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넥스 불법전용 의혹

법 무시하고 공장 지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굴지의 주방가구 업체 에넥스가 토지를 불법 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지차체는 십수 년째 불법이 있었지만 진상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고 에넥스는 이제 와서 부랴부랴 해결책 마련에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다.

에넥스는 1971년 서일공업사로 설립돼 1992년 3월 에넥스(ENEX)로 상호를 변경했다. 에넥스는 주방가구 기기 용품 제조 및 판매를 주업으로 하고 있다. 2012년 7월 금감원 이 실시한 신용등급 평가에서 ‘C등급’을 받으며 워크아웃 신청 대상이 되는 수모를 겪었지만 이듬해 대주주의 사재출연과 사업 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노련하게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십수 년간 몰랐다?

에넥스의 위기 이후의 성장은 실적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에넥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3029억원으로 2014년 2583억원보다 1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78억원으로 2014년 49억원보다 59% 상승했다.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82억원으로 2013년보다 2배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에넥스는 사업부 재편 및 리모델링 시장 공략 등이 성공하면서 사상 최대의 매출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명실상부한 국내 주방가구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처럼 주방가구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에넥스가 국내에 운영 중인 2개 사업부(황간·용인공장) 모두에서 임야 및 하천에 대해 불법 점·전용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1978년 11월 준공된 충북 영동에 위치한 황간공장은 용지 면적 8만5000㎡에 연면적 3만3500㎡로 국내 최대 부엌가구 공장이다. 황간공장에서 문제가 되는 불법 전용 토지는 경비실 입구에서 남쪽으로 1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산리 514번지와 경비실 입구에서 북서쪽으로 2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마산리 528-29번지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514번지의 지목은 임야, 소유주는 에넥스 공장에서 1km 가량 떨어진 곳에서 거주하는 정모씨다. 정씨 소유로 되어있는 해당 토지는 에넥스가 해당 번지 토지를 포장해 주차장 및 도로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에넥스가 정씨 토지를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정씨는 에넥스에게 보상 및 사용료를 민사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에넥스가 정씨에게 514번지에 대한 사용료를 정당하게 지불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임야를 주차장으로 불법 전용하고 있는 사실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

임야는 산림 및 원야를 이루고 있는 수림지·죽림지·모래땅 등의 토지를 의미하는데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산지관리법제 14조에 따른 산지전용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씨에게 에넥스 황간공장이 본인 임야를 주차장 및 도로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려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거부한 상황. 현재 해당 토지에 대한 영동군 산림과는 “1982년부터 공장부지 일부로 편입된 토지로써 각종 서류 보존연한 경과로 산지전용허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공소시효 7년을 경과했다”고 답변했다.

다만 영동군 삼림과 관계자는 “허가를 받지 않고 임야를 공장용지로 쓰고 있는 것 자체를 불법 전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514번지 불법 전용에 대해 황간공장 관계자는 “마산리 514번지를 해결하려고 영동군과 논의 중”이라고 답변했다.

에넥스는 514번지 임야 토지 이외에 황간공장의 528-29번지도 불법 전용했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에넥스가 1997년5월24일 매매한 528-29토지의 지목은 임야로 면적은 271㎡에 해당한다. 공장을 연지 20여년이 흐른 후에 별개로 528-29번지 임야를 취득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임야에 해당하는 토지를 전용허가조차 받지 않고 공장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 땅 포장해 주차장 사용
임야·하천 용도 부지 무허가 점용


영동군 관계자는 “산림청이 2010년 12월1일부터 1년간 ‘불법 전용 산지 양성화’를 시행할 때 에넥스는 양성화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상복구 명령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공장 측에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이 안 된다”며 “불법적으로 쓰고 있는 것을 용인해 주는 것이 아니라 조치를 보류하는 개념”이라고 에둘러 설명했다.

공장 관계자는 “해당 토지가 임야인 것을 알고 공장으로 쓰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장이 운영된지 무려 20여년이 시점에서 구입한 땅의 지목을 모르고 공장으로 사용했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황간공장 관계자는 “528-29번지를 공장용지로 변경 신청해놓은 상태”라고 답했다. 에넥스 황간공장은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서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모습이다.

에넥스는 제2공장인 용인공장에서도 하천 불법 점용과 임야 불법 전용 사실이 드러났다. 불법 점용을 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금어리 611-5번지의 지목은 하천이고 면적은 521㎡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611-5번지는 소유자가 용인군으로 되어있다. 등기원인을 보면 1995년 4월15일 공공용지 협의 취득으로 되어 있다. 1995년은 용인군이 용인시로 승격되기 1년 전임을 감안할 때 실질적 소유자가 용인시임을 알 수 있다.

하천을 점용하기 위해서는 하천법 33조에 따라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하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처인구청은 지난달 19일 서면을 통해 “611-5번지 일원의 에넥스 용인공장에 대해서 하천구역 내 불법 점용이 확인되어 원상복구 통보했다”고 밝혔다. 용인공장 입구를 확인했지만 불법 점용에 대한 원상복구 조치는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조치 이후 진행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처인구청 하천관리팀에 문의했다.

처인구청 하천관리팀 관계자는 “보통 이행을 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준다”며 “용인공장 관계자가 처인구청을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 건에 대해서는 일단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생각으로 원상복구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변상금 납부를 한 다음에 양성화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보통의 불법 점용자들은 인지를 못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몰랐다고 해명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뒤늦게 원상복구

에넥스는 용인공장에서 하천 불법 점용 뿐만 아니라 임야를 불법 전용한 사실도 있다. 해당 임야에 대해 처인구청 공원환경과는 “금어리 612번지가 산지전용허가 없이 주차장 진입로로 이용되고 있다”며 “소유주에게 산지관리법에 따라 원상복구 명령을 했다”고 밝혔다. 612번지는 현재 1m 높이의 잣나무가 수십 그루 심어져 있다. 관할구청의 원상복구 명령에 부랴부랴 나무를 심기는 했지만 십수년 넘게 임야를 주차장 진입로로 사용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임야·하천전용 처벌은? 

산지관리법 제53조에 따르면 산지전용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산지전용을 하거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산지전용허가를 받아 산지전용을 한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천법 95조에 따르면 토지의점용을 위반하여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하천을 점용한 자는 2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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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