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로 피본 사람들

큰소리 떵떵 치더니…쥐 죽은 듯 조용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신공항 사업이 백지화됐다. 이번 결정을 두고 정부가 우유부단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해공항 확장 카드로 일단락됐지만 정치권과 밀양-가덕도에 이해관계를 둔 지자체 장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신공항 입지 용역을 수행해온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장 마리슈발리에 ADPi 수석엔지니어는 “기존에 나와 있던 옵션 2개를 비교한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단계를 밟았다”며 “여러 단계 검증을 거쳐 부산 가덕도, 경남 밀양, 김해공항 확장 등 3개 후보지로 최종 압축해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웃고 있는 지도부
울고 있는 지역의원

정부 발표를 두고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국가가 미래를 최우선 고려해 얻은 최선의 결론인 만큼 이를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논의 끝에 김해 신공항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수용 입장임을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정부는 신공항 추진 과정에서 예상되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여러 걱정을 더는 일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새누리당도 정부, 청와대와 혼연일체가 돼서 성공적인 신공항 건설의 준비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부의 발표에 반색을 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를 제외한 정치권에서는 신공항 백지화 발표를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PK(부산·경남)의 가덕도, TK(대구·경북)의 밀양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정치인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정부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영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되고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난 것에 대해 “어안이 벙벙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유 의원은 신공항 대책 중진간담회에 참석해 “결론이 내려진 만큼 지역 간 갈등이 없었으면 좋겠다”면서도 “김해공항에 대해 영남권 허브공항으로 쓰기에는 불가능하다고 정부 스스로 이야기해 왔다. 이제 와서 갑자기 (김해공항이) 최선이라고 하니 부산은 물론 대구도 주민들이 납득을 못한다”고 정부 측의 분명한 해명을 요구했다.
 

유 의원과 마찬가지로 대구지역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더민주 김부겸 의원은 백지화 결정에 대해 “또 한 번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21일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입장발표를 통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2000만 남부권 국민들의 경제 활성화 꿈이 또 한 번 꺾였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밀양신공항 유치에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9일에는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신공항이 밀양에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해공항 확장 결정…밀양·가덕도 대혼란
여야 지도부 긍정적…지역 의원들 “큰일”

지난 7일에는 밀양 유치 필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대구지역 의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해 “밀양신공항 유치는 대구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예전부터 여기(남부권신공항 추진위)에서 자문을 했다”며 “부산은 현재 영남권 신공항 추진을 무위로 돌린 뒤 가덕도에 민자를 유치하려는 것 같은데, 신공한 유치 경쟁의 정치 쟁점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해 경쟁지역인 가덕도 추진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번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신공항은 유일한 남부권 경제 회생의 활로로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시민사회와 함께 향후 대책을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민주에서는 김부겸 의원 뿐 아니라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도 난감한 상황이다. 문 전 대표는 줄곧 가덕도신공항 유치를 주장해왔다.

지난 9일 문 전 대표는 더민주 부산시당 관계자 등 100명과 함께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지를 방문해 “신공항은 안전하고, 소음피해 없이 24시간 운영가능 하며, 필요한 경우 언제든 추가 확장이 가능한 곳, 나아가 해상운송, 육상운송과 함께 복합적 물류효과를 낼 수 있는 곳에 건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4·13총선에서 부산지역 내 5명의 의원이 당선될 경우 가덕도 유치를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안을 내놓은 현재 문 전 대표는 네팔에 있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귀국해서 신공항 문제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야권의 대권주자인 그가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해 한 쪽에 치우친 입장을 취할 경우 자칫 표심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측 관계자는 “문 전 대표는 지금 섣불리 입장을 발표하는 것보다 진행되는 상황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직 건 시장
“믿기 힘든 결정”

이처럼 영남권에 지지기반을 둔 여야 대권주자들이 신공항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이유는 경제 파급효과 때문이다. 신공항 후보지였던 밀양의 경우 신공항 건설 시 약 18만∼26만 명의 일자리, 12조∼17조 원대 생산 유발효과가 예상된다는 대구경북연구원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부산발전연구원은 가덕도 신공항 역시 15만 명대의 일자리, 11조 원대 생산 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5~10조에 달하는 신공항 건설비용은 100% 중앙정부가 지원한다. 10여년에 달하는 건설기간동안 일자리 창출, 물류비용 절감, 관광객 증가를 비롯한 지역 브랜드 가치 상승 까지 생각하면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사업인 것이다.

이처럼 경제 효과를 유발하는 신공항 유치전에는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해당 지자체장들도 줄 초상 분위기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가덕도신공항 후보지를 찾아 “가덕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당시 서 시장은 무소속 오거돈 후보와 박빙의 경쟁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조건부 시장직 포기’ 발언은 승부수로 통했다. 서 시장은 개표 결과 불과 1.6% 차이로 오 후보를 이기고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선거 이후 2년여 동안 그는 신공항 유치와 관련해 ‘가덕도신공항 유치에 실패할 경우 시장직을 내놓을 것이냐’는 질문에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발언을 이어왔다.
 

정부의 이번 결정을 두고 서 시장은 강한 유감을 표했다. 서 시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정은 360만 부산시민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4반세기 시민 염원을 철저하게 외면한 오로지 수도권의 편협한 논리에 의한 결정”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저와 부산시민은 김해공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신공항 논의에서 어떻게 또 다시 김해공항 확장 방안이 결정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치적 결정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서 시장은 가덕도 유치에 실패한 만큼 향후 거취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서 시장의 거취에 대해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자체 발전을 위해 강단 있는 모습으로 주민들에게 신뢰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의원은 “서 시장이 부산시민들에게 어떻게 본인의 사퇴입장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분명한 사실은 김해공항도 부산”이라며 “꼭 가덕도가 아니라고 해서 경직된 모습을 보인다면 올바른 부산시장의 모습이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서병수 시장과 함께 가덕도 유치를 주장했던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도 부산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김 의원은 서 시장이 시장직을 두고 성급하게 결론내기 보다는 신중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에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정치인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책임들을지지 않으니까 국민들로부터 정치가 불신을 받는 것 아니겠느냐”며 서 시장을 압박했다.

시장직 건 부산시장 거취 주목
TK 쪽도 민심 부글…누가 총대?


밀양 신공항을 지지했던 권영진 대구시장도 신공항 백지화로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다. 서 시장과 같이 시장직을 내걸지는 않았지만 권 시장도 신공항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권 시장은 지난 21일 신공항 백지화가 결정된 당일 대구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정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10년 전으로 거꾸로 돌린 어처구니없는 결정으로 유감을 넘어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김해공항 확장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었음에도 결과적으로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사안에 대해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양 신공항 유치에 힘을 쏟은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쓴 소리를 냈다.
 

김 도지사는 “정부의 이번 발표는 황폐화된 지방을 살리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신공항을 염원해 온 대구경북 시·도민의 꿈을 무너뜨렸다.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대구시 등 영남권 4개 시·도의 여론을 모아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도지사는 신공항 건설이 밀양, 가덕도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서는 김해공항 확장 결정은 사실상 백지화나 다름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에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정부의 이번 결정을 대체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홍 지사는 신공항 백지화 발표 직후인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결정이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결정 수용 의사를 밝혔다.

홍 지사는 “신공항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비화돼 정부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냈을 것”이라며 “공항 문제는 국가의 백년대계이므로 경남도의 입장에서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영남권 신공항 유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 가덕도 유치에 시장직을 건 서병수 부산시장과 달리 신공항을 경남에 유치해야 한다는 공약은 내세우지 않았다. 23일에는 “또 다시 일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신공항 사기를 획책한다면 이번에는 국민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뿔난 의원들
재추진 결의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등의 거점을 둔 의원들도 단단히 뿔이 났다. 더민주 부산지역 의원 5명은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결의했다. 당내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신공항 용역조사에서 안전성 항목이 제외된 점 등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설 방침을 세웠다.

더민주 부산지역 출신인 김영춘·박재호·최인호·전재수·김해영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해공항 확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2011년 가덕도신공항이 무산된 것에 이은 이번 발표는 대단히 유감스럽고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이들은 “김해공항이 확장된다 하더라도 소음 등 문제로 24시간 운항이 불가하다”며 정부의 이번 결정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가덕신공항유치추진위원장인 최인호 의원은 “용역 과정에서 나타난 것에 따르면 장애물 문제가 독립적 평가항목에서 빠진 점이 항공법에 위배된다”며 “장애물 문제가 국토부의 방침과 어긋나는 게 드러났는데도 용역업체에 지침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리당국의 직무유기 부분을 진상조사단 활동을 통해 밝힌다는 방침이다.

특히 “서병수 부산시장이 독자적으로 가덕도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는 점은 우리의 뜻과 동일하다”며 “부산시가 구체적으로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 한다면 우리도 힘을 모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덕도 신공항의 재추진을 위해 새누리당과의 연대까지도 고려한 모습이다.

새누리 부산시당은 김해공항 확장안에 아쉬움을 표했다. 부산시당은 지난 22일 “가덕신공항이 아니라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돼 아쉬움이 남는다”며 “김해공항을 확장해 현재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항공수요를 소화하고, 향후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가덕신공항 건설을 계속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자택일 딜레마
환영 못받은 결과

김해공항 확장안을 두고 정치평론가는 “밀양이든 가덕도건 어느 한 곳을 선택하는 순간, 탈락한 곳의 극심한 반발이 있고 더군다나 임기 말에 있어서 굉장히 국정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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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