 대한 예우를 강조했다. 8·15 광복절을 맞아 본격적 안보행보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는 “나라가 어려울 때 분연히 일어선 독립운동가 후손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2박3일 일정으로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했다. 문 전 대표는 이 기간 동안 독도 경비대원들과 숙식을 함께 하고 주민 숙소에서 취침한 바 있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