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광복절특사 노림수

‘때는 이때다’ 국면전환 히든카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 옥중에서 죗값을 치루는 재벌 총수들에게 ‘광복절특사’라는 동아줄이 건네졌다. 역시나 매년 이맘 때마다 되풀이되는 ‘대통령바라기’를 그냥 지나칠 정부가 아니었다. 어떤 총수가 간택 받을지 벌써부터 뒷말이 무성하다. 그러나 대중의 시선이 마냥 호의적인 건 아니다. 해방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광복절을 경제사범의 죗값 탕감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비난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는 형국이다.

특별사면은 특정 범죄인에 대한 형벌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대통령의 조치를 뜻한다.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일반사면과 달리 특사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주로 연말·연초나 국경일, 명절 등 특정 계기가 있을 때 특사를 단행했던 게 관례.

표면 국민화합
실상은 봐주기

특사를 단행했던 역대 정권들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집권 말기에 접어들면 여지없이 특사 카드를 뽑았다는 점이다. 표면상 ‘국민화합’이라는 대명제를 앞세우지만 임기가 끝나기 전에 정치적 부담을 털고자 하는 취지가 숨어 있다. 이 과정에서 가석방 허용 범위에 미달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통상 가석방은 형법 72조에 따라 징역 또는 금고형을 받은 이들 중 무기의 경우 20년, 유기의 경우 형기의 3분의 1을 넘긴 모범수형자를 대상으로 한다. 다만 이 기준이 필요충분조건은 아닌데다 대통령의 특사 결정은 경제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특징을 감안해야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실시한 특사 명단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이름을 올렸다. 2002년 12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 말 특별사면에선 거물급 경제인들이 대거 혜택을 받았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김선홍 전 기아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 부류에 포함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승인한 마지막 특사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과 참여정부의 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8억원을 받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47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천신일 세중 회장을 특사로 풀어준 전례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떨까. 일단 박 대통령이 특사를 최대한 자제했다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김영삼(9차례), 김대중(8차례), 노무현(8차례), 이명박(7차례) 등 전임 대통령들이 10차례 가까이 특사를 시행한데 반해 박 대통령은 지금껏 단 두 번 특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무분별한 특사를 지양하겠다던 약속만큼은 충실히 지킨 셈이다. 물론 약 18개월가량 남은 임기 동안 몇 차례 대규모 특사가 단행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 8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의원단 오찬에서 “국민 통합 분위기를 진작하기 위해 분야별로 규모 있는 특사 조치를 해주시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당내에서 특사의 필요성을 두고 의견이 모아지자 박 대통령은 즉각 수용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광복 71주년을 맞이해 국민들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실시하고자 한다”고 피력했다.

엄벌? 선처?
난처한 회장들

이번 광복절특사는 민생에 초점을 맞춰 서민과 영세업자, 중소기업인 등 생계형 사범을 위주로 단행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세계 경기의 장기 침체와 함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여파, 산업·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나라 안팎의 경제 위기가 겹쳐 특사 폭이 커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인물들이 광복절특사 명단에 이름을 올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핵심은 경제사범, 즉 재벌 총수들의 특사 대상 포함 여부이다. 특히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릴 가능성이 높다. 형기를 거의 채웠거나 건강상의 문제가 부각된 총수가 대다수.


총선 참패 남은 임기 레임덕 가능성↑
사면초가 대통령 8·15 사면 만지작

지난해 광복절특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던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은 형인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지켜봐야만 했다. 당시 최 회장은 징역 4년 중 2년6개월가량을 복역했고, 최 부회장은 3년6개월 중 2년3개월가량을 마친 상태였다. 형기가 거의 끝나간다는 점에서 최 부회장의 특사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2012년 10월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구속된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은 징역 4년형을 받고 3년9개월 째 수감 중이다. 형기 이행 여부로 평가하자면 최 부회장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 부회장이나 구 전 부회장의 경우 지난해 광복절 사면부터 꾸준히 사면 여부에 관심이 쏠린 인물”이라며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되지만 여러 차례 두 사람의 사면이 좌절된 만큼 특사가 되면 가장 유력할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면 대상이 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 회장은 현재 대법원에 재상고한 상태다. 다만 재상고 포기 여부에 따라 특사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현재 이 회장은 신장이식수술 부작용과 유전병 등으로 구속집행정지에 놓여 있다. 비슷한 혐의(1000억원대 배임)에도 불구하고 감형 판결을 받았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사례를 감안하면 동정론까지 더해진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4년 수감생활을 마쳤지만 집행유예 기간(5년)에 걸려 활동이 제한적이다. 경영 복귀 이후에도 대표이사 등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한 채 공식 행사 참석을 자제하고 있다. 사면을 받으면 책임경영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재계에서는 재벌 총수들의 특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총수가 사면될 시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광복절특사 결과를 두고 희비가 엇갈렸던 SK그룹과 한화그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특사 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재계 인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10여명에 달했다. 그러나 재벌 총수 사면 폭은 생각만큼 크지 않았고 최 회장을 제외한 대다수는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특사 한다면…
즉각적인 효과

특히 김승연 회장의 사면을 내심 기대했던 한화그룹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앞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김 회장이 사실상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완전한 경영복귀로 해석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현재 김 회장은 공식적인 대표권이 없으며 해외출장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룹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해외 사업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크다.

반면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사면의 혜택을 제대로 누렸다. 광복절특사 대상에 최 회장의 이름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던 지난해 8월13일 SK그룹 관련주들은 일제히 뛰어올랐다. SK이노베이션(6%), SK하이닉스(3%), SK(2%) 등 당일 SK관련주 가운데 SK텔레콤(-1.38%)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 주가가 올랐다.

‘동아줄’ 잡는 사람들 누구?
정치인·총수들 대거 포함될 듯

SK그룹 관련주들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진 것은 당연했다. 큰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인수합병과 글로벌 진출 등 굵직한 경영 의사 판단에 속도가 붙을 거란 관측도 계속됐다. 최 회장이 복역 중이던 지난 2년7개월간 M&A시장에서 번번이 쓴맛을 봐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천지차이였다.


문제는 경제사범의 특사가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이 취한 엄청난 폭리는 서민들이 평생을 일해도 모으기 힘든 천문학적인 액수임이 분명한 만큼 특사가 이뤄지면 엄청난 반대 여론을 감내해야 한다.

광복절특사 소식이 전해진 지난 12일 이정미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박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통해 올해도 비리 기업인들을 구제하려는 발상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박 대통령은 사면권 제한 약속을 떠올려야 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면전환용 임시방편이라는 인식까지 겹치면 광복절특사의 의미는 한층 퇴색된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조만간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성급한 예측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급락하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를 뒷받침한다.

<리얼미터>가 7월4일부터 8일까지 조사한 주간집계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주보다 2.25포인트 떨어진 33.0%로 3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보도개입과 서별관회의 논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등 연속적으로 이어진 악재가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악재가 됐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죄를 지은 재벌 총수들에게 무작정 법의 잣대를 내세우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경우에 따라 재벌 총수들의 허물을 덮어줘야 할 필요성마저 부각되기 때문이다. 일단 재벌 총수 사면은 경제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필요악으로 비춰지곤 한다. 더욱이 당초 계획했던 올해 국내총생산(GDP) 3%대 성장 목표는 공수표로 변질된 지 오래고 목표치 하향조정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의 필요성을 생각해봄직한 분위기가 조성된 셈이다.

가석방 요건을 갖추었다면 재벌 총수라고 해서 역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대내외 리스크가 커질수록 총수들이 기업경영에 매진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허점투성이
일종의 필요악

재계 관계자는 “경제 전반에 현재 처한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의 역량이 극대화되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라며 “서민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정부의 의중이 명확히 부각되기 위해서라도 기업의 현실을 일정 부분 이해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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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