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도…의원님 표절 잔혹사

국회의원은 베껴도 용서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일부 국회의원들이 표절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바탕으로 의정활동을 해야할 의원들이 저지른 실수(?)이기에 그 실망감은 더 크다. <일요시사>가 20대 국회에 입성한 당선인 중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던 당선인들을 추려봤다.

20대 총선에 새누리당 비례대표 9번으로 당선된 전희경 전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이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11일 <한겨레>는 전 당선인의 2001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한국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 연구>를 검토한 결과 '전 당선인의 논문은 유병복 전 혜전대 교수 등의 2000년 논문 <한국 정보통신산업의 국제경쟁력 결정요인 분석>과 산업연구원 박기홍씨 등의 1998년 논문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과 규제 제도>의 논문을 짜깁기 했다'고 보도했다.

짜깁기 논란

다음날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표절은 명백한 지식 절도행위로 20대 국회가 새로 구성되는 시점에 더욱 엄격히 적용해야 할 도덕적·법적 잣대”라며 “새누리당은 노골적 표절 행위가 드러난 전희경 후보에 대해 즉각 비례대표 추천을 철회하고 전 후보는 자진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새누리당은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전 당선인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머릿속에 있는 것을 적어 지적받았던 사실은 기억이 나는데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 당선인은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속 시원한 해명은 하지 않은 채 오는 30일, 의정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전 당선인처럼 표절 의혹이 일고도 20대 총선서 당선된 새누리당 의원은 4명에 이른다.

먼저 오신환 당선인은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표절 문제로 석사학위를 취소당한 사실이 보도됐다. 오 당선인 측은 “박사논문도 아니고 정책대학원 졸업을 앞둔 대학원생의 졸업 논문이었다”라며 “논문을 처음 작성해본 초심자의 실수로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해명했다.
 


함진규 당선인도 2001년과 2004년 작성한 고려대학교 석박사학위 논문 중 각각 기존 출간된 사회 과학서적과 타 논문을 그대로 베낀 사실이 보도됐다. 함 의원은 “중국에 관한 자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인용을 했을 것”이라며 “정치할 줄 알았다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석사학위 논문 2개를 표절하고 거짓말 해명까지 했던 함진규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비난했지만 그는 사퇴하지 않았다.

아울러 용산참사 당시 과잉 진압 논란이 일었던 김석기 당선인도 논문 표절의혹이 제기됐다. 김 당선인은 2007년 석사학위 논문인 <방범용 CCTV의 범죄예방효과 제고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두 개의 석사학위 논문과 한 개의 학회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알려진다. 영문 초록과 오자까지 그대로 옮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김 당선인은 이에 확실한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고 20대 국회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이밖에 김종태 당선인도 표절의혹이 일었다.

지난 1월27일 상주지역 총선에 출마한 새누리당 박영문·성윤환 예비후보는 김종태 당선인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김 의원이 19대 총선에 출마하기 직전에 받은 행정학 박사학위논문 <국가발전을 위한 군 정신교육에 관한 연구>가 일부 석사학위 논문을 복사 표절하고 특히 오탈자까지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논문표절 및 조작 의혹으로 도덕성에 큰 흠결을 가진 사람은 상주의 대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 당선자는 기자회견에서 ”각주를 생략한 것이 표절이라면 그것에 대해서는 잘못을 시인한다“며 ”어떤 연유든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 당선자는 논문 표절이 오랜 군 경험을 토대로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한 군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25년간 줄기차게 다뤄온 내용이라며 표절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의혹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표절 의혹을 공천 직전에 터트리는 것은 음모라고도 했다.
 

당선인 중 논문 표절에 휩싸인 것은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더민주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 받았던 박경미 당선인은 홍익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시절인 2007년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앞서 2004년 박 당선인이 쓴 <중국 수학교육 과정의 내용과 구성 방식의 특징> 논문도 같은 해 석사과정을 통과한 강모씨의 논문인 <중국 수학교육 과정 분석 및 연구>와 같은 곳이 상당 부분 발견됐다.

‘논문 표절 의혹’ 여·야 당선자 누구?
애매모호 해명 일관…흐지부지 넘어가


박 당선인은 “당시 학교에서 적절한 절차를 거쳐 이상이 없었다고 소명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홍창선 더민주 공천관리위원장은 “옛날에는 그런 경우가 많았다. 내가 보기엔 그건 마이너 한 것”이라며 애매모호한 답변만 내놨다. 박 당선인은 공천권을 박탈당하거나 사과도 하지 않으면서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더민주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 1호’이자 경기 용인정 당선인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논문 표절 문제가 제기됐었다.

표 당선인은 1993∼1997년까지 영국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 과정을 밟았다. 이 중 문제가 된 것은 표 당선인이 영국 액세터대 대학원에서 쓴 경찰학 박사 학위 논문이다. 당시 표 당선인은 논문 표절을 제기한 언론사를 상대로 “무슨 말도 안 되는 억지주장이냐.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형사고소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자신만만했던 표 당선인은 “논문 검증 사이트에 올라 온 10군데 표절의혹 내용을 보니, 실제 인용 규칙을 어기고, 따옴표 안에 넣거나 블락 인용 형태로 처리해야 할 직접적인 인용을 간접인용 형태로 잘못 표기한 것을 확인했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어 “유학생이던 시절 쓴 논문에서 매우 부끄러운 표절 흔적을 발견하고 무척 당황스럽고 부끄럽다”며 “박사논문에 표절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표절에도 불구하고 표 당선인은 각종 방송을 출연해 쌓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더민주의 영입 대상에 올랐고 논문 파문은 잊혀진 채 순조롭게 20대 국회에 들어섰다.
 

경기 안산 상록을에서 맞붙은 국민의당 김영환, 더민주 김철민 두 후보도 논문 표절 의혹에 시달린 전력이 있다. 김영환 의원은 지난 2002년 연세대대학원 재학 중 작성한 <금융안전망 체계의 발전방안 연구>논문이 같은 해 발표된 <국내은행의 지배구조>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김 의원 측은 “인용 표기가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논문 표절에 대해서는 학교 측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했다. 같은 지역에 출마한 더민주 김철민 당선인은 김영환 의원 측으로부터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 받았다.

그럴 수 있다?

김 당선인은 지난 2006∼2008년 한양대 산업경영디자인대학원 경영학 석사과정 중 작성한 논문인 <신용협동조합의 고객가치명제가 고객만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문제가 됐다. 이에 김 당선인은 “참고자료의 주석을 일부 표기하지 못했는데, 표절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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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