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마전’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뭐길래…

대통령 안 부러운 무소불위 권력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서민의 돈으로 금융사업을 벌이는 새마을금고가 갖가지 구설을 양산하고 있다. 금융기관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만큼 전문성과 거리가 먼 탓이다. 금융전문가를 모셔도 부족할 법하건만 이사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상당수 인물들은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허점투성이 운영방식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1963년 다섯개의 조합에서 출발한 새마을금고는 착실한 성장을 거듭한 끝에 손꼽히는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어느덧 자산규모는 상호금융 중에서 농협 다음에 위치할 만큼 거대해졌다. 지난해 총자산은 126조6925억원으로 전년(119조6514억원) 대비 5.88% 증가했고 거래자 수는 전년(1814만4000명) 대비 2.39% 늘어난 1857만8000명에 달한다.

이사장 임기
10년은 기본

조직이 팽창하면서 단위 새마을금고 이사장 수도 급증했다. 2015년 6월30일 기준 새마을금고 이사장 수는 전국적으로 1352명에 이른다. 단위 금고는 제각각 이사장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 금융기관인 만큼 표면상 행정자치부의 감독을 받지만 사실상 자율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까닭이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운영 형태는 새마을금고가 신뢰성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공론화된다. 특히 단위 금고 이사장직은 논란을 키우는 기폭제나 마찬가지다.

단위 금고 이사장으로 부임하면 장기간 자리를 지키는 게 일반적이다. 12년 이상 재임한 이사장은 358명에 이르고 심지어 42년 간 이사장직을 유지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반세기에 걸쳐 금융기관의 이사장을 역임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금융업계 종사 이력이 전혀 없는 이사장도 상당수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이사장은 매년 발생하는 금융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2012년 62건, 2013년 574건, 2014년 1071건 등으로 매년 두 배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불법대출 역시 2012년 127건, 2013년 162건, 2014년 198건으로 급증했다.


금융전문가의 부재는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4년 기준 새마을금고 총 대출액은 68조997억원인데 비해 연체율은 2.33%(연체액 1조5903억원)에 달한다. 시중은행에 비해 6배가량 높은 수치다.

부실 운영 여부와 상관없이 허술한 감독체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통상 금융권에서 수십억원대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자가 자리를 보존하기 힘들다. 그러나 새마을금고는 예외다.
 

불법행위로 수백억원의 손실을 끼쳤더라도 법적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아니면 현직을 유지할 수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규정상 보궐선거 출마를 금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불법대출과 횡령이 발생해도 해당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가벼운 징계만 받고 다시 현직에 복귀하기 일쑤다.

2012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금융사고가 일어난 단위 금고에서 이사장의 71%가 재선임됐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불법대출이 발생한 새마을금고의 경우 연대책임이 있는 이사장 10명 중 9명이 재선임됐다.

금융인 출신 뒷전 “전문성 결여”
‘장기집권’ 강산 변하도록 그대로?

독립법인체제에 따라 단위 금고가 자체적으로 이사장을 선출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회원총회를 거쳐 이사장을 선출하는 단위 금고의 비중은 20%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 대의원총회를 거쳐 간선제로 선출하는 구조다. 즉, 대의원 관리만 잘하면 누구나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고를 관리·감독하는 이사와 감사도 이사장이 측근으로 구성할 수 있다. 대의원은 이사장뿐만 아니라 이사 및 감사 선출 권한을 지닌다. 선출방법은 유권자가 후보 중 한명에게 투표하는 방식과 이사회 정원수 만큼 투표하는 방법이 있는데 대다수 단위 새마을금고는 후자를 따른다. 이사장이 대의원을 설득하면 이사와 감사까지 자기 사람으로 채울 여지가 생긴다.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불법선거 논란이 매번 불거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10월 대구지역의 단위 금고는 일부 대의원들이 임금삭감 요구를 거부하는 이사장을 해임시키는 과정에서 기명투표를 시도하는 등 부적절한 방법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로 인해 해당 단위 금고는 법정공방에 휘말렸지만 중앙회는 한동안 사태파악조차 제대로 못했다.

지난 2월 치러진 포항의 단위 금고 이사장 선거는 부정으로 얼룩졌다. 3명이 출마한 이사장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해달라며 대의원들을 상대로 다량의 문자메시지가 전송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에게 선거인명부 열람과 교부를 거부하며 ‘깜깜이 선거’ 논란을 빚었던 광양시 단위 금고 이사장 선거는 절차상의 중대한 하자로 인해 선거가 중단되는 웃지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이사장 자리를 차지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 유지로 불리는 사람들이 내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연간 수천억원의 자금을 운용하지만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정으로 얼룩진
이사장 선거전

새마을금고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부호는 지난해 9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당시 행정자치부 국정감사에서 새마을금고는 ▲문제를 일으킨 이사장들의 재선임 ▲신종백 회장의 8억원에 달하는 황제 연봉 ▲경영정상화 2000억원 추가자금 ▲허술한 관리감독 등에 대해 지적 받았다. 특히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화곡새마을금고 불법대출사건’에 대한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잇단 거짓 증언을 꼬집으며 신뢰성 문제를 들춰냈다.
 

진 의원은 “새마을금고는 2014년 국감에서 화곡새마을금고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해 2억원을 이사장한테 보상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며 “하지만 지금 이사장이 이를 변상한 자료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화곡새마을금고 불법대출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사장은 사임 당한 후 선거에 다시 나와 재선임됐다. 진 의원은 화곡새마을금고에 대해 거짓말을 한 신종백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을 질타했고 신 회장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거듭된 부실 운영…허술한 감독체계
말만 요란한 행자부의 경영혁신방안

새마을금고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행자부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이사장 후보의 자격요건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열린 ‘새마을금고 정체성 강화를 위한 바람직한 역할 모색’ 토론회에서는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선거 입후보 자격 요건이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은행건전성 평가인 카멜(CAMEL) 1, 2등급을 유지하지 못한 단위 금고의 이사장의 평판 조사도 실시해야 한다는 게 주된 골자였다. 선거 방식을 지역별 새마을금고 수에 따라 배정된 배의원 120명이 투표하는 방식에서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모두 참여하는 형태로 바꿔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앙회를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진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앙회는 시장규율이나 시장감시가 이뤄지지 않아 사외이사의 역할이 중요한데도 금융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경영자들을 견제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사장 요건
강화 필요성


문제는 정부 차원의 새마을금고 경영혁신방안조차 한계가 뚜렷하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단위 금고의 거센 저항이 걸림돌이다.

행자부의 새마을금고 관리 감독 강화 의지는 지난해 세워진 새마을금고의 ‘동일인 대출한도’ 축소 방안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현행 동일인 대출한도는 자기자본의 20/100의 또는 총자산의 1/100 중 큰 금액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기자본금 500억원 이상은 현행과 동일하지만 500억원 미만은 50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 자본금 25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 새마을금고는 현재보다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해당 규제는 내달 7일부터 시행된다.

한술 더 떠서 행자부는 중앙회장 선출을 직선제로 전환하고, 단위 금고 이사장을 직선제로 선출 가능하게끔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선거제도를 개편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사무를 위탁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실상 정부 차원의 관리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그러나 새마을금고라는 조직을 행자부에서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새마을금고는 행정자치부 소속 비금융전문가 10명이 전체를 관리·감독하는 구조다. 게다가 감독의 기초자료인 업무보고서를 제출할 의무조차 없다. 정확한 부실위험을 파악하기 어려워 언론의 감시기능에서도 한발 떨어져 있다. 더욱이 금고마다 규모와 업무능력의 편차를 커 검증하기도 어렵다. 

이런 가운데 행자부의 미흡한 준비도 반발을 키웠다. 행자부는 서울지역 간담회에서 새마을금고의 직선제 확대 방안과 관련해 농협의 예를 들며 확대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농림부는 지난달 발표를 통해 농협중앙회장을 뽑기 위한 선거를 없애고 이사회에서 호선으로 선출하기로 정한 상태였다. 뒤늦게 행자부는 잘못을 인정했지만 졸속 행정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중앙회와 단위 금고를 감독할 감사위원회 신설 방안도 미심쩍은 시선을 받고 있다. 행자부는 단위 금고에 대한 감사를 공정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하지만 일선에서는 정부 관료들의 퇴직 후 자리 늘리기를 의심하는 상황이다.

칼날 세웠지만
허점투성 개선책

행자부의 변화된 입장에 단위 금고들은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새마을금고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당시에도 공적자금을 받지 않은 새마을금고에 지나친 간섭을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갖가지 이유를 들며 관리 감독의 당위성을 앞세우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단위 금고의 한 이사장은 “새마을금고는 정부의 간섭없이 자발적으로 성장해왔다”며 “이제 와서 선거제도와 감독체제를 바꾼다는 계획이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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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