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안 팔리는 수입차 왜?

벌써 정점 찍었나 “거품 꺼진다”

[일요시사 사회팀] 박민우 기자 = 잘나가던 수입차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비와 탈세, 결함 논란 등 대형 악재들이 돌출했기 때문. 거기에 ‘강력한’ 국산 새 모델들의 속속 출시도 한몫 하는 모양새다.

수입차 150만대 시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수입차 등록대수는 총 147만8265대. 전체 등록 차량의 7%에 육박했다. 도로 위 15대 중 1대는 수입차란 얘기다.

매출 늘어도
즐겁지 않다

수입차는 2009년 이후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매년 10만대 이상씩 늘어 2014년 100만대를 돌파했다. 작년 한해 국내서 팔린 수입차(승용차)만 24만3900대에 이른다. 전체 판매된 승용차(157만676대)의 16%를 차지했다.

판매량이 늘면서 매출도 늘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전년 대비 42.5% 상승한 3조141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111억원, 순이익은 872억원. 지난해 판매 대수는 4만6994대로, 전년 대비 33.5% 증가했다.

지난해 5만5441대를 팔아치운 BMW코리아는 지난해 전년비 25% 증가한 2조87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2352억원, 순이익은 463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11%, 131% 늘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전년보다 5.8% 증가한 2조8185억원을 냈다. 디젤 스캔들 여파로 영업이익(472억원)과 순이익(321억원)이 떨어졌지만, 판매 대수는 6만8316대로 전년보다 17% 신장했다. 포르쉐코리아와 FCA코리아, 한불모터스(푸조, 시트로엥 수입사), FMK(페라리·마세라티 수입사) 등도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등 실적이 향상됐다. 판매 대수 역시 늘었다.

수입차 관계자는 “적극적인 마케팅과 신차 효과, 물량 확보 등에 힘입어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올해 수입차 판매 대수는 20만∼25만대에 육박해 총 150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거침없이 성장하다 주춤…판매 줄어
업무용 등록 차량 과세 강화한 결과

잘나가던 수입차 시장.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계속되는 악재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안전 문제다. ‘수입차가 안전하다’는 얘기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12개 차종을 평가한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국산차 6종과 수입차 6종을 평가했는데, 수입차는 상위에 오르지 못했다. ‘안전한 차’ 최우수상은 현대차의 아슬란, 우수상은 쌍용차의 티볼리가 받아 안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잇달아 터지는 화재사건만 봐도 수입차 안전에 의문이 달린다. 자칫 인명 피해 등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차량 화재는 10건이나 된다. 자동차 화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차량 화재 10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9건에서 명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

리콜이 늘면서 고객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리콜은 회사 측이 제품의 결함을 발견하고 보상해 주는 소비자보호제도다. 다른 말로 ‘결함보상’ ‘소환수리’라고도 한다. 기업으로선 자사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라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지만, 브랜드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아직까진 소비자 불안을 키우는 역효과가 있는 게 사실이다.


불안 불안~
심상찮은 리콜

지난해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수입차는 결함으로 인한 리콜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은 24만3000여대. 전년에 비해 24%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해 리콜 조치된 수입차는 2014년보다 73% 급증한 23만7000여대. 판매대수와 맞먹었다.

그중에서도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의 리콜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수입차 리콜대수는 2만6750대로 나타났다. 5908대를 리콜 중인 포르쉐가 가장 많다. 이어 한국닛산(5354대), 아우디폭스바겐(3763대), 크라이슬러(1953대), 한국도요타(1746대) 순이었다.

최근엔 벤츠, 렉서스, 재규어, 랜드로버 등 수입차 브랜드의 8개 차종 7025대에 대해 리콜 조치됐다. 리콜 이유로는 ▲재규어XE와 재규어XF는 연료 필터와 연료 공급 호스를 연결하는 부품의 결함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이보크는 엔진의 주 전기 배선 문제 ▲렉서스 IS250과 렉서스 GS300은 연료 압력센서 조립 불량 ▲벤츠 SLK200은 배선 설계의 문제 등이었다.

한국고객 무시
‘봉’으로 취급

아직까지 한국 고객을 ‘봉’으로 취급하는 행태도 여전하다. 그동안 당하기만 했던 소비자들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의 A/S는 항상 제기되는 문제다. 비싼 돈을 주고 차량을 구입했다면 그에 걸맞은 A/S가 주어져야 맞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이는 부족한 정비시설과도 오버랩 된다.

사고 처리가 가능한 정비센터는 180개밖에 안 된다. 수입차 등록대수(148만여대)를 감안하면 1개 센터당 약 8000대를 담당하는 셈이다.
 

수리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수입차의 평균 수리기간은 8.8일로, 국산차(4.9일)보다 1.8배 긴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긴급출동서비스 차량을 보유하지 않은 수입차 업체도 상당수다.

“전망 그리 밝지 않다” 비관론 고개
안전 불안 가중…차별 대우도 도마

국산차는 다 해준 개별소비세 차액도 버티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개소세 인하 적용을 받지 못한 고객에게 차액을 환급해 주고 있지만,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들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급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밖에 렌트비·보험료 부풀리기, 베일에 싸인 수입원가, 선택 없는 풀옵션, 카푸어(무리하게 비싼 차를 구입해 신용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 만드는 할부 등도 한국에서만 심하다.

특히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빚은 폭스바겐은 유독 한국에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배기가스 조작 파문이 전 세계로 확산되자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발 빠르게 수습에 나섰지만, 국내에선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부실한 리콜 계획서로 정부까지 농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색한 경영도 도마에 오르내린다. 자국 대주주에 파격적인 배당을 하면서도 국내 기부는 개미 눈꼽만큼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8개 수입차 업체의 지난해 배당금은 836억1000만원이었다.


벤츠코리아의 지난해 주주 배당액은 585억6000만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배출가스 스캔들의 주인공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160억1000만원, 포르쉐코리아 60억4000만원, 볼보자동차코리아 30억원 등이다.

반면 8개 수입차 업체의 기부금은 42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벤츠코리아 20억5000만원, BMW코리아 1억1000만원, 한불모터스 2억1000만원, 포르쉐코리아 1억5000만원 등이다. 문제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FCA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 GM코리아는 기부금이 전혀 없었다.

수입차 업체들은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BMW코리아(175명), 벤츠코리아(168명),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167명) 등 지난해 8개 업체가 고용한 임직원 수는 749명이 전부였다.

꺾인 성장세
흐릿한 앞날

사정이 이렇자 수입차에 대한 인식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7만3844대로 전년보다 4.3% 감소했다. 개인이 산 차량은 4만7726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1% 늘었지만, 업무용 차량(2만6118대)이 18.9% 줄었다.

고가 차량을 업무용(법인·개인사업자 명의)으로 등록해 세금을 탈루하는 ‘무늬만 회사차’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 결과다. 고가 수입차 판매도 급감하고 있다. 같은 기간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33.5% 줄어든 4426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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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